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서양사 편력 1 - 고대에서 근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평점 :
서양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내게 재미와 유익함으로 가득찬 시간이 되어 다행스러웠다.연구논문과 같이 시대별,사회상황,통치체제 등으로 엮어져 있었더라면 재미와 유익함은 반감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시대별 주요 이슈를 객관적이면서도 이해력을 돋구기 위해 현대 한국 정치,사회의 단면과 연관지어 놓은 점이 큰 특색이다.시대와 국적은 달라도 정치,사회의 속성,풍향계는 오십보백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류가 동일하다는 고대를 시작으로 중세,근대 Ⅰ,Ⅱ,현대에 이르는 시기를 99개의 이슈를 발췌해 놓았다.박상익 저자는 존 밀턴과 관련하여 5개의 이슈를 별도로 추가하여 해설해 주고 있다.종교가 권력이 될 때,한국 지식인에게 과연 영혼은 있는가 라는 부분이 (약간)식상하지만 주목되는 부분이었다.세계사를 통해 서양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슈를 문제화하여 소개하고 있는 것은 내게는 신선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나치에 의해 유대인이 무참하게 홀로코스트 당하기 직전의 유대인들의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보니 인간,인류의 운명이란 무엇인가를 되뇌이곤 했다.
패자도 동화시킨 로마인의 정치적 지혜는 한국 사회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한국 사회의 기회구조에 공평하게 참여하고 한국인으로서 소속삼을 갖게 하는 것은 사회 발전의 중요한 조건이고 원동력이다.특히 상생이 아쉬운 시대에서 한국 사회 구성원간의 관용과 배려는 절실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남북 분단,지역 대립이 팽배한 한국 사회는 '이민족'에 대한 관용을 배워야만 한다.또 하나 '반달리즘'과 피맛골 부분을 읽으면서 문화와 유적을 파괴한다는 것은 반달리즘의 전형이고,개발의 명목하에 피맛골을 전면 헐어내고 현대적 상가로 탈바꿈한 것 역시 반달리즘이 보여 준 상징물이다.산업화,도시화 필요하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보존하고 후세에게 물려 줄 유산은 전면 개조하지 않고 개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세 시대는 교황과 영주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로서 사회적 다양한 영역은 어떠했을까.다행히도 종교.문학.건축.교육 방면의 문명이 활짝 꽃을 피웠던 시기였다.국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국민국가 수립,고등 교육 기관 형성,문학과 예술의 위대함을 증명했던 시기였던 것이다.눈길을 끄는 대목은 20세기 말 미국 케이블 방송이 서기 1000년에서 2000년까지 세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 중 1위로 뽑힌 사람은 활판인쇄술의 선구자 구텐베르크였다.물론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만든 직지(直指)는 더욱 자랑스러운 인쇄술이 아닐 수가 없다.
루터의 종교개혁부터 근대로 분류하면서 근대 부분은 상당량의 이슈를 소개하고 있다.루이 14세가 전쟁과 건축에 몰두하여 프랑스 경제를 거덜 냈던 것을 MB 정부와 견주어 들려 주고 있다.국민의 혈세를 거둬 들여 인위적으로 만든 4대강 사업은 수미일관 문제 투성이였다.19세기 말 프랑스에서 거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여인들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미적,심리적 부분을 드러내려 했던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옥스퍼드 영어사전》제1권이 간행된 뒤 초판(전 10권)이 완성되기까지 44년이 걸렸다는 점,남녀가 평등 선거권을 획득하기까지 거의 1세기가 걸렸다는 점 등을 접하게 되었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풍요로운 사회이다.정치적 민주화가 이룩된 만큼 국민의 의식수준이 꽤 높다.그런데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는 감정과잉 사회,'패거리의 이익'을 위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아무리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하면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합리적 설명을 들어도 '패거리의 이익'에 어긋나면 한사코 귀를 틀어막는 소통불능의 풍토이다.과연 한국 사회는 합리성.도덕성을 내면화한 '근대적 개인'은 요원한 것인가.이 글은 저자가 서양사의 주요 이슈들을 두루 섭렵한 시간 여행이었다.또한 우리의 현실을 비춰 주는 거울이 될 만한 서양사의 주요 장면들이면서 어떠한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이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인가를 깊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