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의 갸륵함

 

 

 

 

 

봄에는 뽕잎순을 나물로 무쳐 먹고 여름에는 자줏빛 감청빛 오디를 따 먹었다 

 

뽕잎 갉아 먹는 검은 꼬물이들이 점점 하얗고 통통해졌다가

앗, 어디로 갔지? 독한 회의에 사로잡혀 잠들었다 눈을 뜨면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하얀 고치들이 전설처럼 매달려 있더라 

누에야, 뭐하니? 아직도 자고 있니? 

 

가을이면 누에들은 다섯번째 꿈을 꾸었고 어른들은 쭈글쭈글 번데기를 먹었다 

 


 

*

 

오디가 새카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박목월.

 

 

https://m.blog.naver.com/007crr/801900288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늦가을의 블루베리

 

 

 

 

 

나는 올해도 가을을 보고 있다

 

*

 

원래 나는 먼 고향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갑자기 두개골을 뚫고 뇌수에서 빨간 심장 하나가 태어났다. 저 먼 고향에는 나의 백골을 몰래 떠나 보냈다. 곧 따라갈게, 딱 하루만이야. 그 약속은 십년째 매일 지키지 못하고 있다.

 

*

 

늦가을 블루베리 열매는 감청색이다

맛은 결코 달지 않다, 시큼하다

가지는 갈색, 나뭇잎은 빨간색이다

심장 아기를 더 빨갛게 만들고 싶어

소의 선혈로 콩나물 선짓국을 끓였다

아기의 뇌수를 더 노랗게 만들고 싶어

타조알을 깨지 않고 노른자만 쏙 꺼냈다

 

*

 

나는 올해도 가을을 보고 있고

블루베리와 선짓국과 타조알을 먹고 

내년에도 봄을 볼 것이다, 보고 싶다

저 먼 고향이 아닌 여기, 이 고향에서

나의 심장 아기와 함께

저 먼 고향에는 나의 백골이 몰래 

 

 

___

 

- 지난 주 한 학생의 '미니픽션' <늦가을의 블루베리>를 읽고...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좀 전에 '백골'이 떠올라서 '분신'을 대체.

- 며칠째 윗층 어르신이 보이지 않고 이상 기류(?)가 감도는 것 같아, 떠오른 문장. 아, 할아버지가 올 가을을 못 보시는구나, 라는.  나는 7시부터 막 졸리고 지금은 거의 비몽사몽, 배도 고파오지만(허기인지 통증인지) 참으려고 한다. 나 역시 코로나 확찐자, 체중이 1-2킬로 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병에 /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 늙은 고양이와, /

잠든 티티새와, /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CE SONT LES TRAVAUX...

 

Ce sont les travaux de l'homme qui son grands:

celui qui met le lait dans les vases de bois,

celui qui cueille les epis de ble piquants et droits,

celui qui garde les vaches pres des aulnes frais, 

celui qui fait saigner les bouleau des forets,

celui qui tord, pres des ruisseaux vifs, les osiers,

celui qui raccommode les vieux chat galeux,

d'un merle qui dort et des enfants heureux;

celui qui tisse et fait un bruit retonbant,

lorsqu'a minuit les grillons chantent aigrement;

celui qui fait le pain, celui qui  fait le vin.

 

 

 

 

 

 

 

 

 

 

 

 

 

 

 

 

 

원문에 시행이 12행인데 왜 이렇게 많이 벌려 놓으셨는지ㅠ 최대한 올려서 맞추어 보았다. / 표시한 것이 번역본과는 다른 부분.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같은 것도 그냥 "즐거운(행복한) 아이들"로 해도 될 법한데, 상세하게 풀어주고 싶으셨나 보다. 시 번역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

 

 

http://frwinder.egloos.com/1038123

 

프랑시스 잠의 시를 읽으며 떠올린 화가는 밀레. 그의 유명한 <만종>의 원어인 "Angelus"은 프랑시스 잠의 시, 저 시집의 표제작의 제목(?)과 같은 단어다. 여기서 시인은 자신을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에 비유하고, 마지막 구절.

