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은 사랑에 대한, 그리고 글 쓰며 먹고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하며 ‘잘’ 살아가는 여성 롤모델을 찾기 힘든 요즘, 그의 삶과 생각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범접할 수 없는 누구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멀기만 한 경험담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체화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싶은지도 모른다.
우선은 제목과 표지가 맘에 들면 이건 어떤 책일까 그제야 살펴보게 된다.
언젠가부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더니 이제는 왠지 낯익은 이름이라면 그가 또 어떤 작품을 썼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제목은 기억하지만 책의 내용은 또 흐릿한 기억속에 빠져버린 듯 희미하기만 하고. 그래도 책의 내용이 꽤 좋았다, 라고 기억하게 된다면 그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기억한다는 것이 어딘가.
'자유로울 것'이라는 제목을 보니 괜히 울컥해진다. 작년 말쯤부터 지금까지, 아니 현재도 역시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언젠가부터 사무실에서는 눈치가 보여 책읽기도 안되고 서점에 죽치고 있는 것도 쉽지가 않게 되었다. 내가 내 할일을 다 했다면 약간 남아도는 시간은 좀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사람이 바뀌면서 자신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시간 정도 보내고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놀고 있다고 생각해서 자기 일을 슬그머니 넘기고 있어서 나는 괜히 힘빼면서 일하는 척 일을 안하고 있다. 삼십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늘어지게 하면서 한시간, 두시간 붙들고 있기도 하고. 이게 도대체 사람의 일이라는 것인가.
찰스 다윈이 약 5년동안 남미대륙을 탐험했다는 사실은 유명하지만 귀국 후 집 뒤뜰에서 텃밭과 온실을 가꾸며 40년을 지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탄생한 진화론은 더 이상 생물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
다윈의 정원은 솔직히 책표지가 맘에 들어서 더 좋.... 아무튼 텃밭과 온실을 가꾼것이 다윈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심이 갈 판에 다윈이라니 더 들여다보고 싶지 않겠는가. '외로운 도시'는 미술 비평서, 라는 것 때문에 살짝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고립감을 발견한다, 라니. 가난, 학대, 섹스, 에이즈까지 도시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뉴욕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서 연대를 발견한 랭의 미술비평서,라는 책 소개를 보고 이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는 또 쉽지가 않다. 하긴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이 책을 구입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구나.
'자본과 자본가들에게 조국이 없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우린 뭘 해도 결국에는 페미년, 꼴페미, 배운여자, 여시, 트페미, 페미나치, 메갈리아였으니까' '신자유주의의 대안은 신자유주의 못지않게 강력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가 멈추지 않는한 계속된다' '수많은 가난한 시민이 현금 급여의 직접 수혜자가 되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 종이에 무엇이든 쓰겠지만 무슨 글자를 쓸지는 미리 알 수 없단 말이죠'
새로나온 책 코너에서 한문장씩만 읽어봐도 이 책의 반은 읽은듯한 느낌이다. 그래, 물론 이건 과장이다. 하지만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공들여 들여다본다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글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신간이 나왔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다시 소개되는 신간들을 보면 새로운 마음으로 책을 들여다보게 되는것인지도. 그래 지금 내게 있어 그나마의 낙은 이렇게 책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것. 하아...
퇴사하겠습니다. 좌절하고 버티는 직장인을 위한 책. 그래 이건 사야해.(라고 외쳐보지만 나는 차마 퇴사하지 못하겠다. 나는 여전히 소득이 필요하고 직장생활을 해야하고 이곳을 나간다면 나를 받아줄곳이 없다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 책을 사야하냐고? - 차마 입 밖에 내뱉지 못한 말을 노트북 자판으로 치니 묘한 카타르시스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제목처럼, 마음속에 사표 한 장 품지 않은 월급쟁이가 과연 존재할까' 라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99%를 위한 미래. 자본주의의 전일적 지배에 균열을 내기 위한 미국의 다양한 사회운동을 소개했다.
기후카지노.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을 분석한 책이다.
인포메이션. 정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혈액이자 연료이자 본질이다.
메갈리아의 반란. 미러링은 여성들이 침묵속에 견뎌온 과거의 폭력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100퍼센트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 이 얼마나 간단명료솔직한 이야기인가! ㅎ - 하지만 그냥 웃지만은 마시길. '저자는 허왕후를 지난 1000여년에 걸쳐 끊임없이 증식, 확장되어온 신화로 규정한다. 한반도의 어떤 시대에 어떤 세력의 어떤 필요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덧붙여졌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가장 최근에는 1970년대 말에 나온 소설이 학계와 언론을 통해 확장되면서 허왕후 신화를 사실로 만들어버렸다. 신화가 역사적 사실로 왜곡되면서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라는 글을 읽으면 사실 무섭다.
독재란 이런거예요. 독재자는 자기 나라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요. 자기가 주인이니까요.
생긴대로 살아야지. 우리는 웃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다.
핸드 투 마우스. 공짜라는 것은 오로지 부자들에게만 존재한다.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은 때로 정의 자체보다 중요하다.
기회는 계획이 설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음악이 어디로 향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알아야한다.
허울뿐인 이사회와 무능한 경졍진을 탄핵하라.
여기보다는 거기 있는 편이 나았다.
불행에 삶의 자리를 선뜻 내어주자 나는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되었다.
비수기의 전문가들은 그러므로 이국에의 동경과 낭만을 담은 책도 아니고,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단군 할아버지 이후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개인'의 모색을 담은 기록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