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을 읽으며 처음 인식했던, 아니 이건 좀더 거슬러 올라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읽고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것인데.
흑인여성이라는 이중,삼중의 차별.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책에 빠져들었던 10대소녀 시절, 책은 나를 익숙한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 놀라운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책은 이국적이고 색다른 신세계와도같았다. 책에는 모험이 있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책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관점 덕분에 나만의 작은안전지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작은 책 한권만 있으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 페이지 속 단어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심을 품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이 사회의 고정된 성역할과 가부장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운동이 일어났다.
그 시대에 여성해방이란 젠더에 대한 이 놀랍고도 신선한 사고방식에 붙여지는 이름이었다. 나 또한 이전부터 사회가 주입하는 전통적인 여성상과 내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에 여성해방운동에 간절히 참여하고 싶었다.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을위해, 모든 여자들을 위해 자유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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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그가 몽골 출신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여포의 고향 포두는 지금의 내몽고 지역이다. 유목민 기질을 타고난 여포의 행동은 농경민인 한족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실례로 아내의 침대에 손님을 앉히고 아내로 하여금 술을 따르게 하는 풍속은 유목민 입장에서는 손님에 대한 최고의 예의지만,
한족의 입장에서 보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야만인인 것이다.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는 여포의 무계획적인 성격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상관도 거침없이 살해하는 반항아적 기질로 인해 최고의 장수임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인간으로 전락하고만다. - P164

유비 역시 당대 최고의 영웅인 조조의 품성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그의 움직임에 따라 유리한 정치적 소신을 펼쳐간 것이었다. 중국인은 대의명분을 취하지만 항상 실리적이다. 대의명분도 따지고 보면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교묘하게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전략으로 활용하는것뿐이다. 유비는 이 점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유비를그들의 영웅으로 삼았다. - P185

역사는 전설을 몰고 다니고, 전설은 때때로 역사를 추월한다. 그리고 신화와 조우한다. 신화는 역사를 부풀리고 인간은 그 역사를 스스로 맹신한다. 그래서 오늘도위대한 역사 만들기에 골몰한다. 역사가 항상 다시 쓰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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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치러야만 영원한 정의를 얻는다면, 그리고 그 정의의 대가로 살아 있는 인간을 죽여야 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런 정의를 위해 싸우지는 않을 거야. 




어떤 물질이든 외부에서 가해지는 열에 의해 온도가올라갈 때 그 물질 고유의 임계점이 있다. 그 지점을 지나면 아무리 열을 가해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물이끓는 비등점이 있고 쇠가 녹는 용해점이 있듯이, 정신도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행복감 역시 절정에 이르면더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고통, 절망, 굴욕, 혐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그릇에 물을 부을 때 가득 차면 더는 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 P234

세상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많이 다르지 ‘항상 성실하라, 정직하라!‘라고 배웠지만, 그런 세상이 단 한 번이라도 실현된 적이 있던가? 사람은 꼬리가 잘려 나가도 다시 자라는 도마뱀이 아니야.  - P288

"내 말을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는 《로테파네 출신이 아니야. 나는 내전이 어떤 것인지,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어. 내눈이 먼다 해도 그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당시에 적군과 백군이 세 번씩이나 번갈아 가며 그 마을을 장악했는데, 소비에트 군대가 마을을 탈환했을 때 우리를 소집해서 시체를 파묻으라고 하더군.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까맣게 숯덩이가 되어버린 아이들과 여자들, 말들의 시체를 내 손으로 묻었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시체들은 한마디로 지옥 같은 공포그 자체였어. 진동하던 악취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 그 후로 나는 소위 내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어. 내전을 치러야만 영원한 정의를 얻는다면, 그리고 그 정의의 대가로 살아 있는 인간을 죽여야 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런 정의를 위해 싸우지는 않을 거야. 나는 이제 어떤 일에도 신경 쓰지 않아. 관심도 없어. 나는 볼셰비키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아. 나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자본주의자도 아냐. 나는 아무래도 좋아, 나 자신의 일에만 관심이 있어. 내가 봉사하고 싶은 단 하나의 정부는 바로 나 자신이야. 다음 세대가 행복해지든지 말든지, 공산주의 국가가 되든지 파시스트 국가가 되든지 아무 관심 없어. 내 관심은 오로지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것뿐이야. - P292

어쩌면 실제로 제 마음속에 큰 분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무도 부럽지 않아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잘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은 저보다 못되어야 한다는 식의 질투심은 없습니다. 저는 남의 행복을 시샘하지않아요.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남이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면 자신은 왜 그렇게살지 못하는지, 자책하듯 스스로 묻곤 하죠.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의 행복과 저의 행복을 비교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왜 저는 행복하지 않은지를 생각할 뿐이죠." - P303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돈의 위력을 실감했다. 돈은 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없을 때에는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따라서 돈은 ‘자유‘라는 거룩한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단념해야 할 일이 생기면 분노가 솟구치게 한다. 이른 아침 어둠 속에 앉아 뿌옇게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볼 때나, 황금빛으로 물든 커튼이 돈 많은 사람에게 안식과 자유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화가 치밀어올랐다. 부유한 남자들은 원하는 여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커튼이 쳐진 방안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갈 곳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무거운 걸음으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자연계에서는 오직 바다만이 내포하고 있는 잔인함과 같은 것이었다. 바다는 엄청난 양의 물을 가지고도 사람을 갈증으로 죽게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아늑하게 햇빛이 들어오고 폭신한 침대가 있는 조용하고 안락한 방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수십만, 수백만 개의 방, 셀 수도 없이 많은 방, 아무도 사용하지않거나 비어 있는 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그 방 한 칸이 없었다. 잠시 서로 기대거나 입을 맞출 공간이 없었다. 온종일 쏘다니며 느꼈던 미칠 것같은 갈증과 분노를 풀어줄,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으리라고 자신을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짓말을 시작했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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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6-16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르디난트의 이 말들...
너무 절절해서 잊히지 않아요!

