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다큐 여행 - 국어교사 한상우의
한상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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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와 '다큐'라는 단어는 왠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펼쳐보지 않고서 무작정 정석을 따라갈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들이 많이 실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펼쳐본적이 없다. 가끔 책장 정리를 할 때마다 한번씩 꺼내들고 사진들을 쳐다보다가 읽어봐야지, 라는 결심을 하곤 했지만 책 정리를 마저 하고 읽어야지 하며 이내 다시 꽂아두고는 잊어버리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엊그제부터 본격적으로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다시 책장에 꽂아두면 잊어버릴 것 같아 아예 꺼내어 바닥에 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이 책을 꺼내어 들었다는 것을 슬그머니 후회했다. 괜한 선입견으로, 그러니까 왠지 너무 정직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에서 올곧고 우직하기만 한 여행이 나처럼 늘어지고 천방지축으로 튀는 여행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적나라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일상은 구석구석 아팠고, 일상 밖 몇 걸음에도 세상은 달라보였다고 한다. 펼쳐든 지도의 마을과 마을사이는 길이 이어가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가난하면서도 저마다의 친절한 손을 내밀었고 길은 꿈꾼 만큼 달았다고 했다.

저자의 시선이 머문 곳에 있는 풍경은 우리의 일상이기도 했고, 일상에서 몇 걸음 떨어진 다른 세상의 모습이기도 했고, 시간의 흐름속에서 과거의 삶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까지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의 모습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느끼게 되곤 한다.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들의 향연이 아니라 짧고 간결하게 적어내려간 기행문은 그 단순함으로 더 깊은 깊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길을 굴리는 동안, 마음은 한껏 열려 평화를 받아들인다. 이 평화는 들뜨고 가볍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다. 평화가 무거워야 할 이유는 없는 듯싶다. 평화는 그 경중을 따지는 자의 것이 아니라 다만, 누리는 자의 것이다"(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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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들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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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그 학문을 수련하고 기능을 익힐 때 인간에 대한 경의와 애정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는 덕목이 바로 진지하고 신중하고 꼼꼼하게 사안을 다루는 인내심과 집중력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은 사람을 담는 학문이자 예술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늘 신중해야 하고 끊임없이 실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215)

 

엊그제 읽은 건축가 엄마의 느린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를 읽으면서도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깨닫고 있다.

내가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 집 지어주는 러브 하우스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에 건축에 대한 건축가의 글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집이라는 건물은 공간활용이 좋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수도원의 건물을 지을 때 공동체 생활의 의미를 느끼고 하늘을 섬기는 마음을 담은 건축설계를 했다는 글은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건축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가장 마음을 울리고 있다. 당연한 말인데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때문이겠지.

"무엇보다 건축가의 눈은 사람을 바라봐야만 한다. 그것이 오랜 역사를 갖는 직업임에도 늘 오해가 가시지 않는 건축가라는 이름, 예술가와 건축업자가 혼성 교배된, 집 짓는 일의 안내자로서 건축가가 언제나 지켜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203)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여 2부에서는 문화에 대한 교감, 3부에서는 도시를 산책하며 느끼는 옛골목길을 비롯한 옛건축물들에 대한 추억과 그 모든 것들이 무너져가고 있는 도시개발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건축이란 무엇인지, 건축가들의 세계관을 통해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총체적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을 또 가만 생각해보면 건축가의 눈은 사람을 바라보아야 하고, 건축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뤄야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글은 우리의 문화와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자연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굽이굽이 자연스럽게 집을 만들고 마을이 형성되고 길이 생겨나야 하는데 현대의 도시는 계획적으로 반듯반듯 잘라놓고 그곳에 사람을 적응하여 살아가게 하거나 우리의 삶과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건축물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시대의 재앙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각각의 장소가 간직해온 역사와 그곳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신 자신의 개념만을 던져놓는 건축가의 휴브리스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결국 이야기가 없는 시대라는 의미가 아닐까?"(39)라고 되묻는 저자의 글을 오래도록 생각해본다.

