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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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러물은 예상치 못한 우연을 가장한 사건.사고가 롤러코스트를 타듯 짜릿한 높낮이를 반복하면서 생사의 기로를 맛보는 등 우여곡절이 오가기도 한다.결말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정해지지만 희극(喜劇)으로 결말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6년이라는 작품도 그러하기를 (내심)바라면서 읽어 내려 갔다.그리고 대부분 원하던 바대로 글이 전개되어 흡족하기만 하다.

 

 남.녀 간의 사랑의 정석은 없는 것 같다.첫인상이 좋다고 결혼까지 이어지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살다 보니 크게 느끼는 것은 부부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 양보하면서 신뢰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부부 관계를 지속시키는 길이 아닐까 한다.할런 코벤 작가는 예상대로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독자들이 나름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그 주인공이 남자 제이크,여자 나탈리이다.

 

 사랑이라고 믿었고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제이크와 나탈리에겐 배신과도 같은 시간이 찾아 왔다.나탈리가 제이크와 결별을 선언하듯 토드라는 남자와 공식 결혼을 하면서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말고 만날 생각도 하지 말라는 일침에 따라 제이크는 나탈리에 대해 단념하게 된다.결혼 전 나탈리는 화가였고 제이크는 대학교 정치학교 교수의 신분이었는데,나탈리가 토드와 결혼하고 나서 6년이 지난 즈음,제이크 대학 회보에 토드의 부고를 접하게 된다.제이크는 나탈리가 혼자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면서 토드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나탈리는 토드의 부인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제이크는 황당하기만 했다.마음 깊은 곳에 나탈리에 대한 그리움이 식지 않았던 제이크는 나탈리의 행방을 찾으러 몸과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제이크는 나탈리와 처음 만났던 창조적 재충전 휴양소 및 나탈리를 소개해 주었던 사람을 만났어도 그녀의 행방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는 가운데,제이크는 괴한 조직과 맞닥뜨리면서 납치를 당하면서 궁지에 빠지기도 한다.괴한 조직도 나탈리의 행방을 찾고 있어 그녀에 대한 행방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제이크는 나탈리의 여동생,어머니를 비롯하여 CIA와 FBI에서 근무했던 친구 인맥,인터넷 메일을 통해 수색을 시도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나탈리의 여동생 역시 언니와 토드를결혼식 이후로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해외 여행,의료 봉사활동을 다닌다고 하는데 여동생이 말한 토드와 결혼식 때 보았던 토드는 동명이인이라는 말인가.제이크는 분명 토드와 나탈리의 결혼식을 두 눈으로 똑똑이 보고 확인했을텐데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토드의 부인이 나탈리가 아니라니 귀신이 곡(哭)할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나탈리는 찾는 과정과 작업은 지리멸렬하게 이어 가는 가운데 나탈리가 은행털이 사건과 관련되고 괴한 조직과도 연계가 있음이 밝혀진다.괴한 조직 사이에서 제이크와 나탈리는 6년 만의 극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나탈리는 그간 누구와 어디에서 살아왔던 것일까.나탈리의 남편 토드의 부고 소식으로 나탈리를 향한 그리움과 연모의 정이 꺼지지 않았던 제이크는 나탈리와의 만남은 짧기만 했다.제이크는 마치 잊기 어려운 첫사랑과도 같이 그녀와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고 했지만 현실은 공허한 거짓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그리움을 현실화 하는 것보다는 고이 간직하는 것이 때로는 삶에 활력을 더해 주는 처방약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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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해부도감 - 가족 구성원의 감성과 소박한 일상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내다 해부도감 시리즈
오시마 겐지 글.그림,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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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슬하를 떠나 집시와 같이 이곳 저곳을 떠돌던 대학시절과 신혼 초기에는 내가 원하는 집을 구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전세금이 빠듯하기만 했다.마음에 드는 집은 턱없이 비싸 슬쩍 보기만 하고 걸음을 되돌리고,싸다 싶은 집은 이 빠진 입안과 같이 엉성하기만 하여 성이 차지를 않았다.신혼초기 주택청약을 꾸준하게 부어 아파트를 마련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그런데 아파트라는 공간에 살다 보니 각종 수리할 곳,마음에 들지 않은 공간 및 인테리어 등이 눈에 띄인다.모델 하우스,새로 지은 아파트 구경을 가게 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크게 비교가 되면서 은근히 내 자존심을 건드리곤 한다.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 대해 길게 늘어 놓고 싶지는 않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프라이버시,개인주의가 성역과 같은 곳으로 이웃과의 소통과 관계는 몇 년을 살아도 목례이고,매달 내는 관리비 (기본적으론)는 쓴 만큼 부과된다고는 하지만 과연 정직하게 매기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관리비 명세서를 보면 부과 항목도 다양한데 일일이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체념하고 넘어간다.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얼축 만 14년을 살았으니 1년 관리비가 200만원 정도이니 14년을 계산하면 2,800만원 정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관리비를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과연 아파트의 형태,생활의 구조,배치 등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사람이 살아 가면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사는 것이 이상적일텐데 아파트 특성상 자연과는 담을 쌓고 살아 가는 꼴이어,개인의 건강,행복지수,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조부모,부모와 함께 살았던 시절은 말그대로 초가 삼간에 산과 내,들판이 친환경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어 살기 좋은 시절이었다.이웃간에 공동체적인 삶이 살아 있었던 것이 지금의 삶과 크게 대비가 된다.아파트 생활이 편리한 점은 많지만 자신이 원하던 건물,주택 구조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아파트라는 공간은 밀폐되어 있고 바람,물,태양,흙과 같은 자연과 유리되어 살아 가는 곳이기에 경제적 여력만 있다면 자연과 호흡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직접 원하는 주택 설계,집짓기를 실현해 나간다면 삶의 질은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나 또한 이러한 꿈을 늘 갖으면서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집 설계를 못하더라도 어떻게 집을 짓겠다라는 구도를 전문가와 상담하다 보면 원하는 집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것이다.삶이라는 것은 편안하고 건강하게 행복을 누리는 것을 지고의 선이 아닐까 싶다.흙냄새 가득한 한적한 전원에 터를 잡아 집의 윤곽을 잡아 나가면서 원하는 집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로 흐믓한 시간이 될 것이다.예전과 달리 집이라는 공간이 본능을 충족시키는 차원을 떠나 사유의 공간,손님을 맞이하는 사교의 장,놀이 공간 등을 갖추면 이상적인 공간으로 변신할 것이다.외장은 특별하게 다채로운 공간 연출을 하면 좋을 것이고,내장은 삶이 다양하게 시시각각으로 행해지는 공간이므로 가족 구성원이 단란하고 화목한 일상이 펼쳐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집짓기에 대해 다양한 도감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살아 있는 집짓기에 대해 620여 점의 일러스트가 빼곡하게 기록된 《집짓기 해부도감》은 쾌적한 생활을 위해 집 배치,집의 윤곽,정리정돈의 집,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이 글이 일본인 저자에 의해 쓰여지다 보니 다소 일본적인 풍토,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집의 구조,형태,인테리어 등을 보면 집 구조가 한국형 고급 빌라와 흡사하기만 하다.그만큼 경제적 여력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의도가 집짓기 사전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인구 밀도가 높은 도회지를 벗어나 산과 들,내가 눈에 들어오는 친환경적인 공간에 터를 잡고 집짓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집은 개인의 건강과 재물까지 안겨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거주 공간이 편하고 길(吉)해야 나와 가족,후손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곰곰이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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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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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제목이 신선하고 멋져서 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이렇게 멋지다고 느껴지는 제목은 작가 및 편집자의 의도하에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글은 그렇지 않다.글 속의 문장가의 입에서 나온 인상적이고 감탄에 가까운 어조를 빌려 왔다.그래서인지 도서의 제목이 한결 깔끔하고 선명하기만 하다.

