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둥둥아기그림책 2
유문조 글, 유승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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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낳은 남자직원에게 선물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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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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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박완서라는 작가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조금은 비슷한 듯 다른 듯 내가 누리고 있는 행운도 있는데 동시대에 나와 동갑내기 동성 작가 심윤경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난 이 행운을 한 열번쯤 자랑한 듯 싶은데, 앞으로도 열번쯤은 더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같은 말을 반복할까봐 꽤나 신경쓰는 편인 나에겐 제법 큰 결심이요 의지다.

또 회고조의 말을 하자면 언젠가 쥴님은 나처럼 나이에 민감한 사람은 드물다는 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속으로 정녕 쥴님은 아홉수마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능력자란 말인가 감탄한 적이 있다. 남들 다 하는 사춘기를 꽤나 무난하게 넘긴 대신, 스물아홉을 열병처럼 겪어내고 서른아홉은 그야말로 광년이처럼 방황했던 나로선 다른 이들은 어찌 이 미친 시기를 내색없이 이겨내는 묘기를 부리는가 했는데, 나의 행운은 동지를 발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심윤경과 김혜나라는 이름으로!

책 속의 얘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현실이자 나의 몽상이다. 미친 교육열에 중심 못 잡고 방황하는 새언니들도, 한때 내가 공부는 좀 했는데 현재의 나는 왜 이리 초라한 건지 갈피 못 잡는 남편 성민도, 막연한 노후의 불안으로 컴퓨터 기사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걱정하다 애궂게 이를 동생에게 내미는 큰오빠조차도, 빚은 빚대로 욕망은 욕망대로 탕진하면서 한탕의 욕망과 미련을 못버리는 작은오빠조차도 다 나의 현실이다. 이제 내 나이 서른아홉인데 너무 늙지도 젊지도 않은 유부녀다 보니 더 이상의 로맨스는 없고 용써봤자 불륜만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비참한 건지 그나마 위안인 건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첫사랑을 꿈꾸는 소녀도 아니고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건 남의 일탈을 수다거리로 삼는 게 고작인 것이고, 아주 은밀하게 내가 혜나라면 하는 몽상을 하는 게 최대의 허용치인 거다.

그나마 운좋게 마흔 하나의 나이까지 도달했으나 여전히 만으로 39의 굴레를 염증내고 있었는데, 차라리 이 시간이 확 다 지나가버리고 폐경이나 됐으면 좋겠다며 투덜대다가도 아직은 내 생일이 있는 가을이 아니라 폭염으로 지글거리는 여름이라고 안도하는 이율배반을 스스로 비웃고 있었는데 동갑내기 작가는 어쩜 이렇게 맞춤하게 혜나 이야기를 나에게 내밀었는지 그 용함에 절로 감탄한다. 그리하여 감히 비약하는 건 내가 심윤경을 행운이라 여기듯이 그녀의 사랑 얘기를 알아보는 동갑내기 독자가 있다는 것도 그녀에게 행운일지 모른다는 망언.


* 뱀꼬리: 이 책에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 책표지... 샛노란 색이나 사랑이 달리다의 글씨체는 수긍이 가는데, 밑도 끝도 없는 저 4명의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혜나? 심윤경? 나? 또 다른 39살 동지??? 글쎄... 공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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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29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조선인님의 별다섯이면 신뢰가 간다는 ㅎㅎ 왠지.^^
심윤경 소설은 '서라벌사람들'만 읽었어요. 이 책 재미날 것 같아요.
담아갑니다^^

2012-07-29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3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7-31 08: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어떻게 아셨어요? 이제 저에게 딱 걸리셨어요.

2012-08-01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8-01 08:37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니까요. 히히

hnine 2012-07-30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심윤경 이란 작가는 전작주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심윤경 작가가 낸 책은 창작동화까지 포함하여 한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으니까요. 아직 이 책만 빼고요. 작가도 막 겪고 있는 중이거나 겪고 난 후의 이야기를 작품에 잘 반영하지 않나 싶어요.
조선인님의 허심탄회한 자신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혜나란 분을 저도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조선인 2012-07-3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전 딱 39에 만났으니 행운인 책이었는데, 다른 분들에겐 어쩔지 모르겠어요. 히히
속닥님, 주소 알려주세요.
hnine님, 우와, 멋지세요. 전 창작동화는 확 건너뛰었는데. 이 책이 아직 나온 지 며칠 안 됐어요. 전 알라딘에 책 표지도 안 떠 있을 때, 딱 제목만 등록되어 있을 때 주문했거든요.
 
