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복수다! 생트집이라고 욕을 해도 좋다. 재취업센터에 다니다 지쳐버린 자신과, 어깨를 늘어뜨린 채 휠체어를 밀고 있는 이구치를 위해 복수할 거라고 도요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명감이라고 해도 좋았다.
사사로운 분노, 개인적인 원한, 뭐라 해도 좋았다.
공적인 이유로 일어나는 전쟁이나 내분에 비하면 훨씬 더 건전하다. 개미나 벌은 자신들의 집과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지만, 자신의 원한 때문에 상대를 쓰러뜨리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복수가 훨씬 인간적이라고 도요타는 생각했다.
인간이 그렇게 위대해? 휴머니즘이란 말이 제일 싫어, 늙은 개가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261쪽

-플라나리아가 뭔데?
- 2센티미터밖에 안되는 작은 동물. 뇌도 없을 것 같은 원시적인 동물이지.
-플라나리아는 물이 없으면 못 살아. 그 녀석을 용기에 넣고 들어있던 물을 빼는 거야. 한 곳에만 물을 붓고 그곳에 불빛을 비춰. 그러면 물을 찾아 이동해. 당연하겠지. 그런데 그 실험을 반복하면 플라나리아는 불빛이 비치는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는 거야. 물이 없어도.
- 학습된다는 얘기군
- 맞아. 불빛이 비치는 곳에 물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거지. 그 실험을 여러차례 반복했어.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 어느때부터 움직이지 않는거야. 아무리 불빛을 비쳐도 이동하지 않아. 그래서 결국 물을 못 만나 죽어.

- 글쎄, 플라나리아가 싫증을 냈을 거라는 말도 있어. 똑같은 반복에 싫증이 난거야. 그 증거로, 용기 내부의 재질을 바꾸거나 상황을 바꾸면 다시 학습을 해. 아무튼 그 원시적인 동물조차 자실을 선택할 정도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지겹다는 거지.

- 그럴듯한 얘기 아냐? 인간은 더더욱 그래. 몇십 년이나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똑같은 일을 계속하며 살아. 원시동물도 질려버리는 그런 반복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알아? '인생이란 다 그런 거지, 뭐'라고. 그렇게 받아들여. 이상하지.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단정하고 받아들이는지 난 모두 이해가 안 가

- 좋지도 않은 곳에서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가는 머리가 돌아버릴 거야. 반복해서 같은 실험을 당하는 플라나리아 신세가 되는거지..... 자네가 옳았다는 거야. 독립에 실패하고, 약간의 빚을 지고, 배신감을 맛보았다고 해도, 무작정 똑같은 매일을 사는 것보다는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거지.-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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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단순한 이야기도 뼈대에 조금 손을 대면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게 돼. 정의나 악, 그런것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해.
파괴 활동을 계속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이야기도, 원주민과 개척자의 이야기도, 익충과 해충의 차이도, 모두 보는 각도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달라지는거야.

-82쪽

- 오리엔티어링(독도법)이란 말, 알아?
- 지도를 보고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거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나이 들었다고 놀리나?
- 나이는 상관없어. 다시 말해 미래란 그런거야. 찾아내는거라고. 먹구름 속을 걸어서는 미래가 저절로 다가오진 않네. 자네도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나?
- 그 다음을 생각하라는 걸세. 자네뿐만이 아니야. 정치인도, 아이들도, 도무지 생각을 안 해. 반짝 생각하곤 끝이야. 흥분하고 끝, 단념하고 끝, 외치고 끝, 야단치고 끝, 얼버무리고 끝이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 텔레비전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사고가 정지된 거야. 느끼기는 해도 생각하지 않아.-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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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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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7월
절판


냉장고 안의 콜라 한 병

카리바 호수가 있는 잠비아 남부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더운 기후로 유명하다. 게다가 그 해는 남아프리카를 내려친 최악의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말라붙고 있을 정도였다.
카리바 호수에 파도가 이는 게 신기할 만큼 이 곳에는 잔잔한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금방 짠내 나는 땀에 절어버린다.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면, 온수기도 달려있지 않는 샤워기에서 일부러 끓인 것 같은 뜨거운 물이 쏴 쏟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게스트하우스 지붕의 양철탱크를 펄펄 끓여 놓고 있었다.
첫날 저녁,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콜린스와 플루덴스가 다음날 아침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왔다. 플루덴스가 내민 도시락 통에는 계란프라이와 토마토를 넣고 식빵을 3층으로 포갠, 아프리카에서는 고급요리에 속하는 "에그와 토마토 샌드위치'가 들어있었다. 그동안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간소한 아침밥을 먹는지 목격해왔던 나는 그 샌드위치를 보자마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는 "너희도 계란이랑 토마토 먹었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대신 그 샌드위치를 정말로 맛있게 쩝쩝 소리를 내며 먹어주었따. 그리고 아침부터 땀흘리며 도시락을 쌌을 그들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의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두 병을 주문했다.
-138-139쪽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아프리카 친구를 가장 기쁘게 하는 선물은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한 병이란 사실, 전기없이 한여름을 나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힘든 일인지, 이 뜨거운 날씨에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는 좁은 방에서 햇볕에 끓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21세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는 물 한 병이 콜라 한병보다 비싸다. 대도시가 아니고선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먹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물을 산다는 건 정말로 별나고 호사스러운 짓이다. 그나마 2-3백원밖에 안하는 콜라 한 병도 아프리카의 서민드에겐 값비싼 포도주 한 병처럼 큰 맘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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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

(독신남)-96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

(따분한 장소의 매력)-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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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8-2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오늘 점심을 혼자 먹었다.
사자나 늑대의 삶처럼, 사냥을 한 것은 아니고 그저 단지 근처의 패밀리마트에 가서 삼각주먹밥을 싸들고 와서는 익숙하게 드라마를 플레이 시켜놓고 한입한입 까먹기 시작했다.
이건................................................................................ 오타쿠의 자질이 아주 높아 보이는 짓인거 아닌가?
 
낯선천국
최인형 지음 / 분도출판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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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국, 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나서 사진집을 펴들었을 때 맨 처음 내 눈에 띈 사진.

이 세상이 어떤지, 그 느낌을 말로 할 수 없는... 이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
마음이 시린.

가끔 너무 아픈 걸 보면 눈 감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힘든 걸 만나면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마더 데레사 덕분에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너무 아프게 바라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조금은 가벼운 눈과 맘으로 이들과 만나 주시길...
그래서 어설픈 동정 말고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깊은 사랑의 눈과 이해하는 맘으로 이들을 보듬어 주시길...
이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길...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꿉니다.
그러다 힘들어지면
문을 닫아 버리거나
눈을 감아버립니다.

또 한편
한 자락 희망도 남아 있을 것 같지 榜?곳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여기
아프면서도
절망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다시 눈 떠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행복은 전염성이고 파장이 깊어서
나누고 함께하면
더 넉넉하고 커지는 건가 봅니다
참 좋은 바이러스예요.

"당신도 가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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