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데 파레하>를 보자.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가. 기품 있는 태도와 표정이 높은 신분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후안 데 파레하는 벨라스케스의 하인이자 노예 계급이었다. 당시 가장 핍박받던 이슬람계 혼혈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모노톤으로 다소 무거운 느낌이지만 어깨의 하얀 칼라 등을 통해 얼굴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희화화하거나 낮췄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파레하는 벨라스케스의 조수이기도 했다. 파레하의 재능을 알아본 벨라스케스는 자유민 신분으로 그를 놓아준다. 이후 파레하는 계속해서 화가로 활동했고, 그의그림 <성 마태오의 소명>은 현재 프라도미술관에 걸려 있다. 그 시절 관습과 편견을 깨고 자신의 하인까지도 위엄과 개성 있는 인물로 그려 낸 벨라스케스의 시선은 정말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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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책선물이 사라졌다. 아니, 그냥 '사라졌다'라고 해버리면 정말 사라진 것 같으니까.

책선물을 주고 받기는 하지만 마음을 다해 선물을 하기 위한 책고르기는 사라져가고 있다. 예전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책을 즐겨읽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가끔씩 책선물을 하곤 했었다. 한 친구는 기념일에 내가 메모와 함께 책을 건네주는 걸 좋아해서 그냥 그 시기에 출간된 책 - 읽지는 않았을 것 같은 책 선물을 했더니 메시지를 쓰지 않았다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책 내지에 메모라도 해서 주라고 하기도 했었지. 


여전히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책선물을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내게는 책 선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뜬금없이 '책 선물'을 한다면 어떤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가,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누구에게 어떤 책을 선물하면 좋을지... 막연하게라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만약 나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장바구니에 넣어 둔 책들 말고, 누군가 내게 책 선물을 해 주고 싶으니 슬쩍 골라봐라, 라고 한다면.

- 이 생각만으로도 잠시 행복한 마음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면 떠오르는 책들이 있는데말야, 하면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잠깐 때를 놓쳤더니 초판 판매가 종료되어버렸더랬다. 망설임끝에 초판이 아니라면 새로운 굿즈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지 했는데 아직 그 '때'가 오지 않고 있을뿐.


그리고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리커버가 나와버렸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고 하기엔 좀 거짓말 같은 느낌이지만 적어도 내 경험치를 생각했을 때 나는 하루키 에세이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일큐팔사도 구입만 해놓고 장식용이 되어버렸고 에세이파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기사단장죽이기를 읽지 못했다고 하니 - 사실 초판이 나올 때 선물해준다는 분에게 '하루키 소설은 안읽어봐서...'라는 대답을 하고 사양했었는데, 리커버판이 나오고 다른 친구가 어머나,를 외치며 선물 해 준 기사단장 이야기 역시 여전히 펼치지 못하고 있을뿐이다.


하루키 에세이를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슬금슬금 읽은 에세이가 꽤 되는데, 리커버를 골라 사기는 그렇고.

그렇지. 이것이야말로 딱 선물용으로 받고 싶은 책이 아니겠는가!!!

- 왠지 이것이 바로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같은 꿈이런가 싶을뿐이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들 중에 하루키의 첫 수필집이라는 발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를 찾아 힘들게 꺼내어들었다. 이어지는 나머지 에세이는 찾을 수 없으니 새로 나온 리커버를 탐내는 것이 허황된 것은 아니겠지.

하루키 소설은 추천을 받고, 하루키 에세이는 추천을 하고. 

추천을 하는 책이니 이제 소장만 하면 될텐데, 내게 주는 선물의 핑계를 찾아보다가 문득 굳이 핑계가 있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루키 에세이인데. 그냥 나를 위해 소장하면 되는 거 아닌가....











https://cafe.naver.com/mhdn/19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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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23-05-2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
잘지내시지요. .
류는 대학교3학년이 되었어요. .
제가 늙었죠

이름을보고 반가운마음에
댓글달아요

chika 2023-05-29 00:36   좋아요 0 | URL
앗, 울보님! 진짜 오랫만인듯하네요.
꼬꼬마였던 류가 대학...그만큼 저도 나이를 먹었다는것이 실감나네요. ㅎ
글로나마 종종 뵈면 좋겠어요 ^^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보려 했지만 원인불명의 통증으로는 의사로부터 ‘근로능력불가‘라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다. 가난을 증명하는것도 어렵고 수치스러운데, 몸이 아프다는 걸 증명하는 건 더 복잡하고 굴욕적이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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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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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늦둥이를 임신했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친구가 생각이상으로 건강한가보다,였다. 그런데 산모의 나이가 많으면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며 검사를 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었다. 과학적인 확률로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 확률에 걸리는 사람은 몇퍼센트나 될까.