chika 2023-06-17 08:33   좋아요 1 | URL
이야기가 궁금해서 서둘러 읽다가도 정말 잠시 숨고르고 천천히 읽을수밖에 없는 글이었어요. 오래전 작품이지만 지금 시대상을 보여주는것같은 느낌이. 역시 통찰력이 있는글은 다른거라며.
 

정상에 선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내려다보지 못하고,
행복에 겨운 사람은 남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법이다. 실제로 고생해본 사람만이 어떤 일에나 방심하지 않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렇게, 직감적으로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기고 남보다 더 영리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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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는 반차를 내고 어머니 모시고 밥 먹으러 댕겨왔다. 요즘 말로 입터졌다고 하던데, 지난 달 감기에 걸리시고 도통 식사가 시원찮더니 감기 낫고 요즘은 식사를 잘 하신다. 어제도 해물뚝배기 한그릇 뚝딱. 그 동네에 런던베이글 생겼다고 가봤더니 예상보다 더 많은 차량과 대기자들이 득시글. 그래도 기다리고 입장하고 빵을 고르고 계산마치는데까지 한시간 안걸렸다는 것이 신기하다. 뭐가 대단하다고? 할수도 있지만 원래 베이글을 좋아했으니 나는 만족. - 지금 사무실에 혼자 있어서 이 글 쓰다가 생각나 뜯어먹다 남은 플레인 베이글 반쪽을 꺼내 먹고 있다. 조금만 덜 짜면 더 만족스럽겠지만. 뭐.


그래서 어제 오후에 집에 일찍 들어가 앉아있으려니 집중해서 읽을 책을 꺼내들고 싶었다. 사실 첫줄의 책들은 읽어야하는, 읽으려는, 오늘 받은 책들인데 책탑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던 - 책 받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잊혀지고 있다니. 무섭구나. - 우체국 아가씨를 꺼내들고 읽기시작했다. 읽고 싶었던 책은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꼭 조금씩이라도 읽는 습관을 갖기로 하니 책진도가 조금씩 나가고 있는 중. 숙제책은 당연히 기한내에 읽게 되겠지만 의무감없이 그냥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들은 자꾸 뒤로 미뤄지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옥타비아 버틀러 신간도 이제야. 아니지. 이제야 구매를 했는데 - 사실 이제 구매,라는 건 지금 읽겠다는 뜻이었지만 6월 이내에 읽을 수 있으려나, 싶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4.3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언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을 지금 읽기에는 아직 마음이 동하지 않고 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역사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한동안 불편하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불편함도 없이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시사인 신간소식을 보고 있는데 이 책이 금서였구나. 번역이 안된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흠.









[우리는 출근하지 않는다] "재택근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를 바로잡겠다는 약속이 될 수도 없다"

저자는 유연근무제를 이렇게 평가한다. "출퇴근이 없다는 것은 아침저녁으로 자유 시간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었다. 침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폰을 움켜쥐고 출근 도장을 찍게 된다는 뜻이었다" 유연성이란 사실 '내내 일할 수 있음'을 의미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번득이게 할 자연스러운 대화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사무실 노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일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동아시아 미술, 젠더로 읽다] "여성문제에 진보적이었던 나혜석이 정물과 풍경만 그린 건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이 여성들이 자리할 수 있는 미술사의 판도를 새로 짜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조선 문인들의 미인도, 조선후기 문인화 속 책읽는 여인, 명청대 초상화, 일본 경직도 속 여성 노동, 자수 병풍 등을 분석했다,라는데. 관심이 갈듯말듯...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 까 서로 또 치고받았다"

공부 잘하는 '계집애'라 안타깝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라 장관은 못해도 박사는 할 수 있었다. 대학원에서 뭘 할 거냐고 묻는 말에 엉겁결에 '우리 집 역사를 쓰겠다'라고 답한다. 저자의 큰아버지는 시큰둥하게 1만엔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걸 누가 읽겠냐?" 

'재일 코리안 3세. 여성. 사회학자'인 저자에게 자신의 가족은 역사가 비워둔 숱한 공백 중 하나였다. 제주4.3에서 살아남아 일본으로 이주해 삶을 일군 사람들이 들려주는 내밀한 생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연인지. 요즘 뉴스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퇴근하고 티비를 켰다가 7시 뉴스를 보게 됐다. 시리즈 기획 특집으로 재일제주인의 삶...뭐 그런 내용을 내보내고 있던데. 일본인들이 천하게 여기던 일을 조선인들이 다 도맡아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원래 재일제주인들이 집성촌을 이뤘던 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라는 것만 들어서는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인데. 이 기획뉴스는 찾아 들어볼만한건데, 어제도 뉴스는 스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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