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2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0월
구판절판


호문클루스에게서 태어난 일곱자식, 오만, 색욕, 탐욕, 폭식, 질투, 나태, 분노...그 중에서 엔비가 이야기 한다.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너희들 인간도 남의 불행이나 어리석은 자가 남의 말에 놀아나는 걸 보고 즐거워하지 않아? 그러니까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거잖아?"

이슈발에서 전쟁을 유발시킨 총기 사건은 엔비가 일으킨 것이었지만 표면적으로는 국가연금술사들이 이슈발을 섬멸한 것이 되었다. 가족과 민족, 나라를 잃은 이슈발의 스카는 복수에 전념하게 되면서 수많은 연금술사를 죽이게 되며 그래서 그는 한때 복수에 미쳤던 자로서 머스탱 대령이 그의 친구 휴즈를 죽인 엔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철저한 복수와 증오만 남아있는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도 인간이고, 옳지 않은 것을 용서할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용서와 화해, 공존이 가능한 것도 인간이다.

그러한 인간을 질투하는 엔비의 모습에서 더욱더 인간의 위대함을 보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엔비, 인간을 질투하는구나.

너희들 호문쿨루스보다 훨씬 약한 존재인데도,
아무리 얻어 맞아도,
주저 앉아도,
길을 잘못 들어도,
쓰러질 것 같아도,
허세일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마다 맞서고, 주위에서 일으켜 세워주지.

그런 인간이, 너는 부러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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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우리 딸, 나는 절대 이런 포즈를 취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누구나 저마다 특별한 무언가를 타고 태어난다더니."(478)

사토리얼리스트의 사진들은 스콧 슈만이 가장 아끼는 사진들만을 엄선한 아름다운 사진집,이라고 한다. 사토리얼리스트는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를 의미하며 그들에게는 자기 존중감과 스스로의 품위를 패션으로 완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이 그리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잠깐 짬이 났을 때 훌러덩 책장을 넘기며 뚝딱 책 한권을 넘겨버려야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의 사진들을 읽고 있었다. 많은 사진들을 술렁거리며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사진들을 다 읽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순히 시대의 감각을 넣은 패션사진일꺼라고만 예상을 했는데, 이건 진짜 사토리얼리스트인 것이었어.

역시 기억에 남는 것은 옷보다 미소인 듯 하다. 사진기만 들이대면 얼굴이 굳어버렸다는 그녀에게 마지막 컷을 외치고 사진촬영이 끝났음을 알린 순간의 미소를 포착한 마지막 컷이었다고 하는 이 사진은 그녀의 스타일을 훨씬 더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미소가 있었다.

이 사진은 '아버지의 양복'이라는 타이틀을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털실로 짠 속바지를 입는 어머니는 살이 계속 빠지면서 엉덩이뼈에 속바지가 자꾸 헤어져서 천을 덧대 기워입으시곤 했다. 겨울이 다 지나갈즈음 속바지를 거꾸로 입으셨길래 뒤집어졌다 말씀드렸더니 덧댄천도 닳으려고 해서 일부러 뒤집으셨댄다. 우리의 부모님은 다 그런걸까?
단지 아까워서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내가 좋아하는 옷은 색이 바래 입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못 버리고 간직하고 있는 걸 보면 이렇게 오래되어 낡은 옷이 지나온 세월은 단지 낡음의 의미만은 아닌것이다.

이제 올리는 몇장의 사진들은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라기 보다는 뜻밖의 의외성으로 그냥 맘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사진들이다.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유대교 종파의 하나인 하시디즘에 속한 이 신사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했을 때 그는 철저한 종교생활처럼 진지한 바른생활 자세가 아니라 할리우드의 건달들이나 하는 식으로 모자를 눌러써서 눈을 가리고 공중전화박스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었다. 어떤 옷보다 서 있는 폼이 그에 관한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98)

나는 이 사진이 맘에 든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그가 잘생겼기때문에?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전체적으로 까맣게 챙겨입은 그의 까만 가방에 너무도 이쁜 장미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5달러짜리 의사 가운, 스톡홀름에서.

"내가 이 청년을 본 건 스톡홀름의 매우 '힙한'지역이었고, 보는 순간 모델인 줄 알았다. 프라다 패션쇼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나는 얘기를 나누며 그가 입은 코트를 계속 흘긋거리다 결국 프라다인지 질 샌더인지 물었다. 깔끔한 라인이며 단순하면서 세련된 색감은 이 두 브랜드의 특징이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5달러를 주고 산 의사 가운이라고 말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의사 가운은, 아니 적어도 그런 색깔의 의사 가운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직접 염색을 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가 이 코트를 입고 그렇게 멋질 수 있었던 이유는 코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의 느긋함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그 가운을 입었다면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훔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244)

빽구두의 신사가 아니라 하얀 부츠의 여인이다. 이런 자태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왠지 자전거를 탈 때는 원래 이런 복장이라야 하는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좀 색다른 특이한 치마네,라고만 생각하고 그리 특별한 것이 없는데? 하며 지나쳐 간 사진.
그런데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버지 와이셔츠를 이용해 만든 치마인것이다.


누구나 저마다 특별한 걸 타고났다는 말에 동의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패션테러리스트라고 해도 될만큼 스타일을 구기며 다니지만 그러한 나 역시 나만의 개성으로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생각하곤 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울리는 멋있는 옷이라해도 내가 입으면 옷의 멋이 사라진다거나 그 누가 입어도 우스꽝스러운 옷이지만 내가 입으면 맞춘듯이 어울리는 옷 스타일이 있기도 한 것처럼.

