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인질이다 열다 페미니즘 총서 3
디 그레이엄.에드나 롤링스.로버타 릭스비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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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서웠다. 조금 정확히 말하면 보복 당할 것이 두려웠다. 

페미니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강남역 여혐살인이 이슈화 되었을 , 이상 참기싫다면서 곳으로 갔다. 아마 열심히 발언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을거다. 

'일베' 혹은 '야갤러' 쯤으로 분류되는 여성혐오자 들의 공격은 거셌다. 집회에 나와 발언하는 여성들의 사진을 찍었고, 인터뷰에 응하는 이들의 신상을 털었다. 그것을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공유했었나 보다. 순식간에 친구의 SNS 계정으로 욕설과 협박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친구가 당한 사이버테러와 인신공격은 심각했다. 익명의 뒤에 숨어서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있는 . 
나의 멋진 페미니스트 친구는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몇번이고 괴로워 숨고 도망치고 싶어했으나) 싸웠고, 법적으로 대응했다소송을 진행하며 어쩌다 (잘못) 걸린 치들의 얼굴을 대면하였고, 합의를 바라는 형식적인 사과를 받기도 했다. 친구는 그렇게 얼평을 하던 자들의 면상이 궁금했는 , 직접 보고나니 얼굴로 얼굴을 욕해?” 피꺼솟이라고 쓰게 웃었더란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어쩌면 계속 싸웠으므로..) 틈틈이 친구의 계정과 신상정보는 무슨 게릴라 전단지를 뿌리듯 사이트에 재공유 되고는 했다. 일베에 갤러리에 한두번씩 그의 신상정보와 계정이 공유 때마다 익명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오는 날들이 이어졌고, 견디다 못한 그녀는 sns 도움을 요청했었다. 익명의 메시지를 보내는 자들의 아이디를 일러주며 그들에게 답메시지를 보내 대응 해달라고혼자 싸우기 너무 지친다고.

언제나 그녀의 투쟁에 응원한다는 마음만 보태던 나는 돕고 싶었다.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만 하라고.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

메시지가 왔다. 

거북한 프로필 사진의 '' 일단 외모부터 품평했다. 본명을 알아냈고, 나이를 추정했으며, 직업까지 알아낼 기세였다. 무서워서 계정을 닫을까 했지만 어쩐지 놈에게 지는 같았다. 어지간한 게시물은 친구공개였기 때문에, 놈이 볼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두려웠다. 놈은 메시지로 끊임없이 친구를 욕하고 나를 깎아 내렸다. 견디기 역했지만 그만해 달라 정중히 부탁했다. 지금와 생각해 보니 그만둘 생각이 없던 그에겐 재미있는 놀잇감이 하나 생겼던 것 같다. 여하튼 그날의 대화(?) 인연이 되어 사흘에 한두번, 일주일에 한번, 가끔은 한달에 번꼴로 놈에게서 메시지가 왔더랬다. 

아직도 낮은 자존감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열등감 때문에 페미니스튼지 뭔지를 하고 있는 , 너같은 년은 세상을 사는지 그런 안부의 글들을 잊을만 하면 한번씩 받았다. 아닌 했지만 시달렸던 같다. 혹시나 신상도 어느 갤러리에 박제되진 않을까. 아이디가 공유되고, 얼굴이 공개되고, 내가 글들이 품평되고, 내가 사는 곳이 알려지고, 곳으로 너를 찾아가서 괴롭히겠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처럼 그렇게 되는 아닐까. 불안함에 잠못들게 되진 않을까. 힘들어지면 어쩌지? 메시지를 받는 날이면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었다. 

놈의 계정을 차단했는 데도 새로운 계정으로 바꿔가며 메시지가 왔다. 정답게 이름을 부르며, 자기를 잊었느냐며. 뒤로도 반년 정도ㅡ 내가 계정을 아예 닫을 때까지 놈이 보내오는 메시지를 받았다. 집요하기도 하다, 얘는 나를 영원히 따라 다니면서 모욕을 줄건가?? 친구는 이런 몇명에게서 계속 당해왔단 말인가??
때때로 짜증이 폭발하여 쌍욕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참았다.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그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을 감당해야할지도 모를 피해들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화나고 답답했다.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나는 결국 페이스북을 없앴다.   

