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관심,에 그치는 것이었기에 솔직히 '아들러'에 대해서는 들어봤다고 해도 들은 기억이 없는 이름이다. 어쩌면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것도 아니고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이라는 제목때문에 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의 밤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도저히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떠올라서 심리학책을 읽고 싶다가도 다 잊어버리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기도 하는 그런 마음이다. 그런데 가만보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썼댄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심리학의 근원이 아들러라는데, 아들러의 심리학을 잘 알지 못하는데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위로받고 나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생각을 하게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런 생각을 먼저 한다는 것 자체가 맞는 말은 아닌 듯 하여 일단 무작정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힌다고 말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이 책이 내게는 자기계발서로 읽히지는 않는다. 얼마전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던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념과 관점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환경 조건에 따라 사람의 행동양식이 바뀔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을 했다. 거짓말을 하거나 산만하고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가 부모나 다른 어른이 있다면 나타나는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친구가 그런 경우에 아이가 달라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이가 변화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힘(권력)에 의해 잠시 억압된 것일 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바로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 관심을 끌기 위해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힘의 지배구도 역시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책의 목차에서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를 읽기만 해도 왠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좀 더 구체적인 나의 행동과 생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솔직히 저자의 다른 책이 궁금한 것보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u 2015-02-1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등과 우월로 구분짓는 것에서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떠나는 이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장의 책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글이 어렵지 않고 쓱쓱 지나가다보면 어느 새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그런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떠나는 이유]라니. 떠나는 이유,라는 것이 보편적인 것도 아니고 솔직히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떠나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기에 이 책을 받아들고 떠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밥장이 숱하게 떠났던 여행지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물론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유로 여행을 떠나는지, 어떤 이유가 일상이 아닌 여행생활을 꿈꾸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여행을 하면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특별히 아홉가지의 주제를 꺼내어 이야기하고 있다. 행운, 기념품, 공항과 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이 그것인데 여행이라고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주제도 있지만 솔직히 행운이라거나 기념품, 공항과 비행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더구나 방송이라니. 그건 우리 일반인들이 쉽게 근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개인의 체험이고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풀어놓은 것이 여행에세이인데 이런 색다른 접근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진다. 보편적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행서적을 읽으려면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정보전문서적을 읽어야 하는 것이니까.

아무튼 지금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놓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책을 펴들고 좋다고 읽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읽거나 감성여행처럼 감성을 풀어놓는 책들을 많이 읽다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곳저곳을 마구 풀어놓고 있는 밥장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처음엔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이내 적응이 되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금세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이 생겨났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듯 풀어놓고 있지만 모든 곳에서 밥장은 그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음악'이라고 표현하며 소개해주는 음악은 정말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이 아닐까 싶은 것. 솔직히 말하자면 적어도 내 취향의 음악은 그리 많지 않았고 또 한두개의 음악코드는 계정폐쇄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 책을 읽으며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물론 개인의 취향이니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좀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것일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까지 읽어 본 고양이 이야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사람의 관점에서 고양이를 관찰하고 고양이의 습성을 이야기하거나 고양이를 좋아해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을 관찰하며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찍어 쓴 이야기는 많이 봤는데, 콩고양이는 고양이만화라고 해야할까? 확실히 두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콩고양이는 팥알이와 콩알이를 의미하는데, 입양되어 따라간 집에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팥알이와 콩알이가 입양되어 간 집에는 그들을 입양한 삼십세 직장인 여성인 주인님이 있고, 그녀의 할아버지인 내복씨와 어머니 마담북슬, 아버지 집동자귀신아저씨, 오빠인 안경남이 함께 살고 있다. 거의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는 집동자 귀신으로 보이고, 내복차림으로 앉아있어서 올누드로 지내는 듯 보이는 할아버지는 내복씨로 불리고, 아줌마 특유의 머리형태인 짧은 파마머리인 어머니는 마담북슬로 불린다. 그리고 그 성격에 맞게 할아버지는 능청스럽게 콩알이와 팥알이를 감싸며 냉장고에서 참치살을 꺼내주기도 하고 콩고양이들이 몰래 훔쳐먹은 가스오부시를 자신이 간식으로 먹었다고 감싸주기도 한다. 집안을 누비며 말짱한 벽에 발톱자국을 내고 커튼에 올라가며 찢어놓기도 하는 녀석들을 싫어하는 건 당연히 마담북슬의 몫.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하나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짧은 에피소드가 콩깍지로 구분되어 스무개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 팥알이와 콩알이의 전혀 다른 성격과 행동이 마치 요즘 대세인 참바다씨와 차줌마씨를 떠올리게 한다. 성격이 전혀 달라서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가면서 알콩달콩 삼시세끼의 밥을 해 먹는 그들의 모습이 멋진 콤비를 이루며 웃음을 던져주고 있는데 두 콩고양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무엇이든 신중하고 차분히 살펴보고 행동하는 팥알이와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행동하는 콩알이의 모습은 정말 환상의 개그콤비를 떠올리게 하는 유머가 넘쳐난다.

