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고, 명료하게 쓰고, 최후까지 수호할 것. 볼츠만의 좌우명이던 이 말을 제자 파울은 가슴에 새겼다. 에렌페스트가 난다 긴다 하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존경받은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선명하게 정제하고 그것의 근본적인 본질을 포착해내는능력 덕택이었다. 그는 이 앎을 열정과 정력을 다해 전파했고,
듣는 사람들은 흡사 마법에 걸린 양 그의 생각에 빨려들어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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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데가르트는 수도원이 문화를 저장하고 전파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문화 저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새로운 지식과통찰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읽을 수 있는것은 대부분 기독교가 선별하고 베네딕토회 도서관 체계가 걸러낸책밖에 없었지만 의학 등 수도원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유형의 지식도있었다. 심각하거나 희귀한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수도원에 축적된지식이 치료법을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배움의 중심지인 수도원에 몰려왔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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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해태
조 메노스키 지음, 박산호 옮김 / 핏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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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영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해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서양의 용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신화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더구나 이 소설은 한국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는 스타트랙 시리즈의 작가 겸 프로듀서인 조 메노스키라고 하니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화와 전설이라는 것은 그 스토리를 잘 안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이 아닐텐데, 한국의 신화와 민속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까지 꽤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니 뭔가 좀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98년 4월 7일, 한 오피스텔에 불이 나고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든 소방관 허종남 대장은 그곳에서 아기 한명을 구해낸다. 그 아기의 이름은 윈디. 윈디가 있는 곳에서는 불이 꺼져버리곤 하는데, 그것은 윈디가 불을 잡아먹는 해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해태가 윈디를 숙주(?)처럼 이용하며 그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윈디가 해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숙주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실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간단한 줄거리를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우리의 해태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를 '불'이라는 매개로 연결을 시키고 한국에서는 그리스의 어떤 신보다도 도깨비가 더 우위에 있으며, 아프로디테가 제주의 해녀들을 위로해주고...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윈디의 등장과  윈디를 구해내며 방화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허대장, 핀란드의 민속학자 할코의 개연성이 필수요소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서 주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신할수가 없다. 


이 소설은 실제 읽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그런 묘한 접점들이 너무나 많아서 뭐라 정리를 하지 못하겠다. 처음 소설 속에서  우리의 신화 전승과 유럽 문화의 기본이 되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연결고리를 읽는 순간 어이없어,라는 속내를 가졌었다. 그런데 소설을 계속 읽으며 내가 오히려 우리의 전승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들의 신화에 우리의 신화를 견주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소설이 아주 대단한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생각의 전환을 갖게 하는 멋진 작품인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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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노예의 후손은 유럽 식민주의자가 제안하는 미래와 전혀 다른 미래를 약속하는 과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예티오피아는 아주 멀었지만 그들에게 무척 유용한 문화 자원이었다.
이것은 많은 면에서 《케브라 나가스트》와 무척 유사한 전략적 차용이었다. 라스타파리안은 머나먼 나라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시간과공간의 드넓은 간극을 넘어 자신들의 문화사를 다시 쓸 기회를 보았다. 그 결과는 아프리카나 아프리카 역사로의 단순회귀와는 무척 달랐다. 독특한 음악과 여타의 전통을 포함하면서 고대 에티오피아텍스트를 자메이카의 경험과 결합한 무척 독창적인 문화가 탄생했다.
이들은 자메이카 흑인과 그 후손의 독특한 정체성에 대한 20세기 초의 사상을 고대 전설과 엮어 대서양 노예 무역과 식민 착취라는 폭력에 대응했다. 그 후 라스타파리안은 블랙팬서 등 다양한 문화적·정치적 독립 운동에 영감을 주었다. 《케브라 나가스트》는 독자와 매개자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독자를 이끌었다. 이제 세계 문화 정전에 《케브라 나가스트》를 중요한 텍스트로 올릴 때가되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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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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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은 먼지 행성이지만 사람들은 쓰레기 별,이라 부른다.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 먼지 행성의 이야기는 SF 만화로 볼 수 있겠지만 슬프게도 바로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족이 아닌 이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모두가 버린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게 필요가 없다고 그것이 바로 쓰레기인 것이 아니며 모든 존재는 다 그 존재만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 역시 잊으면 안된다.


먼지 행성에는 어린 리나와 펫로봇고양이 깜, 나오와 츄리가 살고 있다. 다른 행성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캡슐에 모아 먼지 행성에 버리면 나오와 츄리, 리나가 그 쓰레기 더미에서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상인에게 되팔기도 하고 폐기된 베터리를 발견하면 깜에게 줄 식량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어린 리나가 먼지 행성으로 오게 된 것도 리나가 아기였을 때 쓰레기 캡슐안에 넣어져 버려졌기 때문이다. 리나를 발견한 나오와 츄리는 리나를 구해 키우며 함께 지냈고, 펫로봇 깜은 리나가 자신처럼 버려진 것을 구해낸 것이다. 

이들은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데 비용절감이 되는 새로운 기기의 발명으로 먼지 행성이 폐쇄될지 모른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원인모를 사고로 잃고 먼지 행성으로 들어 온 나오는 리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함을 느끼고 이주계획을 짜며 이주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나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 빛을 찾아 깜이와 함께 계곡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 불빛 역시 결국 그곳에 버려진 로봇의 눈에서 반사된 빛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지만, 리나는 집 너머에 있는 먼지 행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며 쓰레기 별이 되기 전의 세상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게 된 로봇에 내장된 과거의 기록들을 보게 되는데......


'먼지 행성'의 모든 이야기가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면서도 섬세한 감정 표현을 잊지않고 해 주고 있어서 조금씩 몰입하면서 읽게 되는 그래픽노블이다. 등장인물 각각의 서사가 담겨도 좋았겠지만 중심이 되는 서사는 나오의 이야기이며 그가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의 죽음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며 그것을 나오와 같은 유가족들에게 전해야하는 책임을 갖고 리나는 떠나게 된다. 과거를 이겨내고 현재를 살아가며 가족과 같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리나의 미래가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에 담겨있는 의미는 너무나 많아 뒷장으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것이 더디게 되고 생각도 많아지게 되고 무엇보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것은 암담한 현실과 비극적인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더 나은 날을 살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그런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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