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김홍희 글.사진 / 마음산책 / 2005년 9월
절판


사람들은 묻는다. 그 많은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내 대답은 언제나 간단하다.
"사랑에 빠졌던 곳"


....
언젠가 변산에 간 적이 있다. 변산의 지는 해를 보고 전율했다. 그때 나는 마흔을 넘기고 있었다. 나는 그후 내가 매혹된 변산바다를 자주 찾았다. 변산바다에서 나의 방랑을 멈출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파리의 거리거리 뉴욕의 5번가에도 공허는 찾아오는 것.
여행이란 얼마나 덧없고 헛된 것인가.
그대여 그대는 곧 깨닫게 되리니.

중요한 것은 머문다는 것!

참 오랜 동안 짊어지고 다녔다.
2002년 2월 김홍희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인도한다
그것이 얼어붙은 흙길일지라도

깜박임은
시린눈을 뜨기 위함이다

해 넘은 골목길 돌아
집과 집 사이를 돌아 네 이름을
부른다

파도가 부른다
어머니가 부른다

걸어도 걸어도 전신주
걸어도 걸어도 당신 안

처음 이 책을 펴들었을 때, 어둡고 뜻을 알 수 없는 사진에 눌려 조금씩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사진만을 봤을 땐 그랬다는 뜻이다.
나는 대체 뭘 기대했던 것일까. '방랑'이라는 책이름에서 그저 겉멋만 부리며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그런 꿈같은 낭만을 보게 될 것이라 예상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쓸쓸함이라기보다는 발가벗겨져 맨 몸을 드러내는 바다, 그 주위를 둘러싼 비린내 섞인 주정이 들리는 듯한 사진들을 보면서 그 낯설음에 처음 몇번 둘러보다 책을 덮어버렸었다.
그리고 한참 후, 다시 이 책을 집어들고 사진속에 담긴 글을 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집은 김홍희 '글, 사진'이 아니던가.
그렇게 읽어나가게 되니 사진이 내게 말을 건넨다. 어둡고 흐릿하게만 보였던 사진들이 그 안에 담긴 모습을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온전히 그 모습을 다 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나도 멈춰 머무르고 싶은 곳에 가 보게 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지금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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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높이 8,848 미터 - 16세 소년의 에베레스트 등반기
마크 페처.잭 갤빈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소년이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느끼고,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꿈을 갖고, 결국은 이뤄내는 꿈과 희망과 도전정신을 느끼게 하는 청소년 책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읽은 책은 전혀 엉뚱한 책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리 틀린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단지 저렇게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 밑에서 꼼지락 거리며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쓰인 이 책은 끝없이 반복되는 듯한 산행 이야기를 아주 새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꾸며지지 않은 소박한 이야기들은 꿈을 키우고 이뤄낸 마크를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옆집 친구처럼 느끼게 해 주고, 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잠깐, 마크는 그렇게 소망하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던가? 꿈의 높이 8,848미터는 어느 산의 정상이었지?

이건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크가 어떻게 꿈을 이뤄나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 꿈이 결코 최연소 최고높이 등정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기 단련과 의지가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산을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산을 갖고 있고, 그 산을 올라가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자신과의 싸움,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의 꿈을 이뤄나간다는 것은 내 목표를 위해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마크는 자신의 꿈도 소중하지만 병을 이겨내기 위한 힘든 여정을 겪고 있는 아버지와 가족의 곁에서 함께 하는 것 역시 누군가의 꿈을 이뤄내는 소중함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마크의 결단력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최연소 최고봉등반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즐거움과 정상에서의 환희라는 것.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회를 놓치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상투적인 성공기를 넘어선 진정한 꿈의 책이게끔 하는 것이리라.

이 책은 94년부터 97년까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에필로그에서 마크는 99년의 계획을 이야기했고, 지금은 2006년이다. 꿈의 높이 8,848미터, 에베레스트 등정에 대한 계획을 세웠던 마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중요한 것은 마크가 지금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겠지. 산을 오르는 일처럼 한발자국씩 내딛으며 쉬지않고 전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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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씁쓸한' 초콜릿일까. 잠깐 고민을 했더랬다.
너무 진한 맛 때문에 다크 초코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진한 다크 초코렛은 달콤함 보다는 쌉싸롬한 맛에 더 가까우니까. 먹는 것이라면 무장 들이담는 나 역시 진한맛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가끔 그렇게 쌉쌀한 다크 초코렛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이거 맛있는걸?'하며 즐기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 책의 느낌을 어떻게 적어볼까....?

