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렇소!" 웬도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제 이리 오게, 친구." 자신의 두 동료가 거의 위험한 선에 이를 정도로 화가 난 게 명백해지자 클린턴 경이 끼어들었다. "변이두 개인 삼각형이라든가 그 비슷한 게 아니라면 뭐든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어. 중요한 건 경위가 내세운 가설의 가능성에 대해재미있게도 자네와 경위가 의견을 달리한다는 거지. 경위는 그게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네는 동의하지 않네. 이는 단지 개인차일 뿐이야. 절대자를 끌어들이지 말게. 그런 건 요즘에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니까."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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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식 클래식 - 당신이 듣고 싶은
정인섭 지음 / 솔깃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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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듣는 데 필요한 모든 이야기'라고 되어있는 이 책에는 클래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들어 본 음악가와 그들의 곡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에서 대부분 음악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은 음악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들이 작곡한 유명한 곡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어서 궁금했다. 아니, 그보다는 솔직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 방법은 최대한 많이 들어서 익숙해지고 그 수많은 연주곡들 중에서 내 취향을 찾아내는 것일텐데, 무작위로 마구 듣기보다는 그래도 추천하는 연주곡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간단한 음악사의 정리와 대표 음악가, 그 음악가의 대표적인 곡들과 또 명반이라고 일컬어지는 음반이 소개되어있고, 음반을 추천하는 기준 역시 최소한 우리가 구해볼 수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천했다고 하니 이것이 클래식에 접근하는 초보자인 내게 가장 맞춤인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전혀 문외한일 때 단골음반가게 주인에게 추천해주세요,라거나 여러 잡지나 기사를 통해 평론가들의 클래식 명반 추천을 보며 무작정 시디를 구입해 들었었던 기억뿐이다. 친구와 음반가게에 갔다가 말러교향곡을 꺼내달라고 해야하는 걸 밀러라고 해서 처음 들어보는 음악가라는 얘기에 당황해하다가 친구가 '밀러' 맥주를 잘못말한거 아니냐고 해서 한바탕 웃으며 챙피해했던 기억도.  


음악감상이야 개인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작곡가의 의도는 해치지않는 것이 예의,라는 말에 동감하는데 그래도 사실 클래식 곡을 전체 다 귀기울이며 듣는 것은 여전히 내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아직도 실내악을 듣는 것이 어렵고 교향곡이나 협주곡 위주로, 낯익은 선율 위주로 듣고 있는데 그마저도 플레이어가 고장난 이후로는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을 펼쳐들면서 유튜브를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종종 듣곤 했던 음반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비바람이 치던 날 한밤중에 파블로 카잘스 연주로 바흐의 무반주첼로를 들었던 기억과 친구가 내 취향일꺼라며 추천했던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협주곡 2번, 낯익은 음반자켓이 그대로 올라와 있는 이무지치 펠릭스 아요 독주인 비발디의 사계....솔직히 말하자면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실행시켜 듣는 음악은 예전의 그 느낌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듣는 클래식이 좋기는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작곡가와 곡에 대한 짧은 해설, 어떤 음반부터 듣는 것이 좋은지, 그에 더하여 들어보면 좋은 음반 추천에 곡에 대한 이런저런 주절거림이 있고 추천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큐알코드도 있어서 여러모로 클래식 초보자들에게는 딱 좋은 책이다. 찾아 듣다보면 클래식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 낯익은 선율들이 꽤 많아서 클래식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게 하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나처럼 추천명반을 찾아 듣다가 랜덤으로 걸린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전곡을 듣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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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에세이 필름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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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동안 내내 이 책을 들고다녔다. 책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꼬박꼬박 펼쳐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고,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라는 이유로 이 책이 그저 그와비슷한  금정연작가와 정지돈 작가의 영화에세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읽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쉽게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고 휴가전부터 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 표지만 실컷 봐서 그런지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지쳐있었다.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섬광을 느꼈다고나할까......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탄생까지였나보다. 한산, 비상선언을 보고 탄생까지 우연찮게도 한국영화만 봤는데 특별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사실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았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즐긴다거나 분석, 비평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난 어정쩡한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도무지 - 정말 두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무슨 말을 읽고 있는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서두에 작가님들 스스로도 의도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인지, 아니 의도가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글에 위안을 얻으며 책을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한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글을 읽고 있는데 이건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작가의 일상이구나,하다보면 또다시 이야기는 영화이야기로 이어지고...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오바마와 트럼프의 평행이론처럼 문재인과 윤석열 대통령이....어쩌구였다.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것만 같은.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의미를 따지며 먹는, 왠지 재미있는 맛일것같은 벤엔제리스라는 아이스크림은 진짜로 맛이 있을 것 같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동일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 시스템의 동적평형 때문이지요. 일본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 자체를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변화란 어쩌면 이런 것 아닐까요?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117)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시스템 자체의 흐름에 맡긴다는 것이 그저 흘러가는대로,라기보다는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파괴. 그래서 어쩌면 영화에서 길을 잃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이건 그냥 메타포예요"(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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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는 자기 자신을 비행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젠봄은 그게 무슨 뜻이냐고, 스스로를 일종의 탈것으로 생각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맞아요.˝
이어지는 로젠봄의 글˝고다르의 많은 발언이 그렇듯이 나는 지금도 이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발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점은 보다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실 영화나 텍스트는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운송수단이라는 사실을 말한 것이며 만드는 사람의 경로는 이 운송수단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의 경로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나는 어떤 운송수단의 제작자인데, 다른 사람들은 이 운송수단을 이용해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역시 멋진 말이다. 여기에서 글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의미심장하고 열려 있고…………. 다들 우리가 만든 운송수단을이용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세요. 자기만의 길을 찾아 떠나세요! 여행을 시작하세요!
하지만 나와 K정연은 여전히 답답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까?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을까?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가 뭔지, 그 영화를 보는 게 정말로 좋은 일인지・・・・・… 넷플릭스에서 오늘 저녁볼 영화도 못 고르는데! 영화 따윈 보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는데 우리는 왜 사서 고생하는 것일까.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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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그들이 어떤 모양을 만드는지, 규모나 배열, 형태 등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들은 단지 군집에 감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패턴을 만들것이다.
어내고 개별일 때보다 더 놀라운 반응과 움직임을 선보이는그러니까 개별 영화가 새라면 시네마는 철새 떼, 개별영화가 벌이라면 시네마는 벌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거기에 대해 말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영화가 지금과 같이 존재하는 것은 영화가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에 대한 사유는 걸작이나 비천한 영화 개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뛰어난 작가-감독이나 명배우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숫자와 그것들의 연결에서 온다. 루이스 부뉴엘은 "노동자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이들의 노하우가 부럽다"고 말하며, 안제이 바이다"의 영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한 편의 영화에서 다른 영화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흘러가는 비밀스러운 연속성 속 무언가가 내게 감동을 준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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