사는 동네까지 알려져버렸던 친구는 한동안 일상 생활이 어렵다고 했었다. 나는 친구의 공포를 아주 잠깐이나마 엿보았을 뿐이다. 당시 잘아는 지인에게 이런 사건이 있어서 무섭다고 했을 , 그러게 남의 싸움에 끼어들어서 피곤해지냐는 식의 걱정을 빙자한 핀잔을 넌지시 들었다. 할말하않이 되어 입을 닫았다. 그의 생각 지적했다가 다투기라도 하면 피로해질 것이 싫었다. 그래놓고선 어쩐지 친구에게 많이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

일련의 경험을 하면서 가장 불쾌했던 나는 놈을 없다는 사실이었다. 초등학생인지 아저씨인지, 페미니스트를 극도로 싫어하는 자라는 말고는 어떤 실마리도 찾을 없었다. 그러나 놈은 나를 알고 있었다. 악의를 가진 익명의 누군가가 나를 알고 있으며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가능성 만으로도 두려움이었다. 놈은 내가 공개한 게시글들을 읽으면서 나를 분석하고,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권력처럼 사용하며, 그것으로 모욕을 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즐겼다. 더러웠다. 느낌은. 

"(253)공저자로서 우리는 여자가 남자를 향한 분노 표현을 억제하는 가장 이유가 남자의 보복을 두려워해서라고 본다." 라는 책의 진단은 적어도 내가 겪은 사례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하다.

분노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분노표현을 억제했을 뿐이다.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화내고 비슷한 강도의 모욕으로 대응한다면, 혹여 놈의 재밌는 놀이에 내가 선을 넘어서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당시 나는 무척이나 역하고 괴로웠고 사실 정말 화가 났지만, 그가 쏟아내는 신상털이와 모욕적 언행에 맞서 실컷 욕하지 못했다. 욕할 없었다. 만약 보복이 없었다면, 여남을 떠나서 나역시 그와 같은 조건(서로의 정보가 공개되어있거나, 서로 익명이었거나)이었다면 나역시 잔인한 말로 그의 심기를 긁어보려 애썼을 것이다.

*

"(258) ' 탓하기' 피해자가 피해에 대응하는 방식 하나다. 모든 탓으로 돌리면 나보다 강한 가해자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을 있다. 본인의 성격과 인성을 탓하기 시작하면 우울증을 부르고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행동을 탓할 때는 자존감을 지킬 있으며, 행동만 바꾸면 앞으로는 해를 입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도 있다."

그때의 다행스럽게도 ' 탓하기' 함정에 빠지지는 않았다. 내가 분노를 느끼는 대상은 선명했으니까. 그러나 부분을 읽으면서 수긍을 했던 까닭은 아래와 같다.

폭력이 구조적이고, 연속적이며, 강력했을 과연 함정( 탓하기) 빠지지 않을 재간이 나에게(누구에게라도) 있는가?’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약 SNS 계정의 게시물이 대부분 전체공개여서, 누구라도 읽을 있는 상태였다면 그래서 신상정보를 그놈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친구 편을 들었던 나의 선택을 경솔했다고 탓하지 않을 있었을까?’

100% 자책 했다고 본다. 솔직히 약간의 피로감을 느낀것 만으로도 친구를 도운 것을 조금 후회했으니까.... 괜히 도와줬나 하고. 앞가림도 못하면서 친구 돕겠다고 메시지 보내서 신상털이를 자초하다니... 쩜쩜... 하고. 
재빨리 생각을 고쳐먹긴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절대적익명뒤에 숨어서, 욕해주겠다!!!!! 무턱대고 덤비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생각을 하고 계정을 파서 실컷 욕할테다!!!!!!!!!"
............

안다. 다음번에는 잘싸워야겠다는 방식의 후회보다는 아예 싸움 자체를 피하겠다는 자책 어린 후회가 사실 쉽다는 . 그래서 세상의 많은 옳은 싸움들이 패배한다. 별수 없다. 지더라도 삶은 이어지는 거니까. 미치기 위해서 인지 왜곡이라는 합리화를 사용해야 하는 거다. 슬프게도. 

곁에서 편들어 주는 동료가 없다면(고립되었다면), 싸워야 하는 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면, 싸움자체가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한다면- 내가 피해자일 ' 하기' 얼마나 당연한 귀결인지. 

패배가 굳어지고 일상이 되었을 , 우리가 전면적으로 투항해야 하는 순간,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게 것이며, 자신의 행동을 교정할 것이다. 
그렇게라도 ,,,아야 하기에.

그렇게 폭력은 구조가 된다. 

