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E. M. 포스터 전집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구판절판


「우리 어머니 장작이지, 당신네 장작이 아니야.」 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월 부부는 마음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평생 하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신사란 모름지기 건방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리스 도련님은 벌써 사람을 다룰 줄 알아.」 그들은 요리사에게 말했다. 「점점 아버님을 닮아 가지 뭐야. 」-2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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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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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혁명가를 자처하는 시절엔 끝내주는 저택을 갖고 있지 않아도 나름대로 빛나는 이상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중에도 여전히 멋진 집을 갖지 못한데다, 그동안 사실은 멋진 혁명가도 되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남겨진 선택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부동산 정보지'를 열심히 구독하는 것이다!-12쪽쪽

"온 세상이 너무 캄캄해," 그는 씨근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너무 캄캄해, 프란시스. 불빛이 안 보여. 그저 어둠뿐이야.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가 그 어둠을 지고 가지. 언제나. 언제나. 나는 사악한 자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한때는 나도 선한 자였지……"-29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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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4-25 22:37   좋아요 0 | URL
삶의 냉정한 진실들.....

Koni 2006-04-26 10:42   좋아요 0 | URL
프란시스가 좀 신랄하더라고요.^^; 전 그냥 멋지지 않은 혁명가 지망으로 살아도 좋은데 말예요.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절판


사람의 매력이란 각자가 쌓아온 인생 경험에서 배어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토시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순전한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연극을 한다고 치자. 어느 유치원에든 왕자 역할을 맡게 되는 남자애가 반드시 있는 것처럼 공주 역에 어울리는 여자애가 반드시 있다.-110쪽쪽

거기까지 들은 나는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지금 그 굳건했던 껍질을 깼다. 순조로울 리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껍질을 깨고 그 남자와의 관계에 뛰어든 것이다.-172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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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구판절판


"풀랑크는 게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세상에 숨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언젠가 그가 말했다. "당시로선 그런 말을 입 밖에 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는 또 이런 식으로도 말했어요. '내 음악은 내가 호모 섹슈얼이라는 것을 배놓고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가 말하려는 의도는 이런 것이었겠지요. 요컨대 풀랑크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성실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게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성실해야 했던 것입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며,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19쪽쪽

"짧은 시간 동안에 내 인생은 확 바뀌어버렸지. 거기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서 매달려 있는 것이 고작이었어. 몹시 겁에 질렸고,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어. 그러니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 같은 걸 할 수 있었겠어? 세계로부터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걸. 그래서 나는 그저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거야. 그리고 나를 힘껏 안아주기를 바랐어. 이유나 설명 같은 건 모두 집어치우고 말이야. 하지만 누구 한 사람……."-44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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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8월
절판


이건 좀 이상한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는 비밀이 되지 않는 일인데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면 숨길 필요가 생긴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잘못해서 사람을 죽였다면 어떨까? 그러면 가족한테만은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체포될 생각이 정말로 없다면 가족한테만은 사실대로 말하고 제발 숨겨달라고 울며 부탁할지도 모른다.-323쪽쪽

창문에 이마를 댔다. 서늘하니 차가웠다. 하늘 저편에서 타원형의 달이 밤을 비추는 노란색 등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전생이 아니라 지금 생에서. 안달루시아가 아니라 이 도시에서. 오른쪽에서 아빠가 들여다보고, 왼쪽에서는 아주 어린 누나가 들여다보고, 엄마 팔에 안겨, 버스의 진동을 희미하게 느끼면서 나는 분명히 지금하고 똑같은 이 노란색 달을 보고 있었다.-33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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