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가 새해에게 선물을 안기다, 가름, 1943년 신년호표지.

부상당하고 행색도초라한 애꾸눈지난해가 어린 새해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그가 줄 만한 건 배식 쿠폰과 총, 방독면, 총탄, 장난감 무기뿐이다.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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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단순한 생각 같지만,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늘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얕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 자신을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그날 밤 - 방금 서술한 내용보다 이 부분이 더 잘 기억난다 - 어둠 속에서 아빠가 오빠 옆에 누워 오빠를 아기 안듯 안아주었다고. 오빠를 무릎에 올리고 가만가만 흔들어주었다고 나는 말하려 한다. 나는 어느 눈물이 누구의 것이고 어느 중얼거림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분간할 수 없다. 138-139.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한 오빠에게 소리를 지르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 오빠를 안아주는 아빠의 모습.

 

당신은 그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야, 안 그래?

 

문장 하나하나 옮겨놓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지만 글을 읽기 위해 참는다.

 

모든 생生은 감동이다.

 

 

 

 

 

 

 

 

"내가 내 아이들이 느끼는 상처를 아느냐고? 나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이였을 때 품게 되는 아픔에 대해, 그 아픔이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며 너무 커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갈망을 남겨놓는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꼭 끌어안는다. 펄떡거리는 심장이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끌어안는다.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217.

 

 

 

 

 

 

요즘 나는 가을에 우리의 작은 집을 둘러싼 농장에서 해가 지던 장면을 이따금 떠올린다. 어디를 봐도 지평선이 보여. 내가 한 바퀴 빙 돌면 지평선도 한 바퀴 원을 그렸다. 해는 등뒤에서 지고, 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그 아름다운 변신을 멈출 수 없다는 듯 은은한 분홍빛을 자아내다 슬며시 푸른 기운을 띤다. 이윽고 지는 해에 가장 가까운 땅이 한 줄 오렌지색 선으 그리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어두워지다 거의 컴컴해진다. 하지만 돌아서면 땅은 여전히 부드러운 형체를 희미하게 드러내며 몇 그루 나무와, 흙을 갈아엎고 간작 식물을 심은 고요한 들판을 보여주고, 하늘은 머뭇거리다, 머뭇거리다 마침내 완전히 어두워진다. 그런 순간에는 영혼도 조용히 지켜볼 것만 같다.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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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해볼까.. 했지만 결국 질렀다. 오늘만 책박스 두 개 주문. 이럴꺼였으면 오전에 그냥 확 다 사버릴껄. 추석전에 배송받으려면 이번주에는 주문을 해야만해, 라는 조급함으로 인해 다른 걸 하다가도 자꾸만 책에 눈길이 간다.

아니, 정말 나 미쳤나봐. 지지난주 책 정리하면서 우체국 택배박스 가장 큰 거로 두 개를 채우고도 남는 책이 모두 읽지 않은 책인데 또 추석연휴를 핑계로 책을 사다니. 이러다가 평생 다 못읽을 책을 집에 쌓아두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후회도 잠시. 신간을 보니 또 책 주문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은... 어쩐다냐. 서점에 들어와보지 않아도 신간 소식을 알게 되는. 그러니까 인터넷을 하면 안된다네. 어제 한밤중에 괜히 페북에 들어갔다가 알지도 못했던 북스피어 신간도 봐버렸고. 어쩌란말인가!

 

 

 

 

 

 

 

 

 북숍스토리는 좀 전에 받았는데 예상외로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세계 서점의 단면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진이 없다는 건 그만큼 글에 더 많은 걸 담았다는 뜻일지도 모르니 실망하지는 말아야지. 기대하고 있는 책이니.

[서점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도 있다. "서점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하고 있는데도 아, 하게 된다는. ㅎ

문학으로의 모험은 조금 비싸다는 느낌에 어떤 책인지 더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냥 질러버렸다. 사실 이 책 저 책 집어넣다가 오만원 채우고 무민 텀블러를 받고 싶어서 그냥 이 책 하나 훅 집어넣어서 텀블러 구매 완료. 하아.. 이제 더 이상 굿즈에는!!