*

구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들, 이길 때까지 부단히 밖에 없는 싸움들. 그러니 져야 하는 같다. 이길 기대는 하지 않는대도 지는 싸움이라도 계속 생각하면서 싸울 것.
책을 읽으면서 나마 슬쩍 정리해보는 싸움에 임하기 위한 

첫번째 태도, 분노 느끼기(나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두번째 태도, 탓하지 않기(대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262)나는 스톡홀름 증후군 이론을 바탕으로 여자의 폭력은 여자가 지배 계층(남자) 자행하는 거대한 폭력 때문에 품게 분노를 부정하고, 종종 전치 함으로서 생긴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여자는 가해자에게 분노를 폭발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자신보다 취약한 위치에 있는 대상에게 분노를 전치하게 된다. ... 폭력을 부정하는 이상 폭력을 종식하려는 조치조차 취하지 못하게 된다." 

-


, 오늘 기필코 5월의(!!!!) 페미니즘 책을 정리 좀 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고양이 공격 때문에 계속 악전 고투하다가..... 갑자기 판문점에서 남북미 번개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하루종일 테레비만 봤지롱요....ㅠ0ㅠ (아... 구차하다..)...오늘은 텄으므로....일단 예전에 쓰다만 글 올려놓고요..  
여성은 인질이다, 책 정리 및 제대로 된 독후감은 또!! 다음기회로 미룹니다..  또르륵.... 

저 같은 게으름 뱅이에게, 열심히 읽기와 읽은 책 정리하며 독후감 남기기는 넘나 힘든 것... 
여성주의 읽고 꾸준히 글 남겨주시는 분들 넘나 리스펙이예요. *^^^*



야, 비켜.

엄마 책 정리해야돼.



안비키고 주무시기 시전.

....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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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6-30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아무렇지 않게 전체 공개글을 쓰고, 뭐 어떠랴 하는 편한 마음으로 개인신상이 포함된 글을 쓰고. 그럴 수 있는 것 자체가 나도 몰래 주어진 기득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공쟝쟝 2019-06-30 23:38   좋아요 0 | URL
저도 뭐 어떠랴 마인드였는데 순간 무서웠더랍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감각을 계속 익혀가는 수 밖에요. 여남도 여남이지만 전 요즘 나이권력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나이를 먹는 다는 것 만으로도 당연한 것들이 생겨나는 순간들이 많더라구요~ㅠ0ㅠ

다락방 2019-06-30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고생이 많았어요...

공쟝쟝 2019-06-30 23:32   좋아요 0 | URL
울언니 따라 조금씩 나아가기 😻 고마워요 다락방님!

블랙겟타 2019-07-0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상대방은 나를 아는데 나는 상대방을 모를때 두려움은 상상도 못할정도로 크지요 ㅠ 점점 사회가 어떤 사람을 끝까지 조롱하고 모욕주는 것이 집요해지는 걸 까요.

조금씩 숨겨왔던 게으름 병이 도져서 아직도!! ㅠㅠ 이 책을 다 못읽고 있습니다. 너무 늦어버렸네요. 5월 6월이 지나 벌써!? 7월! 쟝쟝님 글을 읽고 다시 힘내서 읽어보려구요...

공쟝쟝 2019-07-01 11:03   좋아요 1 | URL
게으름병이 도지다니요?? 전 항상 게으르고 가끔 열심병이 도진답니다 ㅋㅋㅋ 지난 달엔 그분이 찾아오지 않으셧지요 (먼산) 7월에는 열심병이 두번 발병하길 바라며~ 월요일 1일 이네요 ㅋㅋ 다시 힘내소서🙏

블랙겟타 2019-07-01 11:21   좋아요 1 | URL
넵넵!! ٩(๑˃́ꇴ˂̀๑)و
그나저나 고양이가 씬스틸러네요... ㅋㅋㅋㅋㅋ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32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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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주동안 틈틈히 ‘접속’했던 페미니즘 유토피아의 세계. 가부장제가 사라지고 자본주의 역시 힘을 잃은 2137년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던 독서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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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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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읽겠노라 벼르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바가지 타놓고 책상에 앉은 밤인데, 사실은 실컷 쓰고 싶은 날 인가보다.

