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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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 때문에 그 피를 머금고 자란 제주의 노란 유채는 빨갛게 피어났고, 한라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는 더욱 붉어졌고, 지천에 널린 조릿대가 불그스름하게 자라났었다는.

나는 어쩌다보니 제주 4.3 유적지 순례를 다니게 되었었고, 아직 철이 없던 그 당시 큰넓궤 동굴을 들어가면서 조금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넓은 동굴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에 신기해했을 뿐이었다. 밥 짓는 연기 때문이었다던가... 토벌군에게 발각된 동굴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오름을 뛰어 도망가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한번 달려보라고 했을 때, 농담처럼 시작된 그 뜀박질은 곧 절망감을 가져왔었다. 그 오름이라는 것이 야트막한 둔덕이었을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탁 트여있어서 어디로 뛰어 달아난다 한들 잡히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처럼 실제로 그 동굴에서 생활하던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잡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영화 [지슬]은 알고 보면 볼수록 더 마음이 죄어드는 영화였다. 품고 있는 내용의 잔혹한 슬픔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영상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동네에 살면서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는 모두 삼춘이 되는 괸당문화를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거지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함께 나누며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념이나 사상과는 상관없이 싸우더라도 뒤돌아서면 서로를 보듬는 이들이었는데.. 그런 공동체를 무참히 깨어버린 이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실 이 책은 제주 4.3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본다면 저게 무슨 의미인 것일까, 싶은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볼수록 더 마음이 죄어드는 것이란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 그리고 몇몇 장면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물론 별다른 지식없이 본다해도 그리 큰 무리는 없겠지만 수묵채색 한 컷에 담겨있는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제주 4.3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는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기억한다.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제주도 사람인 나는 그들의 농담에 커다랗게 웃을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그들의 비참한 죽음 앞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4.3을 겪지 않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세대여서 겁도없이 해마다 4.3이 되면 거리로 나가 진실규명을 위한 시위를 했었던것이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금까지도 4.3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아직도 4.3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이는 그래픽노블 지슬은 좀 더 담담하고 애잔하다. 영화가 아름다운 영상미와 제주도 특유의 사투리가 뒤섞여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면 이 책은 하얀 여백에 스며든 그림들을 보면서 좀 더 차분히 4.3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그래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에게는 영화를 권해주고 싶고, 영화와 똑같은데 굳이 이 책을 봐야할까 라고 묻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제주 4.3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이념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상황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관객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픔과 분노가 보복이 아니라 상생이 되어야 함을, 아니 섬사람들은 모두 상생의 치유로 평화의 섬을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같지 않은 이 이야기들이, 이보다 더 가슴아프고 처참하게 짓이겨진 우리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들의 삶의 이야기가 완전히 치유될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수묵이 번져나가듯 조금씩 스며들어 나오면서 한을 풀어내고, 우리 모두의 어루만짐으로 모두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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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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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대부분의 경우 어른들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아요. 당신도 눈치챘을 겁니다! 어른들이 정말로 진지하다면 세상에 그처럼 많은 비극이나 전쟁, 위기, 요컨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겠습니까, 안그래요?"(137)

 