 

 

 

 

 

 

 

 

콜럼바인은 도입부분을 읽다가 잠시 멈춰있는 상태다. 아무래도 시작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인 것인데 논픽션이라는 느낌보다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철저한 검증으로 이루어진 보고서,라는 것 때문에 왠지 글 읽기가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쓱쓱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주말에 진도를 확 나가려고 했는데 예상치못한 구토증세로 화요일까지 기운없이 드러누워있느라 소설 책 한 권도 채 다 읽지 못했다. 끄응.

스키엔티아,는 책소개를 통해 처음 봤다. 스키엔티아는 지식, 과학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과학의 어원이랜다. 단단하고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이야기가 의외로 따뜻하다니. 지금 현재로서는 이 책이 제일 관심사.

 

 

 

 

 

 

 

 

욜로욜로 시리즈를 통해 재출간되었다는 박지리 작가의 맨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출판되고 얼마 되지 않아 작가의 부고 소식이 떠 이게 사실일까 싶어 인터넷을 뒤졌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그런 소식이 없어서 더 슬펐던 기억. 박지리 작가의 작품은 합체도 읽었고.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갖고 있으려다가 청소년을 위한 도서 기증을 원해서 한참을 망설이고 책을 집어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책의 생명을 위해 기증해버렸는데 아쉬운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는.

 

 

 

 

 

 

 

 

 

 

 

 

 

 

 

 

 

인간증발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가 이미 지난달에 나온 신간이었다니. "저자는 와다 하루키에게 보내는 편지로 재일한국인이라는 소수자로서 본 일본 사회의 민낯과 지식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위안부 문제에 선명한 입장표명을 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보편적 가치와 연대에서 희망을 찾는다. 안보투쟁, 평화헌법,후쿠시마 원전 등을 사례로 연대의 가능성을 찾는다. 일본의 지식인에게 위안부 연대를 표명하는 만큼 한국의 지식인들이 알아야할 사안이다." 뭐..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기사를 훑어보다가 건강보험 체납이율에 대한 글을 보고 기겁을 했었는데. 직장인이라 터무니없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 모두가 십시일반 전국민의 의료복지를 위해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째 그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이라니. 정말 오죽하면 건강보험료를 연체하겠냐, 싶은데 그 연체 이율이 건강보험공단은 고리대금업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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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 2017-09-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 진짜 많이 사셨네요!! 부럽습니다 :) 다 잘 고르신듯!!

chika 2017-09-25 14:03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책정리를 좀 하고나면 또 새 책을 마구 사들이고 있어서... 책정리하는 목표량을 더 높여야할까봐요;;;


북깨비 2017-10-24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진짜 많이 사셨네요 부럽습니다!! ㅎㅎ 지금 한창 알라딘에서 아이쇼핑 하다가 치카님 지르신 책중에 제 장바구니에 담은 책도 몇 권 보이길래 아. 내가 잘 골랐네. 안심하면서 아이쇼핑은 계속 됩니다. 저는 과연 몇 권이나 주문하게 될는지.. ㅎㅎㅎ

chika 2017-10-29 21:02   좋아요 1 | URL
책은 사도사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
읽지 않은 책이 많이 쌓여있어도 여전히 신간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무 일 없이 잠들기 전에 폰을 충전시키느라 전원을 연결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아침에 다시 폰을 열었는데 SD 카드 손상, 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건 무슨 개똥같은 소리인가.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폰의 전원을 껐다가 켰다. 컴으로도 연결을 해 봤다. 결국 마지막 희망을 안고 대리점으로 가봤더니 데이터 복구는 안된다고 한다.

한달도 안된 여행사진이 그 카드에 있습니다. 지난 번 폰이 갑자기 사망해버려서 데이터를 하나도 복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번에 여행갈 때 일부러 SD카드 삽입하고 모든 사진을 거기에 저장했다,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외장카드가 아무런 이유없이,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손상되어 데이터가 모두 사라진다는 말입니까?

