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나의시절이다 #정지우 의 무려 사랑‘애’세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펴기도 전에 이 책이 근질+오글 거릴 것임을 안다. 다만 반듯한, 냉소가 없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곤 하는 정화의 감각도 안다. 망가진 나를 인정하지만 더 망가지고 싶지 않은 나에겐 그의 글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정지우 에세이는 벌써 네권째 사서 읽는 중이다. 

#정찬 의 #완전한영혼 은 정희진 샘의 거듭거듭 추천 때문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펴볼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난 소설이 힘들다.

#몸_하나이고여럿인세계에관하여 #샹탈자케 알라딘 추천마법사가 알려준 이 책은 목차가 매력적이었다. 내게 ‘몸’은 오래된 관심 주제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쌓아나갈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고, 책이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우리는 몸과 함께 세계로 오게되었다” 첫줄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훑어본 결과 내 독서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확 느껴진다.


알기도 전에 안다고 말하고 싶은 #프로이트 가 쓴 진짜 글을 읽을 때는 된 것 같다.(지났을지도?) #정신분석학의근본개념 은 선물받았(혹은 강제 삥뜯기?)고, 오늘 왔다. 표지가 무섭다. 어 그러보니 프로이트.. 대ㅁㅓ리…? 응…?

#줄리언반스 의 #아주사적인미술산책 사실 영화보다는 영화평을 미술작품 보다는 작품에 관한 ‘잘 쓴’ 글을 좋아한다. 그 글들을 읽기 위해 영화를 보고 미술품을 감상한다. 텍스트형 인간은 이렇게 진화중이다.

#카오스의글쓰기 가 왜 읽고 싶었더라? 푸코 때문이었나? 아닌데… 무슨 책에서 나와서 읽고 싶어졌는 데… 어쨌든 좀 읽어볼까? 역자의 말과 첫페이지만 살짝 까봤다. 응? 카오스다. 젠장 프랑스 놈들한테 알고도 또 당했다. #모리스블랑쇼 이름부터 난해하잖아. 대체 왜 샀어? 책을 읽을 준비가 전혀 안됐군, 내 지식과 사유의 한계 앞에서 투명하게 좌절한다. 독서라는 취미가 이렇게나 헤비하다. 책이 5년 안에 내게 열리길 바라지만, 불행중 다행인 것은 안열려도 그냥 꽂아두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사실이다.

#넥스트머니 ㅋ 아놔 ㅋㅋㅋ 친구가 비트코인으로 평생 먹고 살 돈 벌었다고해서 갑자기 비트코인 뭔지 지대한 관심(욕망)이 생겼다. 챕터 1만 읽었는 데, 달러패권을 신랄하게 까서 어릴 때(?) 읽던 좌파 경제학 책 읽을 때처럼 신나버렸다. 얽… 모처럼 거대담론… 고향에 온 듯 너무 익숙해…. 욕망에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해준다면?… 그러나 욕망은 승리할지도…? 그래서 나 코인해? 말아? 코인은 무신… 주식도 없는 게… 별별 생각을 하면서 계속 웃으면서 읽었다. 재밌어서 무리없이 다 읽을 것 같긴 한데, 딱 하나는 알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유시민은 … ㅋㅋㅋ 어후…. 유시민이 썼던 경제에 관한 책들은 내가 대학생 때는 충분히 고전(?)이었고, 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게 진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진영논리나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기본소득 + 반노동ㆍ탈노동의 가치 + 이런 식(기술+욕망)으로 그 쪽 류의(?) 생각이 도전 받는구나 싶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가장 새로운 것 처럼 보이던 것이 가장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 푸르른 책들 중에 홀로 새빨간 마지막 책은 #518민주화운동 5월이니까…

그것들이 진부하다고 해서 모두 폐기처분 할 필요는 없다. 진부해지기까지의 노동과 노력에 기대어 난 지금의 언어를 겨우 얻었으니까. 나만의 해석을 조금씩 추가해보는 형태로 기억해나가기로 한다.

