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선에 큰 관심이 없었을뿐이고. 어차피...라는 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확신이 없기도 했었고.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다과를 하다가 너무 좋은 분위기에 우리 사진이나 찍자고 할 때 누군가 손동작을 조심하라고 하는 말에 으응? 했다가 이내 깨달았다. 무심코 올리는 손가락이 특정 번호 지지처럼 되어버린다니.

퇴근무렵 받은 사진 속 모습에 또 누군가는 손을 다 펴고 흔들고 있었다. 의도는 없었겠지만 뭔가 반가운? 느낌이다. 


대선관련 뉴스를 듣다가, 권영국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2공항 관련 공약에 도민투표가 있다는 것을 보고 살짝 주춤했다. 

강정 해군기지때도 그랬지만, 아니, 대부분의 결정들에 있어서 최고권력자가 원하는 바가 있을 때 그에 반하는 의견이 어떤 논리성과 설득력, 이득을 갖고 온다고 해도 결론은 권력이 원하는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게. 찬반투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권력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때까지 토론과 거수만 되풀이되면서 갈등만 더 심해질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런데 도민 의견 투표라니. 하아...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투표를 끝냈을뿐이고. 여전히 토론에는 관심이 없을뿐이고.

결과는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다. 

누가 당선이 되든 내 삶의 퍽퍽함은 별반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요즘 최애 드라마 속 미지의 대사처럼,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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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 초등부터 100세까지 읽는 동화
발렌티나 로디니 지음, 안젤로 루타 그림, 최보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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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초등부터 100세까지 읽는 동화라는 글에 더욱더 어떤 내용이 담겨있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이를 먹으며 어딘가 빤해보이는 글에 동의는 하지만 점차 공감력을 잃어가며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는데,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 속에서 쉼을 찾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이 궁금해졌다. 사실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과 표지의 색감이 맘에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행사가 잡혀있던 주말에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더욱 여유롭게 책을 집어들었다. 금세 읽어넘길 수 있을 줄 알았던 책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장 하나 하나 나 자신의 현재를 떠올리며 읽다보니 책장을 휘리릭 넘길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 조금씩 읽어나갔고 새삼스럽게 내가 지켜야하는 나 자신의 원칙이 무엇인지, 내가 잊지 말아야 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지금 현재 내게 가장 무게있게 느껴지는 물음은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일까?'이다. 한때 이 물음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었지만 세상살이가 길어지면서 점차 나의 길이 어떤 길인지, 과연 나의 선택은 나 자신의 선택이 맞은지, 내가 가는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정말 옳은 길인지... 물음은 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괜히 한번 나지막히 읊조려보는 나의 길이라는 노랫말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길'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다. 그리고 '길'이라는 노랫말 가사. 그리고 또 어쩌면 이제는 이 책 '나의 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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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이라 쓰다가 문득, 이건 사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린 일을 해야하는데 인터넷이 안돼 서버형 프로그램 자체를 열 수가 없어 놀아야 하는 김에 병원에 간다고 나왔으니.

지난 주 눈이 계속 따끔거리듯 아파서 살펴봤더니 뭔가 안쪽에 충혈되고 눈곱이 낀듯보였는데, 오전에 사무실 인터넷도 안되고해서 안과 간다고 나와버린 것이다.
동네 작은 안과를 갔는데, 농이 앉았다며.. 일명 콩다래끼라는거 같은데 아무튼 지금 상태에서는 약도 소용없으니 바로 째자고 하더라.
눈은 마취를 해도 마취약이 잘 안드니 따끔 아플거라고,해서 마취도 하고 하나요? 물었더니 마취하지 않으면 아파서 못한다고.
아니, 어린이도 다 하는거라는 말씀을 댓번은 넘게 하셨으나 아이들이 참아내기엔 너무 아팠을뿐이고. 쥐어짜내는동안 간호사는 내가 손을 못움직이게 결박하듯 잡았는데 정말 누구하나 치고 싶지만 참을 수 있을만큼의 아픔이 3분정도 지난듯하다.