 

시간이 담기고 이야기가 쌓이며 비로소 집은 완성된다,라고 했다. '문득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 골목을 돌고 도시를 바라보다 매혹되는 일상의 풍경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덮고 있는 따뜻한 기억들이 바로 우리가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라며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는데 이 글들이 세상의 위대한 건축도 많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의 역사와 우리 동네 골목의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골목길의 역사가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 마음 속 어딘가를 따뜻하게 해 주는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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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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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건축가 엄마의 전통가옥과 사찰 등을 답사하며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건축가 엄마'라는 수식어때문에 이 책에서는 주로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이라는 제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봤다면 이 기행문에 담겨있는 것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전해주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옛건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일것이라고 짐작은 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어보니 옛건축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옛건축을 둘러싼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고택은 사유물이기때문에 집안의 사정으로 매매가 되기도 하는데 일가 종친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어 종가를 지켜나가는 이야기속에서 '조상의 삶과 채취가 밴 집을 후손이 이어간다는 것은 집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그러한 옛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구태의연한 삶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243)바란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래되어 낡은 집을 허물어버리려고만 했던 내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준다. 또한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구비구비 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따라 집이 들어서고 굽이진 길이 형성되고 마을이 생겨나는데, 현대에는 계획도시로 개발이 되어 직선으로 뻗은 길에 맞춰 건물을 세워놓는다는 이야기에도 마음 한켠이 쓰리다. 자연과 더불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옛모습은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책은 옛건축과 더불어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넘친다고 했는데 사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잠시 흘려 읽기도 했다. 책의 서두에 옛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나 형태를 그림과 함께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지만 굳이 그것을 꼼꼼히 읽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을 한번 본다고 해서 갑자기 옛건축에 대한 깊이가 생길 것은 아니고 실제로 현장답사를 하고 그곳에서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과의 조화로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깨달아야만 옛건축의 가치를 알게 되리라 생각하기에 그저 술렁술렁 놀러다니듯 한꼭지씩 읽어나갔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저자 역시 아이와 함께 답사여행을 떠나면서 굳이 아이에게 옛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솔방울을 공삼아 던지며 나무들 사이를 뛰어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아름다움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모습은 낙안읍성을 돌아보는 저자의 시선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우리의 도시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건네주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 옛날, 해질녘에는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자들이 보이고 시끌벅적 여기저기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준비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현실에서 '도시'냐 '시골'이냐는 물음보다 '인간답게 사는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어울리는 시대가 되었다. 낙안읍성을 비롯한 전통마을은 우리에게 그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101)

 

