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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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은 사귀고 있던 남녀가 이별을 통보하며 벌어진, 요즘 많이 발생하고 있는 연인간의 범죄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별 생각없이 그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이려니 하고 있었는데 사건의 피의자가 무호적자라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별을 고한 남자친구를 칼로 찔렀다고 순순히 자백한 하나는 막상 경찰서에 가서는 그 자백을 부인하며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그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하나의 뒤를 쫓던 경찰 리호코는 노숙자로 알고 있던 하나가 창고이기는 하지만 공장 안쪽의 독립된 공간에서 여러명의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모두 무호적자이며 무호적3세인 아이 미라이까지 열여섯명의 사람들이 수십년을 그곳 폐쇄된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하나와 그의 오빠 료가 공장부지에 버려진 시기 즈음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남매 - 친모로부터 유기되어 새들과 함께 자라 새장속의 새와 같은 행동을 보였던 남매는 구조가 되어 복지시설에서 잘 지내는 듯 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유괴되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라진 새남매가 하나와 료 남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유괴사건과 현재의 무호적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인가 싶었는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회파미스터리일까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이 떠오를만큼 미스터리 요소가 사라진다. 그러다가 또 이야기는 어느새 미스터리를 떠올리게 하는 반전의 반전으로 흘러가고 이 이야기의 끝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전 지금까지 경찰로서 일반 사회에서 여러 가지 규칙을 따르며 살아왔어요.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이나 조례에 근거해 범죄자를 잡는 게 제 일이자 사명이었죠. 하지만 이번 일로 뼈저리게 느낀게 있어요. 제가 믿었던 일반 사회는 전혀 완벽하지 않았구나, 나는 수많은 법률과 규칙을 만들어낸 사회 자체를 의심했어야 했다고요."(410)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문장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법 제도 안에서 보호를 받고 당연한 권리를 행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 최근 제주4.3사건 이후 무호적자인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호적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아 유기 살해, 매매 같은 흉흉한 사건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그나마 병원에서 출생해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으면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 이후의 대안이 없는 것이다. 


법제도의 헛점과 자신들의 처지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보고 싶어도 자신들을 위한 법제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너무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결국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지극히 소설적인, 아니 이 소설이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무호적자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했다. 내가 스스로 찾아보면 되기는 하지만 일본의 제도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무호적자들에 대한 지원은 어떤지 역자의 말이나 편집자주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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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8월의 문동챌린지 # 밑줄긋기

그나마 가장 쉬운 챌린지라는 생각을 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그동안 필사하던 노트를 못찾았다. 알서점의 노트를 보며 저거 끄집어내면 되는거야, 했는데 막상 꺼내어 펼쳐보니 다른 필사노트.

그래도 구석에 박혀있던 불안들 필사노트를 찾기는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그냥 덮었다. 기억나지도 않는 문장들이 되어버려서.

대신 최근에 올렸던 시 필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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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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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보다 편하고 백화점보다 더 꿈같은 국민 힐링소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소설 홍보 문구겠지만 왠지 이 홍보문구를 먼저 봤다면 소설의 내용이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카페 네버랜드가 그런 꿈 속의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은 지극히 사실적인 T형의 성향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요즘의 내게는 와닿지 않는 곳이라 치부해버리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사실주의에 입각한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꿈의 네버랜드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찔피노 -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이라는 별칭을 달고 있는 한연주는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공무원 시헙에 합격하고 바로 학교를 자퇴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어린나이지만 연차가 높은 7급공무원이다. 오직 월급과 호봉을 생각하며 승진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녀가 계획안을 세운 노인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형태인 카페네버랜드의 실제 운영이 결정된다. 

승진의 발판이 될 카페네버랜드의 성공을 위해 연주는 여러가지로 애를 쓰는데...