콩고양이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컷 한컷 쓰윽 넘기면서 고양이의 습성과 집안에서 두 콤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읽어야만 그들의 환상적인 유머넘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자마자 깔깔거리며 웃었던 장면은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지 않을란다. 직접 보시고 깔깔 웃으시길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내가 읽었다고 표현해도 될까? 뭐 그렇게 엄밀히 따지고 든다면 과연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책이 몇권이나 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언급된 7편의 이야기 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세 권. 그걸 건너뛰고 읽는다고 해도 다른 책들을 읽어본것이 너무 오래전이라 내용이 기억에 없는 책들을 읽었다고만 할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새삼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을 꺼내어 다시 읽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 아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지금 나는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하고 오래 전에 구입한 채 그 존재를 잊어가고 있는 속죄를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스포일러를 접하게 될까봐 건너뛰어버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는 책을 읽어보지 못한 청취자(내지는 독자)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다 드러내놓지는 않는다. -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언급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본인들 스스로가 앞쪽에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심취해 말을 하다보니 쓰쿠루가 왜 친구들의 그룹에서 떨어져나가고 16년이 지난 후에야 친구들을 찾아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는 대화속에 이미 중요한 내용들이 다 나와버렸고,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나는 그들이 왜 굳이 올드보이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수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으로 건너뛴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건너뛰지 않고 읽은 이유는 그의 장편소설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키의 에세이는 꽤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결정적으로 나는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에세이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온김에 두서없이 그냥 이야기하자면, 빨간 책방에서 언급된 책을 읽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둘의 대화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내가 느꼈던 부분과 일치하는 것도 있고 내가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내용이 언급되기도 하고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조금은 명확해지는 것을 느끼며 둘의 대화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끝나버렸다.

또한 둘의 대화는 무척이나 고맙게도 왜 이 책이 명작이고 뛰어난 고전인지 잘 모르겠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생각과 의견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 왜 그리 좋은지. 그러니까 한마디로 쉽게 말하자면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은 모두가 다 똑같을 수 없고 어느 누군가의 말은 정답이고 또 누군가의 느낌은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명확하게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물론 그것보다는 내가 술렁술렁 읽어댔던 책들을 좀 더 깊이있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의 흐름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상징과 은유를 볼 수 있게 하면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품의 재미를 더 높여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을때는 물론 다시 한번 더 읽어봐도 그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귀로 들으며 이야기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내게 이 책은 '말과 글의 경계선 위에서 말의 역동성과 글의 사변성을 함께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바람이 헛되지 않음을, '더욱 즐겁게,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책이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차이를 발견하고,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흔적이 잘 녹아있기를 바라는 김중혁 작가의 바람은 그의 말 이전에 이미 깨닫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김중혁 작가가 짧고 간결하게 두 문장으로 이야기한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은 느낌이라며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었구나... 부끄럽지만 그것이 나인것이고, 그래서 나는 빨간 책방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릴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문득 학창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체육시간에 물구나무 서기를 한다며 순서대로 불려나가 둘씩 짝을 맞춰 서로를 잡아주라고 했었는데,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물구나무를 나는 다행스럽게도 해낼 수 있었다. 물론 혼자 서는 것은 못했지만 짝이 된 친구가 다리를 잡아주니 자세 유지를 할수는 있었던 것이다. 나의 경험에 대한 기억때문일까, 이들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가 않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하며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물구나무는 학창시절 단짝이라 할 수 있는 여섯 친구가 학교를 졸업한 후 27년만에 만나 서로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여성으로서의 삶, 특히 한국에서 딸로, 아내로, 엄마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고교시절 수업시간에 물구나무서기를 못해 연습하다가 친해 진 여섯 친구, 민수, 수경, 승미, 문희, 미연, 하정은 그때부터 한덩어리처럼 친구가 되어 몰려다닌다. 가정형편과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 공부를 잘 해 명문대에 합격하지만, 우연히 민수만 빼놓고 다섯 친구가 미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민수는 그 후로 그들과 연락을 끊고 단절된 생활을 해버린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앵커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민수에게 어느 날 정확히 27년만에 친구 수경에게서 연락이 온다. 망설임끝에 수경을 만난 민수는 친구 하정의 죽음을 전해듣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하여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데...

어쩌면 이야기의 줄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하정의 죽음은 중요한 모티브를 주고 있으며 그녀의 죽음이 상징하고 있는 의미도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민수가 오랜 시간 연락없이 지내던 친구들을 만나며 단절된 시간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4,50대 여성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 한 부분쯤에서 누구나 다 '이건 내 얘기인 것 같아'라는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성격과 취향이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다니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고 그 안에서도 특히 마음이 맞는 단짝이 있고 오랫동안 절친으로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무엇이 계기였는지도 모르게 서로 멀어져가고. 또 이들처럼 연락이 닿아 만나기도 하지만 완전히 단절이 되어버린 친구들도 있고. 그리고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다른 삶의 의미를 찾게 되기도 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닌 사실의 기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 내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의 이야기처럼 인터뷰어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소설 속 여섯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묘사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그 특징을 잘 짚어주고 있는 듯 했다. 간혹 내게는 그런 세밀한 묘사가 풍경을 그리는 듯 보여지기 보다는 완벽주의자의 개념정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전환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이 뒤집어 보이듯이 학창시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물구나무를 서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듯 하기도 하다.

'백지연'의 소설이라는 것 때문에 별다른 기대없이, 어쩌면 '백지연'이라는 이름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 아닐까 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소설이 한 여성작가의 첫 소설작품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나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것 같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고 흥미롭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