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파리 산책 - 지하철 타고 가볍게 떠나는, 당신이 꿈꾸던 파리 낭만 여행
다이아몬드빅사 편집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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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파리에는 세번 가봤다. 그 중 두번은 패키지 여행으로 간 것이라 그저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일행과 함께 움직이면 되는 것이어서 파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대부분은 그래서 패키지 여행으로 다니다가 자유여행을 떠나는데 나는 좀 특이하게도 첫번째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떠났었다. 십년도 더 전에.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부터 어리버리 다녔는데 특히나 내가 사는 곳에는 지하철이 없어서 파리의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도 몇번 반복을 하고난 후에야 비로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파리에 고작 3일을 머무르면서 그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것에 익숙해졌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책 [지하철 타고 파리 산책]은 정말 아주 반가운 정보책자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오래 전 파리에 처음 갔을 때, 숙소인 민박집에 들어가기 전 저녁시간까지 알뜰하게 파리 관광을 해보자는 욕심에 무작정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그 역에 내리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역에서 내려 뒷골목을 조금 걸어가다 보니 오르세 미술관이 나왔다. 이 우연찮은 결과에 나는 대만족을 하며 미술관 관람을 원했고, 함께 있던 일행은 그냥 밖에서 간식을 먹고 있겠다고 해서 그리 썩 맘 편하게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때의 지하철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 오르세 미술관을 가볼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나의 체험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하철 타고 파리 산책]에 대한 무한긍정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 땐 산만하게 퍼져있는 일러스트와 공간공간에 빠짐없이 들어찬 글자와 사진, 온갖 정보들이 좀 산만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진중하게 하나 하나 살펴보기 시작하니 정말 알짜배기 정보만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메트로로 파리 관광을 즐기기 위한 정보를 담은 안내서이며 여행 기본정보, 볼거리, 추천 스폿과 간략한 여행 기본 정보와 파리의 지도도 담고 있다. 지하철의 이용방법과 할인 티켓을 구입하는 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추천 스폿은 설명뿐만 아니라 실제 사진이 담겨있어 어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지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어서 더 맘에 든다.

 