카페에서 일하기 위해 이력서를 낸 사람도 딱 네명뿐인데 커피를 만들기는 커녕 암기외에는 융통성도 없는데다가 귀까지 잘 들리지 않는 기복, 흥신소를 하다가 공공근로로 연명하던 만영, 아내와 가족이 있지만 손주를 봐주기 위해 딸에게 간 아내가 몇년째 돌아오지 않아 홀로 생활하는 준섭, 뇌물을 받아 교장에서 평교사로 강등된 후 불명예퇴직을 한 석재 등 각자 사연많고 하자(!) 많은 할아버지가 카페 네버랜드를 운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철밥그릇이라 하지만 옷차림새에 대한 불만 민원까지 받아야하는 담당공무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나 싶다가도 힘든 일은 모두 계약직 공무원에게 떠넘기고 어떻게하면 민원과 맞닥뜨리지않고 무사히 업무시간을 넘기려하거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무위도식하는것처럼 그려지는 상급공무원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역시나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입신양명(!)을 위한 발판이 될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다가도 어느새 스며들어가 의외의 행동을 하는 연주와 네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뭔가 감동을 주는 포인트들이 다 예상이 되는 전개로 이어지는건가 싶지만 행복한 네버랜드로의 직행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큰 의미가 있는 카페 네버랜드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완전무결하지는 않더라도 모든것을 잘 해내는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네버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아니 우리 모두에게는 약점을 뒤집을 강점이 있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힘이 되어주는 사람일 수 있으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초반에 등장하고 해고된 계약직 루리에게 열살 된 아이가 있다는 것이 선입견을 깨는 놀라움이 아니라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터득한 기술들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서 세상살이의 정의실현에 대한 쾌감을 느껴보는 것이 더 큰 놀라움이다. 그리고 그녀의 성이 '이'씨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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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는 모두가 꺼리는 ‘민원 불만 접수창구‘에서 일했다.
대체인력 계약직으로 연주와는 동갑이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연장계약이 가능했다. 그녀도 그걸 원하는 눈치였으나,
쉽지는 않을 듯했다.
그녀는 민원인들의 불만사항을 듣는 데 주력했다. 원체 말수가 적은 탓인지 차분하게 청취하는 일에 뛰어났다. 성난 황소처럼 창구로 들이닥치는 민원인도, 평온한 얼굴로 돌아가게 했다. 연주는 그녀의 그런 점이 신기했다.
말수는 적으나 할 말은 정확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민원인의 불만사항을 각 업무 담당자에게 전해야 했는데, 똑 부러졌다. 문제는 때때로 민원인을 대변하느라 업무 담당자와 얼굴을 붉힌다는 점이었다.
누구보다 맡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기에 계약 연장이 힘들 수도 있다. 그녀는 그 법칙을 모르는 듯했다. 일을 제대로하는 것과 잘하는 건 엄연히 달랐다. 이 세계, 이 공간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랬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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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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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소녀첩보원들의 활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설명은 소녀첩보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찾아보게 했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 설명을 보면서도 쉽게 믿지 못했지만 오래전에 읽었던 2차세계대전에 여성전투원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훈련 중 계획파기로 여성전투원의 이야기는 사라졌다는 내용의 소설을 떠올리니 우리나라의 소녀첩보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역사적 기록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내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들에 대한 내용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이 소설을 서둘러 읽어보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 기록에 근거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이 너무 소설 - 꾸며진 이야기 같아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심마니 홍주는 한여름 뒷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흰토끼를 만나고 토끼로 인해 산삼을 발견하게 된다. 흰토끼를 산신님으로 여기며 자신에게 쫓아오라는 듯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산위까지 올라가게 되고 그 윟에서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반갑게 손까지 흔들어준다. 그런데 그 비행기는 홍주가 사는 마을을 폭격해버렸고 홍주는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전쟁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폭탄과 같은 것이고 가족을 잃게 하고 생활의 터전이던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려버리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며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첩보전이 치열해지고 그 와중에 어린 소녀들이 적진에 파고들어 정보를 캐내고 확인하는 활동을 하지는 못할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과감히 그들을 모집했고 그 소녀첩보원들을 래빗이라고 칭했다. 홍주는 그런 래빗이 되었고 홍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이 소설은 어린 소녀들을 첩보활동에 이용하면서도 끝까지 그들을 믿지 못해 끊임없는 상호정찰을 요구하고, 죽기 위한 첩보활동이 아님에도 살아남은 래빗들에 대해 변절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해야하는 상황들에 대해 홍주의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늘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설명에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아군의 총에 허망하게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홍주의 마음 한 조각에도 전쟁의 비정함이 담겨있다.


소설에 대한 궁금증은 한국전쟁 당시 비정규군으로 활동을 했으며 전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수많은 참전용사들, 특히 여성 군인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전쟁에 대해, 그 비극에 대해, 피폐해져가는 사람들 사이에 그래도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그저 흥미로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극적인 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행복한 결말도 아닌 느낌에 래빗에 대해 기사검색을 해 봤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첩보활동에 대한 함구령으로 인해 보상은 커녕 알려지지도 않았고 수많은 동무들의 죽음을 겪었으면서도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도 못받은 현실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다시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의미를 읽고 새겨본다. 나 역시 그들의, 우리 모두의 미래를 응원하겠다.


"전쟁 중 서로의 감시자로 만날 수밖에 없던 홍주와 유경이 동무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전쟁 중이기에 모든 것들이 쉽게 사라지던 시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대여서 잃어버린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시대를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제 마음은 미래를 택했습니다. 꿈을 이루는 미래, 연인과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미래, 가족들과 살 부대끼며 살아가는 미래. ... 꼭 그 미래에 가 닿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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