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었다가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러 가자.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다르지 않으니 죽음이 가장끔찍한 악은 아니야.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상황을 예상해야 했는데! 때를 가리지 않고 종교적 발작을일으키거나 신비스러운 열광에 휩싸이는 사람 아닌가, 특히 최근들어 그는 빛 속으로 이끌려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러나 보아하니 콜롬바누스 수사는 땅바닥에 온몸을 맹렬하게 내던지면서도 조금도 다치지 않는 방법을 체득한 모양이었다. 환영으로 인한 것이든 죄악으로 인한 것이든 종교적 발작에 빠져 자신의 몸을 내던지면서도 그는 날카롭고 딱딱한 물체에 부딪치거나 혀를깨무는 법이 없었다. 술 취한 사람을 다룰 때처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이 고통에 짓눌린 수사를 살펴보는 동안, 그로서는 마음한 켠에서 일어나는 신랄한 생각을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종교적인 열정의 과잉 또한 과음과 다름없는 도덕적 문제야.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느님께서 시간을 두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겠지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긴 채 카이는 어둠 속으로 터벅터벅 멀어져갔다. 캐드펠은 심란한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그래,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이 간혹 약간의 도움을 구할 때면 인간은 대개 훼방만 놓지.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범생 아닌?

너무 더워서 쉬는 날 새벽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앉아있다가 티비를 켰는데 이웃집찰스가 나온다.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라 그냥 보고있었는데 대화의 자막이 이상하다.

누가봐도 딱 모범생 아니?

이 말뜻은 누가봐도 모범생이다, 인데 자막은 모범생 아닌? 이라고 되어있다.

이러니 또 어제 서진이네를 볼 때 차이니즈푸드, 라는 말이 들린것 같았는데 자막에는 한국음식 만든다 그러고.

괴리감이란 이런건가.
내 귀가 이상한건가.
내 선입견이 센건가.

차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안내자도 없이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가게 되었다. 보고 싶은 작품을 잘 찾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 넓은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하나,하고 있을 때 마침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고 한무리의 아주머니들 옆에서 한국말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으려니 우리의 귀동냥을 눈치채신 분들이 가까이 와서 함께 다니자고 해 주셨었다. 그때 본 모나리자의 실제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곳에서 처음 그 존재를 알았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역시 잊을수가 없다.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설명을 해 줬던 가이드는 미술을 전공하는 유학생이라고 했고 유독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 이야기를 유난히 길게 하면서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어 그런지 그냥 스쳐지나쳤을 그림이 역사적 사건을 담은 대단한 그림으로 느껴진 것이다. 

[명화잡사]는 그렇게 그림을 통해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물론 저자가 잡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림을 그린 화가나 모델에 대한 개인사와 흥미를 일으킬만한 여러 소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로 인해 조금은 가볍게 글을 읽다보면 그것이 곧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해 좋았다. 


책의 표지 그림은 '제인 그레이의 처형'의 일부인데 그림이 낯설지는 않지만 자세한 그 배경에 대해서는 들었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묘사하고 있는 제인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를 살리고 싶었지만 죽일 수밖에 없었던 메리 여왕의 이야기는 그동안 앤 불린을 중심으로 알고 있었던 단순한 치정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다시 살펴보게 해 주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으로 시작해 그림 속 인물 개개인의 입장을 스토리텔링하듯 묘사하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복잡해보이던 영국 역사의 일부가 좀 더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솔직히 처음 책을 읽으면서 4개의 장으로 나뉘어있는 글을 별 의미없이 무심코 읽어나가다가 이 개별 그림들이 역사속에 어떤 의미로 언급을 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각 장마다 [인문학까페]라는 글로 시대의 흐름과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전체적인 역사의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림과 화가들의 생애는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아서 그런지 간결한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고 좀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림과 역사를 좋아하는 내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그림과 역사에, 특히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마리앙뜨와네트의 목걸이 사기사건이나 막시밀리안 황제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도 흥미롭기도 했지만 관심이 더 컸던 것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와 그림이었다. 그림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림이 많지는 않아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인상적인 그림과 설명이 있어서 명화잡사,로는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