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product/7492/9/cover150/8934974257_2.jpg)
옥타비아 버틀러.
솔직히 처음 들어 본 작가다. 블러드 차일드를 읽었을때만해도 상당히 독특한 단편집이었고 내용들도 지금까지 접했던 sf와는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기는 했었는데.
지금 이 작가의 킨을 읽고 있는데 - 이것도 단편일까, 싶었는데 이건 또 뜻밖의 장편이다. 아무튼 나의 상상력과 시각이 얼마나 좁아터졌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1970년에 씌어진 작품은 그 과거의 시점에서 다시 백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고, 내가 흔히 접해왔던 시간여행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계급사회, 그러니까 노예제도가 당연시되었고 노예를 마구 대할 수 있는 시대로의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자유롭게 살아가던 현대의 흑인이 노예제도가 남아있는 과거로 툭 떨어진다면.
이건 엉클톰스캐빈 보다도 더 현실감있게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무지 궁금한데 지금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잠시 멈추고.
"어쩌다 보니 케빈이 모은 2차 세계대전 관련 책 한 권에 빠져들기도 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고를 발췌하여 묶은 책이었다. 구타, 굶주림, 오물, 질병, 고문, 그밖에 가능한 모든 인간성 훼손의 예가 들어 있었다. 마치 미국인이 이백 년 가까이 하려고 했던 일을 독일인은 몇 년 만에 이루려고 했던 것 같았다.
책 때문에 우울해지고 겁먹은 나는 케빈의 수면제를 가방에 넣었다. 나치 못지않게 전쟁 전 남부의 백인도 고문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싶지 않을 만큼은."(221)
"나치의 분서 행위를 떠올렸다. 억압적인 사회는 언제나 '잘못된' 생각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272)
2.
페이퍼를 나눠 써봐야 하는데 예전과 달리 페이퍼를 자주 쓰지 않게 되니 한번 쓰게 되면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이것저것 마구 섞어놓게 되는 듯 하다. 어쨌거나 새벽에라도 재방송을 꼬박꼬박 챙겨보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끝났다.
가끔 내가 십년쯤 전에 이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처럼 집중해서 봤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안그래도 공감이 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마음을 울리고 있어서 정말 이건 미친 드라마야, 라며 푹 빠져들어서 봤다. 이건 설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듯 해. 인물 하나하나 살아있는 캐릭터인데 그들을 떠올리려하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겹쳐져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
나이들어 늙어가면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
모두 함께 여행을 떠나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자신의 남은 시간에 살아가게 될 인생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까지... 나도 가장 두려운 것이 치매걸리고 내 스스로 내 몸을 간수하지 못하는 것, 이건 어느 누구나 갖고 있는 두려움이고 피하고 싶은 노후이기도 하겠지만.
![](http://image.aladin.co.kr/product/8505/31/coveroff/k492535660_1.jpg)
3.
이번 주말에는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으려고 했다. 그 정도의 시간은 될 줄 알았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지난 주에 어머니 손님이 오셔서 며칠 집에서 지내다 가셨다. 집안꼴이 말이 아닌데다 잠을 잘만한 공간도 없어서 손님이 아주 부담스러워 마구 짜증을 냈었는데 - 그때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완이가 엄마의 암 수술 이야기에 엄마와 여행을 떠나고 자신을 때리며 스스로 벌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엄마의 병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일이 먼저였다'라는 말에 기어이 내 가슴을 쳐야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이십여년만에 찾은 동생같은 분이 그런 어머니를 위해 맛있는 밥 한끼 차려드리겠다고 비행기 타고 오신다는데 그걸 나는 불편하다고 짜증을 부리고 있으니. 나 역시 못된 자식일뿐이었던 것이야.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고, 주말에는 뜻밖의 약속이 생겨 나갔다 오니 평소 게으름에 익숙해져있는 나는 책도 팽개쳐두고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한주일을 시작하고 있다. 책은 쌓여만 가는데 관심은 책이 아니라 그저 온통 편히 쉬는 것에만 신경이 가 있고.
4.
그러니까 켄 폴릿,이라는 이름은 기억을 못하지만 대지의 기둥은 기억을 하고 있...
아무튼. 믿을 만한 사람의 추천으로 켄 폴릿의 책을 추천받았고 이 책을 구입하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최근에 쌓이기만 하는 새 책은 많은데 읽어서 한켠으로 쌓이는 책탑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는 책들. 그런데 또 신간이 나와부렀다. 이정도되면 신간의 압박에 의해서라도 구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하아. 그러니까 책 욕심은 많은데 그 욕심만큼 내 속을 그것으로 채우지 못해 이 사단이 나는 걸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곳저곳 온라인 서점에 묻어놓은 적립금도 많으니 가끔은 사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 한가득 살만하기도 한데 그걸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말고 짜임새있게, 게으르게 빈둥거리지말고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머릿속을 비워두기보다는 뭔가 생각으로 채우려고 하란 말이지.
![](http://image.aladin.co.kr/product/8632/82/coveroff/8950965410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