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펜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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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로 나오는 역할도 그렇고 아오이유우는 더욱 그렇고 오다기리조도 마찬가지.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겠으나 설명은 없는 채로 각자 뒤틀려 있는 인물들. 보는 내내 조금씩 불안했지만, 그 불안의 기류를 타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화낼 구실을 찾아 화를 폭발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역할을 연기하느라 자기의 진심이 뭔지도 모르는 허세꾼들(일본도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 건가보다 쩝..). 일본 안의 다종다양한 혐오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오는 사람들이 다 별로고 아오이유우는 제일 별로다. 자기연민에 빠진 관종. 눈치를 보긴 하는 데, 자기 마음대로 눈치보는 사람.
근데 예쁨. 미워할 수는 없음. 그래도 친해지면 속이 시끄러움. 이런 캐릭터는 솔직히 여남 상관 없이 에지간한 멘탈 아니고는 감당하기 힘든 스타일 임을 알아서, 영화 중반이 넘도록 계속 외쳤지. 오다기리조 도망쳐. 그녀에게서 벗어나!! 하지만 사랑은 이성과 의지의 영역이 아니므로 둘은 잘 됩니다. (스포인가? 하지만 포스터만 딱봐도 둘이 연애하는 영화...)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유명 싯구처럼.
병든 사회에서 아프지 않은 사람이 더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대놓고 아파보이는 모리나 유우가 더 나아보였고, 잘 적응한 척 괜찮은 척 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여혐을 한다)이 더 이상해보였다. 그렇지만 역시 대놓고 아픈 사람들을 사랑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 그 장한 일을 오다기리조는 하려고 하였으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 역시 사랑! 은 농담이고. 그래도 살아야 하는 거니까. 독야청청 평생 혼자 지낼 수는 없는 거니까.

산다는 것은 깨끗하게 새로 리셋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지를 덕지덕지 묻힌채로 병든 누군가를 끌어 안는 일인 것 같다. 끌어안을 수 있다면(강조!) 말이다. 무물론~!!! 안지 않아도 된다. 좀 외롭겠지만. 외로운 게 싫어서 꼭 함께해야 한다면 더럽거나 아픈 것은 감안해야 할 듯..... (내 인류애 너무 암흑인거??)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도 누군가를 상처준 것 같다는 오다기리조의 연기가 버쩍 가슴에 남는다. (유우 말대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람. 열심히 산사람일 수록 상처줌.. 좀 이상한 사람이긴 하지만 여주인공 말 다 맞음ㅋㅋ)
열심히 사느라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또 열심히산 곁들 때문에 지극히 상처 입은 나는
별 수 없다.
오다기리조 처럼 눈물을 흘리고
유혹의 타조춤? 백조춤을 춰야겠다.
오밤 중에 아오이유우처럼 백조댄스를 추고 잠들면
꿈 속에서 오다기리조가 뿅 나타나서 자전거를 태워주리라.
그리고 나는 말할거야.

당신은 왜 이렇게 잘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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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3-12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포스터에 나온 ‘이토록 이런 텅빈 나라도, 사랑해줄래요‘라는 문장 하나에 반해서 극장에서 봤는데요.
음음..... 정말 텅빈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그나마 영화관을 박차고 나가지 않고 끝까지 앉아있었네요. ^^;;

공쟝쟝 2019-03-14 12:53   좋아요 1 | URL
아 ㅋㅋ 그런 문장이 포스터에 있었군요. 저는 두 배우 비주얼만 상상하였다가 생각보다 어두워서 놀랐어요. 중간 부분에 한버 끌 뻔 했지만 보다보니 인물들에 애정이 가더라구여 ^.^
 
나에게 다정한 하루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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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우를 먹었다.
실컷 먹었다. 맥주도 먹었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보냈다ㅋㅋㅋ

동세대의 멋진 창작자를 발견하면 마구마구 응원하고 싶다. 이번 책 역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서밤님이 점점 페미니스트로 변하는 모습도 멋지다. 언제나 공감가는 저자의 고군분투. 그를 응원하는 것은 어찌보면 나를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응원하면서 더 힘이 난달까.

“(326)
힘들었던 이야기들만 적어서 기억하면
힘든 날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내 인생이 제법 마음에 드는 오늘이 있었다고
잊어버리지 않게 또박또박 적어놔야 한다.
힘든 날 눈을 감고 떠올릴 수 있는 하루를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어떤 지점을
마음 안에 품고 살아야 한다.
돌아갈 곳을 안다면 조금은 덜 두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쓴다.
좋은 날은 귀하기 때문에
좋은 날을 만나면 기억해둬야 한다.
그래야 힘든 날에도 다시 돌아갈 곳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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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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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 주 열다섯시간은 커녕 하루에 열다섯시간 일한 이가 읽기에는 너무너무 유토피앙해버린 책이었으나 나는 리얼리스트니까.. 저자한테 완전히 설득당해 우리나라에 기본소득 단체가 있나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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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2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을때의 감동이 여지껏^^
다시 한 번 그 흥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공쟝쟝 2019-03-14 12:54   좋아요 0 | URL
감동의 독후감을 쓰고 싶은데 아직 읽을 것들이 더 많아여 ㅠㅠㅠ
 



오전타임 요가 다녀오는 길, 뻐근한 허벅지와 시장에서 풍기는 황홀한 냄새들. 봉다리 달랑달랑 크고 굵은 예쁜 딸기.

