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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 제일 곤란한 건 아이들 저녁
전화를 거니 내일부터 시험인 딸아이는 학원에서 수학 보충 중이고..
혼자 있는 아들은 배가 고프지 않단다.
'도너츠 한개하고 귤을 다섯개나 먹었어'
이런 배 아프지 않으려나?
'저녁은 어떡하니 엄마 많이 늦을텐데?'
'괜찮아. ㅇㅇ이네 가서 달라고 그럴까?'
'그래... 부탁드려봐'

아, 그래도 이사온 지 2년이 되니 아이가 편하게 저녁 좀 달라고 할 수 있는 고마운  이웃이 생겨서  그나마 다행이고
예전에는 근처 이모네 집에 가기도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제 스스로 저녁좀 달라 그럴까 하는 변죽이 생기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홀가분히 보고서 메일로 날리고
이제 일어서서
배는 좀 고프지만
엄마는 달려 간다.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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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1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은 그래도 참 강인한 분이시네요. 전 그걸 도저히 못 해내겠더라구요. 마음이 물러터져서 늘 고민고민... 달려가는 모래언덕님 마음이 느껴져요.

모래언덕 2004-12-1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이 안님 아기 같이 어리면 저도 못했을 거예요. 어머님이 그나마 초등학교 2학년까지 봐주셨으니 제가 계속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요즘은 어머님의 감사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니까 이제는 다른 면에서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 고민됩니다. 어제도 잠든 둘째의 손톱을 보니 어느새 길게 자라 있어서... 그 걸 깎으며 내가 도대체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2004-12-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은 클수록 이모네 가서 밥 먹는 것도 싫어하네요^^ 그리고 귤은 앉은 자리에서 10개도 거뜬하니 5개로 배탈 나진 않을 거에요...집에 잘 도착하셨어요?
 

굵직 굵직한 일들이 책상에 켜켜로 쌓여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지친 다리를 끌듯 질질 끌어온 일들이 이제는 바로 숨턱까지 닿아있다.

그런데 오늘은 한가하게 서재 마실을 다녔다.
둘러보면 볼 수록 너무 좋은 리뷰와 페이퍼와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찬 서재

한결같이  미인이고 ^ ^
누구보다  따뜻하고 ~~
참 솔직하고 감정의 폭도 아주 깊은 님들...
난 푸욱 빠져버렸다.

아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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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모래언덕님도 들어가는데요! ^^

모래언덕 2004-11-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 감사합니다만. 이 안님의 따뜻한 생각이시겠지요.
 

알라딘 메인화면의 베스트셀러 최고 40% 할인이 나를 또 잡았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군..
그동안 차곡 차곡 담아온 장바구니가 차고 넘쳐서
오늘 점심시간엔  순서를 정하여  하나씩 보관함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아니야 혹시 품절이라도 되면 또 한참 후회할 거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긴다.

나온지 1년 지나면 사자구
이러면서 주저주저 보관함으로 옮긴다.

아쉬움에 보관함을 쭉 훑어 보다  할인폭이 커진 것은
급히 장바구니로

저 큰 도서관을 울타리안에 두고 굳이 사야겠니?
다시 보관함

이건 병이야 병
장바구니보관함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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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2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바구니보다 보관함에 넣어두는 책이 더 많은지라 대략 슬플따름이옵니다.ㅜㅜ
 

버스가 영 오지 않았다.
통로쪽 자리에 겨우 엉덩이를 디밀고 고개를 들자
앞 유리창 위의 동그란 시계가
넌 영락없이 지각이야 이렇게 알려줬다.

교정을 가로 질러갈 배짱이 없어서
택시로 갈아타고 후문에서 내렸다.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한산한 횡단보도를
이미 지난 출근시간이라
뛰어 건너기도 멋적어서
천천히 걸었다.

하늘이 보였다.
무수한 플랭카드 위로 하늘이 보였다.

공인회계사 합격축하
JOB 아라. 취업영어특강
ㅁㅁ회사 취업 설명회

파란 하늘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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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설레임을 그냥 담고 있을 수는 없음이야.
어젯밤 EBS를 통하여 Queen을 만났거든.
그것도 80인치 대형 화면을 통해서 생생한 모습으로 말이야.
좁디 좁은 우리 집에 웬 80인치 대형 화면이냐고? 그건  이따가 맨 끝에 알려줄께.

Queen!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연이야. 그러니까 아주 젊은 퀸을 만난거야.
그때, 그래 우리가 대학 1학년때.. 아주 아주 옛날 옛적이지..후후후

Save me.
Love of my Life.
이 곡들을 신청곡으로 적어내며 후문가 다방에서 가슴저린 그 목소리에 황홀해 하던 때
그 때는 24년 후에 이렇게 우리집 거실에서 그들을 만날 줄은 몰랐었지.
약간 뻐드렁니가 분명한 그래서 착해 보이는 프레디 머큐리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말이야.

Sombody to Love
검은 콧수염이, 쭉 벋은 다리가, 벗은 웃통이, 쇼킹한 핫 팬츠의 프레디 머큐리는 경이롭기까지 했어.
그렇게 봐서 그런지 그의 성 정체성이 엿보이는 몸짓도 말이야.
쓰러질 것 같이 갸날퍼 보이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는 그래 이제는 무딜대로 무디어진  아줌마의 맘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오더군...
요즘 대형 공연은 음향기술로 가수의 목소리를 살린다지만  피아노와 드럼과 2대의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휘어잡는 그들..
생각같아서는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싶었지만
밤 12시가 넘은 아파트에서 가당키나 한 일이야?

Under Pressure!!
로저 테일러의 드럼과 보컬... 곱상한 그 얼굴과 달리 연주는 박력 그 자체지...
손바닥으로 장단을 맞추고  몸을 흔들었지.
저렇게 무대 위를 펄펄 날아다니는 프레디가 고작 10년 후에는 저 하늘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말이야. 그들 공연의 항상 마지막 곡이라는  "We are the Champion'을 들으며 차디찬 맥주 한잔으로 그의 영혼의 안식을 위하여 건배...
그랬었어.
어젯 밤에 아니 오늘 새벽에 말이야.


대형스크린  이야기해줄께
방학 중간쯤 됬을 때야.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프로젝터 하나 설치할까? 하길래 TV가 없는 우리집이니까 내가 '그러지 뭐' 그랬거든. 내가 말 한 그러지 뭐는 한 3개월 쯤 생각해보고 한 3개월 쯤 고르다가 한 3개월쯤 후에 사러가 볼까 그런거였거든...
근데 다음 날 퇴근해 돌아와 보니까 남편이 웃으며 뭐 달라진 것 없어 이러더라구.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거야.. 뭔데... 당신 사고 쳤어???요 했더니... 숨겨진 커텐 걸이 위에서 뭘 쑥 잡아 내리는 거야. 앗 대형 스크린... 고개를 후딱 돌리니까 반대편 천장에 떡하니 자그마한 프로젝터가 매달려 큰 렌즈 자랑하며 웃고 있더라는 말씀...

그래도 프레디 머큐리를 그렇게 실감나게 만나게 해주었으니까 카드 값 나갈때는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제 면박은 그만 주어야 할 것 같아.  우리 남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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