여기까쥐!! 택배상자 한번 거창하게 뜯었다. 지금 쓰고 싶은 말은. 진부해지고 싶다는 욕망이다. 진부할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삶에 대한 욕심. 혹은 결코 진부해질 수 없는, 괴상하고, 이상하고, 소외된, 변방의, 존재도 될 수 없는 아주아주 어중간한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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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5-14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샹탈 자케 역시 한글로 봐도 어려운 것이죠? 불어로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 ㅎㅎㅎ 현실은 한글도 이해 못 함 ㅠㅠ 책은 안 봤지만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이 글 보고 확신하고 지나갑니다.ㅋㅋㅋㅋ

공쟝쟝 2021-05-14 23:17   좋아요 1 | URL
샹탈 자케 보면서 그래도 흐음~! 했는데 블랑쇼 보고서는...... 헐 (절레절레절레) 했어요!! 일단은 지나갔다가 미련생기면 다시 집어들어보려고요. 산 책 중에 읽는 거잖아요 ^^?? ㅋㅋㅋ

mini74 2021-05-14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푸르딩딩하네요. 제가 갖고 있는건 사적인 미술관 하나 ㅠㅠ 넥스트 머니! 도지코인에 탑승해야하는지 여부를 가르쳐 줄까요? ㅎㅎ 즐거운 독서 되세용 ~~

그레이스 2021-05-14 22:20   좋아요 3 | URL
저도!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이 책 좋았어요~

공쟝쟝 2021-05-14 23:18   좋아요 1 | URL
알라딘 마을에서 호평이 일길래 사적인 미술관을 집어 들어보았습니다. 넥스트 머니는 제가 읽어보고 가능하면 페이퍼를 써볼께요 ㅋㅋ 즐거운 독서 되겠습니다 ^^

수이 2021-05-14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찬 제일 끌리지만 읽고 지진 올까봐 뒤늦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파아란 빛깔 한가득해 시원합니다. 봄이 벌써 다 지나갔다면서요??!!

공쟝쟝 2021-05-14 23: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더워요. ㅜㅜ 밤에 달려도 이제 바람이 후끈 후끈 해요 ㅜㅜㅜ 오지마 여름아.....

han22598 2021-05-17 0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르다와 파랗다가 똑같은 신기한 우리말 ㅋㅋㅋ 정신분석학 책의 푸르딩딩한 아저씨 얼굴.....너무 심각한거 아니에요?

공쟝쟝 2021-05-18 00: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러고보니 신기한 우리말이네요!!!!
프로이트.. 중요하신 분이기는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책으로 전면으로 보니 너무 부담스러버서 ㅋㅋㅋㅋ ^^
 
[eBook] 추위를 싫어한 펭귄 - 디즈니 그림 명작 디즈니 그림 명작 5
계몽사 / 계몽사 / 2021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그 펭귄의 이름은 파블로. 뽀로로도 핑구도 펭수도아닌 파블로. 나는 따뜻한 섬에서 해먹에 누워 썬글라스를 끼고 있은 파블로를 제법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별난 그가 행복해졌다는 것 만큼은 기억에 남아서 언젠가는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거진 삼십년 흘러 우연히 만나게된 이 동화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시는 춥지 않을 거예요” 였다. 그렇구나. 파블로는 춥고 싶지 않았던 거구나. 단지 그것,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이루었구나.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의 어려움과 친구들과의 이별이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과 끝없이 흘러가면서의 막연함과 이제야 살것 같음과 그리고 비로소 춥지 않아지기까지. 어릴 때는 재밌기만 했었는데 삼십년이 흘러서 읽는 동화책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뿍 담고있는 띵작이었더란다.

이 동화의 이름은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이었다. 싫은 것을 견딜 필요가 없다. 조금 외롭겠지만 그러하다. 빙하를탄 파블로는 밤바다를 건넌다. 어릴때는 마지막 장면만을 기억했지만, 이번에는 이 장면을 기억하기로 했다. 막연한 무언가를 위해 고독을 견딜줄 알고 싶다. 서른해가 지나도 여전히 존경스러운 파블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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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5-11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블로 멋진 펭귄이군요. 이제 짝만 만나면 될듯 ㅎㅎㅎ

공쟝쟝 2021-05-14 18:18   좋아요 2 | URL
시대를 풍미한 많은 펭귄들 중 가장 외롭지 않을(?) 펭귄인걸요!! ㅋㅋ 그래서 멋진!

