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이헌재는 나쁜 놈인가?

* 제가 40위네요. 주말에 열심히 안하면 3주 연속 달인의 꿈은 물건너 갑니다. 화이팅.
테니스를 치다가 잠깐 쉬는데, TV에서 이헌재가 나오자 다들 입을 모아 욕을 한다.
“저 xx 진짜 나쁜 놈이야!”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헌재는 원래 나쁜 놈이다. 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걸 이제사 알았단 말인가?
스타PD 출신으로 EBS 사장이 된 고석만 씨는 사장이 된 후의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EBS 사장을 비롯해서 '장'자 붙어 있는 자리는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렇다. ‘장’이 붙은 자리는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만 하는 거다. 우리와 동떨어진, 저 높은 곳에 있는 특별한 분들이. 세상이 바뀌어서 아래 계층 사람들에게 몇자리가 돌아갈지 몰라도, 대부분의 ‘장’은 여전히 저 높은 분들 차지고, 이헌재 역시 그 세계의 도덕률로 보아 하등 문제가 없는 ‘청렴한’ 분이다. 장상과 장대환이 연거푸 총리 인준을 거부당했을 때, 우리는 돈없는 총리감이 이렇게 없는가 한탄하기도 했지 않는가. 여론에 못이겨 미안하다고 하긴 했지만, 이헌재로서는 땅 투기로 70억원을 번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거다. 혹시 다른 동료들에 비해 액수가 너무 미미해 부끄럽다고 한 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이 중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있으니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고 일갈한 한겨레 칼럼은 핵심을 찌른 분석이다.
난 이헌재가 원래 싫었다. 그가 경제부총리에 기용되었을 때, “아, 노무현은 내 기대와 참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구나”고 탄식했었다. 그런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그의 출현을 반겼다. 그가 노무현의-무늬만이긴 하지만-좌파적인 경제정책을 바로잡아 줄 것을 기대했으니까. 그랬던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이헌재를 욕하는 건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헌재가 경제정책의 수장이 된 것은 도탄에 빠진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지, 그가 청렴해서는 아니다. “재산을 아무리 많이 해먹어도 좋으니 경제만 살려달라” 국민들이 그에게 바랐던 건 바로 이게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마치 전혀 몰랐다는 듯 이헌재를 비난한다. 가만히 보니까 가장 소리높여 이헌재를 욕하는 사람은 얼마 전 과거사법 논란이 불거질 때, “경제가 중요하지 과거 일을 들춰서 뭐해?”라고 했던 사람이다. 이헌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경제는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럼 됐지 뭐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노무현 정권의 핵심인물을 비난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헌재를 욕하지 말자. 더 욕하면, 속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