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딸기 > 이런 책은 모두 한번씩 읽어줘야 한다.
석유의 종말
폴 로버츠 지음, 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외국 ‘저널리스트’들이 쓴 책들엔 공통된 문체랄까, 패턴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 일단 ‘세계’를 돌며 모은 사례를 말머리에 꺼낸다. 반드시 자국이 아닌 다른나라여야 한다. 그렇게 ‘발로 뛴’ 냄새를 팍팍 풍겨 주되, 진지하거나 쉽게 깜 잡힐 얘기를 케이스로 넣어선 절대 안 된다. 아주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예를 들면 차창 밖에 보였던 파이프 하나, 중앙아시아 구석배기의 공장 한켠 같은 식으로)을 살짜쿵 보여준 뒤에, 거창한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 작은 살짜쿵~ 케이스는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뭐 이런 식. 아주 유명한 사람의 코멘트 따위는 반기지 않는다. 미국 에너지장관 누구가 이러저러하게 말했다, 라고 해버리면 신문 보고 인용한 느낌이 나거든. 그러니 기필코 “아제르바이잔 석유부의 공무원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써야만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 저널리스틱하다. 케이스도 이만하면 풍부하고, 저자의 생각도 A부터 Q까지(에너지 문제에서 Z까지 갈 수 있는 논자는 없을테니깐) 생각의 틀이 딱 잡혀 있고, 문제점 진단에서 장-단기 대안 제시까지 일목요연 일사불란하다. 문체마저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센세이셔널하니 당근빠따로 재미있다. 제목부터 ‘석유의 종말’이다. 허위과장광고가 아니면서도 센~세~이~셔~널~하게 들리는 문구(文句)다.

저자는 미국에게 “계속 초강대국으로 있어라, 다만 화석에너지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찾으려 애쓰고, 기후변화를 막고, 신기술로 앞서 가라”고 말한다. 미국에선 제법 알려진 하퍼스 매거진(난 읽어본 적 없지만 100년 넘은 전통있는 매체로 알고 있다)에 기고하던 사람이라는데, 별반 진보-보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그래야만 불필요한 반감 때문에 책 맛을 잃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저자는 석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문제를 ▲지정학적 불안 ▲기후변화 ▲공급부족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 지정학적 불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려면 한이 없지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08년에 죽으면 울나라에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해본 일 있는가), 일단 넘어가자. 기후변화 문제도 논란이 많긴 하지만 패~스. 핵심은 결국 공급 문제다.
바보같은 소리 같지만, ‘석유는 기름이다’. 풍력이나 조력, 태양열하고는 다르다. 태워 없애는 에너지원이란 말이다. 미국은 아랍을 때려잡아 지정학적 불안을 없애고, 기후변화 문제는 교토의정서 깡무시해서 입막아버리려 하고 있는 모양인데... 1단계 2단계 통과해도 3단계, 공급부족 문제만큼은 부시 아니라 부시 아들손자가 대를 이어도 해결할 수가 없다. 석유 문제를 얘기할 때 학자들은 종종 ‘종형 곡선’이라는 얘기를 한다. 남아 있는 석유와 파낸 석유의 비율을 생각해보자. 100 배럴 있었는데 50배럴 파내고 50배럴 남았을 때를 종의 꼭대기라고 본다면 그때부턴 곡선이 하향세를 그릴 수 밖에 없다. 하향세로 넘어가는 시점, 즉 파낸 양보다 남은 양이 적어질 때가 대체 언제냐 그 말이다.

정말 웃긴 것이 석유를 둘러싼 통계다. 통계치고 웃기지 않은 것이 뭐 있겠냐마는... 석유는 땅속에 묻혀있다. 석유 매장량이란 것은 파내보지 않고선 알수가 없다. 그렇게 중요한 석유 문제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게 생각될 정도로 석유 매장량 통계는 제멋대로다. 사우디 쿠웨이트 등등이 국제시장에서 돈 필요할 때면 매장량 팍팍 늘려서 발표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뻥튀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 석유는 언젠간 사라진다. 언제냐! 석유가 21세기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짧고도 강력했던 석유시대는 인류의 역사에서는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그리고 21세기 약간. 기껏 100년이 ‘석유의 역사’로 그려질 것이다. 몇 년 몇월이 될 것이라고 말할순 없지만 아무튼 석유는 사라진다. 그러니 ‘새로운 에너지’로 가야한다. 그런데 새로운 에너지로 가는 길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가 놓여 있다.