 

"삼종의 종소리가 웁니다. L'Angelus sonne"  

 

*

 

어젯밤에 찾아보니 벌써 지적이 된 문제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0488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원작의 분위기를 더 잘 살린 것 같은 번역을 가져와본다.

 

진실로 소중한 일은...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진실로 소중한 일은
나무통에 우유를 담고
따가운 밀 이삭을 따고
오리나무 그늘 아래 암소를 지켜보는 일.
자작나무에 칼집을 내고
잘잘잘 흐르는 개울 옆에서 버들바구니를 짜는 일.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티티새와 아이들이 잠들 때
잦아든 벽난로 곁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 절절하게 울 때
베틀 소리는 이내 잦아들고.
빵을 굽고 포도주를 담그고
텃밭에 양배추 씨를 뿌리고 마늘을 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을 가져오는 일.

(김찬곤 번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은 저 사람 편에 서 있구나. 고우영, <십팔사략> 중 항우 유방 다룬 부분에서 나온 대사. 진인사대천명. 결국엔 '천명'인지라. 푸틴의 여러 정치적 오류에 덧붙여 최근에 스캔들 (묻혔다가) 터지는 걸 보니, 즉, 그걸 막아낼 힘이 더 이상 없는 걸 보니 이미 하늘은 그에게 등을 돌리는 것 같다. 류드밀라의 이혼의 변은 대략,,, 영부인 역할 하기 너무 힘들어서, 였는데, 아마 여자 문제였던 것 같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푸틴도 쉽게 쓰러질 것 같진 않은데 정말 강적인 듯. 하늘이 저 사람 편에 있는 듯.  부인, 너무 예쁩니다 ㅠㅠ 잠깐 사진에 나왔던 자식은 아들과 딸인데, 아들도 너무 예뻐서 많은 네티즌이 딸로 오해할 정도.

 

 

"안녕(하세요), 나발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pMl6InVBlA&t=42s

-> 흥, 내가 무서워 할 줄 알고? 빨리 나아서 돌아가겠소~

 

 

나발니 인터뷰 2시간이 넘는다는 것 자체가 그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s43rXgaZc

- > 으악, 이런 상태가(남의 부축을 받아 세수하는) 정말 오래가면 어떡하지 ㅠㅠ

이런 상태는 지나갔고 지금은 ~

 

 

말도 너무 빠르고 거칠고 제멋대로, 한마디로, 너무 러시아식이다. 술은 드시는지? 오래 전 옐친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보는 우리야 즐겁지만^^; 

 

비슷하게, 도람프의 각종 광대짓도 어찌나 흥미로운지. 의외로(?!) 그가 연설과 토론을 잘 해서 놀랐다. Oh really? Oh, did you? Your son~ 참,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지만, 저 어마어마한 추진력과 막가파적인 면모와 거대한 덩치와 칠순에도 반짝이는 노랑머리(금발) 등등 그 역시 대륙의 힘이겠지. 젊은 날의 그를 보면, 또 (그때는 안 봤지만) 오래 전 힐러리와 맞붙던 모습을 보면 왜 미국이 그를 선택했는지도 짐작이 된다.

 

https://ngs55.ru/text/incidents/2020/08/20/69430855/

사방이 다 떡대에 깡패 -_-;;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다시 읽는다. 자료를 뒤지면서 새로웠던 것이, 이 소설을 쓸 때 메리 셸리가 18세 소녀^^;였다는 사실에 덧붙여, 이미 두 아이를 출산한 경산부(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 이상의 소설인가에서 처음 알았다)라는 사실이다. 그 중 한 아이는 죽은 모양이다. 어떻든 셸리는 <프-인>을 쓸 때 이미 아이 엄마였다. 뭘^^; 좀 하는 엄마들은 요즘도 죽겠노라고 울부짖는데, 18세기후반 19세기 초반의 그림은 어땠을지. 저 소설이 창조되는 배경 중 하나가,,, 오두막(??)에 둘러앉은 퍼시 셸리, 바이런, 또 누구(?), 메리 셸리 등의 잡담-이야기다. 이런 그림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영국이 얼마나 선.진.국.이었는지를 모여준다. 그들은 먼저 갔고 지금 보면 당연히 저만큼 가 있는  것이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 옆에 항상 다소곳이(약간 꺼벙하게?^^;) 서 있는 남편 필립이 항상 인상적이었다. 필립-메이 vs. 트럼프-멜라니아.