안대를 하고 다니라고도 하지만 시력이나 보는것에 더 안좋으니 십여분 후 안대떼고 3일 후 다시 오면 된다고.

약도 사고 나오니 열한시 십분.
사무실로 다시 갈 이유가 없어 오전 근무를 째고 - 눈도 쨌는데 뭔들 -약국 옆 스타벅스에 들어와 쿠폰을 쓰고 여유를 누리고 있는 중.
가방 무겁다고 책도 놓고 왔는지라 할 것은 거리 구경인데 월욜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없고.

그리 길지.않은 시간인데 멍때리는것도 쉬운게 아님을 절감하며... 돈 아껴서 태블릿이나 이북리더기를 하나 장만할까 싶어지다가, 이런 날이 한해에 몇번이나 되려나 생각하니 또 의욕상실. 쓰읍....

다른 수국들은 엄청난 꽃망울들을 준비하고 있던데 우리집 마당 수국은 요모양이다.
하지만 올해 첫 수국꽃이라 생각하니 대견하다고 해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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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8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25-05-29 00:08   좋아요 1 | URL
기분 탓인지 열감이 느껴지고 붓기가 가라앉지 않는 느낌인데 보기엔 말짱하대요. 오늘은 좀 가렵고 그러던데 나아가고 있는거겠죠? ^^
말씀 감사해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코렛타 스콧 킹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콰미 알렉산더 지음, 데어 코울터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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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막막함이 결국 이 책을 펼쳐보게 하고야 만다. 

사람이 사람을 사고 파는 시대가 있었음을, 차별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들을 쫓아가 칼을 휘두르는 만행을 저질렀던 시대가 있었음을 어떻게 말해 줄 수 있을까. 해맑은 아이들에게 말이다. 


오래 전 용산참사 현장에 농성이 계속되고 있었던 시기, 서울에 갔다가 그곳에 잠시 방문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마침 어린 조카들이 집에 있어서 같이 가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무서운(?)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건 안된다는 얘기에 혼자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과연 아이들에게는 어떤 세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참혹한 현실의 진실과 그 진실을 지켜내고 기록하여, 현재가 과거가 될 미래에 전해 줄 이야기들을 지금 현재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말려야했을까.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이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난 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역사를 배우며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을 사냥하듯 잡아 와 노예로 만들어 사고팔았으며 온갖 학대와 차별은 노예제도가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되어왔음을 숨긴다는 것은 제대로 된 역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과연 아이들에게 이 아픈 역사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그림 역시 페인팅이 아니라 조각을 하고 사진을 찍은 것인데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굳이 우리나라의 역사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을만큼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진실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은, 외면하고 싶지만 절대 외면해서는 안되는 진실을 밝히는 역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할 수 있구나... 싶어지는 책이다. 


작가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문장 하나, 그림 하나에도 깊은 고민과 역사 인식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대상 자체가 어린이여서 구체적인 역사적 기록과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노예제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사건과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에 대해 부모님이나 선생님처럼 잘 알고 있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조금씩 천천히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책은 문장 하나, 그림 한 장에도 섬세함이 담겨있어 천천히, 아니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중간에 모심기를 하는듯한 장면이 있어서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그린이의 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조상의 땅에서 납치되어 미국 남부로 끌려온 뒤에도 전통문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보존한 굴라 기치(쌀을 수확하는 모습)에 대한 것입니다. 그 장면이 영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슬픈 까닭은 한 민족으로 훔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바로잡아야 할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라는 글을 읽는 순간 그림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어도 자꾸만 눈길이 가고 한참을 보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듣기 힘든 이야기를, 마음 아프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그걸 하면 돼요, 목소리를 높이고, 한 손에는 역사를, 다른 한 손에는 희망을 움켜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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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이야기를,
마음 아프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그걸 하면 돼요.
목소리를 높이고,

한 손에는
역사를,

다른 한 손에는
희망을
움켜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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