청아 2021-05-11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자수 아래 파블로 부럽네요ㅋㅋㅋㅋ

공쟝쟝 2021-05-14 18:19   좋아요 1 | URL
간지 나죠? 83년에 나온 동화더라고요. 40년 전 동화스웩~

han22598 2021-05-13 0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파블로야! 나와 함께 따뜻한 나라에서 놀아보자.. 나는 사실 말이야..추운 날씨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1년 365일 따뜻한 곳에서 살다보니. 이곳도 좋은 곳이였더라고. 친구랑 놀기에 딱이야. 사실 좋은 친구 하나면...그곳이 어디든...상관없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공쟝쟝 2021-05-14 18:20   좋아요 2 | URL
파블로 : 나도 가끔 친구들이 그립지만, 내가 불행하지 않은 따뜻한 곳에서 괴롭지 않은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어!

유부만두 2021-06-24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블로 좋네요. 담아갑니다.
그리고….
펭귄 책 하나 추천합니다 <8시에 만나!>입니다.
딱 한 권만 추천 했으니 미워하지마세요.

공쟝쟝 2021-06-24 15:16   좋아요 0 | URL
안미워할께요. 딱 한!권!이었으니까요 ㅎㅎㅎ
 


나 막 푸코 좋아했던 마음 다 회수 못하고 있었는 데 해명글 나와서... 
다.. 다행이야... (아닌가...? 부..불행인가?.. 이렇게 안 읽는게 마음 편할 수 있을 핑계를 하나 잃었!!)
무튼 언젠가 읽긴읽으려고 했으나, 덜 걸끄럽게 읽겠군... 후아....

푸코여.. 많이 실망분노했거든... 그치만 고대 그리스 철학에 너무 진심인 점과 읽지도 않은 
<언어의 7번째 기능>책의 소개글 보고 그럴 수도 있다고 단정지었어ㅋㅋㅋ

-> 쥘리아 크리스테바가 롤랑 바르트를 죽였다?!
원문보기: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834297.html#csidx3d56dda3d354483b6e4c75023fc6f61

당신이 어나더레벨 천재인데 성격도 이상해보여서 오해했네...? 왜 천재는 이상하다는 편견이 있는 걸까?? 
암툰 미안해써.. 푸코여... 그래도 미워도 읽긴읽을 생각이었는데.... 나 맘편히 열심히(언젠가) 읽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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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5-11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푸코 읽을 생각은 없지만서도, 그럴줄 알았어~~ 라고 생각한 사람이라 푸코 쏘리. 이제 쟝쟝님은 맘편히 열심히 푸코 읽으시기를!! 🤗

공쟝쟝 2021-05-11 09:44   좋아요 5 | URL
푸코 미안.... ㅋㅋㅋㅋ (공개사과중)

수이 2021-05-1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 나도 읽지는 않을 거 같지만 앞으로 ㅋㅋㅋ 그래도 푸코 잠깐 거짓말을 믿고 판단해서 미안해.

공쟝쟝 2021-05-11 12:39   좋아요 1 | URL
함께 사과하는 우리들 ㅋㅋㅋ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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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나는 거절 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거절 당할 수도 있는 존재다. 라는 것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다. 난 좀 바보였다. 색맹은 테스트 하기 전 까지 자기가 색맹인지 모르는 것 처럼 나는 관계맹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다른 관계가 가능할 거라는 것을 몰랐으므로 아주아주 밀착된(솔직한, 안불편한, 거리조절이 잘 안되는 가까운)관계만이 ‘진짜’관계라고 여겼다. (그런 관계들에 언제나 술이 함께였음은 최근에 뼈저리게 깨달아가고 있는 사실이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듣고 또 할 수도 있다 여겼으므로 인간관계 나름 자신있어! 뭐 이렇게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마저 바보였다. 맹. 맹추. 모른다는 걸 모르는 진짜 바보. 


