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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 가사로 못 다한 오태호의 지나간 낙서 같은 이야기
오태호 지음, 강기민 사진 / 성안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하루는 기적같이 아름다운 하루였다" (211)
비아바향, 그러니까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는 바로 그 기적같이 아름다운 하루의 느낌과 비슷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별함이 없는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 같은데 조곤조곤 늘어놓는 이야기들이 왠지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에세이이다.
가사로 못 다한 오태호의 지나간 낙서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비아바향은 한 권의 책으로 읽기 보다는 한편의 시처럼, 한곡의 노래처럼, 친구와의 수다처럼, 내 지나온 오랜 시절의 추억처럼 마음으로 읽게 되는 이야기같다.
가요를 잘 모르는 나도 이오공감이라고 하면 익숙한데다가 오태호가 작사작곡했다는 노래들을 보면 과장되지 않게 딱 그만큼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더 진한 공감을 갖게 하는 노래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마 내가 이 노래들을 몰랐다면 왠지 조금은 감수성 예민한 소녀같은 감성의 이 비아바향을 들춰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만 바라보게 되는 시기도 지났고, 감성에 묻혀 지낼만큼 여리고 순수하지도 않은 나는 오히려 이 책을 펼쳐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오늘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세상 모든 그대로, 함께라는 이름의 힘, 여유...내용들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보면 분명 이 세상의 고통과 추악함과 불행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닌데 마음과 시선을 잠시만 돌려본다면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내 삶의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그런 묘한 힘이 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투박하고 소소함이 넘쳐나는 이 책은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리고 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다시 첫머리로 돌아와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소박한 향기를 전하고 사랑하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엮는다'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더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오늘은 왠지 책으로 못 다 읽은 나의 옛 일기장을 찾는 마음으로 오래 전 즐겨 듣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추억의 향기에 젖어봐야겠다.
소소하게 덧붙이자면 책과 더불어 부록으로 실려있는 시디는 기분좋게 들어보고 싶었으나 데스크탑밖에 없는 내게 이 조그마한 시디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들 잠든 조용한 밤에 혼자 슬며시 음악을 틀어놓고 듣고 싶어 시도를 해 봤으나 덜커덕 거리며 시디가 자꾸만 떨어져 곤히 자고 있는 식구들을 깨우기나 해 버렸다. 시적 감성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릴뿐 오태호의 노래는 사그라져버리고 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