사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내가 실제로 파리 여행을 떠나게 되어 지하철을 타고 가볼만한 곳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무료하고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꿈을 꾸면서 실제 여행이 아닌 가상여행이라도 해 볼 욕심에서 찾아든 책이다.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는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꿈을 꾸게 하는 부러움과 염장질을 불태우게 하지만, 이 정보 책자는 내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라는 전제하에 전체 일정을 잡고 그 일정속에서 세부 계획을 세우는데 알맞는 책이다. 물론 실제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힘든 일상이 나를 짓누를 때, 지금 당장 파리로 떠날 수는 없어도 이 책 한 권을 펼쳐들고 오늘 하루의 파리 일정을 짜보는것은 어떨까. 내 몸이 떠나지 못하겠지만 내 마음은 이미 파리에 가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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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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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많다. 그리고 내가 읽은 대부분은 전쟁이나 핵폭발 혹은 자연적인 지구환경의 변화로 인해 폐허로 변하다시피 한 미래의 지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왜 백년후쯤의 미래를 떠올리면 다들 황폐화된 지구환경만을 떠올리게 될까 의문을 갖기도 했었지만 사실 현대의 과학자들의 미래예측을 살펴보면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에 비례해 인류의 식량난이 도래할 것이고 그것은 전쟁을 불사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식량생산이 증대되고 있다지만 지금 현재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재앙이 수많은 생명을 몰살했다. 최근의 필리핀을 덮친 태풍도 있고, 몇년 전 일본의 대지진과 해일은 원전사고로 이어져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고 지금까지도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하게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암담한 미래현실은 결코 가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인류의 위대함은 그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더 테스팅] 역시 그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테스팅]은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라는 의미에서도,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의미에서도 다른 작품들과 시작점이 다른다. 내가 읽어본 작품이 많지 않아서 단정지을 수 없지만 내게 있어서는 '테스팅'의 개념 자체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테스팅은 전쟁으로 세계의 많은 곳이 폐허가 되어버린 곳에서 통일연방의 지휘아래 조금씩 재건사업을 벌이고 있는 마을이 존재하는 미래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다섯 호수 마을에 사는 시아는 학교를 졸업하고 테스팅 응시자로 뽑힐것인지, 마을에 남아 오빠들을 도우며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졸업식에 참석한다. 오랫동안 다섯 호수 마을에서는 테스팅 응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졸업식 역시 아무런 언급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그렇게 한 해가 또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뜻밖에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테스팅 응시자로 뽑혔다는 통보를 받는다. 테스팅에 응시하게 된 시아는 기뻐하지만 마을을 떠나기 전, 테스팅에 응시하고 대학을 다녔던 아버지의 테스팅에 대한 간헐적인 기억들을 듣게 되고,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듣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테스팅의 1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난 후, 룸메이트의 자살이 일어나고 그러한 모든 과정을 시험 위원회는 이미 감시카메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항상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사실 중반을 넘어서 읽을 때까지만해도 테스팅의 끔찍한 과정들, 그러니까 죽음을 조장하고, 나약한 테스팅 응시자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친구를 의심하게 하고 때로는 자신을 위해 속임수를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친구를 죽음에 몰아넣는 것도 서슴치않는 테스팅의 이야기가 마음 어딘가를 너무 불편하게 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끔찍한 이야기가 십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니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시험 위원회인 어른들은 생존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육강식과 같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 역시 시험 스트레스를 못이겨 자살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성적으로 내모는 어른들의 모습은 테스팅의 시험 위원들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테스팅은 그러한 비유를 들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과연 시아는 테스팅의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2편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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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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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간디가 이야기한 7가지 악덕의 내용이다. 가만히 곱씹어볼수록 없는 것이 많은 현대의 자본제 사회를 일컫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시장앞을 지나치다가 과일을 좀 살까 싶어 걸음을 멈추고 살만한 과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정식으로 자릿세를 내고 가게를 낸 상인보다 길에서 힘들게 팔고있는 분에게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던 길을 되돌아 과일을 구입했다. 그런데 내가 통화를 계속하고 있어서인지 서둘러 과일을 담아내는데 얼핏 보기에도 비상품 과일들만 마구 집어넣는 것이다. 돈을 주면서 두어개 꺼내들고 썩은 것 같으니 바꿔달라고 하자 과일을 볼 줄 모른다고 호통을 치면서 겨우 바꿔줬는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길을 걸으며 안쪽을 살펴봤더니 확연히 썩은 색들이 보이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되돌아가 아무래도 과일이 썩어보인다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싱싱한건데 과일 상태도 모르면서 썩었다고 한다며 반으로 쪼개는 순간 시커먼 속이 보였다. 그걸 보고 오히려 더 신경질을 부리면서 담겨있던 과일을 다 쏟아내고 나보고 고르라고 하는데 와르르 쏟아져내린 과일들은 이미 상할대로 상한 것들이었고 그 옆쪽에는 꽤 잘 익어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보였다. 나는 이미 과일의 시커멓게 썩어버린 속도 보았고 그 과일을 싱싱한거라 속이며 파는 이의 썩어문드러진 마음도 봐버렸기 때문에 두번다시 그곳을 이용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돈을 받고 돌아섰지만 가시지 않는 그 씁쓸함과 화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마침 [자본주의] 책을 다 읽고 마지막쪽에 쓰여있는 '도덕 없는 경제'를  떠올리게 되어 더욱 씁쓸해졌다. 아무래도 지금 이대로는 안되는거겠지?

 

[자본주의]는 지금 이 시대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져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쾌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곤 하는데, 그 은행의 대출이라는 것이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하면서도 대출 상환기간보다 빨리 갚아버리려고 해도 역시 조기 상환이자라는 명목으로 돈을 떼어간다. 아니 왜 돈을 빨리 갚겠다는데 오히려 돈을 더 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만 자본주의를 읽고나니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된다.

 

 

 

 

 

책을 읽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이 두 장의 컷만으로도 자본주의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다섯부분으로 나뉘어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인 자본주의의 비밀,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앞부분 3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그에 이어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와 복지 자본주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요즘은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금융상품이나 소비마케팅의 속임수 같은 부분은 많이들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선 내용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내용을 알기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확연하게 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좋았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부익부빈익빈이 악화되고 경제구조가 무너지면서 부의 재분배와 균형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기 떄문일 것이다. 그에 대한 언급으로 수정자본주의형태인 복지자본주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이부분은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이 책은 [자본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니 조금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며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원어치 과일을 팔면서도 도덕성이 결여된 경제활동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 이 상태로 지속된다는 것은 안될 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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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인문학 - 도시남녀의 괜찮은 삶을 위한 책 처방전
밥장 지음 / 앨리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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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라기보다는 '밤'에 더 꽂히는 이야기들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수는 있는데, 너무 술렁거리며 읽어버리고 말아서 결국 책장을 덮으며 내가 읽은 밤의 인문학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해보게 한다.