꼭 친밀하지는 않더라도 나와 연이 닿은 어떤 사람을 내가 먼저 손절 할 수도 있다는 걸 안 것은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벌써 5년이 흘러있네?) 전문가에게 한달치 월급쯤을 쓰고 난 뒤에야 나를 감정적으로 착취하고 끊임없이 가스라이팅하는 사람들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때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알고는 있었다. 나한테 너무 소중한 거라서 그게 그거 일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아 보았다. 문자도 씹어보았다. 어색했다. 혹시 길가다 마주치면 변명할 거리들을 수백가지 생각했다. 헤어짐의 초기 단계에는 그랬다.(이젠 아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다) 충분히 끊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 데, 내 쪽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누구에게라도 그랬다. 살면서 내 선에서 먼저 '얘랑은 절교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어본 것은 스무살 때 정말 친했던 초등학교 동창 딱 한명이었다. (심지어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고, 오해였따) 언제나 열려있었던 나는 처음에는 좀 친해지기 어려워도 친해지고 나면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편이었다. 굳이 닫을 필요성을 못느끼는 나를 사람들은 머물렀다가 떠나가곤 했다. 항상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같은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떠나보낼 수는 있는 사람이지만, 떠날 수는 없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했다. 어렵다고 느꼈던 것은 제멋대로 내 경계를 넘나들면서 휘젓고 어느날 보니 멀어졌다 또 느닷없이 나타나서 헝클어 놓고 가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열에 아홉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나는 언제나 맏이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손 윗사람들에게 서툰걸까?하고 고민을 많이 했더란다. 영 아닌 것 같을 때는 사소한 반항들도 해봤지만, 그럴 때 마다 내가 예민하고 복잡한게 문제가 되었다. (지금와서 알게된 나라는 인간은 나무보다는 부레옥잠ㅋㅋ 같은 사람이고, 생각이 복잡하긴 하지만 예민하지않고 둔감한 쪽에 가깝다.)


“(95) 그들은 심오하지 않다. ‘피해자’에게 관심도 없다.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 약자가 될 뿐이다. 그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They do because they can.) 인간은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  왜 나를 떠났을까? 왜 내가 아닌 그(그녀)지? 이건 우문도, 문장도, 질문도 아니다. 그냥 잘못된 진술, 나를 괴롭히는 지배 담론이다. 트라우마는 ‘가해자’때문이 아니라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순간 시작된다.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같은 것은 필요없다. 전직 연인들은 그저, 이별이 한 인간의 정치학과 윤리학을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일 뿐임을 인식하면 된다.”


언제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은 건 나였는 데, 상처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르겠다. 가끔 그 시절의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때의 나는 정말 깔깔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진지하게 생각하며 정색하는 것은 혼자 있을 때 뿐이다. 아주아주 어렵게 마음속으로 ‘이번 생에 우리 인연은 여기까진가 봐요’ 다시는 안 볼 결심을 하고난 뒤에야 그것들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인 걸 안다. 


나는 후회하는가? 약간. 스스로에게 해명하고 싶은 건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취약했을까?하는 질문. 어쩜 그 질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취약했던 것은 개인의 특성(이건 읽고 쓰면서 찾아본다)도 있지만 분명 구조적인 부분(이건 분노스럽지만 이해한다)도 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누구라도 내가 되면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는 나를 알 수가 없었다. 나를 몰랐기 때문에 그도, 그들도 알 수가 없었다. 근데 그게 나였고, 부정? 부정할 수는 없고, 분노? 글쎄 그냥 그건 나니까. 그때 그건 나니까. 그건 비극이지만 역시 웃긴 비극이랄까. 웃게 된다. 


웃지만 헛헛한 나는. 나는 일기를 쓴다. 나야. 왜 난 나를 몰랐니. 왜 내가 나를 몰랐을까. 그 때의 나야. 나는 나를 알았어야지. 나라도 나를 알았어야지. 또 다른 내가 말한다. 모르긴 뭘 몰라. 알았지. 딱 그 만큼을 알았겠지. 더 알려고 노력 안했던 거지.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사랑받고 싶었을테니까. 나를 아는 것보다 그게 훨씬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 요즘엔 덜 쓰는 편인데, 한 일주일 신나게 나여 왜그랬니를 쓰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왜’를 묻는 빈도가 매우 줄었다는 거다. 가끔 트리거가 눌리면 떠올려지긴 하지만,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더는 “사로잡혀”있고 싶지 않으니까다. 


“(101) 그러나 애초부터 원인은 없었을뿐더러 있다 해도 대단히 복합적이다. 혹 인과 관계가 밝혀졌다 치자. 하지만 그 뒤에는 ‘왜 하필 나지?’라는 더 치명적인 의문이 기다리고 있다. 악의 활동, 피해가 발생하는 시간은 짧다. 그러나 악의 이유를 묻게 되면 영원히 피해자가 된다. ‘왜’라고 질문하는 그 순간부터 ‘피해자 됨’의 진정한 의미, 불행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당하는 것을 넘어 사로잡히는 것이다. 악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피해자의 자아 존중감을 파괴하는 악의 본질이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무관심으로 악의 기능을 중단시키지자. 그럼, 누가 악과 싸우나? 그건 악 자신이 할 일이다.”  


