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소홀히하지 않고 또 반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학급이라는 개인들의 집합체에서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정신적인 체조'라고, 누구도 교사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직업상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그리고 이런 건 교수법보다는 처신의 문제이며 애정의 문제라고.

늑대의 눈을 읽은 후 옮긴이의 말에서 본 내용입니다.
현재 프랑스 어느 중학교의 평범한 교사인 다니엘 페나크가 프랑스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분명 훌륭한 작가이기 전에 좋은 선생님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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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1-1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심~!

모래언덕 2004-01-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눈치채셨군요. 멋진 선생님!!
 

(이사하던 날도 그대의 편지를 버리지 못했음)

비가 와서인지
초상집 밤샘 때문인지
마음은 둘 데 없고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온 너의
조그맣던 입술과
파리한 입술만 어른거린다
너무 쓸쓸해서
오늘 저녁엔 명동엘 가려고 한다
중국 대사관 앞을 지나
적당히 어울리는 골목을 찾아
바람 한가운데
섬처러 서 있다가
지나는 자동차와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어 보이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엔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고
수첩을 뒤적거리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싱거운 취객이 되고 싶다
붐비는 시간을 피해
늦은 지하철역에서
가슴 한쪽을 두드리려고 한다
그대의 전부가 아닌 나를
사는 일에 소홀한 나를
그곳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시집 곳곳에 숨어있는 시인의 가난한 사랑이 슬펐다.
내게는 위악적이게만 느껴지는 거친 언어가 또 슬펐다.
마침내 장미와 안개를 섞은 그의 사랑은 꿈속에도 없고 천국도 아닐 것이라고...
나는 믿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이십대도 아닌 내가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었는지...
오늘 밤 난 또 왜 이렇게 감상적이 되는지...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 연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리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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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두 연이 특히 마음에 쏙 드네요.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하는 대목도...
잘 읽고 갑니다.
 

겨울아침 분주히 입김을 뿜는 자동차 사이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선다.
7시 30분이 되면 약속따라 가로등 불이 꺼지고 도시는 이제 온전한 태양빛에 의하여 천천히 밝아온다.

네거리의 붉은 신호등이  왼쪽으로 가라는 화살표에서 동그란 초록빛으로 바뀌게 되면 이제 저 손짓에 따라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오리라..
어제, 그제처럼...
그러나 오늘은 찬바람 속에 모두를 떨게하고도 20분이 더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우리의 삶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가
오늘 아침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변수가 묻어들면
지각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그러다 방향이 바뀌는 거겠지..
버스를 기다리다 화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져간 한 사람
그는 목적지에 잘 도착하였는지...

버스 차창에 몸을 기댄 채 바라보는
매일 보던 창밖이 웬지 낯설게 보인다.
희끗한 눈자취가 드문 드문 남아있는 겨울 산을 지나
난 지금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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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갈 시간
지금 집으로가면 약 7시간 30분 정도밖에 머물지 못하고 내일 아침 다시 나와야 할 시간이다
산다는게 참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시 여유를 부려보는 맛에 사는게 아닐까?

그나마 오늘밤 아들 내미가 내일 아침 일찍 눈썰매장에 가기 위하여 친구집에서 자니  이렇게 늦어도 안심되는 마음... 물론 한주일 내내 집에서 저녁차려먹고 치우고 한 남편에게는 계속 미안한 마음,  방학인데도  엄마 노릇하면서 보내는 딸아이에게도 미안...

내가 직장다닌다고 둘째아이를 자기 집에서 자게하는 친구아이 엄마에게도 미안하고,,, 전화도 자주못하는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도 미안하고...

난 왜이렇게 미안한 사람들이 많을까?
모르겠다. 버스안에서 쿨쿨 자면서 가야겠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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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1-0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둘러보면 미안한 사람들만 내 옆에 가득할 때가 있죠!! 너무 공감이 가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힘내십시오!!
 

지난 주 토요일 밤에 김천의 喪家에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원래는 남편만 가도 되는 것이지만 혼자 그 먼길을 갔다오기를 지루해 하고 혼자 집에 있기도 심심하여  일가모두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다.
왕복 500KM의 거리, 토요일이지만 예상과는 달리 밀리지 않는 덕분에 평균 110Km/h 의 속도를 내고 신나게 달렸다. 역시 경유차가 좋긴 하구만, 그나마 기름값 걱정을 좀 줄일 수 있으니까....이렇게 어림하면서 말이다.
회덕 분기점을 지나서 대구 방향으로 진입하니그동안 구불구불하였던 경부고속도로의 선형개선 작업을 하느라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속도를 줄이기는 하였지만 어느새 일주일동안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리는 듯 했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달리는 차안에서 속도감을 즐기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위험한 취미를 가졌기 때문일까?

인천에 살 때는 직장에서 잘 안 풀리는 일이 있거나 걱정거리로 머리 속이 복잡하면 송도의 해안고속도로를 한 번 쭉 달린 후에 집에 들어가곤 하였다. 운이 좋아 밀물이 들면 비록 검푸른 색이라 하여도 찰랑이는 서해바다를 볼 수 있었고 흙더미만  보이는 매립지라고 하여도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해안도로를 한 10여분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져서 집 현관을 들어설 때는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어쩌다 다툼이 있어 우울해지거나 괜히 집에 있다가 술이라도 홀짝이면서 자기 연민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깊은 밤중이라도 차를 몰고 집을 나오곤 하였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가운 시트의 감촉을 느끼면서 츠르륵 시동을 걸때의 그 정적감...남편은 나의 이 스트레스 해소법을 위험하다고 질색하지만 밤안개가 촉촉히 내린 고속도로를 멀리 앞차의 반짝이는 붉은 불빛을 따라 무심하게 달리다 보면 내가 그동안 아둥바둥 매달려온 것에서 자유로와 짐을 느끼고 인생이란게 저렇게 어둠속에서 스쳐가는 희미한 형체들처럼  속절없는 것이지 싶은 제법 철학적인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모두 재작년 이전의 일이다. 서울에서의 너무 바쁜 일년은 내게 감정의 사치를 누릴 여유를 주지 않았고 주말 오전에 남편과 함께하는 3시간 가량의 산행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에 일조를 하고 있으니 심야의 드라이브는 당분간 실행되지 않지 싶다. 하지만 멋진 차만 보면 쭈욱 고속도로를 밟아보고 싶어지는 나의 진정한 기분 전환법은 역시 한밤중의 나홀로 드라이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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