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는 모두가 꺼리는 ‘민원 불만 접수창구‘에서 일했다.
대체인력 계약직으로 연주와는 동갑이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연장계약이 가능했다. 그녀도 그걸 원하는 눈치였으나,
쉽지는 않을 듯했다.
그녀는 민원인들의 불만사항을 듣는 데 주력했다. 원체 말수가 적은 탓인지 차분하게 청취하는 일에 뛰어났다. 성난 황소처럼 창구로 들이닥치는 민원인도, 평온한 얼굴로 돌아가게 했다. 연주는 그녀의 그런 점이 신기했다.
말수는 적으나 할 말은 정확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민원인의 불만사항을 각 업무 담당자에게 전해야 했는데, 똑 부러졌다. 문제는 때때로 민원인을 대변하느라 업무 담당자와 얼굴을 붉힌다는 점이었다.
누구보다 맡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기에 계약 연장이 힘들 수도 있다. 그녀는 그 법칙을 모르는 듯했다. 일을 제대로하는 것과 잘하는 건 엄연히 달랐다. 이 세계, 이 공간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랬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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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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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소녀첩보원들의 활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설명은 소녀첩보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찾아보게 했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 설명을 보면서도 쉽게 믿지 못했지만 오래전에 읽었던 2차세계대전에 여성전투원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훈련 중 계획파기로 여성전투원의 이야기는 사라졌다는 내용의 소설을 떠올리니 우리나라의 소녀첩보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역사적 기록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내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들에 대한 내용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이 소설을 서둘러 읽어보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 기록에 근거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이 너무 소설 - 꾸며진 이야기 같아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심마니 홍주는 한여름 뒷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흰토끼를 만나고 토끼로 인해 산삼을 발견하게 된다. 흰토끼를 산신님으로 여기며 자신에게 쫓아오라는 듯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산위까지 올라가게 되고 그 윟에서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반갑게 손까지 흔들어준다. 그런데 그 비행기는 홍주가 사는 마을을 폭격해버렸고 홍주는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전쟁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폭탄과 같은 것이고 가족을 잃게 하고 생활의 터전이던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려버리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며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첩보전이 치열해지고 그 와중에 어린 소녀들이 적진에 파고들어 정보를 캐내고 확인하는 활동을 하지는 못할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과감히 그들을 모집했고 그 소녀첩보원들을 래빗이라고 칭했다. 홍주는 그런 래빗이 되었고 홍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이 소설은 어린 소녀들을 첩보활동에 이용하면서도 끝까지 그들을 믿지 못해 끊임없는 상호정찰을 요구하고, 죽기 위한 첩보활동이 아님에도 살아남은 래빗들에 대해 변절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해야하는 상황들에 대해 홍주의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늘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설명에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아군의 총에 허망하게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홍주의 마음 한 조각에도 전쟁의 비정함이 담겨있다.


소설에 대한 궁금증은 한국전쟁 당시 비정규군으로 활동을 했으며 전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수많은 참전용사들, 특히 여성 군인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전쟁에 대해, 그 비극에 대해, 피폐해져가는 사람들 사이에 그래도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그저 흥미로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극적인 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행복한 결말도 아닌 느낌에 래빗에 대해 기사검색을 해 봤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첩보활동에 대한 함구령으로 인해 보상은 커녕 알려지지도 않았고 수많은 동무들의 죽음을 겪었으면서도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도 못받은 현실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다시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의미를 읽고 새겨본다. 나 역시 그들의, 우리 모두의 미래를 응원하겠다.


"전쟁 중 서로의 감시자로 만날 수밖에 없던 홍주와 유경이 동무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전쟁 중이기에 모든 것들이 쉽게 사라지던 시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대여서 잃어버린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시대를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제 마음은 미래를 택했습니다. 꿈을 이루는 미래, 연인과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미래, 가족들과 살 부대끼며 살아가는 미래. ... 꼭 그 미래에 가 닿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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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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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전당포,라는 말은 뭔가 이해가 될 것 같은 말이지만 '반짝반짝'이라는 수식어는 왜 붙어있을까.

뭐 책을 읽고나면 추억은 방울방울이 아니라 추억은 반짝반짝,이라는 말이 바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것이 있어서 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도서인 것 같아 덥석 이 책을 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가볍게 시작했고 책을 읽는 것도 어렵지 않게 쓰윽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추억에 담겨있는, 너무 뻔해보이는 이야기에도 새삼스럽게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마을의 바닷가 절벽 어딘가에 마법사가 운영하는 전당포가 있다. 그 전당포는 스무살 이전의 아이들만 이용할 수 있고 맡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추억'뿐이다. 어떤 추억이냐에 따라 마법사가 금액을 정하고 추억을 저당잡는다. 스무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갖고 오면 맡겨두었던 추억을 찾아갈 수 있지만 오랜시간 추억을 찾아간 아이는 없다고 한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할때도 '잊어버린거야?'라는 말로 무심코 넘길 수 있으니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아이들은 없다는 것이다.


