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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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존재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은 뭐 사랑... 그런건가? 싶은 생각에 이 책은 미스터리가 아니라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네꼭지의 이야기중 가장 먼저 나온 '의자의 목소리'는 의자의 주인을 찾아가는 추리 활극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감각을 통해 의자에 얽혀있는 사연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통 미스터리나 추리물을 기대하고 싶다면 이 책은 펼쳐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책은 그렇다고 해서 '탐정'이라는 제목을 썼다고 타박하게 되지 않는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속에 스며들어 있는 감동이 자꾸만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있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타비토는 오로지 시각으로만 그 모든 것을 감지한다. 그런데 그의 시각은 특별함이 있어서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능력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탐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탐정 노릇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도움을 자청하고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친구들의 일이어서 주된 이야기는 탐정이야기가 아닌것이 된다.

그보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인 요코와 타비토와의 관계, 타비토의 딸인 테이의 정체, 그리고 정말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주된 중심 이야기가 된다. 네개의 꼭지로 구성된 이야기는 서로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이어지고 있어서 글을 계속 읽다보면 뭔가 독자로 하여금 결말에 대한 예상을 끌어내고 있는 듯 한데 이번 이야기에 담고 있는 내용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후속편이 더 기대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나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 작품이 처음 나온 것이 언제인지를 살펴보게 되었다. 2010년 작품이라면 그 후속편이 나오지 않았나, 싶은 기대감에 빨리 다음편이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십수년의 시간동안 타비토에게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가 가장 궁금하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어버린 것'이라는 후속편의 제목이 그것을 더 기대하게 하고 있으며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형사 마스코의 등장과 그의 대사는 그것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미가 있고 이야기속에 감동이 담겨있어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미리 아는 것보다 그냥 무작정 책을 덥석 집어들고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하나씩 알게 되는 그들의 비밀과 조금씩 드러나는 인과관계, 과거의 이야기와 알듯모를듯 표현되는 감정들에 대해 직접 느껴보는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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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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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직 판사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허위진료를 행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여 법정공방을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어머니 또한 과잉진료로 인해 수술을 몇번씩이나 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골절을 당해 경황이 없던 당시, 의사가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해서 그저 우리는 그 힘든 수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는데 수술을 한지 보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담당의사는 학회세미나 출장을 간다고 하고 그 사이에 원장선생이 다시 재수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슬그머니 담당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팔뼈가 약하디 약해서 수술하기가 힘들다면서도 수술은 끝없이 이어지고 팔뼈를 고정시키는 핀을 박아넣은건데 그 대수술을 해서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마취를 하고 수술을 행했다. 같은 부위만 다섯번의 수술을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참담하다. 뼈는 부러진채 붙지 않았고, 날씨가 흐리면 더 큰 통증을 호소하는데, 어머니는 뼈가 붙지 않았으니 다시 수술을 해보고 싶어하신다. 팔순노모의 고통과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뼈가 붙으리라는 보장도 없이 괜히 또 한번의 수술을 받게 하고 싶지는 않다. 수술을 하면 몸이 못견뎌 항상 중환자실에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한때는 응급상황까지 갔었기에 더더욱 말리고 싶다. 그런데도 수술을 했던 의사는 팔뼈를 붙여놓지도 못하고, 또 수술을 한다고 해도 뼈가 붙는다는 보장도, 통증이 더 없으리라는 보장도 해주지 못하면서 수술은 할 수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솔직히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의사 멱살이라도 붙잡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 그런 상황이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괜히 제대로 된 정의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일말의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직 판사 하지환은 갑작스런 친구의 사망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총기로 인한 사망이기에 경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곳에는 2년 전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경사가 부임해있었다. 그가 고소를 한 사람은 당시 고향인 신해시에서 꽤 유명한 류머티스 전문의 우동규이다. 우동규는 하지환의 어머니가 퇴행성관절염임에도 불구하고 류머티스 질환으로 진료를 하면서 비싸고 독한 약을 처방했을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병원진료를 권유했다. 몇년동안 불필요하게 독한 류머티스 약을 먹으면서 위를 상하고 몸이 안좋아진 하지환의 어머니는 결국 위암으로 사망하고 만다. 하지환은 어머니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다가 우연히 우동규의 허위진료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가 잘못을 인정하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우동규는 자신의 인맥과 명성을 이용하여 오히려 하지환을 협박하는데...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은 의료진료 사고에 대한 고발과 법을 행함에 있어서 진실보다는 권력과 재물에 의해 법정안에서는 정의가 뒤바뀔 수 있다는 사법권 내부의 비리에 대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하지환의 심리치료인 정신분석이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들어가면서 심리학소설이라는 느낌도 갖게 한다. 조금 쌩뚱맞아보일지 모르는 이런 이야기들의 조합은 책을 읽는 동안 전혀 괴리감이 들지 않을만큼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의 시작부분에서 총기사망한 하지환의 친구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가 결론 부분에 반전처럼 밝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전체적인 구성을 알차게 이어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 소설의 결말은 씁쓸하고 아프지만 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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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가 울부짖는 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2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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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나는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한 작품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모즈가 울부짖는 밤'은 이야기 구성 자체를 보면 이건 뭐지? 라는 의문과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을 계속 읽게 만들만큼 흥미롭지만 글을 구체적으로 읽는 동안에는 왠지모를 잔인함에 대한 끔찍함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책을 덮는 순간 '휴우'하는 한숨을 내쉬게 되고, 거대 조직의 숨막힐듯한 비리와 잘못, 얽히고 또 얽혀들어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비열함에 치가 떨리면서도 피의 복수가 되풀이되는 것은 또 내가 참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보니 괜히 이 책의 내용이 피튀기는 복수혈전같은 느낌인데 절대 그렇지는 않다. 처음 도입부만 읽어갈때는 - 책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괜한 스포일러로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까봐 무작정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기억 상실에 걸리고 자신도 모르게 킬러 본능을 갖고 있는 모즈를 보면서 본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본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임을 알게 된다.