며칠동안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했을 것이다. 여객선 세월호의 참사는 그 실체를 드러낼수록 이기적인 어른들이 저지른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뻬의 이야기처럼 그들이 진지했다면, 진지하게 모든 것을 점검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처럼 엄청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뻬의 어린시절에 대한 책 이야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자꾸만 이 엄청난 슬픔이 밀려들어 맘이 편치않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에 봤던  꼬마 니꼴라의 유쾌하고 밝은 모습과는 대조적인 상뻬의 어린 시절 이야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 자끄 상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때였나? 어린시절 책 한권 사 읽을 돈이 없어 서점에 갈 일도 없었고 내가 막내라 집에는 이쁜 그림동화책 한 권 없던 그 당시에 총천연색의 아스테릭스와 꼬마 니꼴라는 거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스테릭스는 내가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불어 원서였고 꼬마 니꼴라는 난생 처음 보는 판형에 글자만이 아니라 이쁘고 귀여운 그림들까지 곁들여져 있는 책이었기에 나는 종일 꼬마 니꼴라를 끼고 살았다. 책 모서리가 너덜너덜해질정도로 읽었던 그 책은 이사를 하며 짐정리를 하는 동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꼬마 니꼴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열린책들에서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했을 때 미친듯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책에는 온갖 해학과 유머가 담겨있고 귀여운 반전과 냉소가 담겨있고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그냥 쓱쓱 그려댄 연필 선 몇개만 보이는 것 같은데도 어떻게 얼굴 표정 하나까지 다 다르게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되고 그런 세부적인 그림들이 모여 커다란 한 장의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순간적으로 깨달아 웃음을 터뜨리게 되면 이미 그의 그림에 빠져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기보다 오히려 불행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듯한 그의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아팠다. 허세가 심했던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고 허풍과 거짓말이 심했던 것은 불행한 현실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꿈꾸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구입할 돈이 없어 교과서를 준비못했지만 전혀 주눅드는 일 없이 오히려 교과서 따위는 필요없어!라고 외치는 상뻬의 모습은 왠지 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과 글에서는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상뻬의 어린 시절은 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다랗게 실려있는 수십장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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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who
꼬마비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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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이에 모두 꿈일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도 꿈을 많이 꾸니까, 이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어진 걸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당신은 말을 잃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꿈에서 깨기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꿈에서 깨어나는 것일까. 내 꿈의 바깥에서 당신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그 다음 새벽에 돌아오는 일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일까. 나는 죄스럽게도, 발칙하게도 가끔씩 두려웠다. 나는 꿈의 이쪽에서 꿈의 저쪽에 있을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매일 그래왔듯 기도했다. 당신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당신이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를" (폴링 인 폴, 229)

 

꼬마비의 '자꾸만꿈만꾸자'를 읽고 난 후 백수린의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으니 나의 현실은 어떠한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애매한 의식의 경계선 어딘가에서 갑자기, 오늘이 월요일이면 지금 일어나서 출근준비해야하는데 난 지금 뭐하고 있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두려움에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꿈인지 현실인지 모른다고 했으니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를 일어나게 한 그 생각이 꿈인지 무의식적으로 잠에서 깨어 내 의식에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는것이다.

꼬마비의 이야기에서 여자는 현실과 꿈의 교차점에서 꿈속을 택한다. 백수린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삶을 택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이렇게 단적으로 구분지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두 이야기의 대비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두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의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고보면 이 모든 것이 다 아이러니같지 않은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일까,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지게 된 것일까. 자꾸만꿈만꾸자,에서 현실과 반대되는 꿈속의 생활을 현실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느곳도 완벽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러함에도 그녀가 선택한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다. 아니, 그녀에게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망. 남과의 비교라면 모를까 스스로의 삶이 비교되는 삶. 꿈과 현실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선택하고 싶어요. 영원히 깨어있거나 영원히 잠들면 어떻게 될까요? 죽는다는 것이 곧 또 다른 나를 죽이는 일이 될 지라도..."(연극이 끝나고 난 who, 74)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두 작가의 단편집에 실려있는 두 개의 각기 다른 단편은 서로 교차되면서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왜 나는 자꾸만 두 이야기를 같이 떠올리고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나의 현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많은 것들이 떠오를수밖에 없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과 피하지 말아야하는 현실이 겹쳐지면서 괜히 생각만 많아져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든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그와 그녀처럼 수영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살을 헤치기 위해 두 팔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폴링 인 폴 248)

 

 