오늘, 아니 어제는 이별했다 믿었던 어떤 과거들이 발목을 잡았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뿌리치는 다른 종류의 사건이 연달아 두 번 일어났다. 두 사건 다 마음 속 상처와 무관하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눈물이 나지 않고 화가 났다. 책을 읽다 말고 일기장에 왜 때문에 어이가 없고 화가났는지 적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모든 진실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것이며, 나는 그것을 왜 이제서야 쓸 수 있는 것인지.
아니 어쩌자고 난,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종료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만 겨우겨우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며, 차라리 적지않고 그냥 덮어버려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 사건들을 헤집어 파고, 시간내어 곱씹는 지. 그래야만 괜찮아지는 건지.

누군가들이 ‘넌 너무 과거에 매여사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하나같이 나를 잘 안다는 사람들이 나를 위한답시고 해준 말이었지만 이 밤, 콕콕 찔리는 느낌으로 되살아나는 것으로 보아 그 말은 ‘나를 의심하게 하는 그때의 나에게 해가 되었던 말들’이었지 싶다.

‘과거에 매여있다’라...
여전히 그 혐의를 벗을 수는 없지만, 조금씩 그 과거들이 아주 멀었던 과거에서 꽤 가까운 과거로 당겨지고 있는 느낌.
여전히 비슷한 실수와 잘못들을 반복하긴 하지만, 상처를 인식하는 시간과 아픔을 깨닫는 시점이 조금씩 당겨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오늘의 일기를 적으면서는 조금 안도했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무언가들을 예전보다는 빨리 캐치해내고 있다는 것이겠지. 여전히 더딘 편이지만.

과거에 매여있는 미련한 나를 좋아해보려고 한다.
과거와 재빨리 단절하고 냉큼 내딛는 미래만큼 위험한 것도 없거니와,
과거에 산다(?)는 내가 과거를 떠올리며 위로받는 것은 명확히 현재이기도 해서. (그 말을 한참 들을 때는 현재를 긍정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야 옛날의 일들을 겨우 꺼내서 생각하고 적어내리는 것은
그 시절을 낭만화하기 위함도 마냥 자책하며 진저리 치기 위함도 아닌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해석해 내야만 나는 지금의 삶을 한 발짝이라도 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뚜벅뚜벅 살아가보려고.

요즘 내가 공들이도 있는 것은-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 정도다. 열심히해도 별로 지치지 않고 내키면 언제고 그만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내가 연마(?)하고 있는 이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 데 맞춤한 문장이 생각나서, 이름붙여 보았다.

“삶을 해석하는 능력”
난 그 능력을 키우고 싶은 거였다.

언젠가는 과거가 아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잘 해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혹은 지금처럼 사후에라도 해석하는 것을 주저않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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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2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06-12 19:55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안녕하세요, 정말 왜 우리 친구가 아닌거죠? ㅋㅋㅋ !!!!! (저도 이렇게 익숙한데..) ㅋㅋ 먼저 친구 신청 고맙습니다!
 
미루다가 영영 못 읽을까봐 - 강연으로 쉽게 시작하는 노벨문학상 읽기
심원섭 외 지음, 한국근대문학관 기획 / 홍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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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책의 만듬새가 예뻤다.

연보라색도 예쁘지만, 작가들의 일러스트와 인스타그램이 떠올려지는 정성스런 내지 편집.. 빌려봐서 몰랐는 데, 검색해보니 겉싸바리에는 노벨문학상 연보가 디자인 되어 있다고 한다. (센스+정성 돋고요) 무엇보다 넘나 뼈때리는 책의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지. 생각보다 내용도 알차서 읽고나니 교양이 막 쌓인 것 같은 기분.


2. 최진석_ ‘알렉시예비치 목소리 소설’

여전히 소설에 무지몽매한 내가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 중에 완독한 책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데미안>정도. 그래도 좀 읽었다고, 알렉시예비치 편은 특별히 잘읽혔다. 작년에 그녀의 ‘목소리 소설’을 읽으며 어찌나 마음이 복잡했던지 (방금 찾아보니) 당시 알라딘 독후감에 “결론내지 않음을 견디는 연습”을 하겠다고 적어놨었다.

