뭔가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답답한 마음때문에,
 나를 즐겁게 해 줄 상상을 했어요. 어제. 그게 뭐냐구요? 내 서재를 만드는거요.

지금 내 방과 마루의 책꽂이 모냥새는.. 손대기 힘든, 네, 그런 상태이지요.










책꽂이에 수용 못해 위에 쌓아올린 책, 이중책장인데 삼중으로 다시 앞으로 쌓아올린 책.
아, 그러고보니 저 신발상자아에도 책인데 그 앞에 책을 또 쌓아뒀으니 네겹인가? ㅡ.ㅡ
내 방에 수용못해 마루에도 말없이 책꽂이를 뒀는데, 이중으로 된 이것도 가득차 버려 그 옆으로 또 쌓아올린 책... ㅠ.ㅠ

그래서 내 서재를 그려봐야지, 라는 기특한 생각으로 종이와 연필을 꺼내들고 쓱싹쓱싹 그리다가,
에잇! 난 왜 이렇게 그림을 못그리는거야!!! 라고 화가나기 시작하고 .. ㅠ.ㅠ

(우리집 대문에 낙서하면! 다음에 뭐라 쓸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 했어요. 생각이 참 애같다...ㅠ.ㅠ)

단층의 단독주택인 우리집, 정면에서 보면 담이 보이고, 옥상을 둘러 싼 이쁜 색의 울타리가 또...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저 세모꼴 지붕과 둥근 창문이 달린 건물은
내가 빠른시일내에 올리고 싶은 조립식 원룸.
쓸데없는 일에 돈쓴다고 버럭버럭 거리던 부모님과 언니가 그나마 내 방꼴을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있는 조립식 건물 하나, 를 올리면 꿈에 그리던 서재가 탄생할지도 모르지요.

내 상상도.


벽 세개를 책장으로 두르고 책을 쌓아둬야지요. 그리고 유일하게 앙증맞은! 담요, 를 두려고 했는데...
그런 담요를 구하게 될지는 모릅니다. 아무도. ㅡ.ㅡ
그리고 그리다 만 찻잔과 탁자, 외에 글을 쓰고 싶을 때 좋은 앉은뱅이 책상 하나.
물론 문에는 덕지덕지 포스터도 붙여놔버릴 겁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그.런.데

이걸 그리다보니 내 상상도를 그려낼 수 있는 내 능력의 한계가 너무 빨리 들이닥쳐버리고
못난 그림 솜씨를 탓하며 다시 우울해지려고 할 즈음 후다닥 사진기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어제 찍은 몇장의 사진을 보면서 장독도 그려넣고, 달도 그려넣고 계단도 이쁘게 칠해서 '서재 가는 길'을 만들고... 그러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쩝~
사실 멋진 서재를 갖고 픈 소망은 누구에게나 다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운 시일내에 내 것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서재의 공간은 저 상상도가 가장 가깝고... 훗날, 가능하다면 스노우 캣이 감탄했던 뉴욕의 북카페나 혹은 판다님이 올려줬던 뉴욕의 동화책 전문 서점 같은 그런 책방을 떠억 하니 만들고 싶어요.

이... 이런 인형도 만들어놓고 말이지요. ;;;;

허나, 지금은 그저 꿈일뿐. 아니, 지금은 꿈이지만 훗날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임을 믿어야지요! 아암~!!

이런저런 상상하면서 내려오다 일없이 달밤 사진이나 한 장 찍고 왔네요.



어제의 즐거운 상상을 떠올려보려 했으나 썰렁한 사무실 분위기로 인해 별로 즐겁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그냥 씁니다. 현재의 내 모습, 내 서재가 그런거 같아서.

