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황송한(!) 일이 있었다. '황송한'이라는 말에 꽂혔다.

[동인문학상] 5월 독회, 본심 후보작 심사평 전문 - 조선일보 (chosun.com)

 (정과리의 문신공방 https://circeauvol.tistory.com/

 이십대 이후 주요 일간지에 내 얼굴과 내 소설책에 대한 말/글이 이렇게 많이 실린 것이 처음이다. 진짜로, 황송하다는 말밖에는. 남의 글, 남의 책을 읽고서 몇 마디 한다는 일, 심지어 글로 쓴다는 일의 지난함을 알기에 더더욱 감사하는 마음이다. 평론가(비평가/학자)의 독법과 소설가(작가)의 독법이, 그 결이 다른 것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가장 '직관적인'(?!) 이해나 공감은 구효서의 평에서 본다, 이것도 참 재미있다.  

 

 

 

 

 

 

 

 

 

 

 

 

 

 

 

요즘, 무섭다. '최악'은 지금이 아니다. 더 '최악'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무섭다. 동어반복인가. 저런 황송한 일이 있었던 어제는 날씨도 맑았다. 사진 속에 햇볕과 맑음과 밝음이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지난 번 장미 사진을 보면, 불과 일주일 남짓만에 장미가 얼마나 커졌는지, 많아졌는지, 풍만해졌는지 알 수 있다. 식물의 동물성! 왕성함.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다시 들춰보고 싶어지는 늦봄-초여름이다.

 

 

활짝 피어나는 '새' 장미들 때문에 저 '헌' 장미를 포착하기 무척 힘들었다. 초록 잎들 뒤로 살짝 보인다. 꽃봉오리가 더 작아졌다. 안 떨어지는 것(참수-_-;;)이 넘나 신기하다.

 

 이 참에 한 번 더 광고한다. 유튜브 활동도 은근히 재미있어 채널에 이름도 붙여 보았다. <김연경의 문학창고> ㅎㅎ  

우주보다낯설고먼 - YouTube

 

너무 감격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종의 답변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우주보다낯설고먼1 - YouTube

 우주보다낯설고먼2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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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21-05-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링크해주신 기사도 잘 봤습니다. 나중에 더 꼼꼼히 봐야겠네요.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드릴게요.^^;;;

푸른괭이 2021-05-25 13: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봐,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못하게 있습니다 -_-;;

blanca 2021-05-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동인문학상 본심에 오르신 건 정말 대단한 일이잖아요. 본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네요. 무섭다는 말씀, 저는 이해가 가요...산다는 게 그런 거더라고요...

2021-05-25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괭이 2021-05-26 09:43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황송한 일이지요!
이른바 아줌마 수다를 떨려고 비밀 댓글로 답니다^^;

2021-05-25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2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5월도 반고비

 

 

 

 

어느덧 5월도 반고비

지난 겨울의 그 장미는 질나쁜 장수와 불미스러운 불멸을 누리며  

신록 속에, 녹음 속에 멍하니 어리숙하게 엉거주춤 섞여 있다

세상은 장미에 찔레꽃에 수국에 온통 꽃 잔치

 

할머니, 그런데 엄마는 언제 와요?

 

달콤한 초당 옥수수를 먹으며

달콤 쌉싸름한 인생 맛을 곱씹는다

초당 옥수수는 잇새에 너무 잘 껴

늙어가는 치아에는 적합하지 않아

 

5월도 어느덧 반고비 길에 접어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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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문장

 

 

 

 

 

아이가 펄펄 끓는 동안에도 강낭콩은 쑥쑥 자랐다

태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레 떠오르고   

소싯적 떡잎은 세상 미련 없다는 듯 쪼그라들고

본잎은 살판 난 듯 푸르러지고 꽃이라도 피울 기세다

 

중세 사람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한 시각은 자정 이후 새벽이라고 한다

 

책상 앞에 구겨지듯 앉는 아이를 보며 강낭콩 줄기를 움켜쥐고

뿌리째 뽑으려다가, 더한 천벌 받을까 무서워 마음을 고쳐 먹은

지금은 정오 

 

물끄러미

정오의 문장이 쓰였고 나는

이제 막 의욕을 가질 참이다

 

 

 

 

 

 

 

 

 

 

 

 

 

 

 

 

 

 

 

물끄러미 / 자정의 문장을 썼다. //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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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모종 사러

 

 

 

 

모종 사러 가는 길

자작나무 심는 장면을 보았다

원래 있던 건요?

죽었어요, 죽어서 다시 심는 거예요,

라고 대답하는 늙수그레한 남자, 당신은 

나무 심는 사람, 살아 있고 건강해서 좋겠다

 

모종 사는 동안

러시아 자작나무처럼 두툼하고 하얀 중년 남자

작게 혼잣말하고 눈은 멍하고 손끝은 떨린다

어른의 몸에 아이의 정신, 당신도 좋겠다

햇살이 투명한 비처럼 내리는 날 모종 산책이라니

 

모종 사서 오는 길

오이 깻잎 상추 모종을 보자마자 아이가 절규한다

엄마, 이건 우리가 심은 게 아니잖아!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모종을 옮겨 심는 심사란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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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PDF 파일이 올라가져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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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