소설을 읽는 내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였는데, 뭔가 그 생각이 왜 떠오르는지도 설명이 안됐었다.🤯 이 책을 읽으니까 좀 정리되는 기분이다. 최진석님이 그 혼란함의 정체를 아주 장황하고 간결하게(?!) 설명해주셨다!!! (ㅠㅠ소설 다 읽고 독후감을 쓰고도 정리못한 부분을, 소설을 정리한 책을 읽어야 정리되는 나의 뇌는 참 나답다🤷🏻‍♀️🤷🏻‍♀️🤷🏻‍♀️)

“(125) 작품을 읽다보면 당혹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가가 인터뷰한 증인들의 상당수는 물론 여성들이에요. 그들이 호소하는 삶의 비극은 전쟁으로 인해 빼앗기고 훼손된 여성의 삶과 권리로부터 연유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박탈당한 여성성이 전통적인 가부장제 하에서 형성된 여성의 이미지에 굉장히 가깝다는 데 있습니다. 증언자들은 여성으로서 ‘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 자기들의 일생을 한탄하고 슬퍼하며,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을 원망합니다. 그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남자들의 일’이기 때문이에요.”

“(131)그럼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요? 그녀의 문학이 갖는 진정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도덕인가요, 윤리인가요? 저는 방금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에 나오는 여성 등장인물 들이 도덕적 경계 안에 머무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 작가의 문학은 단지 우리의 통념에만 복무할 뿐, 별다른 새로운 의미를 갖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우리는 알렉시예비치의 문학에서 모종의 파토스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것도 분명하지 않습니까? 작가의 진정성이란 게 분명히 있는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했는지 캐물을 필요가 있어요. 달리 말해 그녀의 글쓰기가 어떤 진정성을 일깨우고 문학의 윤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있다면, 내용이 아니라 형식(표현방식)으로부터, 사실의 형식이 아니나 허구의 형식이라는 이중의 시점에서 이야기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147)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에서 여성적인 것을 찾아낸다면, 그것은 이런 유령적인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도덕을 말하지만 도덕을 빠져나가고, 사실을 추종하지만 늘 사실과 배치되거나 반하는 비남성적인 흐름이랄까요. .. 우리가 사실과 동치시키고 싶어하는 실재the real는 손에 잡을 수 있는 현실을 빠져나가 단지 흩뿌려지기만 하는 목소리로 실존하고, 그 목소리는 발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듣기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목소리 소설은 본래 허구적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의 윤리는 병리적일 수 밖에 없는 게죠.”

“(149) 역사에 기입되지 않은 비가시적 실존으로서의 증언들, 그들의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들리지만 입증할 수 없고, 기록되지 않은 것이기에 허구적이지요. 건전하고 승리에 찬 도덕이 아니라 우울증적 충동으로만 표현되기에 병리적이라고 할 만해요. 우리가 증인들의 이야기에서 남성의 도덕과 권위, 질서의 각인을 필연적으로 찾아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와 같은 병리성의 일면일 겁니다. 요점은 여성 증언자들의 목소리에 포함된 남성 도덕을 발견해 그들을 힐난하거나 절하시키는 게 아니에요. 차라리 여성의 목소리에 실린 남성과 도덕의 파열점, 그 좁은 틈새로부터 흘러나와 이리저리 유동하는 비일관적이고 망가진 목소리를 포착하여 끝까지 듣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유령적 대상을 포착하기 위한 방법 역시 유령적이라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어요? ‘사실의 문학’이 아니라 ‘유령적 글쓰기’로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진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음하하! 기억해 둘 만한 문장들을 가져와 보았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제가 그래서 혼란스러웠던 것이로군요? 책을 읽으면서 가려웠던 부분이 잘 긁힌 느낌이었습니다.
최진석님 그대, 배우신 분.


3. 니논한테 물어봤어?

“(258) 1931년 11월 54세의 헤세는 36세의 젊은 니논과 세 번째 결혼을 합니다. 특이한 점은 성생활을 배제한 결혼생활을 약속했다는 것이지요. 결혼식 후 부인은 이탈리아로 혼자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같이 있으나 따로인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은 평생을 헤세에게 헌신합니다. 그녀는 가사를 도맡고, 책을 읽어주고, 편지를 대신 써주고, 방문객을 통제하면서 거의 부모와 같은 돌봄으로 헤세를 지켜줍니다. 영리하고 이해심 많은 니논의 애정과 그녀 스스로 자처한 봉사를 헤세도 좋아했습니다. 그는 스위스 남쪽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에 침잠하여, 시와 소설을 쓰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만년의 안정을 찾습니다.”