 

아무튼. '엄마' 셸리가 쓴 <프-인>은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피조물(창조물)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듯도 싶다. '괴물'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편견과 달리 '괴물'은 굉장히 명민하다. 이른바 EQ를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역시 결코 낮지 않을 법하다. 그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한다. 또래 집단(2차 집단)에서 그게 힘들더라도, 그를 품어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부모, 특히 엄마이다. 하지만 이 괴물은 안타깝게도,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저주와 경멸과 분노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기처럼 흉하게 생겼기에 오히려 자기를 사랑해주고 함께 살 '짝'을 만들어달라, 라는 부탁, 절규가 참 절절하다.

 

이른바 '제2의 성'으로서 메리 셸리의 입장은 프-인 박사보다는 '괴물'에게 더 가 있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녀의 입장은 후자보다는 또 프-인 박사 쪽이었을 법도 하다. 내가 낳은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 우리가 손쉽게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본능적 감정, 감각의 덩어리야 크지만(왜 감각이냐 하면, 아이에 관한 한, 항상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굉장히 복잡다단한 것이다. 특히, 내가 낳은 아이가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엄마의 입장이란.... 다시금 상기한다, 박완서의 수필을 통해 알게 된 표현. 참척의 고통.

 

전기를 보면 메리는 총 5명의 아이를 낳고 그 중 4명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아시다시피 메리의 엄마 역시 메리를 낳다가(낳은 거의 직후) 사망한다. 출산이란 그런 것, 두 생명의 치열한 각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이후, 양육과 교육은, 요즘 내가 많이 고민하는 것이지만,  더 큰 시련을 예고한다.(많은 정치인들이 여기서 걸린다^^; - 조 바이든은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서 트럼프보다 재미가^^; 없다 ㅋ) 아마 메리가 '엄마'로서 체험한 것, 고민한 것이 없었더라면 이 소설이 문학사에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슷하게, 어린 처녀^^;가 쓴 <폭풍의 언덕>과 비교해도 그렇다.

 

 

 

 

 

 

 

 

 

 

 

 

 

 

 

 

로맨스(사랑과 열정과 배신과 복수와 죽음 등) 이상의 어떤 것, 그것과 함께 혹은 그 이후에 오는 것  - '아이.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아이-피조물이 이렇게 외칠 때.

  

-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

 

 

 

 

 

 

 

 

 

 

 

 

 

 

<실낙원> 아담의 영국 버전이 프-인 피조물의 절규.

그것의 소비에트판, 싸다각^^; 싸가지 없음의 절정 버전이 샤리코프의 절규.

 

 

 

 

 

 

 

 

 

 

 

 

 

 

 

 

그래, 당신은 항상 그랬어... 침 뱉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저리로 가지 마라... 이게 정말 뭐야? 여기가 전차 안이라도 되는 모양이군. 어째서 날 못살게 구는 거지?! 그리고 아빠란 단어와 관련해서 이건 순전히 당신 잘못이야. 내가 수술해달라고 청한 적이나 있냔 말이야?”

사내가 흥분해서 계속 짖어댔다.

그래, 정말 멋들어진 일이야! 나 같은 동물을 잡아다가 칼로 머리를 길쭉하게 잘라서 줄무늬처럼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이렇게 경멸한단 말이지. 난 수술을 허락한 적이 없어. 마찬가지로... (사내가 무슨 간단한 공식이라도 기억해내려는 듯 천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 친척들도 허락한 적이 없어. 따라서 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단 말이야.”(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