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대저택 풀빛 그림 아이 18
마이클 갈랜드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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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0개월인 딸아이에게 i spy류의 책은 아직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늬가 살아나요" 마지막 장에 대한 아이의 엄청난 집착에, 이제 슬슬 관련한 책을 찾아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던중 우연히 선물받게 된 이 책.

컴퓨터 그래픽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그림이 차갑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축 늘어진 눈썹, 두리번거리는 순한 눈동자, 뭘 찾아야하나 망설이는 약간은 멍청해보이는 표정, 멍하게 웃는 입술! 토미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벽지와 바닥의 다채로운 칼라와 화려한 문양이라니. 작가의 실험정신은 충분히 성공했다.

찾기놀이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을 찾아낼 때마다 그 동물이 거기서 뭘 하는지 죄다 이야기를 꾸며줘야 한다. 책속에 숨어있는 동물만 406마리니, 두쪽에 걸쳐 그림이 펼쳐지는 온실과 연못에 이를 때면 목소리가 갈라질 지경이다.

그뿐인가. 알파벳도 찾아야하고, 용이며 인어, 유니콘도 숨어있다. 심지어 아일랜드 말, 노르웨이 말, 이탈리아 말, 스페인 말, 프랑스 말, 라틴 말, 히브리 말, 독일 말까지 찾아야 하니 부모 입장엔 스트레스가 좀 쌓인다.

그렇다면 아이는? 숫자대로 모두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모든 동물과 글자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도 없으니 제가 좋아하는 개구리와 쥐와 나비만 실컷 찾으면 그만이다. 게다가 딱 1권만 더 읽어줄께 라고 다짐할 때면 이 책을 빼오니, 엄마와 함께 책읽는 시간을 길게 늘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영악하게 파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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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0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아예 도표를 그려서 찾은 곤충, 동물의 숫자랑 글자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기록해 가면서 찾아 보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다 못 찾은듯...^^;;

soyo12 2004-08-0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즘 아이 키우려면 정말 엄청난 지적 소양과 인내심이 요구되는군요.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런데 숨어있는 동물 찾는 거 재미있어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걸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08-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1권만 더 읽어줄게, 저란 비슷한 대사를 하십니다. 허허... 전 I spy류의 책은 제가 별로 즐기지 않아서... 워낙 인내심이 없는 게 이런 데서 티가 나는가 봅니다. ^^

비발~* 2004-08-1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숫자에 매달리는 건 어른들이고, 아이들은 찾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그나저나 엄마들이 다 지쳐버리니 우얀대요?ㅜㅜ;;

수수께끼 2004-11-0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책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수수께끼는 대저택이 없으니까요.....
 
내 다리는 휠체어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20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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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부부가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다 보면 동네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아는 척 한다. 한없이 부드럽고 상냥한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 불쌍해라. 어린 애가 아침 저녁으로 고생이네." 그럴 때마다 울컥거리는 심정을 가누지 못하면서 나 역시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앞에 걷던 시각장애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덥석 팔짱을 낀 적이 있었다. 그 아저씨는 혼자서 집 근처 지하철 타고 내리는 것쯤은 할 수 있다고, 도와주지 말라고 버럭 역정을 내셨다. 무안하여 얼른 사과를 드리는데, 아저씨가 목소리를 깔며 지팡이로 땅을 두어번 치셨다. "정말 미안한가? 뭐가 미안한지 정말 알아?"

그제서야 내가 그분을 '마냥' 불쌍히 여기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우리중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불쌍하다고 재단할 권능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다른 삶이라고 인정했을 때 훨씬 더 다양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마르기트의 다리는 휠체어일 뿐이다. 보도에 턱이 있을 경우 불편한 것은 마르기트 뿐이 아니다. 유모차를 끄는 아기엄마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눈을 가릴 정도로 짐을 잔뜩 든 사람도 불편하다. 하기에 모두를 위해 턱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세상엔 또한 뚱뚱한 사람도 있고, 빼빼 마른 사람도 있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체질적 요인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체중으로 인해 내 인생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지기는 뚱뚱해서 불쌍하다' 역시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마르기트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도움을 받으며 사는 사회적 존재이다. 우리가 서로를 그저 별난 존재로 존중할 때, 세상은 더 조화로와질 것이고, 나 역시 보다 많이 신세지고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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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8-0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장애인의 날인가? 그땐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우릴 불쌍하게 바라보지 말라며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는 말을요......그때 많이 느꼈어요. 이 책을 읽고 저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네요.

sweetmagic 2004-08-0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들을 불쌍하게 보는 자신의 시선이 불쌍한 거죠.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눈 왜 달고 다니는 지 몰라요. 차라리 보지를 말지 !!!
추천 ~!!!!!!!