[귀걸이]Alice story(은버니쉬) - 순은고리
토아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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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늘 그렇듯 귀걸이를 질렀다. 착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었다.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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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2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주 특이한데요

조선인 2012-03-2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값 못하고 애들같은 귀걸이 했다고 한 소리 들었지만, 기분전환에는 그만입니다. 히히

숲노래 2012-03-2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어린이 마음이 되는 귀걸이라 해야겠지요~

조선인 2012-03-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요새 제가 아주 이뻐라 하는 귀걸이에요. 헤헤

같은하늘 2012-03-2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에만 반응을 안보이는 저에겐 그림의 떡이네요~~
금보다는 악세사리들이 훨씬 이쁜데...

조선인 2012-03-2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어머나, 금은 정말 디자인도 한정되고 가격도 장난이 아닌데... 아쉽겠어요.
 
엄마는 괴로워 - 우리 시대 엄마를 인터뷰하다
이경아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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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수원영재교육원 개강식에 참석했다. 그 연락을 수요일 오후에서야 받았기에 팀장님에게 휴가원 결재를 받으며 몹시 민망했고, 그때부터 이미 기분은 좀 상했다. 맞벌이 부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단한 설명회인줄 알고 참석했는데, 허걱. 수원 교육장님까지 참석해 행사가 거창했다. 게다가 어쩜 그리 진지하신지 이 자리의 아이들은 다 미래의 아인슈타인이요 에디슨이요 처칠이 되어야 하는 존재였다. 내 생각에는 그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머리라는 것밖에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미래의 인재들을 위해 부모님들은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픽업을 잘 해야 하고(주차장 안내가 참 여러번 장황하게 반복됐다 @.@), 중간에 먹을 애들 간식도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낙담했을 뿐이다.

 

가장 괴로웠던 건 주변 어머니들의 열의였다.다른 엄마들은 2차, 3차 시험볼 때 따라다니며 서로 얼굴을 익힌 듯 했고(아무래도 애 혼자 가서 시험본 건 우리 아이뿐인 듯 싶다 ㅠ.ㅠ), 같은 학원을 다니며 원래 친한 경우도 꽤 있는 듯 했다. 제일 황당했던 건 이미 나를 아는 엄마가 있었다는 것.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와 엄마'라서 누군지 궁금했다나? 그 분은 그러나 궁금하기만 했고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본인 연락처는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아직 고등학교를 정하지 않았다는 내 대답에 어색해하던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인데 고등학교를 어디 갈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OTL

드디어 개강식과 설명회가 모두 끝나고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 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난 다 끝난 줄 알고 벌떡 일어섰는데... 아뿔사. 사방에서 엄마들이 손을 드는 게 아닌가. 민망한 마음으로 도로 의자에 앉았는데, 봉사학점 대상기관이니 과학캠프 프로그램이니 수원과학정보축제 보강이니 발명대회 TO니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 질문으로 마구 쏟아졌다. >.<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정초에 읽고 리뷰를 미뤄왔던 책을 도로 꺼냈다. 이제 선미엄마나 희윤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날 본 엄마들의 얼굴이 막 떠오른다. 왜 이 나라는 아이들을 '제조해낼 수 있는 존재'라 여기는 걸까. 제조의 결과는 고작 자본주의 사회 내의 물질적 성공인데, 그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인걸까. 왜 대다수 엄마는 그 절반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아이를 공부로 내모는걸까.

 

<엄마가 괴로워>가 한없이 불편한 책인 건 나 역시 선미엄마나 희윤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거다. 난 차마 귀농을 결심하지 못 하는 도시인이고, 난 차마 대안교육을 수용하지 못하는 학력주의자다. 애를 공부학원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는다는 걸 변명으로 삼으면서도, 아이가 나와 달리 수학을 재미없어 한다는 걸 수긍하지 못해 끊임없이 수학동화를 사들이는 엄마인 것이다. 80년대의 헐리우드 키드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만들어낸 걸 강조하면서도 아이들이 아이돌에 빠질까 겁내하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이다.

