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 것들 -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어, 뭔가 전시회를 하나보다. 교과서 어쩌구 하는 것이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함 봐볼까?" 라는 생각으로 펴든 책.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라는 부제가 붙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정말 '교과서'같은 느낌의 책. 그렇지만 내가 학교 다닐때 이런 교과서로 미술 공부를 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시간을 엄청 좋아하고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을지 모른다.

내가 처음 미술책을 재밌어 하기 시작한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였을 것이다.  '미술'을 떠올리면 그림그리는 것, 입시와는 상관없는 것 같은 단적인 것들만 떠올리던 내게 그 책은 무척 재밌는 것이었지. 그 책을 읽은 후에 좀 더 많은 '그림'책을 봤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니, 친숙하다 라는 말은 뭔가 좀 부족한 표현인거 같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은 .. 그렇다. 딱 이런 느낌.

"자, 이리로 가까이 와봐요. 이 그림 많이 봤었죠? 느낌이 어때요? 한번 쓰윽 보고 끝내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세요. 많이 봤던 그림이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아요?"

나는 책을 읽었는데, 느낌은 이명옥 사비나라는 미술관장이 옆에서 같이 그림을 보면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마춤인 책이 아닐까?

물론... 내게는 좀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어딘지 슬쩍 지나쳐가버리는 느낌, 그러니까 흔한 말로 2% 부족한듯한 여운도 남지만 그게 대수인가. 2%가 부족한 듯 해야 내가 뭔가를 채워 완성시키는 뿌듯함이 있을터이니 더욱 좋은것인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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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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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다고 잘 살고 없다고 못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어머니 적 시절을 다시 생각해본다(134쪽)

가만 보자.. 이 글을 쓰신 분이...... 58년생이시네. 이렇게 맛깔스럽게 글을 쓰시다니 도대체 뭐하는 분이여? 하며 책을 읽다 말고 저자 약력을 다시 살펴본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과 표현은 쩍쩍 달라붙는다. 다만 아쉬운것은 내가 좀 더 오래 살았거나 남도의 구수한 맛을 느껴봤다면 이 책을 '책'이라 하지 않고 맛난 음식이라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밭농사나 바닷가음식 이야기는 내게 낯선 것이지만, 구들장에 엎디어 고구마 쪄 먹고, 동네를 도는 아이스께끼 장수에게 얼음을 얻어 먹는 이야기들도 다 낯선 것들이지만 그에 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어렴풋한 나의 어릴적 풍경은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다 머릿니만큼의 공통점이라도 나올라치면 괜히 좋아서 히히덕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메주덩이에 붙어 미처 으깨어지지 못한 콩알을 손가락으로 띠어 먹는 재미나 추운 겨울에 김치쪽 손으로 집어먹으며 고구마를 먹던 것을 떠올리다보면 저절로 내 입에 침이 고여버린다. 아, 이렇게 얘기하니 또 살살 군침이 도는 것이....

그나저나 책을 한참 맛나게 읽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기에도 찬찬히 말뜻이 뭔가, 생각해보고 자그맣게 써놓은 풀이를 보며 읽어야 하는 이 책을 좀 더 어린 세대가 읽게 되면 어떤 느낌이 날까. 음식의 맛도 못느끼고 우리말글의 맛도 못느끼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맘이 아리다.
내가 아장거리며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만해도 여름철이면 집 옥상에 올라가 돗자리펴고 누워 밤하늘을 이불삼아 잠들곤 했었다. 간혹 별똥별을 발견한 오빠가 '아이스크림' 소원을 빌어 그 덕에 나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유난히 반짝이는 인공위성에 밤하늘의 멋이 사라져버렸다. 그 밤하늘의 정겨운 추억은 영영 과거의 일이 되어버릴 것인가? 아쉽다, 는 말로 지나쳐가기엔 마음이 너무 허하다.

그래서 그런가. 부모님이나 내 윗세대의 분들이 읽으면 정말 맛나게 읽힐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좀 더 어린 세대에서 읽으며 감칠맛을 느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마솥 콩물 줄줄이 흘러 넘치던 겨울, 날이 선득선득 해지는 겨울, 쭈꾸미 철 지나기 전에 한번 모태본다고 하는 변산과는 달리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어떨까. 내 기억에야 겨우내 따뜻한 아랫목에서 손가락 끝이 노오랗게 물들어가도록 귤껍질 까먹으며 놀던 기억이 전부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엔 동무들에게 그런 얘길 해볼까?
"혼디모영 귤 까먹으멍 지꺼지게 놀아봅주" (함께 모여 귤 까 먹으면서 재밌게 놀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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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1-2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맛깔스러워요... ㅎㅎ 프란체님..

chika 2005-11-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감사함다, 라 쓰고보니 ㅎㅎ (평소에도 프란체라고 불리우는지라 아무 의심없이 넘겼는데 여기선 제가 '치카'였군요! ^^;;;;)

2005-11-2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가 슬픔에 잠길때
눈물 흘리는 건
다른 또 하나
하나가 맘이 시려울 때
오직 필요한 건
또 하나의 눈빛

하나가 손이 시려울 때
오직 필요한 건
또 하나의입김
하나가 기쁨에 넘칠 때
웃음 짓는 것도
다른 또 하나


빛이 없으면 사라지는
그림자로는 모자라
내가 부르는
너의 이름은
단 하나
나의 불씨
우리의 소중한 만남을
기억하는 의미로
서로의 가슴속에 심은
소나무 한 그루
우리 모습
세월 따라 가을 빛으로 변해가도
언제까지나 길이
푸르리라.