내 자신의 문제에서만 빼고(어쩌면 그것에서 도망치기 위해), 별로 도망쳐본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잠수탄 적 없음과 어떤 일에서도 도망친 적 없음이 나의 자랑이었다. 뒤늦게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모든 연락에 답장할 필요도, 모든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진짜진짜 도망쳐서 안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그렇게 분노해마지 않던 잠수타는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일 때가 있다는 것도.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잠정적인 약속처럼 챙기고 있던 굉장히 많은 관계들과 이별했음은 덤이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았어도, 그 시절의 나는 모두들을 다 만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듯. 지금의 나 역시도 끊고 끊고 끊어도 또 끊어낼 관계들이 생겨나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제와 새삼스럽게 재평가하게 되는 의외의 좋은 사람들도 있다. 


“(107)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개 자기 자신, 가족, 연인……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연락해줄 사람은 거리에서 처음 만난 이라도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여기 없는 이’는 소용이 없다. 그런데 심지어 나는 돌아가신 엄마, 죽은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답한 것이다. 

인간이 옆에 있는 사람을 ‘함부로 하는’이유는, 시간(미래나 과거)을 매개로한 권력욕 때문이다. 오지 않을 미래의 권력을 위해 현재 소중한 사람을 버리는 영화 속의 광해군이나 존재하지 않는 엄마와 과거에 살고 있는 나나, 어리석기가 한량이 없다.”


그 많은 이별에도 불구하고 끊어야한다는 생각을 재고해본 적 조차 없었던 마음속 깊이 소중하게 여겨온 관계가 있었다. 나는 변했고, 내가 변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오랫만에 만나 입을 떼는 순간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마음속으로만 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도 바로 알아차렸다.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언제나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다.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은 나였고, 관계를 박제해두려 했던 것도 나다. 재빨리 사과했다. 네가 그대로 일 거라고 생각했어. 사과를 하고나니 이건 내가 손절당해도 할말 없겠구나 싶었다. 아니 어쩜 이미 진즉에 그쪽에서 먼저 나와 멀어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조금 어렵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아, 그렇지. 인간관계에서 거리두기는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 내가 떠나온 만큼 너도 떠나왔을 것이다. 서글펐다. 조금 눈물이 났다. 헤어짐-멀어짐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이다.


 “(285) ‘미안’의 사유가 구조적 원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구조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 진짜 미안할 때는 할 말이 없거나 멀리서 오랫동안 미안해한다.”


친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줬지만 복잡한 것은 내 습벽이다. 아니다. 언어에 기대는 것이 내 습벽이다. 도서관에서 한동안 필요없어 밀쳐둔 심리 에세이들을 또 실컷 찾아 읽었다. 머리로는 다 알아도 여전히 난 실전에서 관계맹이다. 별로인 사람들에게 단호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보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또 내 시선으로 넘겨짚고 있다. 공감도 잘 못해주고, 위로는 더욱 못한다. (네, 제가 관계에 대해 열심히 학습하고 있으나, 역시 그것마저 학습으로만 저장되는.. mbti에서 T-사고형-입니다...)


잘 돌본다고 돌보았는 데, 다육이 화분 하나를 죽이고 말았다. 뭔가 말라보여서 물을 듬뿍 준게 문제였다. 말라보였던 녀석은 쏟아지는 물공격에 까맣게 타버린 것 같은 모양새로 죽어버렸다. 엄마가 숟가락으로 하나씩만 주라고 했는데, 봄이되서 마른 건가? 마른게 아니라 애시당초 물을 자주자주 줘서 썩어가고 있었던 거였다.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더 신경쓴게 잘못이었을지도. 내가 화분을 대하는 방식이 관계를 대해온 방식과도 닮았다는 통찰에 닿았다. 아파보이고 시들어보이면 더 자주자주 많이 신경을 쓰고, 진지해지고 심각해지고, 그게 종종 어떤이들에게는 피로감을 줬다는 생각. 말좀 해주지. 니문제 아니라고. 나 자신없어서 더 그랬던 건데. 어쨌든 이건 모두 과거의 이야기고, 난 다육과의 사람들과는 친할 수가 없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건 좀 알겠다. 