날마다 엄마와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맡기러 마법사를 찾아가는 단골손님 하루토, 추억을 맡겨본적은 없지만 인터뷰를 한다는 것을 계기로 역시 마법사의 전당포를 편하게 드나드는 리카, 당당하게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줄 알았지만 학교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메이, 증조할머니의 교통사고 뺑소니를 찾고 싶다며 마법사에게 할머니의 추억을 보고 싶다며 찾아간 유키나리. 각자 성격도 환경도 다른 네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추억'과 추억을 기억하는 '마음'과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물론 사람과 마법사, 사람과 동물, 물건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 태도에 담겨있는 의지로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냉소로 가득찬 마법사이지만, 아니 냉소라기보다는 오히려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마법사와 그를 친구처럼 대하는 리카와 하루토의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그래, 뻔한 이야기지 뭐.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상에 파묻혀 그 생각이 희미해질즈음 그 중요성을 다시 꺼낼 수 있고,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다가도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금세 떠올리며 더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이 책을 읽기전부터 그래왔던 태도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판타지 소설을 통해 한번 더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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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낙관을 움켜쥐고 싶어서 하는 일이 가드닝인 것 같다'


내가 길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가드닝에 대해 이렇게 짧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아, 물론 책을 구입만 해 두고 읽지는 못하고 - 아니, 안하고 있는건지 못하고 있는건지는 이제 나도 구분을 못하겠다. 몬스테라, 고무나무... 막 이런 이름들을 아는 척 대보지만 여전히 나는 식물을 죽여먹는 킬러가 되고 있을뿐이고.


이동되는 수녀님이 그동안 키우던 다육이 식물을 모두 넘겨주고 가서 지금 집에는 화분이 넘쳐난다. 대부분 다육이이거나 식초보가 키우기 쉬운 식물들이 많기는 하지만, 과연 키우기 쉬운 식물이 있던가. 환경이 바뀌면 세심한 배려 없이는 바로 생명을 다하는 것이 식물이고, 죽은 줄 알았지만 꾸준히 돌봄을 하면 살아나는 것 또한 식물이다. 실내에 있던 몬스테라는 집으로 가져간 다음 날 햇빛을 받고 바로 잎이 타버렸고 기왕 그렇게 된거 밖에 두고 키워볼까 하고 있는데 점점 타들어가는 이파리의 면적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뿌리가 있고 뿌리를 심는다. 지키고 싶은 여름이 있고 그 여름날들을 지킨다"


해마다 해바라기가 다시 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여름에도 우리집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는 고흐의 그림에서만 본 기억이 있는데 날마다 마당에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해바라기를 보면서 얘가 죽어가는구나,가 아니라 내년의 여름을 기다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면 인간은 태어난 이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삶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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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앱...이 안되는 순간, 뭐 점검중인가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이게 점검중이 아니라 내 폰에서만 실행이 안되는 것 같아서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북플을 실행하면 일시적인 장애발생, 재실행해달라고 하는데


보는 것도 안되고 독보저 활동은 구글과 연동이 안되었다는 메시지만 되풀이하고 있고.


폰을 껐다가 켜서 앱 삭제하고 다시 깔아도 계속 같은 증상이네요.


어제 앱을 다시 깔고 잠깐 실행이 되니 이젠 되나보다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실행이 안되는 것으로.


다른 분들은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게 내 개인폰의 문제인가 궁금합니다. ㅠㅠ


다른 앱은 그냥 실행이 되는 거 같은데 말이죠.


이거 어째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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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0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드로이드폰만 그런 것 같아요. 아이폰은 괜찮고.. 빨리 해결이 되면 좋겠네요.

chika 2023-08-23 10:17   좋아요 0 | URL
해결이 된 듯 해요 - 방금 북플 실행했는데 되네요~

푸른불새 2023-08-20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요일 무렵부터 북플이 안되어서 앱을 지웠다가 다시 깔아보기도 했는데 안되네요. ㅠㅠ 몹

chika 2023-08-23 10:18   좋아요 0 | URL
앗, 그죠? 제 기억에도 금요일쯤부터인 것 같았는데... 일요일엔 아예 포기상태였어요 ㅠㅠ
이런적이 없었어서 더 신경쓰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바람돌이 2023-08-2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이니까 복구가 안되는거 아닌가 하고 있어요. 내일이면 어찌 되겟죠. ㅎㅎ

chika 2023-08-23 1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 생각을 못하다가 저도 아, 주말지나면 해결될수도...라는 생각을.
북플이 안돼서 불편한 건 없을텐데도 왜 그리 신경을 썼는지 몰라요 ^^;;;

페넬로페 2023-08-21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주말에 철저히 쉬는 게 확인 되었어요 ㅎㅎ

chika 2023-08-23 10:2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겠네요. 쉬는 주말!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