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사람 농부 - 한살림 생산자 16명의 이야기
김성희 지음, 류관희.장성백 사진 / 한살림(도서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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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에서 2014년에 나온 첫 책.


한살림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여느 소비자조합과 달리 뿌리가 생산자와 깊이 닿아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1986년 시작부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책임을 강조해 왔다. 나 또한 소비자로서 늘 "책임소비"라는 말을 마음에 담고 산다. 어찌 보면 참 괴상한 소비자조합이기도 하다.


한살림생산자들은 한국에서 유기농, 친환경 농사를 거의 처음으로 일구어 낸 이들로,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라고 독려하며 농업 생산성 향상만을 지상목표로 하던 박정희 시대에 "빨갱이"라고 핍박 받으면서도 그때부터 줄곧 생명농업, 자연순환농업을 지켜왔다. 21세기, 웰빙과 슬로푸드, 유기농, 건강한 먹거리 등이 어색하지 않고 "좋은" 라이프 스타일로 여겨지는 지금은, 한국에서 '유기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시작이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살리는 사람 농부>는 그렇게 잘 몰랐던, 한국 유기농업의 처음을 알게 해 준다. '한살림생산자 16명의 이야기'라는 담담한 부제, 거기 쓰인 '한살림생산자'라는 이름표는 실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역사의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거기서 자란 토박이로, 친가도 외가도 모두 서울에 있다. 종종 고향집에서 보내주는 농산물을 받아 먹곤 하는 친구들과도 다르게 내게 고향은 도시이고, 농촌의 향수가 없었다. 그런 내가 어쩌다 보니 채식도 하고 한살림에서도 일하게 되면서, 한살림생산자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 당연히 어리바리했다. 그래서 생산자들에게 배우는 게 참 많았다.


생산자들에게 농사란, 단순히 먹는 사람의 건강과 입맛을 위해 값 비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만은 아니다. 뭇 생명들에 대한 애틋함을 지니고 대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끼며 그 자연 안에 생명, 그 안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 농사를 짓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산자들은 모두가 철학자들이며 한국현대사의 증인들이다. 한 톨의 쌀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이 그냥 추상적인 말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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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10주년 축하합니다. 다른 인터넷 서점들에 앞서 독자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여기고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알라딘 여러분에게 고맙습니다. 서평과 페이퍼 등 책과 삶에 대한 많은 글들 덕분에 알라딘이 더욱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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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14주년 축하합니다. 알라딘에는 늘 사람들이 많아요. 책을 좋아하는 MD들과 독서열 높은 커뮤니티, 앞으로도 쭉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책방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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