이 책의 저자 칼 짐머 역시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전과 관련해 무서운(!) 상담을 받아야 했다. 유전이라는 것은 단순하게는 닮은 꼴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핍을 이어받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토리텔링처럼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한 과학 실험 결과의 설명은 어렵지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사실 중간에 펄 벅의 이름이 등장해 그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일까 싶었는데 언젠가 들었었던 가족사가 유전과 관련해 풀어놓고 있어 몰입하여 읽을 수 있기도 했다. 


이 책은 유전과 관련하여 DNA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에 더하여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유전적으로 우성 인자가 열성 인자를 이겨 전달된다고 하지만 자료 데이터를 통해 환경적인 요인이 유전자를 이기기도 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의 작은 키를 이어받아 아이 역시 키가 작을까봐 어릴때부터 키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임을 알겠다.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키메라였다. 자신의 아이와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일치하지 않아 유괴혐의를 받고 아이마저 빼앗길 처지가 된 엄마가 억울함을 이야기할때도 그 결과에 대해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는데, 그 엄마의 변호사가 다른 판례를 통해  셋째 아이를 낳는 모습을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역시나 아이와 엄마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었던 또 다른 엄마의 사례를 들어 여러 세포를 검출 해 다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아이와 일치하기도 했지만 또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 몸안에 내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가 있을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 이것이 과학일까 비과학일까 의심스러웠을 것인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니.


"유전자 유전이라는 단면적 개념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자연 세게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전의 정의를 다시 확장해 다른 경로들, 즉 문화든 후성 유전 표지자든, 숙주에게 편승하는 미생물이든, 혹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어떤 통로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630)는 것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있는 것 같다. 


[웃음이 닮았다]는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어있어서 괜스레 어려운 과학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실제 인물들의 사레를 통해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니 유전의 역사에 대해,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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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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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자 출신의 미술 이야기,라고 하니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설명할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보고난 후라는 것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던 저자의 그림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앟았는데 실물 책을 받아들고 환호성을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그림을 보면서 - 낯선듯하지만 낯익은 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이다. 클림트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황금빛(!) 작품들이 많지만 저자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언급에서 여러 작품 중 하나인 메다 프리마베시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가족의 카테고리에는 분명 부부, 엄마도 모두 포함되는 것일텐데 그 부분을 세분하고 싶어서였는지 그 안에서 또 나누고 있는 것은 엄마도 있고 여성도 있다. 문득 이 한 권의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그림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서 이렇게 구분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굳이 소주제를 마음에 담아 그림들을 연관시키지 않고 개별의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다보니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책을 가까이 두고 퇴근 후 한번씩 들춰보면서 느낌이 가는 그림들을 감상하고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에피소드를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히틀러가 미술학도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린 그림 '자화상'은 처음 접해봤고 딱히 마음에 드는 그림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물론 모두가 칭송하는 그림이 내겐 그렇지 않을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수도 있지만 내게는 자꾸만 다시 보게 되는 그림이 되기도 할 것이니 히틀러의 그림 역시 그런것이겠지.


얼핏 보면 주제에 따른 그림의 설명과 감상이 담겨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그림이 낯익은 것들이기는 하지만 콜테츠나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실려있는 것이 좀 더 반갑다. 가끔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싶어도 작가 이름이 전혀 안떠올라 찾기 힘들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한가지 사족을 붙인다면 나 역시 그림에 대한 관심은 그저그랬었는데 처음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루브르에서 모나리자의 실물을 보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오묘한 미소에 대한 느낌은 인쇄된 도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고 그 생생함으로 인해 좋아하는 그림은 언젠가 꼭 실물 그림을 보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화질이 좋은 인쇄도판으로 좋은 그림들을 찾을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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