* 꼬마비의 연극이 끝나고 난 who에 수록된 <자꾸만꿈만꾸자>와 백수린의 폴링 인 폴에 수록된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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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길을 묻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땅
이훈구 글.사진 / 워크컴퍼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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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도 아니고 겨우 제주의 자그마한 오름 하나를 오르면서도 숨을 헐떡거리고 어지러움을 동반한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내게 히말라야는 꿈의 땅일 뿐이다. 간혹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안나 푸르나에 오르는 여정을 꿈꿔보기도 했지만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라는 의구심은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사실 [히말라야, 길을 묻다]도 내게 조금은 있을지도 모를 히말라야 등정에 대한 동경이라기보다는 이 책의 저자가 사진기자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기 때문에 히말라야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진과 더불어 글이 좋으면 더욱 좋겠지만 사진 이외의 다른 것은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히말라야의 사진들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으리라 기대했던 산의 모습만이 아니라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도 담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티벳에서 신앙과 삶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건너는 고난의 땅, 등산객들의 짐을 나르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세르파들의 고된 노동이 담겨있는 현실의 땅, 히말라야를 오르려는 사람들에게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보이지 않는 위대한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신비의 영역이라는 것 외에 히말라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 책은 파키스탄과 인도, 네팔을 통해 다가갈 수 있는 히말라야에 대해 잘 정리해주고 있어서 좀 더 깊이있게 히말라야를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그들의 역사를 알 수 있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적대적 관계의 역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국경지역의 국기 하강식 이야기를 통해 그 내용이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더구나 국경이라는 경계선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분단 현실을 떠올리는 것은 정말 마음이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히말라야라는 자연의 모습만 그려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산이 품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이방인을 맞이하는 태도, 그들의 역사와 문화, 경직되지 않은 신앙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국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르파들의 행동 역시 다르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이야기로 들으니 흥미롭기도 했다. 그리고 산을 오르다가 그곳에 영면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조난되었던 우리 산악인을 구조하고 집으로 데려가 자신들의 몇달치 식량임을 인식하지도 않고 그저 그 둘을 살려내기 위해 아낌없이 음식을 내 주었다는 세르파의 이야기, 그러한 이들의 도움으로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도서관도 짓고 병원도 짓는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과 더불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도 하게 한다.

사진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에서도 감동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역사와 문화, 종교, 생활..등의 이야기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히말라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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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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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냥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안되는 책이 아닐까? '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때문에 책을 받아든 순간 당황스러움과 망설임이 내 마음을 뒤덮고 있었다. '사탕, 축구공, 물감, 실로폰....'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배낭 메고 떠난 네 여자의 착한 아프리카 여행기,라는 것만 알고 이들이 만난 아프리카의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왠지 첫머리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원 조이홈스에 가서 활동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종교색이 짙은 그들만의 축제이야기인 것은 아닐까 라는 선입견이 나의 마음을 조금씩 닫아버렸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을까 말까 괜히 고민이 됐던 책이다. 그런데 선입견은 역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선교지에 가서 그들의 표현대로 사역이라는 것을 한 것이 맞을지라도 그들이 만난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준비과정과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 담담하고 평범하게 그려져있지만 그 생략된 표현안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인내가 있었을지, 그러한만큼 얼마나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을지 짐작이 되니 '그대 나의 봄날'은 세상이 아름답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부모님이 집을 나가고 거리로 쫓겨나 노숙하며 굶주림에 지쳐있던 케빈과 알렌이라는 형제가 조이홈스에 들어오게 된 후 평온한 삶을 지내게 되면서 케빈의 꿈은 한국방문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준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케빈에게 그의 조국인 케냐를 사랑하라고 말해준다. 꿈을 이루게 된다면 한국에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케냐의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행하는 진짜 선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서 아프리카를 완전히 바꾸고 오겠어!"라는 거창하고 원대한 꿈이 아니라, 나로 인해 이 사람들이 10분 정도만 삶에서 더 웃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아주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걸음이 지금 이렇게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며칠 전, 사무실 책상 한켠에 붙여두고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가 책상을 옮기고 정리하면서 도와 주던 동료가 무심코 바라보던 사진을 발견했다. 처음 후원을 결정하고 인연을 맺은 루카스의 첫번째 사진은 포대기에 싸여 저울위에 올려놓고 몸무게를 재던 모습이었고 물동이를 나르며 엄마를 도와주는 모습, 키가 훌쩍 자라 축구공을 갖고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다. 그러고보니 벌써 루카스를 후원한 것이 십년이 되어가는 듯 하다. 그동안 무심히도 후원금을 보내는 것으로만 내 할일을 다 한듯 잊고 지냈었는데...

왠지 봄인척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와 정말 행복한 봄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교차되는 듯 하다. 왜 굳이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왜 하필 아프리카인지... 의문을 갖고 질문하지 말자. 그들은 소박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려보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봄날을 위해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을뿐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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