뭐라고 더 얘길해봐야 대리점 직원이 뭐라할 수 있겠는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설 복구업체 위치만을 알려줄뿐이다. 다만 복구비용이 꽤 비쌀겁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이보슈, 사설 복구업체에서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거라면 더 큰 자본을 갖고 있는 통신업체에서는 좀 더 쉽게 데이터 복구를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라는 말은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는 울림이겠지. 어제는 아무 생각도 못하겠더니.. 생각할수록 화가난다.

나, 다음달에 또 여행을 가야하는데 폰 사진을 믿을 수 있어야지. 그러면 사진을 위해 백만원짜리 사진기를 사야해? 진정?

아, 아무말이나 막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저런 것을 빨리 잊을 수 있게 하는 건 역시 신간 둘러보기..일까? 아, 근데 그것도 지금 어깨에 너무 힘을 줘서 그랬는지 통증이 심해져 괜히 집중을 하려니 더 어깨뭉침으로 아픈 느낌이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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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마당에는 이렇게 커다란 하귤 나무와 곳곳에 꽃나무 과실나무 꽃..들이 심어져 있다. 그냥 들풀처럼 아무렇게나 자라게 두는 듯 하지만 그래도 가끔 풀도 메고 청소하고 화단을 가꾼다.

자기집 마당이 있는 것처럼 성당에도 마당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좀 전에 이 성당 마당에 한떼의 무리가 다녀갔다. 이름표도 달고 있고 유모차도 끌고오고 아이들도 데리고 온 걸 보면 분명 뭔가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듯 한데.

이 사람들이 이 마당에 난입해서 여기저기 풀들을 뜯어가고, 내년 여름이면 저렇게 숙성되어 노오랗게 익어갈 하귤열매를, 시퍼렇게 살아있는 열매를 따고 나뭇가지를 꺾고 난리가 아니다.

아, 아까 근처에 있을 때 한마디 했어야했는데. 그때는 내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고 저 멀리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렇게 자기 집 마당처럼 헤집어놓고 간다. 분명 자기들은 뭔가 자연을 느낀답시고 그따위 짓을 했겠지만.

내가 볼 때 그들은 자연파괴자들일뿐이다.

더구나 남의 집 마당에서 무슨 행패인가.

아무리 친한 옆집이라 해도 맘대로 들어가서 나뭇가지 꺾어들고 익지도 않은 열매를 손으로 마구 비틀어 따면 그게 어디 이웃인가?

성당이 열린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건 말이 안되지. 아, 생각할수록 화가나는데? 도대체 저들의 정체가 뭘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난입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참아서는안되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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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9-1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안타깝네요.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은 그저 모든 게 신기한 것이죠. 그런 것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감각적 자극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로봇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성찰적 의식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니까요. 해서 아이들이 그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 부모가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놔두거나 부추기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이게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대견스러워서 무슨 짓을 하든 걍 흡족하게 바라만 보는 때가 있다는 것이죠. 격려하고 쓰담쓰담하면서까지요. 그 순간은 부모로서의 어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성찰적 의식이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무리 고학력자, 지식인, 교양인이라 하더라도 똑같다는 것을 거듭 느낍니다. 한 가지 감정에 몰입돼 있을 때는 반성적·성찰적·이성적 의식은 하얗게 증발해버립니다.

혹은 아이와 그 부모가 함께 있을 때는 그 아이의 의식 없는 행동을 제3자가 나서서 제지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그 부모와 언쟁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천방지축 그렇게 날뛰어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 일쑤죠. 이런 상황에서 나서면 오히려 오지랖 넓다고 비야냥받기 쉬운 게 한국적 현실입니다. 이런 의식 구조가 우리 한국인들에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해서 자신한테 직접적 손해와 해가 끼쳐오지 않는 한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다한 불합리한 일들, 부조리한 실태들, 비상식·몰상식적 행태들, 명백한 오류들, 의심스러운 주장들 등등에 대해서 비판은커녕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행동 방식이 전형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겠죠. 해서 모두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할 뿐입니다.

우리가 부모일 때, 아이들과 자연으로 공공 도서관 등으로 놀러갔을 때, 이런 의식의 마비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