저자는 이 장애물들을 ▲기존 산업의 반발(석유산업의 특수성- 막대한 설비투자) ▲기술적 한계(수소전지에 목매달지 마시라) ▲에너지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정리한다. 세 번째 문제, 에너지 빈-부 격차의 확대는 부시와 빈라덴의 싸움 못잖은 ‘새로운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장애가 많은 것이 범지구적 에너지 현실인 것이다!
인류는 수차례 에너지 혁명을 겪어왔다. 땔감에서 석탄으로, 다시 석유로. 석유에서 차세대 에너지로 가는 변화도 자연스레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과거에도 시장논리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가 과거의 에너지를 대체했다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이런 귀여운 착각에 대해 저자는 “예전의 변화와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변화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석탄에서 석유로의 변화를 사람들이 받아들였던 것은, 석유가 ‘현실의 이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라고. 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미래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지구 환경과 직결되는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자고 저자는 말한다(저자는 환경단체들의 주장들에 대해 실현불가능한 방법을 고집하는 극단론자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음). 물론 이 사람이 말하는 ‘대안’이라 해도 결국은 경제 시스템과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지만, 중-단기적으로 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에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우선 오일쇼크 이후 카터 시절 유행했던 ‘에너지 효율성’ 개념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이건하고 부시는 에너지 많이 들여와 많이 쓰는 걸 좋아하는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차세대 주력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 지구를 위해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미 유럽에서 시행에 들어간 탄소세, 가스 확대정책, 클린석탄기술 지원, 그동안 감춰져 있던 에너지 ‘외부비용’의 공식화, 각종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성 높이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물론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풍력, 태양열 등 이른바 ‘대체에너지’의 현황을 소개하는데, 새로운 에너지로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책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교과서’로 꽤 훌륭하지만, 에너지 문제를 다룬 좀더 정교한 텍스트와 함께 읽는다면 훨씬 더 많이 공부가 됐을 것 같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라고 한다면 외신에서 놓쳤던 중국의 움직임과 가스경제의 난점 같은 것들. 몇해전 시끌시끌했던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 파산 뒷얘기와 에너지업계 인수-합병의 숨은 배경도 재미있게 읽었다. SUV 좋아하는 미국인들 못잖게 ‘에너지 망각증상’에 빠져 있는, ‘원자력 5대 국가’ 한국의 에너지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도 수확 아닌 수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드무비 > 귀여운 아기돼지 애니메이션 맥덜

   귀여운 아기 돼지 한 마리의 기적같은 인생! 애니메이션 <맥덜>

맥덜은 엄마의 미래다! "착하게만 자라다오. 성공하면 더 좋겠지만..."

태어날 아이가 주윤발, 양조위만큼 잘생기고 성공한 사람이 되길 바랬던 맥빙 여사. 그런 엄마의 바람과는 조금 다르지만 귀여운 아기 맥덜이 태어난다. 매사에 먹는 것만 밝히고 식당에서는 없는 것만 주문하고 행동은 늘 한 템포 느리고 둔한, 느림의 미학을 귀여움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운 맥덜. 게다가 하는 짓이 어눌할 뿐, 기특하게도 맥덜은 극성스러운 엄마 맥빙 부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한줄기 땀방울을 날리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평범한 놀이 공원도 몰디브로 변신시킨다!

맥빙 여사 역시 맥덜의 행복을 위해 중요한 순간 엄마로서의 괴력을 발휘한다. 몰디브에 가고 싶어하는 맥덜을 위해 엄마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공원 전체를 몰디브로 바꾸면서 맥덜에게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날' 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준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세치의 다리로도 올림픽 챔피온에 도전한다!

어느 날, 엄마는 TV에서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된 선수, '산산'의 모습에 감동받고, 맥덜은 엄마를 위해 금메달 리스트가 되기 위해 산산을 가르친 스승을 찾아간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스승님은 맥덜에게 사라져가고 있는 전텅 스포츠인 찐빵치기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선언한다. 게다가 기술을 전수받기 위한 맹훈련의 과제는 책장선반 오르내리기! 과연 맥덜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찐빵치기의 일인자가 되어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극장개봉 되었을 당시의 포스터




 DVD가 한정판으로 나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마태우스 > '미스틱 리버' 구라 리뷰
미스틱 리버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1
데니스 루헤인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한국통신’이란 별명을 가진 케이티(19세. 여)가 시체로 발견된다. 뛰어난 미모를 겸비한 케이티였기에 경찰은 성폭행 후 죽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 케이티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경찰은 그녀가 대단한 사채업자고, 그녀에게 돈을 꾼 사람이 한둘이 아님을 밝혀낸다. 채무액수가 가장 컸던 엘지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에게는 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있다. 하지만 경찰은 뛰어난 추리 끝에 채무자들의 알리바이가 서로서로 얽혀있는 것을 알아내는데, 그러니까 범인은 그녀에게 돈을 빌린 11명의 채무자 모두였던 것. 두권짜리 책은 강력반 반장 단테 존스의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어쩐지 칼에 찔린 상처가 11개더라고”


<살인자들의 섬>을 읽고서 데니스 루헤인이 비범한 작가라는 것을 알고 난 터라 이번 책도 기대가 컸었는데, <미스틱 리버> 역시 내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 줬다. 영화를 보면 책이 재미없을까봐 케이블에서 매일같이 해줄 때 안보고 참았었는데, 덕분에 책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을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편집 과정에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너무 많았다는 것. 나는 성격이 좀 유별나서, 오자가 세 개를 넘어서면 슬슬 짜증이 나고, 다섯 개를 넘어서면 카운트를 시작한다. 대충 센 오자가 1권에만 8개,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닌가? 몇 개만 보자.

