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구판절판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우리가 본 것이
그것의 본래의 모습인가 하는 점입니다.
- 존 W 캠벨 주니어 '그림자가 간다'-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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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7-01-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 않나요? 암튼 이 책 무척이나 사고 싶었는데 서평 꼭 올려 주세요. ㅋㅋ

chika 2007-01-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서 읽게 될 것 같은데요? 서평은... 자신없지만, 암튼 두툼한 분량에 비해 책은 금새 읽혀요. ^^
 
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나에 대한 원망일까, 슬픔일까. 녀석은 지금도 나를 용서하지 못할까, 거절하는 건 나쁜 짓인가....
너 같은 애는 딱 질색이야....
머릿속에서 딱 질색이라는 말이 왕왕 울리고 있다. 거절당하면 그것으로 끝.....상냥하지 않은 나, 거절하는 것은 잔인하다.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줘라. 한마디만이라도 해주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무리해도 싫었단 말이다.-149쪽

불공평하다. 간지가 화내는 건 그 점인 것이다. 그들은 일견 어른의 논리로 간지를 대등하게 대하는 척하면서, 실은 부모의 논리를 간지의 목에 들이대고 그에게 자식으로서의 논리로 어른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간지는 처음부터 심한 열세에 놓여 있다. 그는 그 점을 화내는 것이다.........
쇼라이칸(학생 기숙사)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고 요시쿠니는 생각했다. 기숙사 생활도 아니다. 쇼라이칸에서의 우리 생활에 애착이 있는 것이다. 이 일견 난잡하고 구제불능인 세계에서는 모두가 대등하다. 그러면서 부모도, 교사도 침범할 수 없는 일종의 성역이다. 이 학교에, 쇼라이칸에 한 발 발을 들여놓은 순간에만 나타나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160-161쪽

늘 그래. 어른들은 다들 그래. 전부 끝난 다음에, 내가 모르는 곳에서 자기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나서 용서해달라고 그래.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 이해해달라고 그래. 늘 사라져버리고 나서 날 괴롭혀. 몇 년씩이나 나 몰래 쌓아놨다가 나중에 가서 한꺼번에 터뜨려. 내가 얼마나 상처를 입는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도 모르고. 아무도 설명을 안 해줘.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려고 그래도, 늘 그때는 이미 아무도 없어. 다들 자기 생각밖에 안 해. 아무도 내 생각은 눈곱만치도 안하면서 나더러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그래.-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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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절판


정말 이상한 일이예요. 아직 사는 데에도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벌써 죽는 데 익숙해져야 해요. 우리는 깎아지른 절벽의 바위 위로 난 좁다란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필사적으로 땅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심연 속의 영원함에 매력을 느껴요. 때로는 몸을 내밀고 영원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을 느껴요.

우리는 거의 신경을 쓰고 있지 않지만, 절벽 가장자리에는 이런 팻말이 세워져 있지. '몸을 내밀면 위험합니다'-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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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거 읽고 있어요! 가족들이 유쾌해요^^

chika 2006-12-1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재밌는데, 지금 읽지 못하고 있어요. 슬퍼요. ㅠ.ㅠ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구판절판


원래 공부란 한 사람이 '조금' 하고, 그 사람이 지치거나 힘이 달리면, 선행자가 조금 공부해 놓았던 것을 맛본 사람이 이어서 계속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가 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해야 공부다.-196-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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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2-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부제가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인 게야?

공부할 맘이 없어서 그런지 썩 다가오는게 없어, 문제다.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품절


낯선 도시에 익숙해지려면 새롭고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들로 혼란스러워질 때 혼자 있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가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그 장소는 조용해야 한다. 그 장소로 피신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때까지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어야 한다. 막다른 골목으로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열쇠를 갖고 문 앞에 서서 지상의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그 문을 열 수만 있다면 가장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서늘한 집 안으로 들어가 잠근 문을 등진다. 실내는 어두워 한순간 눈 앞이 캄캄해진다. 마치 공터와 골목에서 버림받은 맹인처럼. 하지만 시력은 순식간에 회복된다. -53쪽

위층으로 가는 돌계단이 있고 위로 올라가면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는 정적의 화신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 그토록 소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니. 사람들은 고양이가 하루에 천 번씩 '알라'를 외치지 않아도 밥을 준다. 고양이는 사지를 절단당하지 않고 잔인한 운명에 자신을 바칠 필요도 없다. 고양이는 냉혹할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그렇다고 말하는 일이 없다.-54쪽

집을 오르내리며 정적을 들이마신다. 넌덜머리 나는 소동은 어디로 갔는지? 현란한 색깔과 날카로운 소리들은? 수백 수천의 얼굴들은? 이곳 집들은 길거리를 향해 창을 여는 일이 별로 혹은 전혀 없다. 창문들은 하나같이 안뜰을 향해 열리고 안뜰은 하늘로 열려 있다. 안뜰을 통해서만 주변 세계와 원만하고 적당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혹은 지붕 위에 올라 도시의 납작한 지붕들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균일함의 광경, 전체가 커다란 계단들처럼 지어져 있다. 그렇게 위에 올라서서 보면 도시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좁은 골목들은 장애물이 아니고 오히려 더는 보이지 않아 그런 게 있다는 사실까지 잊고 만다. 아틀라스 산맥의 산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번쩍여 알프스의 산들을 본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터이다. 만일 그 산의 광채가 지나치게 강렬하지 않다면, 그리고 도시 곳곳의 야자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말이다.-54쪽

여기저기 솟은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라고 불리는 첨탑들은 교회의 그것과는 다르다. 미나레트는 더 홀쭉한 모양이되 뾰족하지는 않고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폭은 같은데, 중요한 건 높은 곳을 받치는 대(臺)로서 그곳에 기도하러 오라고 사람들을 부르게 된다느 ㄴ것이다. 미나레트는 빛이 밝은 등대와도 같지만 차이가 있다면 미나레트에서는 빛 대신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다는 점이다.-56쪽

집들의 지붕 위로는 제비 떼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제2의 도시를 이룬 듯하다. 다만 골목길의 사람들이 느린 데 비해 새 떼는 빠르게 이동한다. 제비들은 결코 한자리에 머물지 않아 사람들은 그 새들이 대체 잠은 자는지 궁금해한다. 제비들은 게으름이 결여되어 있고 미리 재어 보는 사려와 신중함이 부족하달까. 새들은 날면서 먹이를 훔친다. 속이 빈 지붕을 저 새들은 자기들이 정복한 나라쯤으로 여길 것이다.-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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