 

'소나무'라는 노래예요. 테잎으로만 몇번 들어봐서 노래는 잘 모르지만, 가끔 흥얼거리곤 하는 노래지요.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하여튼 맘이 좀 거시기(^^;)할 때 '하나가 슬픔에 잠길 때 눈물 흘리는 건 다른 또 하나'라고 살짝 내뱉으면 갑자기 위로받는 마음이 되어버리는거예요. 분명 눈물 흘리는 다른 또 '하나'의 존재가 있는거 같아서 말이지요. 저는, 그렇다는 거예요.

그리고말이지요... 우리가 부르는 성가에 그런 노래가 있어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내 아는 동생이 수녀원에 들어가기 전에 노래를 녹음하고 가까운 몇몇에게 선물하고 갔는데 그 노래 듣다가 청승맞게 울었다지요... 神의 존재를 믿든 믿지 않든 이 말은 위로가 될거라 생각해요.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자꾸 치밀어 올라와요. 이 노랫말을 마음으로, 입으로 되내이다보면말예요.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온전히 위로가 될 수 없고, 온전히 하나가 될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당신을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다는 건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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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세실리아님, 오늘 영명축일이지요? ^^

마침 미사참례를 할 수 있어서 미사를 하고, 기도중에 기억했습니다.

그리고요... 지금 성서주간이쟎아요.

그래서 근처에서 성서전시회를 하는데,

제가 뛰어가서 잠시 세실님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성서말씀사탕을 뽑아왔습니다.



어느녀석을 고를까... 하다가 포근한 귤색이 눈에 화악~ 들어오는겁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쑤욱 뽑아들고 왔어요.

(찬조로...도롱뇽과 여행자의 노래 2 음반 자켓도 촬영에 응해줬다는,,, ;;;;;;;)

헤~

제가 대신 뽑은 거지만, 세실님이 받으신 말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쨔쟌~



너무 좋은 말씀아닙니까? (부...부러웠어요!!! 나중에 저도 심혈을 기울여 하나  뽑을꺼예요. ^^;)

좋은 날, 좋은 말씀과 좋은 분들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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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11-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하던 이름들이 나오네요 ^^*

울보 2005-11-2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529999

치카님 ,..


chika 2005-11-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울보님,,, 이쁜 숫자예요!! 이제 전 삼만 시대를 살게 되는군요. ㅎ

날개 2005-11-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이 축하드려요!^^

세실 2005-11-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치카님...감사합니다. 감동의 물결입니다~~~~ 오늘 참 행복한 날이군요~
성당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두 분의 수녀님께 받고 왔습니다...
이렇게 치카님으로부터도 좋은 선물 받게 되는군요....
좋은 글 뽑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품절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고 믿는다. 그 선택이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이것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인생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어쩌면 인생에서 선택이라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곳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나의 삶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신과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런 것과 무관하다, 라고 말할수도 있다.(91-92)

그러나 삶에 대한, 미래에 대한, 즉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우리들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인생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여기에서 얻지 못한 것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다. (92)

어느 천재 건축가가 설계한듯한 아름다운 마을 고르드를 보고 있으면, 수많은 화가들이 프로방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아늑한 햇살이 비치는 언덕 위에서 마을은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89)

산 위에 요새가 있고, 요새 안에 동화처럼 예쁜 마을이 숨어 있다. 우리는 두근거리며 동화 속에 발을 들여놓고, 잠시 동화 속 공주나 요정이 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마법은 깨어지고, 현실은 다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꿈은 늘, 험한 산 위에 숨어있는 요새와 같다.(189)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from Marseille

바다는 멀고 아득한 곳에서 하늘을 만나, 뚜렷한 수평선을 그어놓고 있다. 그들이 만나는 '멀고 아득한 곳'은 눈으로 볼 수는 있지만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곳이다. 우리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이런 존재들이란 생각이 든다. (180)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낯선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일탈에서 일상으로
외로운 곳에서 또한 외로운 곳으로
오랫동안 외로웠던, 앞으로도 외로울 곳으로
누군가 나를 기다릴
누군가 나를 잊었을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은
쓸쓸하고 따뜻한 불빛과
텅 빈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from Paris

모든것이 평화롭고 고요한 프로방스,
나의 자유를 묶어놓고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그곳.

수많은 이별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용감해지기 위해
가끔 그곳으로 떠나고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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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1-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있어요. ^^

하루(春) 2005-11-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있네요.

싸이런스 2005-11-2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가 돋보여요!

chika 2005-11-2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감사합니다. 예상외의 사치스러운 여행기록은 이런 글들로 용서가 됐다나 머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