-71쪽, 데이브의 인생을 흔들어놓은 운명의 장난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38쪽, 신고접수원이(-->의) 모니터에 그것이(-->이건 없어도 되는데) 이스트 코너에 자리한 공중전화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169쪽, 그날밤 그들은 <말괄량이>를 공연했고, 지미는 대부분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174쪽, 그녀는 그 기분은 영원토록 느끼고 싶었다.

-209쪽, 소식통에 따르면 피해자는 맥주병에 빠져 중퇴에 빠졌다고...


추리소설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설이 있다.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소설을 쓰려면 보통 머리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이런 소설을 쓸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가 자주 소설을 써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 구라리뷰의 동기: 추리소설의 리뷰를 쓰려면 참으로 조심스럽다. 이말을 하자니 스포일러 같고, 저말도 하면 안될 것 같고. 저자가 썼던 <살인자들의 섬> 리뷰랍시고 ‘섬에 대한 추억’을 썼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구라 리뷰를 썼다. 좀 생뚱맞은 감은 있지만.

 

** 이 책을 제게 선물해 주신 판다님께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참, 저도 음식추리물 (Culinary Mystery)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이 기사에 나온 정보 정말 알차군요.

아악! 읽다보니 기사에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1999.3.18 00:00

글 : 박광규 (미스터리 평론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소.`

마치 고전적인 추리소설 속에 나올 법한 이 말을 한 사람은 위대한 명탐정 뒤팽이나 홈스,포와로가 아니라 19세기의 미식가(美食家)로 알려진 브리어 사바랭 이다. 사바랭이 범죄를 해결했다는 기록은 없지만,사람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듯 미스터리와 요리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에 독을 넣은 사건에 대해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또 로우얼 다알 (-->로알드 달을 이렇게 표기하시나?) 의 단편 `맛있는 흉기`에서는 여자가 양의 다리로 남편을 때려 죽인 후 그것으로 요리를 만들어 살인 흉기를 찾는 경찰관들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기의 추리소설들은 주로 사건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탐정들의 일상생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사 장면은 시간과 장소를 묘사하기 위해 쓰였을 뿐 요리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묘사가 없었다. 전설적인 명탐정 홈스 시리즈에서도 `식사를 하고 나가보세`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나 20세기로 접어들며 작가들이 수수께끼 풀이뿐만 아니라 탐정의 인간적인 면을 묘사하는데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차츰 변화가 생겨났고,요리 묘사에 신경을 쓴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작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Nero Wolf)`이다. 네로 울프는 지금까지 등장한 탐정 중에서 요리(만드는 쪽과 즐기는 쪽 모두)의 이른바 지존(至尊)이라고 할 만하다.

오래 전에 번역됐던 `요리장이 너무 많다`에서는 `15인의 명(名) 요리장` 행사에 참석해 `고급 요리에 끼친 미국의 공헌`에 대해 연설하기로 한 울프가 살인 혐의를 쓴 요리장 벨린의 누명을 벗겨 준다. 벨린이 무엇으로든 신세를 갚겠다고 하자 울프는 사례비 대신 벨린 특유의 소시지 요리법(소시스 미뉴이 Saucisse minuit)을 요구할 정도로 맛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로버트 파커의 소설 속 탐정 스펜서 역시 요리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네로 울프만큼 먹는 데 신경쓰는 것은 아니지만,그는 권투와 요리(모두 직접 하는 것이다)라는 다소 상반된 취미를 지녔다.

많이 먹는 것으로 따지자면 무능하기로 악명 높은 도버 경감이 있다. (하하하)

 

 

 

 

 

조이스 포터가 창조한 이 형사는 웬만큼 배가 불러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여전히 손을 뻗치는 습성 때문인지 240파운드(약 108kg)라는 거구를 유지한다.