막 갈아낸 원두 냄새, 물을 주면 부풀어오르는 커피가루. 똑똑똑 커피내려오는 소리.

창밖보는 고양이, 고양이를 보는 나, 창밖의 하늘, 하늘을 보는 나. 모처럼의 미세먼지 상태는 보통.

세탁기 돌아가는 소음, 소음을 들으면서 쇼파에 비스듬히 기대 있기. 오늘 읽을 책을 펴놓고 심호흡 한 번, 허리 세워보기. 이내 자세는 무너지겠지만 그래도 시작은 번듯이.

눈으로 읽다가 좋은 구절 발견하기. 밑줄 긋기 그리고 때때로 소리내어 읽기. 이 부분 참 좋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살펴보기. 이 부분이 왜 좋은지 머물러보기. 하지만 다음 부분이 궁금하므로 마저 읽기로 한다.

읽기, 줄긋기, 커피 마시기, 딴짓하기,
앉아있던 나는 어느 순간 누워있다.
낮잠자면 딱이겠다.zzz
낙원같은 느낌이 들어 두다다 생각나는 구절 꺼내오기.
사진찍기.


오후에는 시장에서 사온 계피로 뱅쇼를 끓여볼 예정이다. 오늘 저녁엔 책 맥이 아니라 뱅맥이 되겠군.

#나의행복포인트 #모처럼의휴식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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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3-08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모처럼의 휴식시간을 만끽하고 계시는 군요. .^^
좋은 책도 읽고 계시고 (저도 있는 책인데 아직 못 읽은..;;)
그리고 뱅쇼! 아아니.. 뱅맥!? ㅎㅎ
이번 겨울에 감기걸렸을 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쟝쟝님 글에 저도 마치 휴식시간인것 같은 느낌이 물씬 ㅎ

공쟝쟝 2019-03-08 15:56   좋아요 0 | URL
맥주 안주로 뱅쇼를 마시는 주정뱅이의 하루를 보낼겁니다😬 이 유토피아 책은 쇼님이 추천하셨던거 같은데 완전 좋아요~ 헤헤 얼른 읽어야지!! 어랜만이예요 겟타님^^

단발머리 2019-03-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모습,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꿀휴식 되세요, 쟝쟝님^^

공쟝쟝 2019-03-08 15:56   좋아요 0 | URL
저의 휴식은 택배상자 오픈으로 완전함을 이루었어요..꿀 휴식하겠습니다! 얍얍!
 


그림 그리고 싶어서
늦은 (나 자신의 ㅋ) 생일 선물로 만년필을 질러보았다. ✍🏻

그런데 너무 바빠서 그림은 커녕 책도 못보다가 오늘은 잠시 짬내서 
7장에 돌입하기 전에 개시 기념 필사라는 걸 해본다. 
나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6장의 마지막 문단을 박제해 두고 싶었다.

“(p.320)
경찰 사건 기록부 상의 강간범들은 이 사회의 모든 남성에게 충성하는 미르미돈으로 기능한다. 이들 역시 실체를 뚜렷이 볼 수 없게 만드는 신화 뒤에 숨어 익명성을 띠며, 그 덕에 효과적인 테러 수행자로 기능한다. 실제로 테러를 저질러 손을 더럽히는 자는 이 강간범들이지만, 이들이 단세포 짐승이 되어 가져다주는 지속적인 혜택은 이들보다 계급과 지위가 우월한 자들 앞으로 축적된다.

강간범이 없는 세상은 여성이 남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역으로 ‘일부’ 남성이 강간을 하는 것만으로 모든 여성은 항상 협박당하는 상태에 몰리게 되며, 남성의 저 생물학적 도구가 언제라도 해로운 무기로 변할 수 있으니 경외심을 품어야 한다는 생각을 영원히 뇌리에 각인하게 된다. 그간 경찰사건 기록부상의 강간범이라는 미르미돈이 남성 지배라는 대의를 위한 임무를 어찌나 훌륭히 수행해왔는지 그 덕에 그들이 한 행동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강간을 저지른 남성은 사회에서 일탈한 자이거나 ‘순수를 더럽히는 자‘가 아니라사실상 남성의 전위 돌격대로 복무해왔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싸움에 투입된 테러리스트 게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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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1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장쟝님스러바요 굿뜨👍

공쟝쟝 2019-02-18 22:55   좋아요 1 | URL
이바닥의 손글씨 장인님께 댓글을 받다니 영광 🌈🌈

카알벨루치 2019-02-18 23:08   좋아요 1 | URL
장쟝님 뭔 그런 과찬의 말씀을~ㅜㅜㅋㅋ 글씨체가 이뿌요 뿌잉뿌잉^^

목나무 2019-02-19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씨체 정말 멋스러운데요. 타고난 악필가로서 쟝쟝님과 카알벨루치님의 글씨체는 정말 부럽부럽입니다. ^^
그나저나 생일선물인 만년필로 첫 개시한 글이 아주 강?!하군요! ㅎㅎ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