나는 제주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옛건축들을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고택같은 경우도 제주의 건축과는 많이 달라서 책을 읽는 동안 사진과 TV에서 본 모습을 떠올리며 그 분위기를 떠올려보곤 했는데 문득 오래전에 친구들과 같이 산길을 걷고 개울도 지나면서 사찰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려 은은하게 울리던 풍경소리,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사찰의 모습을 자연의 일부처럼 느끼게 해 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길을 걸었던 시간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이 다 좋았기 때문에 사찰의 모습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이 책은 그런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옛건축 답사 여행의 안내서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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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 남에겐 친절하고 나에겐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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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특히 왠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무너져가는 요즘, 스트레스와 피로누적으로 인해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아서 더 그렇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여성들은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일뿐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사람일뿐인데 왜 자꾸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동안 '콤플렉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착한여자 콤플렉스였다. 엄마로서, 딸, 며느리로서의 가정에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순명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풍토에 걸맞게 대부분의 여성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책임감있게 다 해내야하는 착한여자가 되어야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의 시작도 어쩌면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두려움이나 망설임없이 나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당당하게 지내고 있지만 실상은 내가 제대로 해 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고,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이 버겁고 힘들어 위안을 받고 싶은데 그걸 마음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고 혼자만 고립되어 있는 듯한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까...낙담하고 있을 때 이 책은 슬며시 그런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 했다. "당신은 매일 밤 울지만.... 아무도 당신이 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그러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차근차근 실제의 사례들과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울증의 증상을 항목별로 체크해본다거나 왜 자기자신을 못견뎌내는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있는 모습, 모든 것이 다 잘돼고 있다는 오해와 착각속에서 만능인이 되어 모든 것을 해내려고 애쓰는 모습... 이 모든 것을 거짓없이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그리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자신의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러고나면 이제 남은 것은 내 안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는 다섯가지 방법을 통해 좀 더 나은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우울의 정체를 파악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적극적인 인간으로 변신을 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라.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되내이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며 나 자신의 요구와 욕망을 무시한 채 타인에게 무한 친절을 베푸는 모습은 과감히 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수없이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며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는데 아마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 공감도 많이 했지만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의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위안도 받았고 공감되는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부분은 내가 나의 마음을 숨기고 모든 것을 잘 하는 척 애써 노력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책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 모든 우울과 어려움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그 모든것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라 생각하는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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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제주 - 월별로 골라 떠나는 제주 여행
양희주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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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에는 발디딜틈이 없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온갖 언어가 들리는 시끄러움과 번잡함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 홀로 조용히 자신이 갈 곳을 가는 몇몇 사람이 눈에 띄었었다. 가만 보고 있으려니 그 몇몇은 분명 교토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졌는데, 그에 못지않게 연휴나 휴가철만 되면 사람들로 넘쳐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일상을 지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중국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며 교통도 번잡하게 만들고 길거리에서도 멋대로 떠들며 무리지어 통행을 방해하고 있어서, 우리 경제에 그닥 도움도 되지 않고 와서 쓰레기나 버리고 가는 그들이 엄청 싫어졌는데, 거리의 표지석마저 중국애들 취향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 감정은 더 심해져갈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곳이 더 많아졌다고 해도 찾아다니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저 나의 일상생활일뿐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닐 나이를 넘어서니, 이제는 오히려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주의 가볼만한 곳에 대해 더 잘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여름에도 오히려 가볼만한 곳이 어디 있을지 외지인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몇년만에 조카가 방학동안 잠깐 제주에 온단다.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주의 모습이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내 눈에는 그저 똑같은 바다, 똑같은 풍경으로 보일지라도 몇년만에 찾아오는 조카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제주에서 일년 열두 달을 네 번 넘겨서 사철의 모습을 바라 본 이주민의 눈으로 바라 본 열두 달, 제주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다.

아직 겨울의 한라산은 올라가보지 못했는데 - 물론 어리목 산장까지 올라가서 눈구경을 해본적은 있지만 겨울에 정상에 올라가본적은 없어서 괜히 저자가 부럽기도 했고,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자연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해서 내가 가족과 친구들과 같이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사계절로 뭉뚱그린 것이 아니라 열두 달로 쪼개어 그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각 꼭지의 말미에는 추천 식당을 간략하게 적어놓아서 꽤 유용한 정보를 얻을수도 있다. 사실 나도 식당이나 까페는 많이 가보지 않아서 이 책을 통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장소가 몇군데 생겨났다.

물론 이 책이 제주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려니숲길은 지금 시기에 가면 숲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람사르 습지 중에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물영아리이다. 적당한 높이의 오름이고 길 정비도 잘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친절한 습지해설사가 있어서 더 좋다. 다랑쉬 오름이나 노꼬메 오름도 그 풍경이 좋아서 한라산을 오르기에는 좀 힘이 들다고 생각되면 오름을 오르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가을의 억새는 역시 산굼부리를 추천할만하고...  아니, 사실 이렇게 늘어놓다보면 어느곳이 안좋겠는가. 까페나 식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좋은 곳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소개한 놀맨식당 역시 그 바로 옆에 까페 봄날이 번창하고 있으며 발 디딜틈 없이 들어선 차량과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바다 구경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열두 달의 모습에 대해 나 역시 추천하고 싶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꽤 주관적인 이유로, 마지막 꼭지의 마지막 장에 소개한 까페 '플로베'가 있어서 더 추천을 하고 싶다. 플로베는 플라워와 러브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는데, 그곳은 장애우들이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손님을 대하는 까페이고 음료도 꽤 맛있는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곳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 신뢰감으로 일단 이번 여름에 조카와 함께 수국이 아름다운 동쪽해안도로를 따라 가보면서 이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곳들을 먼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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