무튼 집에는 다섯개의 화분이 있다. 한달에 한번 물을 줘야하는 식물도 있고, 일주일에 한번씩 듬뿍 줘야하는 화분도 있는 데, 물을 아주 조금씩만 상태를 봐가면서 줘야하는 종류의 다육이도 있었다. 가장 먼저 제일 예쁜 다육이를 보냈다... 흑흑.. 이젠 네 그루의 화분이 남았다. 물을 애정이라고 놓고 보면, 나는 선인장과 인 것 같다. 대체로는 방치일 정도로 내버려 두다가 어쩌다 한번, 그러나 줄 때는 아주 철철 넘치도록 많이.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빈번히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 부담스러워서 진득진득해지다가 뿌리부터 썩어 흘러내려 버릴 것이다. 나는 한번 듬뿍 받은 애정을 마음에 머금고 힘들 때는 조금씩 그걸 꺼내서 쓰며 살아간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맞다. 솔직히 세상 사람들 모두 선인장 같았으면 좋겠지만, 세상엔 다육이도 있고. 요즘엔 이쁜 다육이가 대세인 것 같기도..?


“(76) 사람마다 인간관계 방식이 있다. 나는 깊고 짙고 부담스러운 만남을 원한다. 그러나 추구할 뿐 실현된 적은 별로 없다. 그런 관계로 살기엔 세상은 너무 바쁘고 나는 참을성이 없다. … 이해 관계든 진실한 관계든 어차피 모든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영원한 관계는 두 사람이 동시에 동작을 멈추거나 끝없는 자기 갱신의 매력이 교환될 때 가능하다. 전자는 죽는 것이고 후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넘쳐났던 요 얼마간 과거의 관계 맺기 방식과 이제서야 알게된 나의 패턴을 추적해보면서, 내가 생각만큼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어떤 적극적인 노력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관계도 있다는 걸 체감했다. 한때 나는 이 관계를 잃으면 팔이 떨어져나가는 것 처럼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고까지 생각했었다. 팔은 무슨. 고통의 강도로 치자면 아직 떨어질 때가 아닌 나흘된 딱지를 뜯는 정도의 조심스러움과 신경쓰임과 통증이었다. 이내 새살이 차오를 것이고, 우리는 멀어진 채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없었다가 있었다가 흔적을 남기고 이내 없어지는 것. 이것이 인연의 본질이었는 데, 난 미련해서 답답하게 뿌리내린 채로 오래오래 혹은 영원히 거기에 있고 싶어했던 건가 보다. 그래도 조금 서글펐다. 서글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한때 나에게는 내 몸처럼 아꼈던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근데 그건 그때의 이야기고. 나는 그 시절을 떠나왔으며,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지금을 산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없던 시절들에 대해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보낸 건 분명 나였으니까.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왜그렇게 어리석고 멍청했을까. 왜, 왜... 왜그렇게 한심했던거야, 대체 왜..

나는 삶의 다른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분명 그랬다. 그 때는 그게 나였다. 내가 그런 나였던 게 좀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지금도 내내 가슴이 아픈채로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지금을 산다.

- 다락방,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이 상태에 대한 페이퍼를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터에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위 문장을 읽고서 다락방님의 글이 가리키는 것과 마지막에 쓰여진 문장이야 말로 지금의 내 상태를 가리키는 문장으로 훔쳐다 쓰기에 완벽하다는 😌 곤란하고 행복한 감동에 휩싸였다고 한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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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5-09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나 인용당했어. 영광입니다!! >.<

저는 쟝님이 언어에 기대려고 하기 때문에 덕을 보는 사람에 속합니다. 쟝님이 언제나 언어, 언어를 언급해주어서 그럴 때마다 저 역시 그래 언어, 하고 되새기게 되거든요.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한순간 아 이것은 언어의 문제다, 우리는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쟝님은 진작에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화가 어느 순간 언어의 문제로 흐를 때면 저는 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배우게 돼요.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기대합니다.