 

내가 <엄마는 괴로워>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건 내가 아는 사람이 이 책을 썼다는 게 발단이었다. 하지만 같은 책을 한 해에 두번이나 읽게 되는 건 이 나라의 미친 교육열이 엄마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에, 난 더 열심히 이 책을 사람들에게 권할 수 밖에 없다. 부디 더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더 괴로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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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3-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슨이나 처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 이들이 있는데...
두 사람 발자국을 조금이라도 살핀 적이 있다면...
어머니들이나 강사라는 사람이 그리 말하지 않을 터이나...
그런데 아이가 그곳에 다녀야 하나 보지요... 에고...

반딧불,, 2012-03-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그 부분을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군요. 그냥, 딱 눈감고 마로를 위해 그러녀니 하세요. 사람들 가치가 다 다르듯 아이들도 다 다른것을 말입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괜시리 마음만 다치니 그냥 잊으세요. 그런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는거죠.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이런 쪽엔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건지..
교육받는데 아이들이 전화를 잘 안하니 신기해하더이다. 저희 아이들이야 벌써 7년이 넘게 적응이 되어서 알아서들 잘 챙겨서 하거든요. 가끔은 아이들이 너무나 잘 알아서 하니 미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제가 원한 부분도 그것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너무 많이 죽인 것은 아닌가 걱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 잘 자라고 있는걸요. 힘내시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엄마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조선인 2012-03-1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이게 기회인지 독인지 잘 모르겠어요.
반딧불님, 최대한 귀닫고 다니는 게 상책이지 싶어요. 흔들리는 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3-1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그만 괴롭고 싶어요.ㅋㅋ
그곳의 분위기는 그렇군요.음~
여기 중소도시에도 와이즈만인가? 영재육성학원이 생겼더라구요.전 그저 과학실험하는 학원인줄 알았는데 영재육성하는 곳이라 해서 그렇군! 고개를 끄덕여준적이 있었더랬어요.
그러한 학원을 보내는 것도 참 대단한 엄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그곳에 보낸 엄마들은 더하군요.참 대단한 엄마들 보면서 의연해야할텐데 기가 팍 죽고 들어가니~~ㅠ
암튼...님은 그저 마로 하나만 믿고 의연해질 필요가 있어요.기죽지 말아요.제발~(제가 힘내시란 뜻으로다 추천까지 눌렀어요.^^)

지금도 님은 좀 심각하실텐데..왜 전 님의 리뷰에서 자꾸 웃음이 터지는지..
아~ 정말 죄송해요.
아인슈타인님과 에디슨님 그리고 처칠님은 대머리 아저씨였군요.ㅎㅎ
(근데 대머리면 다들 훌륭한 위인이 될 수 있는건가요?(나름 심각!))

조선인 2012-03-12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대머리가 모두 위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는 양가 집안이 다 대머리기 때문에 해람이는 확실히 대머리 보장!이거든요. ㅋㅋ

2012-03-12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3-18 11: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안그래도 이웃집 언니 한 명이 시댁에 대머리 유전이 있어 아들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데...ㅠ
해람이...잘생긴 대머리 아저씨라니~~
이거 진짜 해람이도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의 대를 잇겠어요.^^

조선인 2012-03-18 21:32   좋아요 0 | URL
결혼후 첫 추석때 그야말로 뿜을 뻔했어요. 큰아버님부터 결혼안한 도련님까지 일제히 절 하는데 모두 정수리 탈모. 친정은 M자 탈모. 해람이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ㅋㅋ

조선인 2012-03-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호호 해람이를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전 만약 해람이가 딱히 재주가 없으면 이덕화씨나 박영규씨 뒤를 잇는 가발모델로 키우겠다는 야무진 꿈이... ㅋㅋㅋ

Arch 2012-03-1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엄마를 멀티플래너, 가족관리 플래너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엄기호 책에도 잠깐 나왔던 것 같은데...

세 위인의 공통점이 웃겼는데 조선인님의 댓글을 보고 웃어야할지 어째야할지 살짝 고민이 됐어요. 해맑은 해람이에겐 너무 가혹한 유전이에요.

조선인 2012-03-1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그냥 웃으면 되요. 대머리 유전 정도야 웃어넘겨도 되는 시련이잖아요. ㅎㅎ

같은하늘 2012-03-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엄마는 괴로워요~~ㅜㅜ
적당히 알아갈건 알아가면서 눈감고 귀막는거 정말 힘들어요.
저도 아이를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고 있다는거로 위안하지만...
아이가 수학을 싫어라하는 모습을 보면 흔들려요.

조선인 2012-03-1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우리 서로 용기내요. 아자아자!
 