그런데 내 서재,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많이 너저분~ 한 것이... 똑.같.지.않.습.니.까? 하.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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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림을... 대단하다, 치카^^

울보 2005-10-1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하세요,,치카님 저책들 책들,,

하이드 2005-10-1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너무 멋져요!! 저도 맨날 서재 어떻게 꾸밀까 공상하곤 해요! 흐흐

짱구아빠 2005-10-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서재상황이 비스무리 하시군요.. ^^

chika 2005-10-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아빠님/ 아마 제가 더 심하게 엉망일듯 하옵~ ;;
하이드님/ 하이드님은 정말 멋진 상상을 할 것 같아요. 보여주시와요~!!!!
울보님/ 식구들도 그렇게 말하긴 합니다. 다만, 지겹다는 듯이 으이그~ 저 책들! 이라고요 ㅠ.ㅠ
만두언냐/ 허억~ 그림으로 인정해주시다니, 감사하와요!!! 으흑~

chika 2005-10-1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언냐의 칭찬에 꼬불친 사진 한 장 더.
촛불 켜 놓고, 책 쌓아놓고 퀭한 눈으로 책 읽는 치카. 으흐~
문 옆에 있는 그네는... 흔들의자를 놓고 싶으나 비싼 의자를 살만한 경제적 능력의 부족과 협소한 공간의 여건으로 인해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걸어두고 싶은 거. 밤에는 앉아서 달 구경 하고, 낮에는 햇빛 쬐면서 책 읽고...
아, 좋겠다~ ㅎㅎㅎ

숨은아이 2005-10-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표현을... 와, 멋져요!

chika 2005-10-1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감탄까지 해주시다니.. 감사하옵!! ^^
 
노란 눈의 물고기
사토 다카코 지음, 김신혜 옮김 / 뜨인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뭔가 느낌을 적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라고 해야하나?
이미 지나와 버린 시절의 이야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 어딘지 모르게 과거의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들에 대해 뭐라고 해야하지?

내가 지낸 무기력한 그 시절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설레임도 없고, 열정도 없고, 나 자신에 대한 애정도 없이 수많은 '학생'의 일부로 살아왔던 그 시절. 남녀공학이 없던 중학생 시절에 귀가길의 학교 운동장에서 만났던 고등학생 오빠들과의 추억을 되새겨보면서도, 남학교의 그림 전시회에 가서 설명을 들을 때 집중하는 듯한 내 모습때문에 나를 빤히 쳐다보며 설명해주던 그 오빠에 대해 떠올려보면서도 내가 지나온 그 시절에는 설레임도 없었고 전력질주도 없었다. 그런 나는 삼십대가 되어 열일곱 청춘들의 성장을 보며 그 시절이 그리워져버리고 있다. 아니지. 그리워지는 것이 아니야. 전력질주하게 되는 그들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 것이야.

사랑받지 못한 가족의 정을 좇아갈 수 밖에 없지만, 성장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의 모습에 전력을 다하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내 모습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으며 울컥 해지는 것은, "딸은 - 아들도 그렇지만, 가두어둘 수만은 없다. 얘기를 잘 들어주고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단다. 자식이 자라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적어진단다.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다"(277)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읽었을 때. 십대였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이 말에 삼십대가 된 나는 울컥해지며 눈에 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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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0-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쓰다 만 듯한 이 느낌이 뭔가 답답하네.
책은 참 좋았고, 마음을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 같은 이 책을 주신 로드무비님께도 엄청 감사!!!

panda78 2005-10-1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은 느낌으로 읽었는데, 리뷰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

하이드 2005-10-1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예쁘네요. 무슨 유키히코의 연애모험이던가, 그런 책도 생각나구.

로드무비 2005-10-1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위해 부모가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정말 서운할 것 같아요.
저의 유소년 시절은 한마디로 어리버리.
지금도 그런 부분이 많지만...^^

chika 2005-10-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맞아요. 참 좋은 느낌을 적어낼 수 없어서, 제 표현이 참 답답해요. ㅠ.ㅠ
하이드님/ 제목도 이쁘고, 책의 노랑빛도 이쁘고, 내용도 이뻐요. ㅎㅎ
로드무비님/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서글픈 느낌일 것 같아요...
 