공쟝쟝 2021-05-09 18:27   좋아요 1 | URL
이렇게 다락방을 정희진의 반열에 올려 드렸다!!!! ㅋㅋㅋㅋ 언어에 대한 사유는 조금씩 더 구체화해보겠나이다!!!
실은 요즘 한창 뭉뚱그려 덮어놓고 싶었던 어떤 시절과의 좋은이별을 위해 지내는 중이었거든요.
어제 만난 다락방님의 페이퍼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는 제가 다락방님이 아니라서 감히 알수는 없지만, 그냥 저자신을 거기에 대입해 놓고 읽어도 너무 좋았어요. 쓰는 다락방님은 가슴 아프셨겠지만, 읽는 전 걍 너무 좋았다고요. ㅎㅎㅎ
다부장님!! 일요일이 얼마 안남았습니다요!!어서 건필하세요!

새파랑 2021-05-09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관계에 대한 공쟝쟝님의 글에 정말 공감이 되네요. 사람이 한결같기는 정말 어려운거 같다는......

공쟝쟝 2021-05-09 23:37   좋아요 1 | URL
한결같고 싶은 게 욕심이죠. 그 아집을 부릴 수 있는 건 어떤 권력이기도 하구여... 특별히 더 요즘 같은 세상에선 말이죠. 저는 시골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답니다.

단발머리 2021-05-10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 글에 대한 감상을 수없이 읽어보았고 저 역시 선생님 글을 읽고 또 다시 읽는 사람이지만 쟝님처럼 잘 읽는 사람은 처음 본 듯 해요.
내가 정희진쌤 더(!!!) 좋아하지만 쟝님을 ‘정희진쌤 1등 해설가‘로 ‘임명‘합니다, 내가!!!!!

공쟝쟝 2021-05-11 13:48   좋아요 0 | URL
생의 어려운 고비를 희진님 만나 무사히 넘어왔더이다.... (아....!!!)
 

아무래도 읽다 제쳐둔 푸코 다시 읽어야 할까보다. 그치만 푸코 너무 정떨어져버렸는데…?(소아성애강간이라니요. 아오.) 그치만 그래도 읽고 싶거든. 읽을까? 아니야.. 그거 말고 읽을 거 많은데.. 시간이 많으니 별걸로 다 번민한다…? 


오늘은 빛나고 날 선 장도에 흐르는 꿀을 빨아먹는 느낌으로 권력을 다루라는 희진샘의 글에 부비적 부비적 해본다. 일상에서 나의 권력 시험 장은 고양이와의 관계이다. (응?) 느무 귀여워서 이를 악물게 되는… 대체적으로 주무시는, 만지고 싶지만 만져서는 안되는, 만질 수 있지만 만지길 원하지 않는, 만져달라고 요구할 때는 꼭 내가 일할 때인, 그릉거리는 순간 내 모든 힘을 다해 꼭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하아….. 


정희진 샘은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쓰신다는 데. 나는 치열하게 읽고 편협하게 쓰고 싶다. 


사실… 뭐라도 쓰자고 생각하며 컴터 앞에 앉았는데 드럽게 멍때리는 중… 술마시고 싶다… 달리기 대신 산책하고 왔는데 너무 너무 술 마시고 싶다… 내가 알콜 중독이 진짜 맞구나.. 고도 적응형 알코홀릭이 아니라.. 이쯤 되면 그냥 알콜중독이여… 술은 정말 아예 딱 끊어버려야 하는 건가…? 괴롭다… 괴로워… 



"내가 24시간 끼고 있는 렌즈(세계관)는 권력을 행사하든 권력에 희생당하든 ‘권력 앞에 선 인간의 선택’이다. 그 순간, 나의 선택. 그것이 내 인격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도취, 우월감, 비굴, 자신을 잊음, 도망, 회피, 공포, 저항, 민망함, 복수심…….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모든 글은 인간과 권력의 관계, 그리고 권력의 재개념화이다."
-🌝 페미니즘을 통해 권력을 이해하는 눈이 바뀌고부터는 내 인격이 참 많이 바뀐 것 같다. - P70

"미셸 푸코는 다르게 생각했다. 주권은 밑에서부터 ‘두려움을 지닌 사람의 의지’(강조는 필자)에 의해 형성되며, 권력 관계는 법이나 주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 구조 안에 널리 퍼진 수많은 관계 안에 있다고 보았다."
-🌝 수 많은 관계. - P73