보릿고개 대통령 1 - 보릿고개를 넘어라!
강치근 글.그림 / 꿈소담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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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은 참 근사하게 잘 써놨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참 가관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던 국민들앞에 박대통령은 반공이라는 신선한 공략을 내세워 등장해,

민생고도 해결해주고 부패와 구악도 일소해준다고 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단다.

통일벼를 개발해 보릿고개를 극복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맨들맨들 민둥산을 푸른 우리산으로 만든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이 보급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주 게으르고 배운 것도 없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계몽하여

부지런히 일도 하게 되었고, 돈도 벌었고, 자식들도 공부시켰다는 거다.


제일 재밌던 건 반공만화에 대한 예찬. 

'반공만화는 화려한 영상과 상상적 기법으로 아이들에게 반공정신을 심어준' 일등공신이며,

그중에서도 제일은 똘이장군으로서 수많은 아이들이

'따발총을 든 늑대로 표현되는 공산당과 목에 혹이 달린 돼지의 모습을 한 김일성에 열광'했단다.

어린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는 커녕

반통일적인 내용과 자극적인 화면과 호전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무시되며,

그저 이토록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보급한 박대통령에 대한 경외심만 가득하다.


더 황당했던 건 근검절약 청렴하신 박대통령 찬양.

박대통령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에게도 검소하게 살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셨으며,

어떠한 청탁도 거절하고 부정비리를 증오하셨단다.

놀랍다. 어쩌면 이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 당시 남긴 재산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6억 원의 현금이었다.

시가로 환산하기 어려운 재산 다 떼놓고 현금 재산부터 보자.

당시 대통령 연봉이 381만원이었는데, 18년동안 한푼도 안쓰고 저축해도 7천만원이 안 된다.

나머지 5억 3천만원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겨우 6억 가지고 그러냐고?

1979년 9월에 입주가 시작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이 당시 2천만원이었단다.

당시 6억은 31평 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이라면 납득되려나?

은마아파트 31평 한 채가 지금은 8~9억 정도 하지 아마?


이왕 시작한 거 그 외 자산도 좀 볼까?

요새 한참 이슈가 되는 정수장학회? 2005년 언론노조 추산 재산이 1조원인데,

이는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주식의 자산가치를 온전히 산정하지 않은 액수이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의 30%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다. 아 참, 부산일보다 정수장학회 거다.)

육영재단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회관 부지? 서울광역시 노른자땅으로 3만평 되시겠다,

영남대학교? 우리나라 대학중 가장 넓은 땅을 가졌다. 자그마치 경산시 땅 80만평!


이명박 대통령과 땅만 비교해볼까?

그 훌륭하신 MB는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워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내와 처남, 큰형, 작은형, 형수, 조카까지 총동원해 86만평을 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 수 더 배웠어야 했나 보다. 쯧쯧.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청렴함은 더욱 빛난다.

노무현 대통령의 상속세 신고를 보면 화순군 봉화면 봉화리 사저와 임야 1300평이 대부분이다.

뭐 서울광역시/경산시 땅과 화순군 땅의 시가는 굳이 비교하지 않겠다.

딱 평수만 비교하면 박대통령은 고작 82만 8700평만 더 가진 청백리이신 거다.

부채를 살펴볼까? 어마나, 검소하신 박대통령은 빚이라곤 모르고 사셨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디다 그렇게 가산을 탕진했는지 은행빚이 16억이란다.


이토록 훌륭한 박대통령의 업적을 만화로 미화하는 이 책이 놀랍게도 거의 모든 도서관에 있다.

초등학교 도서관에도, 어린이 도서관에도, 시립 도서관에도! 과연 누가 신청해서 꽂아놓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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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4학년 때 "아, 박정희!"인가? 여튼 그런 이상야리꾸리한 책이 집에 있었어요. 당시 위인전에 푹 빠져있을 때였는데 그 책을 읽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잠을 못 자기도 했지요. 어릴 때 그런 책 읽는다고 모두 계속 빠로 남는건 아니어요. ㅋㅋㅋ

숲노래 2012-03-07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박목월 님은 <육영수 전>을 쓰셨는걸요..

조선인 2012-03-0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귄, 뭐 그렇게 치면 난 박정희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 서거했을 때 집안 초상난 것처럼 울었는걸... 그래도 시대가 다른데... 아직도 저런 게 판을 친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된장님, 그러게요, 참 어두운 시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