얼마 전에 이외수의 (전)부인 인터뷰를 읽었던터라, 절대로 곱게보이지 않았던 문장. 정말로 그녀가 평생 스스로 ‘자처한 봉사’를 행복하게 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이런 이야기(큰 인물 뒤에 현모양처)가 너무 흔해서 싫다. 이런 서사가 당연해지면 ‘엄마가 잘못해서, 부인이 악처여서 내가 성공을 못해’ 류의 대환장 주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여성의 돌봄없이 알아서 혼자서도 잘해내며 대작 쓰는 남성 작가 찾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로구나. 반면에 몰래 쓰고, 쓰다가 쫓겨나고, 애키우며 쓰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혼자 살며 쓰는 여성 작가는 너무 흔하다.

모든 것에 대해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언설대로 문학이 끝났니 어쩌니 한다면, 그건 남자들이 쓴 문학이 끝난 것이라는 생각. 텍스트를 구성하고 있었으나 '여백으로만 남아있던 돌봄'을 다시 텍스트로 적어 내리는 것이 문학과 (어쩌면)여성들에게 남은 몫 일 것이다. (난 오래오래 살아서 그 적히지 않은 것들을 실컷 읽을것이다!!💪)

저 단락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해서는 찬탄하더라도, 작가에 대해서는 환상을 가지지말자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였다. 자기를 돌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작가들의 곁에서 끝까지 여백이 되어버린 그네들의 돌봄에 대한 나름의 의리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남자 저자들 연보 뒤져서 지 빨래 지가 돌렸는 지, 싱크대 개수대 비우고 나서 남은 음식물 낀거 수세미로 뽀득뽀득 닦았는지 확인해보고ㅋㅋㅋ 아닌 상태에서 삶과 세계를 고뇌하고 있으면 별을 반개씩 깎겠습니다!!!!


4. 제목 good👍

이번 주 책 읽을 시간이 통 안나서, 버스타고 오가는 동안만 독서시간으로 사용했는 데, 제목 탓인가 금새 읽어버렸다. 조근조근 구어체의 강연해주는 느낌의 책들도 대중교통에서 잘 읽히는 것 같다. (점점 대중교통에서 책읽기 마니아가 되어가는 듯)

유튜브로 영화 소개영상 보고 난 후 막상 그 영화는 안보고 다 본 것 처럼 느껴버리는 문화생활 가성비(?)주의자인 나같은 사람에.. 이처럼 책을 소개해주는 책이란... 네, 참 잘읽었고요,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들 덕분에 다 읽었으니.. 다른 책 볼 시간이 늘어났네요. 감사합니다? 🤣
미루다 영영 못 읽을 노벨문학상 작품들을 대강이나마 훑었고 영영 미루게되었으며 (ㅋㅋㅋ) 그래도 오르한 파묵 소설과 에세이, 언제나 읽다 포기했던 <유리알 유희>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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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u 2019-06-0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게 읽기좋게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덕분에 이 책에 관심을 가져 봅니다

사소한 오타 : 금새 -> 금세

^^
신나는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19-06-07 09:18   좋아요 0 | URL
앗!! 고맙습니다! 사소한 오타가 아니라 정말로 잘못알고 있었어요 ~ㅋㅋㅋ 금세! 기억하겠습니다 ^_^

붕붕툐툐 2019-06-13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페이퍼 읽으니 저도 관심이 확 생기네요~ 읽고 싶은 책에 살포시 담겠습니다:)
 


#여자는인질이다 읽고 있는데 #마지피어시 소설이 나오는 데 너무 보고 싶은 거라... #시간의경계에선여자 빌려오고.. #자기만의방 다읽고 영화 디아워스 봤는 데, 원작도 읽고 싶고 그거 재밌게 읽으려면 #댈러웨이부인 도 안 볼수 없어서 빌려오고... 그렇게 또 도서관털이를... #혼자서본영화 너무 재밌게 읽었는 데, 정희진 머모님이 정성일 평론가 언급하셔서, 아 안볼 수 없자나... #언젠가세상은영화가될것이다 는 중고구매.... 그러니까 읽고 있는 것이 좋을 수록 읽고 싶은 것이 늘어나며 읽는 중인데도 읽을 것들이 줄어들지않는 ... 아, 제가 도착한 이곳은 #독서연옥 뭐 그런 곳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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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와 게으름뱅이에겐 가장 어울리는 여가활동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취미 잘못 선택한 거 같다...ㅋㅋㅋ 일 안해서 더 가난해지고 뭔가 더 게을러지고 있엌ㅋㅋ 실컷 책 읽고 싶은 데 실컷 읽어도 실컷이 아니야...이상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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