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 - 장마리아 그림에세이
장마리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감과 색채를 수놓는 화가, 장마리아"의 그림 에세이라고 하는데 이름도 작품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글이라니...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에세이를 읽을 때 작가를 알아야 글을 읽는 것은 아닌데 화가의 글이라고 다른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물론 요즘 극찬을 받는 화가라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장마리아라는 이름은 본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톨릭 세례명을 이름으로 쓴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날 때 거꾸로 들어선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기적을 바라자며 희망을 주었던 간호사의 이름이 마리아였기에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가 되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한(!) 이름을 받고 태어난 장마리아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림에 대한 이력 역시 평범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장마리아 자신의 삶의 모습과 그녀가 그려내고 있는 그림의 연결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고 있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글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느낌으로만 감상을 하는 수준이라 장마리아의 그림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운데 초반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솔직히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프링 시리즈를 보고 있으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무채색의 추상화에서 시작해 점차 화사함으로 변해가는 그림들이 그저 색의 변화만은 아닌 것 같아 더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멸하던 회색빛 반워은 이제 봄의 아지랑이가 되었다. 불운을 행운의 표식으로 바꾸는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128)라는 해답을 찾은 장마리아의 그림을 보면 "망막에 맺히기 시작한 회색빛 반원이 스프링 시리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에 다시 한번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게 되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화가에게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저하가 시작된다면 더 이상 화가로서의 삶이 끝나는 것일까,가 아니라 그 시점으로 시작된 스프링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긍정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태어날 때부터 거꾸로 자리잡고 있던 위치를 바로 잡아 무사히 이 세상에 나온 그녀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삶이 글과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던 장마리아의 그림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연작, ‘스프링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한다. 끝없는 부식과 소멸로 의지를 꺾어버린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나는 뼈아픈 과거의 일면을 통해빛의 역설을 전하고 있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불행의 성질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실 인생을 통틀어 불행 없는 희망이란 없다.
희망도 불행을 겪어봐야 희망인 줄 안다. 그때 알았다. 극단과 극단은 통한다는 것을. - P126

사람들은 대개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림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면 결국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영원히 삶을 마감하게 된다. 예술이 그렇듯 인생도 그렇다. 자신만의고유한 빛깔은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주도하고 선택한 시간 속에서 생을 여러 번 담금질하는 가운데 가능해진다. - P130

"예전 그림이 더 나은 것 같아."

초반에 새로운 시리즈로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급부상할 때였다.
값진 축하의 인사도 받았지만 더러 놀라운 시선도 쏟아졌다. 개중에는 진심 어린 조언을 가장해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이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림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맥락 없이 변한 것이라면 이러한 질문들이 따가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나름의 역사가 있었다. 지나온 모든삶에 당당했다. 세찬 비난과 조롱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였다.
나는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변화를 줄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삶과 그림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게. 그러나 그 본질이나라는 사실은 언제나 바뀌지 않는다.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급격한 시력 저하는 화가의 인생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겼다. 사물간의 거리를 느낄 수 없었고, 색과 형태에 대한 뚜렷한 구분이 어려웠다. 하지만 추상화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사실 추상이라는 세계는 답이 없다. 그러다 보니 무얼 그렸는지가 불분명하고, 그렇기에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나는 추상화를 그리면서 인생을 살다가 만나게 되는 변화무쌍한 순간들을 작품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원근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니 시멘트를 발라 두께감을 쌓았고, 디테일한 스케치를 생략하는 대신 색과 터치에 힘을 실었다. 툭불거진 조소와 색채가 깔린 회화, 그 어디쯤의 경계선상에 서게 된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 지금 할 수 있는일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 이처럼 인생에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지를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삶의 명확한 방향을찾는 시작은 언제나 자신이 어디 서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다.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과 작업


삶과 작업이 같이 가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삶도 자신과 꼭같기는 힘들다. 매 순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나와 세상의 괴리, 그리고 모순을 좁히기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세상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매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얼굴, 곧 자화상이란, 자신이 그리는모습이 아닌 타인에 비친 나의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