그런데 일본에 이를 능가하는 인물이 있는데,중견 작가 야마무라 마사오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키 렌타로라는 아마추어 탐정이다. 학생 시절 럭비선수였던 그는 키가 2m에 달하는 장신으로 앉은 자리에서 초밥 50개를 먹어치우는가 하면 한 끼 식사에 보통 사람의 3인분을 먹는 왕성한 식욕 때문에 `걸어 다니는 위장`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또한 많이 먹을수록 머리회전이 더 좋아진다니 정말 별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식가이면서 가장 끔찍한 식성을 지녔던 인물은 토머스 해리스의 `레드 드래건`과 `양들의 침묵` 연작에 등장했던 한니발 렉터 박사. 카니발(식인종) 한니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손님에게 대접해야 할 요리 재료가 떨어지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인간의 장기(臟器)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워낙 요리 장면이 많다보니 따로 책이 발간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네로 울프 못지않은 미식가였던 작가 렉스 스타우트가 직접 집필한 `네로 울프 요리책(The Nero Wolf Cookbook.1973)`에는 아침과 점심식사,더운 날과 추운 날의 저녁식사,후식,손님접대요리에 이르기까지 200여종 이상의 요리법이 나와 있다(물론 `소시스 미뉴이 요리법`도 포함되어 있다).

이거 used book으로밖에 안되요.



한편 미국추리작가협회(MWA)는 작가들 특유의 요리법을 모아 `플롯과 팬(Plots and Pans.1989)`을 발간했다.

(이것두...193달러에 육박하는군요)

전채요리에서 후식까지 요리 풀코스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는데,완벽한 조리법에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듯한 조리법도 포함되어 있다. 전혀 요리 실력이 없는 독자라도 그레고리 맥도널드(Gregory Mcdonald.`플레치`의 작가)의 달걀 샌드위치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요리 방법은 `빵 사이에 달걀 프라이를 넣는 것`인데,작가는 빵을 절반 혹은 4분의1로 자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을 보면 의외로 미스터리 작가들이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우얼 다알의 새우 요리,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빵 만드는 법,개빈 라이얼(Gavin Lyall.`심야 플러스1`의 작가)의 피자,메리 히긴스 클라크(Mary Higgins Clark)의 아보카도 샌드위치 등등.

 

 

 

 



묘하게도 여류 작가들의 여탐정 시리즈에는 요리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탐정들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집에서 만들어 먹는 장면은 별로 없고 식당을 찾아 다니는 편이 오히려 많다. 이것은 여탐정들이 너무 여성스럽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작가 본인들마저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음을 증명하듯 미국 여류추리작가협회(Sisters in Crime)는 `디저티사이드(Desserticide.1995)`라는 요리책을 펴냈다. 사전에 없는 단어인 `디저티사이드`란 `후식(Dessert)`와 `죽임(cide)`의 합성어인데,제목뿐만 아니라 책내용에도 단어로 장난을 친 듯한 말이 종종 나와 재미있다.

Desserticide II: Aka Just Desserts and Deathly Advice 이건 '2'입니다. 이것도 used만...

아시아 미스터리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일본도 이런 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10여년 전 일본의 평론가들이 `스펜서 요리법`을 펴냈는가 하면,올해 1월부터는 도쿄의 `라 리비엘`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미스터리의 식탁`이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1월은 로버트 파커 코스,2월은 애거시 크리스티 코스,3월 이후에는 딕 프랜시스 코스,레이먼드 챈들러 코스 등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런 여유가 부러울 따름이다. 가격은 4,500엔 수준이라니 만만치 않은 액수다.

(와...정말 재미있겠다.)



노곤한 봄이 찾아왔는데,책을 읽다가 싫증이 난다면 기분 전환을 위해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할지?

 

 

p.s: 이분 '캐드파엘'이나 '데이빗 스셰' 등 맞는 발음 표기를 하셨는데 이 페이퍼에선...의문 의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딸기 > 쉽고 재미있는 뇌 이야기
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별로 큰 기대를 안 갖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인간의 뇌, 해소되기 힘든 궁금증들에 대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대답해주는 책. 지금까지 알려진 뇌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장 최근의 것들까지 포괄해가면서 핵심을 추려 설명하고,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혹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것들’까지 이야기한다. 
질병, 약물, 꿈 등 뇌와 관계 있는 소재들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정말로 쉽고 재미있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말그대로 쉽고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상식백과’ 수준의 교양서를 넘어서는 미덕을 갖고 있다. 인간의 뇌는 이런 겁니다, 오만하게 단정짓는 대신 최근의 연구성과들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는 것들, 저자의 추측 등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 설명을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가 있었다.

인간 뇌의 작용기제가 낱낱이 밝혀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인공 뇌’를 만들겠다는 오만한 인간들은 많이 있다. 사실 SF라 불리는 것들의 대부분은 그런 상상을 바탕에 깔고 있지 않던가? 저자는 이런 발상에 일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뇌’라는 물질이 어떻게 판단, 상상, 이성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뇌의 신비’의 본질에 해당된다. 물질에서 어떻게 비물질적인 것이 나오는가? 이 책의 저자는 물론이고,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