초코렛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뜬금없이 초코렛 얘기만 꺼내게 되고 책의 느낌은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멀뚱멀뚱 책 표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과 과정을 모두 건너뛰어 마무리를 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지만, 에바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져있고, 이제 우리의 사랑스러운 에바는 여름을 맞이한다.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는 더 이상 땀이 번져 얼룩진 옷과 땀냄새와 수영복 밖으로 비어져 나오는 살들이 에바와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바는 화려한 변신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껏 멋지게 변할 것이라는 암시도 없다. 단지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는 마음은 느낄 수 있다. 그래, 그것이 훠얼씬 더 소중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빤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뻔뻔하게 처음의 시작과 끝을 미루어 짐작하게 해버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빤한 이야기가 스며들듯이 내 마음을 더 뒤흔들어버렸다. 그저 평범하게 등장하고 사라진 남자친구 미헬과 별로 중요하게 나오지도 않는 프란치스카와 에바의 다른 친구들로 인해서 말이다. 엉뚱하게도 내 천주교 세례명이 프란치스카여서 좀 더 세심하게 마음이 끌렸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에바가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깨달아가게 되는데에는 친구들의 '그래,넌 그래. 근데 그게 어때서?'라는 대답이 분명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구? 당연히 내가 그랬었으니까.
난 항상 '네가 싫어'라는 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게 어때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 어릴적 기억속에 '난 네가 좋아'라는 말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그런거야.

다크초코렛이 싫은 이유는 너무 진해서 씁쓸한 맛이 나기 때문이고, 또한 그것이 다크초코렛의 진짜 맛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이유도 되는 것이고. 
언제나 어느때나 어느 누구나 모두 다크 초코렛을 좋아한다든가, 싫어한다든가 라는 말은 할 수 없는거야.

추운 겨울의 하루처럼 오늘도 미친듯한 바람이 불어대고 눈이 내리고 길이 얼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바람이 움직이는 길이 보이고 먼지같은 눈송이속에서도 반짝이는 것들이 보인다. 이거야말로 굉장한 일이 아닌가.
에바가 발견한 '굉장한 날'이 바로 오늘 내가 본 '바람길'같은 날이 아닐까, 싶다.

내게 오늘은 반짝이는 겨울날이다. 굉장한 날이다. 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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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2-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짝반짝 발마스 다녀감 ...

chika 2006-02-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역시 빛나시는군요! ^^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구판절판


굉장한 날이 왔다!
수많은 날들이 천천히, 느릿느릿, 더디게 지나갔다. 힘든 일 분 일 분이 지겹도록 죽 늘어서야 한 시간이 지나가는 그런 날들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수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마치 세상이 정지해버린 것 같은,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덩어리에 갇혀 질식해버리기라도 한 것 같은 날들이었다. 자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단조로운 일상 외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채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찬란히 빛나는 것도 없고, 칙칙한 잿빛 위에 한 점 화사한 부분도 없고, 눈길도 없고, 웃음도 없고, 스쳐가는 말들도 없고, 부드러운 손길도 없었다.
그런 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굉장한 날이 왔다.
날씨가 좋은 날은 아니었다. 오히려 음산하게 구름이 드리운 날이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이 잿빛 아침을 내다보았을 때 에바는 벌써 피부가 근질거리는 느낌, 여름날 아침의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느꼈다....... 하늘과 집이 같은 색깔이었다. 물론 그 농도는 달랐지만, 그걸 구별하려면 자세히 눈여겨보아야 했다. 보기 드문 잿빛이었다.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 안는 잿빛이었다.-187-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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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8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의 높이 8,848 미터 - 16세 소년의 에베레스트 등반기
마크 페처.잭 갤빈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1월
절판


"왜 그 애를 말려야 하는 거죠? 어떻게 말릴 수가 있겠어요? 그토록 불타는 소망이 있는데 그 아이의 꿈을 방해해야 하는 걸까요?"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말리는 대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훈련 스케줄은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그토록 춥고 비가 내리는 밤에 내가 집에 있으려고 하면, 아버지는 병원 계단에서 달리기를 하도록 날 태워다 주시기 위해 자동차 키를 돌리셨다. "산에선 실수는 용납되지 않아"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가지 말거라" ......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꿈을 이루도록 허락해주고, 자신들이 감히 시도해보지도 못 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137쪽

나는 이 산에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내 위로는 우윳빛 별들이 눈부시게 총총 박힌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아래, 훨씬 아래쪽으로는 라피라(에베레스트와 네팔 쪽의 작은 산들 사이에 난 통로) 근처에 조용한 번개폭풍이 번쩍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그렇다. 팀을 이루었다고 해도, 등반해서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다.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무리 팀에 균열이 생긴다고 해도, 누가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정상을 향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신중하게 모든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나의 몫이다. 다른 사람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변명도 필요 없다. 모두 나에게 달렸다.-148-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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