매주 수요일 밤, 방송의 품격을 높여준다 믿었던 수요예술무대의 막이 내려지고, 그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나갈 것이 없을까 하다가 일명 수요밥장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더빠 - The bar 라는 술집의 단골들과 함께 읽은 책 이야기도 나누고 삶의 이야기도 나누며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인문학에 대해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밤의 인문학]이다. 사실 인문학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우리의 삶에 대한 고찰이 인문학이라 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어울리며, 그래서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 일관되게 삶의 자세를 성찰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 부담없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읽을 수도 있는 수요밥장무대의 모습이다.

 

사실 언젠가부터 피곤이 쌓여가기 시작하고 밤이 더이상 즐거움과 교류의 시간이 아니라 쌓여있는 피곤을 풀어내는 휴식의 시간이 되면서부터 밤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기 시작했기에 개인적으로 수요밥장무대라 일컬어지는 밤의 인문학에 배경으로 깔려있는 더 빠,의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부터 약간 삐딱하게 다리 저편의 세상을 바라보듯 한꼭지씩 읽어나갔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맞지않는다는 선입견을 깨버리며 - 그건 어쩌면 실제로 술잔을 놓고 마주앉아 어색하게 그 분위기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없어서인지, 그의 글들은 쓰윽쓱 넘기기 어렵지 않다.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누가 하얗고 빨간지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맥주잔을 놓고 마주앉아 책을 매개로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아 서로를 이해하고 만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밥장의 이야기처럼 글을 읽는 내 마음도 편했다.

 

어찌보면 독서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이 꽤 있었다. 더구나 궁금증의 위대함을 알고 있는 밥장은 어디쯤에서 이야기를 끊어먹어야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독서리스트가 더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밤의 인문학'은 책에 대한 이야기책이라기보다는 삶의 이야기를 좀 더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한 연결고리처럼 등장하고 있다. 밥장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놓고 그를 통해 우리들 각자의 삶의 고민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책의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일러스트와 사진들은 밥장예술무대답게 예술의 분위기를 더 돋우어주고 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또한 즐겁기도 하다. 밤이거나 인문학이거나 혹은 책이거나 예술이거나 삶이거나 일단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부터 찾아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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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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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다면 호텔리어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슬슬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입학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조카가 호텔리어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조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재다능하고 공부도 잘해서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디자인쪽에 관심이 많을 줄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 현실적으로 본인이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해서 자신의 성취감이 느껴진다면 그것을 좋아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조금 더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호텔도 하나의 기업과 같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단순하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제이콥 톰스키는 뉴올리언스의 작은 호텔 대리 주차요원으로 호텔에 발을 들여놓은 후, 자신의 기지와 노력으로 점차 승진을 하기 시작해 프런트 데스크를 거쳐 객실 관리 지배인까지 된다. 사실 대리주차직에서 객실 관리 지배인까지 보직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성실함 하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과정들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쑥쑥 진행되고 올라가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있고, 제이콥 톰스키는 자신만의 업무 능력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협력이나 배려도 잘 해내고 있어 그의 승진이 그저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예상은 되는 부분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이처럼 적나라하게 호텔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글을 읽으니 왠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호텔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인중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가족이 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하루 숙박을 하기로 한 지역에서 국제회의인지 뭔지가 열려 예약이 되어있는 호텔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줘버리고 나몰라라 하고 그날 몇시간을 헤맨끝에 겨우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에 또 찾아 올 단골인지, 생애에 딱 한번 들리게 되는 여행 손님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왠지 공감이 가면서도 내가 호텔리어가 아닌 투숙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암담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내용은 재미있게 술술 읽히지만 '분노 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라는 측면보다는 저자 제이콥 톰스키가 호텔리어로서의 체험을 풀어놓으며 자신의 성공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더 크다. 그리고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과거의 호텔과 고향처럼 느껴지는 그곳과는 달리 대도시에서의 호텔은 하나의 기업경영이고 인간관계가 아닌 직장내의 상하, 동료 관계 그 이상은 아니라는 자괴감이 얼핏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호텔에 묵게 될 날은 거의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호텔에 가게 된다면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호텔리어들의 일과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내게 있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 관심은 딱 이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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