 

알수없는 이유로 절벽에서 떠밀려 자살로 위장당한 죽음에 내몰린 신가이 가즈히코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게 되면서 그를 안다는 직장상사와 여동생이 찾아오는데, 그것을 계기로 실타래를 풀어가듯 하나하나 자신에 대해 재구성을 하고 추론해나가기 시작하며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나간다.

그리고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탄테러로 인해 아내를 잃은 공안형사 구라키 나오타케는 상사의 명에 의해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접근할 수 없게 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차근차근 사건을 파헤쳐나가기 시작한다.

모즈가 울부짖는 밤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점차적으로 그 교점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기억을 잃은 자의 진실이 드러나고, 그의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또 한편으로는 거리에서 갑작스러운 폭탄폭발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내의 죽음에 대해 그 범인을 끝까지 쫓는 과정에서 진실은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놀라운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추악한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며 미스터리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 이 작품은 시리즈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형사 구라키를 중심으로한 하드보일드한 경찰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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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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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도무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를만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가지의 이야기이다. 잠깐 몽환화에 대한 미리보기를 했을 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인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는 시작된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아침이 시작되는데 곧바로 그들은 이유도 모른채 일본도를 휘두르는 한 남자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또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을 살아가는 한 소년은 가족과 함께 간 나팔꽃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와의 인연으로 그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데, 소녀와의 만남을 알게 된 아버지의 엄한 반대와 느닷없는 소녀의 절교로 인해 소녀와의 인연은 끝이 나 버리고 만다.

 

이 두가지의 이야기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 프롤로그가 지나가고 이야기는 또 다시 새로운 무대에서 시작된다. 꽃을 키우는 것을 소일삼아 혼자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게 되고, 그의 손녀에 의해 처음 발견된다. 평소에도 할아버지를 찾아가곤 하던 손녀 리노는 며칠 전에 본 인상깊은 노란꽃의 화분이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살해된 노인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하야세 료스케는 살해 당한 아키야마 슈지가 과거에 절도범으로 몰릴뻔한 아들 유타를 누명에서 벗어나게 해 준 은인임을 알게 되고 사건의 해결에 전심을 다한다.

이야기는 아키야마 슈지를 살해한 범인을 쫓는 형사 료스케의 시선과 할아버지의 죽음과 사라진 노란 꽃 화분의 연관성을 파헤치며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려는 손녀 리노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노란꽃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모 요스케의 동생 소타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이야기는 서로 얽히면서 더 복잡해져가고 있는 듯 하지만 서로에게 얽혀있는 과거의 진실과 노란꽃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조금씩 살인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 왠지 이야기가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이 작품은 이미 오래전에 연재되기 시작한 글이었고 그 내용이 현재의 시점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전면적으로 수정작업까지 거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긴 시간동안 공을 들여 쓴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말이 조금은 허무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라 대작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이유는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소타의 원자력관련 전공 이야기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과학과 역사라는 것이 결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와 연결이 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속에서 후쿠시마의 원전폭발 사건은 그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을 어떻게 올바르고 현명하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타가 고민하면서 내린 자신의 진로는 '몽환화'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으로 '빚이라는 유산'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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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창경궁 인문여행 시리즈 9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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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살지 않는 것이 아쉬워지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이 그리 나쁜것도 아닌데 괜히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기회가 될 때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궐을 보기도 했었고 가족과 함께 산책하듯이 궁궐을 거닐어보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곤 한다. 궁궐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잘 기억해뒀다가 살펴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에 대한 기억은 가물거리고 막상 궁궐을 가 보면 다 비슷해보이는 풍경에 두리번거리기만 하다가 돌아오곤 할 뿐이다.

 

창경궁에 대한 책을 펼치면서는 내가 무엇을 봐야하는가,라는 생각따위는 집어던지고 그저 관망하는 듯 무심하게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고, 그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저자의 창경궁화첩이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도 왠지 통명전 마루에 앉아 바라보이는 풍경을 그려보고 싶어지고, 집복현 뒤편 골목 풍경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옥천교의 난티조각을 보고, 단청과 명정전 월대의 조각상도 보면서 그려보고 싶어진다. 그뿐인가 문정전 숲길을 거닐며 푸르름을 느끼고 싶어지고 함인정 화계의 봄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러한 보여지는 모습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오백년을 이어 온 조선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역사이야기가 아니기에 정치적인 부분은 좀 미약하지만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창경궁을 거닐며 재미있게 들려주는 듯 한 글들은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궁궐은 왕이 살았던 곳,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그 안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고,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게 되고 특히 창경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동물원으로 전락하고 궁궐의 존엄을 유린당했던 고통과 슬픔의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

'창경궁은 역대 왕실 가족들의 삶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궁궐'이었다고 한다. 이제 조금씩 예전 동궐의 모습을 찾아나가며 궁궐의 아름다움을 더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오백여년을 넘는 긴 세월동안 그 맑은 물길을 보여주는 옥천교 다리를 건너면서 이 궁궐이 우리에게 주는 참다운 역사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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