순간 떠오른 사진들을 찾아 보면서 책을 뒤적이다 보니 또 맘에 드는 사진들이 나온다. 분위기와 색상의 조화를 담은 맘에 드는 스타일은 또 따로 있었고. 몇번씩 펴볼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말 역자의 이야기처럼 반년쯤 후에 이 책을 다시 펴들고 사진을 읽듯이 보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사진을 골라낼지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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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연주하는 음악 1.2 세트 - 전2권
우루야 우사마루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시작은 특별함도 없었고 그림 역시 딱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뭔가 판타지의 요소가 강할꺼라 생각했는데 그 역시 실망이었다. 그림이 다른 만화책과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생동감있는 표현이 아니라 정적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듯한, 그러니까 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평면적으로 느껴졌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림을 한 컷 한 컷 보게 된다면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뭐야.. 만화책이 이래도 되는거야?

그저그런 느낌은 중반을 넘어서면서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현재를 투영한 미래의 세계는 지금까지 많이 다뤄졌던 내용들이고 그 속에서 젊은 청춘을 살아가는 카이와 피피의 사랑이야기. 아,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정말 이 책은 읽기 싫어지겠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 책의 묘미는 그 내용안에 담겨있는 또 다른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해야 이 책에 관심을 가질 것이지만 그걸 이야기해버리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떨어질테니 얘기해주기는 싫고. 이런걸 딜레마라고 하던가?
아니, 도대체가 서평을 쓰겠다는거야, 뭐야.

마리가 연주하는 음악의 의미는 무엇일까.
판타지는 단순히 허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반영을 담아 진실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마리의 연주는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마음을 열어놓고 있느냐에 따라 마리의 연주 음악이 들여오는 것인지도.
세상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 인간이 알지 못하는 神일지도, 혹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누군가에 의해 - 정교하게 만들어진 톱니바퀴의 움직임으로 이뤄져있다. 그 톱니바퀴는 중요한 순간에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 의해 영원히 멈추게 될지, 영원히 움직이게 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판타지가 품고 있는 진실,이라는 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후반으로 가면서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뤄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결론으로 치달으면서 처음부터 이 책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뽑아든 나의 선택이 그저그런 느낌으로 후회할뻔 했지만 그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물론 완전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기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르게 짚어낼 수 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잠깐의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책을 덮은 다음에는 다시 읽어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마음에는 마리가 있을까? 마리의 연주 음악이 들리고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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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품절


관 너머 세상에서도 내 영혼은 변함없이 이곳에 머무르리니
또한 하늘이 그대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를 그대들의 수호천사로 만들지니
내가 아꼈던 것들을 정성껏 돌봐주오
나만의 시와 꽃들을, 내가 사랑했던 새를 지켜주오.
나 언제나 그대들과 함께 하리니, 부디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83쪽

물의 정적은 음산하다.
그것은 소란인 동시에 침묵이다.
그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인간과 아무 관계도 없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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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병사 - 어느 독일 병사의 2차 대전 회고록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엮음 / 루비박스 / 2007년 5월
절판


적의 폭풍 같은 공격에 우리는 어디로든 도망쳤다. 그러나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적보다 강한 힘을 발휘해 승리의 영광도 누리지 못하는 영웅이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히틀러나 국가 사회주의 또는 제3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심지어 폭격에 파괴된 도시에 있는 배우자나 어머니, 가족들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두려움 때문에 힘을 내 싸웠다. 죽음이란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는 분노에 힘없이 아우성 칠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수치스러운 이유로 싸웠지만 그것은 어떤 사상보다 강력하게 작용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큰 인간과 마주친 코너에 물린 쥐처럼 우리는 모든 이빨을 드러내고 주저없이 싸웠다.-502쪽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죽어가면서 신음 소리를 내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피가 더러운 신성 모독처럼 땅속으로 스며들 때 우리가 할 수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백만 명이 고통 속에서 흐느끼며 비명을 질러도 전쟁은 무심하게 계속될 것이다. 그저 기다리고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무엇을 위한 희망인가? 진흙탕 속에 얼굴을 파묻고 죽지 않기 위해? 그렇다면 전쟁은? 필요한 것은 높은 곳에서 명령이 내려지는 것뿐이다. 그러면 전쟁은 끝날 것이다. 그 명령은 모든 인간이 성사聖事에서처럼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인간은 인간일뿐이기 때문이다. -399쪽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심지어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워도 그것을 글로 옮기려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과 세월이 지나도 흐려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비참하고 시린 고통만이 있을뿐이다.
우리는 신에게 버림받은 채 무덤같은 곳에 멍하니 엎드려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 흉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언제든지 공격해올지 모르는 동쪽 평야를 쳐다보았다. 영혼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사람에게는 고통만이 아니라 희망과 정 같은 다른 무언가가 있고 우정은 순간이 아니며 사랑도 때때로 찾아오고 땅은 사람을 묻는 데가 아니라 생명을 길러낸다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움직이는 광인이었다.-309-310쪽

철모 아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텅 빈 머리와 치명적인 위험에 맞닥뜨린 동물의 정말적인 눈과 같은 두 눈동자만이 있었다.-295쪽

나는 소련군이 동프러시아의 비참한 난민 수용소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충분히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극단적인 행동이 우리의 같은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었다. 우둔한 자들이 복수라는 명목으로 공포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기 때문에 전쟁은 항상 깊은 증오를 낳는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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