"한마디로 소유로서 권력 개념이 인류의 역사를 자연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으로서 약육 강식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것이 수많은 혁명이 실패한 이유다. 진정한 혁명은 권력의 탈환이 아니라 권력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 P74

"이런 권력의 유혹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권력이 선사하는 쾌락을 거부하는 정신력은 마치 갑자기 중독을 멈추는 경지, 단 한 번의 사랑에서 남녀 모두 사정(射精)하지 않을 절제, 평생 절실히 원했던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순간의 긴 시간과 같은 것이다. 이 결정을 좌우하는 주제는 나와 상대방에 대한 사유다. 이때 사유하지 않음이 폭력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은 정확하다. ... . 맞는 사람의 상태를 살피는 구타자는 없다. 외부 개입 없이 폭력이 중단되는 유일한 순간은 가해자가 지치거나 귀찮아질 때다. 대부분의 인간은 주어진 권력을 끝까지, 남김없이, 다 쓴 뒤에도 한계를 잊은 채 자기 엔진이 탈때까지 쓴다."
-🌝 아름다운 문장. 남김없이 쓰지 않음에 대한 이해. - P78

"인간은 인간이 만든 세상을 일상에서부터 다시만들 수 있다. 선한 권력자의 등장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권력의 재개념화다. 권력이 힘과 영향력과 통제력이 아니라 책임감과 보살핌 노동이라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권력을 원하겠는가. 이때 권력은 ‘귀찮은 노동’이다. 권력을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리를 고사한다. 책임감으로서 권력일 때우리는 그것을 소명, 사명감이라고 부른다.
현대 사회의 권력은 ‘영향력 대 책임감’으로 이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일 수도 있다. 이제 ‘고문자(좋은 경찰)’와 ‘고문자(나쁜 경찰)’가 바톤 터치를 하는시대가 아니라 ‘고문자’와 ‘피고문자’가 역할을 분담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의 참여자가 되었다. 이것이 새로운 일상이다. "
-🌝 어떻게?의 답인 것 같다. 영향력이 아닌 책임감으로서의 권력. - P80

"권력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빛나고 날선 장도(長刀)에 흐르는 꿀을 빨아먹는 일과 같다. 조심스럽게 먹어야 혀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회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제 권력은 선악, 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권력의 행위자들(agents)이며, 정확한 사용(책임, 저항)을 통해 권력의 개념을 변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촛불 시위는 좋은 권력자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권력자가 되는 과정이었다. 그래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다양한 억압(계급, 젠더, 인종, 나이, 성 정체성, 국적, 건강 약자……)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는 <얼음의 집>의 주인공처럼 권력을 정확히 사용하는 예술가를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좋은 나 자신이 되고 싶다. 관계에서 나의 권력을 인식할 것.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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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9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에 부비적 부비적 너무 좋아욤~ 저도 갑자기 푸코 정뚝떨~ 한 권도 안 읽길 잘했어!(😳?)
술은 결국 드셨나요? 제가 아는 작가들은 다 술을 엄청 드시던데.. 공쟝쟝님 합격!!

공쟝쟝 2021-04-29 00:05   좋아요 2 | URL
아니요~~~~~~~~ 안 마셔요!! 저는 자주는 아닌데 마시면 못끊어요 ㅠㅠ... 이게 중독증상이래여...

scott 2021-04-29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푸코 정떼버리꼬!
공장쟝님만의 편협하게 읽은 이야기 올려주삼333

공쟝쟝 2021-04-29 23:51   좋아요 0 | URL
어머낫! 하지만 오늘은 읽지 않았다요!

수이 2021-04-29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흘 동안 와인 두 잔씩 마신 1인 알콜중독 초기 증상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금주합니다. 술 한번 빠지면 술독에 들어가는 거라 가능하면 우리 매일 와인 한 잔만 합시다. 하지만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한 병 되니 그냥 만날 때만 마십시다;;;;

공쟝쟝 2021-04-29 23:52   좋아요 0 | URL
두잔씩만 마신거잖아요... ㅜㅜ 저는 그러지 모탑니다.... 이놈의 취하도록 먹는 습관 (그러나 엥간치 안취하는 주량..)... 요즘 제일 고민이예여... 아예 안마셔야하는 건가...

2021-05-1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8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8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