(앗 흥분 했다 )
 
소중한 나의 몸 엄마와 함께 보는 성교육 그림책 3
정지영, 정혜영 글.그림 / 비룡소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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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를 둔 엄마로서 흉흉한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그럴 때면 애 아빠는 검도며, 태권도며, 합기도며, 적어도 합이 10단 이상을 만들어야겠다고 3살 짜리 붙잡아 발차기 연습을 시킵니다. 거울을 붙잡고 옆차기를 연습하는 딸아이의 모습은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딸을 위해 사야겠다 마음먹고 보관함에 넣어둔 건 돌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게 아닌가 싶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급작스레 구매한 건 얼마전 모 서재에서 본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나 흔한 어린이 성폭력 문제에 우리 아이 또한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에 새삼 마음이 급해진 것이죠.

그러고 보면 학교 다닐 때 어린이 성폭력 통계조사를 하며 끔찍해했던 일을 참 오래 망각하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여대였기 때문일까요? 정도의 차이가 있었으나 한 과의 1/3이 어린이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상습적인 희롱을 당했으며, 강간의 경험을 털어놓은 친구도 1명 있었습니다.

특히 후자의 친구는... 6살 때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대학에 들어와서야 자각을 했다고 합니다. 여중에서 받은 성교육은 출산비디오를 본 게 다였고, 여고의 성교육 시간은 입시교육에 밀려 혼자 밤늦게 다니지 말라는 등의 안전지침 복사물 1장 받은 게 다였다고 했습니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이성을 사귀게 되면서... 이상하게 불유쾌하고 아팠던 기억의 진실을 깨닫고... 그게 원인이 되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지금은 상담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는 친구를 부둥켜안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는 내 평생을 성폭력과 매춘 문제에 바쳐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껏 내가 한 일이란 성희롱 예방교육 강좌 하나 제작한 게 다이니... 딸에게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힌다 해서 어린이 성폭력이 저절로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딸아이가 자기 몸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고, 나쁜 어른을 나쁘다라고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건 아이건 성폭력의 희생자가 자신을 자학하지 않고, 누구의 잘못인지를 명백히 인식하는 게 성폭력 대처의 첫출발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것임을 일러줄 수 있도록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엄마와 딸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소중한 나의 몸에 대한 은폐와 부정은 성기에 대한 그릇된 지칭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이 성폭력 예방교육 지침서로 기획되어 나왔으면서도, '고추'와 '잠지'라는 표현을 태연히 쓰는 게 속이 상합니다. '보지'와 '자지'를 금기시할수록 성은 어둡고 비틀어진 것이 됩니다. 가능하면 출판사에서 새로 책을 펴낼 때 교정해주었으면 좋겠고, 하다못해 이 책을 사보시는 엄마, 아빠들이 견출지라도 붙여 '보지' '자지'로 수정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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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0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말씀에 특히 더 동의합니다!

2004-06-20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6-2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06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를 굴리는 곰 이야기
주영삼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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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들이 숲속 깊은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치는 이유를 아나요? 서커스에서 조그만 공을 굴리는 이유는요? 그건 바로 지구를 굴린 곰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 위함이랍니다. 지구에 낮과 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생겨나고 얼음이 녹아 강과 바다가 생겨나고 구름이 생겨 비가 내리는 게 모두 태양신이 곰에게 지구를 굴리는 벌을 주었기 때문이라네요.

그 깜찍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나오고, 아름다운 우주 배경에 감탄이 호~ 나옵니다. 다만 난 왜 이리 욕심이 많은걸까요? 태양신도 도자기도 피라미드 신전도 모두 아즈텍 문명의 것을 따온 거 같아 속이 상합니다. 이왕이면 우리 문양을 따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미련이 마구마구 생겨버립니다.

아, 참, 이 책을 사실 분이 참고하실 게 하나 있는데요, 책 설명엔 A4크기라고 나와있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대략 323*230 정도 되요. 저희집 책장 사이즈엔 너무 커서, 큰 책만 모아놓은 mdf 박스에 따로 담아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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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이 납니다! @.@
 
[노부영] Love You Forever (Paperback + Tape, 영국판)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439
안토니 루이스 그림, 로버트 먼치 글 / Penguin U.K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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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온 날 아들이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와서 자기 집 층계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을 읽어주다가 꺼이꺼이 소리내며 울고 말았습니다. 아직 어린 나의 딸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더니 그 작은 손으로 꼭 눈물을 닦아주듯 제 뺨을 만지더군요. 딸래미를 꼭 껴안고 한참을 더 울었답니다. 무엇보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친정어머니가 그리웠고, 내가 딸에게 과연 좋은 엄마일까 반성도 되고... 저와 딸이 가장 좋아하는 잠자리 책이라 매일 읽지만 지금도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알싸한 감동을 느낍니다. 자장가로도 이 노래를 가장 즐겨 불러줘요.

i love u forever
i like 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u'll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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