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곽영미 외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3월
품절


멍하니 있던 레스트레이드와 나는 마치 연극의 클라이막스를 보고 난 것처럼 열렬히 박수를 쳐댔다. 홈스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 극작가처럼 고개를 숙여 박수에 답례했다. 그런 순간에는, 제아무리 냉정한 추리전문가라고 해도 칭찬이나 박수갈채에 대한 인간적인 동경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세속적이고 악한 것을 경멸하고 외면해버리는 자존심 강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홈스인들 친구가 보내는 진심 어린 경탄과 찬사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424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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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4-17 18:38   좋아요 0 | URL
진심 어린 칭찬은 하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죠.... 그렇지 않으면 배아픈 일이고.... 요새 가끔 배아파지는데.... 좀 덜된 것이겠죠?ㅎㅎ

Koni 2006-04-17 19:08   좋아요 0 | URL
전 홈스와 달리 모든 칭찬에 바로바로 희희낙락해버려요.

푸하 2006-04-18 15:17   좋아요 0 | URL
저는 부끄러울 정도로 희희낙락한데요...--; 희희낙락도 분수껏 해야할 듯.... 그런데 칭찬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서 가끔 받으면 그러는 거에요...ㅎㅎ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4
캐런 헤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9월
품절


우리를 잊지 말아요.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이 그렇기 많은데
어떻게 모두를 기억할 수 있을까?-190쪽쪽

그 사람은 엉겅퀴 같은 잡초처럼 보였어.
엄마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사람 말이야.-232쪽쪽

늘 모래 폭풍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이제는 알아.
사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모래 폭풍이야.
현재의 나에게 만족해.
그게 바로 나야.-25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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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11 - 제7부 화서의 꿈
오노 후유미 지음, 김윤주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9월
품절


"굳이 너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느낀 것은, 교소우가 또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늘 쓸쓸해하고 불안해하니까. 그래서 교소우는 이런 형태로 신경을 써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그렇지만."
기뻐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기는 싫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신경을 써 주면 부담만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말을 찾고 있는데, 교소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너무 성급하다고 한다."
교소우는 의자 하나에 앉아 옆 의자를 가리킨다. 타이키는 얌전하게 그 곳에 앉았다.
"너무 성급하고, 너무 과감하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그것은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는 옛날부터 고삐를 늦추는 것을 잘 못 해. 그래서 코우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편이 좋은 거야."
"…저를요?"
"백규궁에 갓 들어왔을 때처럼 코우리가 늘 그것은 무엇이냐고 물어 봐주고, 말 상대가 되어 주는 편이 좋아. 그렇게 누름돌이 되어 조급한 기분을 가라앉혀 주지 않으면, 나는 곧 관을 내버려두고 혼자서 달려가 버릴 테니까."-61쪽쪽

"일단 오늘은 코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느긋하도록 하지. 요즘 나는 신경이 예민해서 옆에 오는 것이 무서워서 싫다고 가심이 말하더군."
"가심이요? 서주사의?"
가심은 분명 원래 교소우군에 있던 인물로 서주사 우군을 이끌고 있다.
"배를 곯린 호랑이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
교소우가 쓰게 웃었고 타이키도 무의식 중에 웃었다. 어쩐지 그랬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키는 교소우의 파수꾼이고 그가 배고프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으면 되었던 것인가 하는 기분이.
"그러면 저는 교소우 사마가 배가 부르시도록 열심히 할게요."-62쪽쪽

얼굴을 든 겟케이에게 그는 측은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혜후는 봉왕을 경애하고 계셨군요."

얼마나 무자비한 왕인가 하고 격분했던 것은 거짓없는 사실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백성들의 시체에 겟케이는 화가났다. 그 행위에는 증오마저 느끼고 있었지만. - 그랬다. 분명히 겟케이는 츄타츠 자체를 증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겟케이에게 츄타츠는 전과 다름 없이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더없이 부패했던 왕조 안에서 결연히 맑았던 고고한 존재.
"…나는 아마 주상이 언젠가와 같은 존재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바랐었다고 생각하오. 기대였지만 주상은 그것을 계속 저버리셨지. 차라리 그분이 권력에 교만해져서 부패를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소. 그러면 이미 주상에게 기대를 품는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그분은 욕심이 없고 사심이 없는 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소……."-97쪽쪽

"시쇼우는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지 않은 거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골랐어……."