=굳히기 단계=

135번 버스는 우리 집 앞에 선다.
그리고 그녀의 집이 있는 성산동이 종점이다.
어느 날 압구정동에서 거나하게 술을 먹고 길을 가는데 영양센터 통닭이 눈에 밟혔다.
집에 혼자 있을 형에게 사다 줘야지. 집에 가려고 서둘러 버스를 탔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내가 탔던 135번 버스는 한 바퀴를 돌아 성산동 종점에 서 있었다.
시간이 늦어 차도 끊겼고 통닭을 사 버린 탓에 차비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나 희열인데, 차비 좀 줘." 거리 쪽으로 창이 나 있는 2층 방이 그녀의 방이었다.
작은 돌멩이를 던지자 그녀의 창은 톡톡 소리를 냈고,
잠시 후 드르륵 와일드하게 창문이 열렸다.
그런 모습의 그녀는 처음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굵은 테 안경을 끼고 머리는 뒤로 훌떡 깐 모습, 너무 예뻤다.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받아 보니 키세스 초콜릿 봉지였다.
초콜릿은 사랑의 표시라던데...... 벌렁거리는 심장을 자제시키며,
초콜릿 봉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1만 원짜리 지폐가 한 장 들어 있었다.
나도 뭔가 주어야만 할 것 같아서 담을 딛고 올라섰다.
가까스로 창문으로 손을 뻗어 통닭을 전하며,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렇게 했겠구나 생각했다.


뒷이야기.

나중에 들었는데 그때 그녀는 다이어트중이었다고 한다.
통닭을 방에 두고 소 닭 보듯이 바라보다가 무를 한 조각 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입맛이 돌면서 닭다리를 물어 뜯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희열이는 참 좋은 아이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당시 밴드를 하느라 긴 머리에 가죽잠바를 입고 다녔는데,
그날은 우연히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무테 안경을 쓴 얌전한 학생 스타일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희열이도 사람이구나' 했다고 한다.



더 뒷이야기.

그녀와 사귀기 전 나는 성산동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았다면 '변두리구나' 할 만한 성산동의 풍경들.
작은 구멍가게, 허술한 호프집, 게다가 서울에 웬 기찻길.....
그런 풍경들이 그녀를 사귄 후 부터 모두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성산동만 좋은게 아니라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모래내까지 좋아졌다.
성산동의 옆에 옆에 옆에 동네에만 가도 그녀 생각이 난다.

치카님 이건 유희열의 익숙한 그집앞에 나오는 얘기에요

헤헷 기분 좋아지는 글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이걸로 드립니다 ^^

보너스 컷으로 아주아주 푸른 숲 사진 -치카님을 생각하면 씩씩한 나무가 생각 나다 보니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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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0-1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이거 너무 좋쟎아요~ ^^
아아, 글고 보너스 컷,,,, 무한감동이예요!!

mong 2005-10-1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신다니 다행~
^^
 
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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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책을 좋아하지 이런 책은 좀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듯이 씌어져 있는 이 글들이 내 흥미를 끌어내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그녀 - 알라딘 서재 주인장 이따우양 -에게 선물해달라고 떼를 쓰고 받은 책의 초반이 이래서 조금 민망해지려고 할 즈음에 조금씩, 그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것이었던가?
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로 시선이 돌려진다. 그리고 글쓴이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다보면 '사실'안에 숨겨있는 '진실'이 슬쩍 고개를 내민다. 점점 재미있어지는 이야기에 아, 역시 이 책은.. 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똑같지만 어떤 시선으로 그 이야기를 바라볼지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이 책을 추천한 따우양과 똑같이 나 역시 이 이야기의 이면을 보게 해 준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이면의 진실은 역시 소설보다 재미있다. 더구나 오래 전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기에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엄청 다를것이라는 막연함이 조금 더 구체적인 일상으로 다가오는 재미도 있으니 흥미롭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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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0-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라드 드 빠르디유 나오는 엣날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숨은아이 2005-10-1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

chika 2005-10-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영화를 보면 또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요. 봐볼까요?
숨은아이님/ 네. 내 손이 이 책을 이제야 꺼내더라구요~ ^^;;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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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빛이 쏟아진다.
줄줄이 걷고 있는 친구들. 먼지 자욱한 길. 가까워져 오는 시내의 소음.
그러나 그때,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똑같은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 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이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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