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설레임을 그냥 담고 있을 수는 없음이야.
어젯밤 EBS를 통하여 Queen을 만났거든.
그것도 80인치 대형 화면을 통해서 생생한 모습으로 말이야.
좁디 좁은 우리 집에 웬 80인치 대형 화면이냐고? 그건 이따가 맨 끝에 알려줄께.
Queen!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연이야. 그러니까 아주 젊은 퀸을 만난거야.
그때, 그래 우리가 대학 1학년때.. 아주 아주 옛날 옛적이지..후후후
Save me.
Love of my Life.
이 곡들을 신청곡으로 적어내며 후문가 다방에서 가슴저린 그 목소리에 황홀해 하던 때
그 때는 24년 후에 이렇게 우리집 거실에서 그들을 만날 줄은 몰랐었지.
약간 뻐드렁니가 분명한 그래서 착해 보이는 프레디 머큐리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말이야.
Sombody to Love
검은 콧수염이, 쭉 벋은 다리가, 벗은 웃통이, 쇼킹한 핫 팬츠의 프레디 머큐리는 경이롭기까지 했어.
그렇게 봐서 그런지 그의 성 정체성이 엿보이는 몸짓도 말이야.
쓰러질 것 같이 갸날퍼 보이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는 그래 이제는 무딜대로 무디어진 아줌마의 맘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오더군...
요즘 대형 공연은 음향기술로 가수의 목소리를 살린다지만 피아노와 드럼과 2대의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휘어잡는 그들..
생각같아서는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싶었지만
밤 12시가 넘은 아파트에서 가당키나 한 일이야?
Under Pressure!!
로저 테일러의 드럼과 보컬... 곱상한 그 얼굴과 달리 연주는 박력 그 자체지...
손바닥으로 장단을 맞추고 몸을 흔들었지.
저렇게 무대 위를 펄펄 날아다니는 프레디가 고작 10년 후에는 저 하늘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말이야. 그들 공연의 항상 마지막 곡이라는 "We are the Champion'을 들으며 차디찬 맥주 한잔으로 그의 영혼의 안식을 위하여 건배...
그랬었어.
어젯 밤에 아니 오늘 새벽에 말이야.
대형스크린 이야기해줄께
방학 중간쯤 됬을 때야.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프로젝터 하나 설치할까? 하길래 TV가 없는 우리집이니까 내가 '그러지 뭐' 그랬거든. 내가 말 한 그러지 뭐는 한 3개월 쯤 생각해보고 한 3개월 쯤 고르다가 한 3개월쯤 후에 사러가 볼까 그런거였거든...
근데 다음 날 퇴근해 돌아와 보니까 남편이 웃으며 뭐 달라진 것 없어 이러더라구.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거야.. 뭔데... 당신 사고 쳤어???요 했더니... 숨겨진 커텐 걸이 위에서 뭘 쑥 잡아 내리는 거야. 앗 대형 스크린... 고개를 후딱 돌리니까 반대편 천장에 떡하니 자그마한 프로젝터가 매달려 큰 렌즈 자랑하며 웃고 있더라는 말씀...
그래도 프레디 머큐리를 그렇게 실감나게 만나게 해주었으니까 카드 값 나갈때는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제 면박은 그만 주어야 할 것 같아. 우리 남편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