"…책망과 비난은 변화가 아니다…인가."
괴로운 빛을 띤 음성에 슈카가 뒤돌아보자, 세이키는 쿡쿡 웃으며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역시 시쇼우 사마시군요."
"시쇼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분명히 그 말대로의 의미일 것입니다. - 사람을 책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야? 난 결코 시쇼우를 책망하거나 비난한 적이……."
"아니오……."
세이키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시쇼우 사마는 자신의 일을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자신이 도달한 결론을, 교훈으로 관리들에게도 남기려고 하셨습니다."

"'책망과 비난을 하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엇인가를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248쪽쪽

"즉… 이상은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로군."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적합하지 않은 자가 국권을 잡는 것은 악이야. 분명히 사람이 무능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그렇지만 왕이나 정치만은 그렇지 않아. 무능한 왕은 있어서는 안 돼!"
"그러니까……."
말을 하다 말고 세이키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슈카도 깨달았다. - 그렇다. 왕만은 무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래서 시쇼우는 천명을 잃었구나……."-254쪽쪽

"도와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서면 손을 놓아 줘야지. 공을 원조하는 것은 좋겠지. 국고를 도와서 공이 난민을 원조하기 쉽게 해 주는 것에는 찬성이야. 그렇지만 베푸는 것은 공이어야만 해. 옆 나라가 도와 주면 류의 백성들도 마음 든든할 것이고, 이후 갚아야 할 은혜라고도 느끼겠지. 그것은 주가 돕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공이라면 언젠가 그 은혜를 갚을 수가 있지. 어쨌든 옆 나라니까. 주가 베풀면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어. 갚을 방도가 없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과 같아. 그것에 익숙해지면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꺾는 것이 돼."-30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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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24
야마자키 타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4월
구판절판


조금 이상한 복장
조금 이상한 머리
그래도 너다운 게
최고야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횡단보도도 삐딱하게
건너지만

언제나
기분만은 최고

심각한 표정 지어도
너의 존재는 햇살 그 자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빛
달도 별도 태양도 환하게 빛을 발하지만

나를 그 빛 속으로
이끈 네가 없어
내게 숨쉬는 법을
가르쳐준 네가 없어

별에게 빌어볼게
달에게 빌어볼게
하늘에 빌어볼게
바람에 빌어볼게

언제나 미래의 빛에 둘러싸여
희망과 꿈으로 빛나던
그 녀석에게서 녀석 자신을 앗아가지 말아줘

천 개의 별에게 빌어볼게
그 녀석이 멈추지 않게 해줘
천 개의 별에게 빌어볼게
언젠가 다시 만나
그리고 웃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가자
천 개의 꿈
천 개의 소원

기도는 틀림없이 전해질 거야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 '네가 바라보던 천 개의 별' 중에서-8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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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4-06 00:58   좋아요 0 | URL
오늘 고속터미널역 팔레스 호텔 앞 길을 걸으면서 문득 머리위의 (어떤)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나'뿐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만이 그 장소에서 별을 바라보는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새삼 제 존재가 소중해졌어요.

Koni 2006-04-06 16:14   좋아요 0 | URL
별에 소원을 비는 마음은 천진하지요.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4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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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밤을 누군가 또 건너가려 하고 있다
잎 뒤에 숨은 한 마리 달팽이가 심연처럼 응시하는
묘지의 밤을 커다란 사내가 삽으로 파고 있다
하늘을 조금도 쏟지 않고 떠가는 항아리의 물,
그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것만 같은 한 사나이가
자꾸 열대의 밤을 내려가고 있었다

-'열대의 묘지' 중에서

-2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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