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도사리)감투밥과 고깔밥
작년에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라는 책을 어느 선배로부터 빼앗았을 때에는 이 낯설고 좋은 단어까지 다 빼앗으리라...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귀차니즘에 가로막혀 아직 첫장도 못 봤다. 공부하는 겸사겸사 서재질과 접목시켜야겠다는 잔머리를 굴려본다.
도사리는...'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뜻한다. 한자로 落果. 이 도사리들이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저자는 말들을 모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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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밥과 고깔밥
임금이 먹는 밥은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먹는 밥은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은 입시, 귀신이 먹는 밥은 메...밥은 같은 밥인데 들어가는 목구멍, 그러니까 포도청이 어디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졌던 것이다.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은 강다짐,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나니, 꽁보리밥은 두 번 삶는다고 해서 곱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다짐이나 매나니, 곱삶이, 반찬이 소금뿐인 소금엣밥에 남이 먹다 남긴 대궁밥을 먹더라도 마음 편하게 먹는 밥이 남의 눈치를 보아가며 먹는 눈칫밥이나 값을 치르지 않고 거저 먹는 공밥보다는 훨씬 더 살로 갈 것이다.
드난밥은 드난살이하면서 얻어먹는 밥, 기승밥은 논밭에서 김을 맬 때 집에서 가져다 먹는 밥, 사잇밥은 새참, 밤밥은 밤늦게 먹는 밥, 즉 야식이다. 구메밥은 옥의 벽 구멍으로 죄수에게 넣어주는 밥...소나기밥은 소나기가 오는 것처럼 갑자기 많이 먹는 밥....
어떻게 지어졌느냐에 따라 진밥과 된밥, 선밥과 탄밥으로 나뉘는데, 실수를 하면 삼층밥이 되고, 일부러 한쪽은 질게 한쪽은 되게 지은 밥은 언덕밥이라고 한다. 아주 된 밥은 고두밥이라고 하고, 찹쌀이나 멥쌀을 시루에 쪄서 지은 고두밥은 지에밥이라고 한다......
밥을 그릇에 어떻게 담는가에 따라서 이름도 달라진다.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은 감투밥이고, 밑에는 다른 밥을 담고 그 위에 쌀밥을 수북이 담은 밥은 고깔밥이라고 한다. 고깔밥과 비슷하게 잡곡밥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쌀밥을 담거나 아예 밑에 접시 따위를 깔고 그 위에 밥을 담아서 겉으로만 많아 보이게 하는 밥을 뚜껑밥이라고 한다....도시락을 북한에서는 곽에 담았다고 해서 곽밥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