 

 이 글은 조선 정조 시대 말년부터 순조 초기에 있었던 이야기를 모아 엮어 냈다.또한 제1회 창비 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어서인지 역사 학습 및 문학적 감수성을 자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렇다면 이 글이 정조 말년에서 순조 초기에 걸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정조는 문체반정이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전통적인 사육문(四六文) 및 고문과 같은 문체에 반하는 잡문 형식을 철저하게 반대했다.정조는 문체에 대해서는 골수분자일 정도로 까칠하기만 했다.지금의 생각과 관점으로보면 정조의 생각은 구닥다리에 불과하겠지만 당시는 모든 영역을 군주 및 대신들이 생각하고 종합하여 판단을 내렸던 시기라서 정신이 사납고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 여겨지는 글들은 당사자에겐 커다란 형벌이 아닐 수가 없었다.그 중심선상에 있었던 인물이 문장가 이옥(李鈺 1759∼1815)과 김려(金鑢)이다.이 둘은 비록 생과 사를 함께 했을 정도의 동지(同志)는 아니지만 서로가 새로운 문체와 글을 존중하면서 우정을 각별히 여겼던 문우(文友) 사이로 보여진다.

 

 이옥은 문인의 집안이었지만 형이 무과에 급제하면서 무인의 집안으로 전신하게 된다.이옥은 생원시에 합격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그런데 정조는 그가 쓴 글을 보더니 명말,청초의 패사 소품체(稗史小品體) 즉 격이 떨어지는 야사체 정도로 인식하면서 그에게 전통적인 글을 지어 올려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이옥은 이미 자신의 문체를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결국 정조는 이옥에게 정거(停擧) 및 충군(充軍)의 벌을 내렸다.한편 김려는 이옥과 성균관 동재 출신으로 생원시에 합격한 수재이다.그는 문인이자 천주교인이었던 강이천(姜彛天)의 유언비어 사건에 연루되어 함경도 부령과 경상도 진해로 유배를 가게 된다.부령에서 만났던 부기(府妓) 와의 관계를 글로 쓴 필화(筆禍) 사건으로 진해에 유배가게 된다.이옥과 김려가 똑같은 성균관 동문이고 생원시에 합격한 수재였지만 명말.청초의 패사소품체라고 정조에게 낙인 찍혀 이옥은 사회생활을 못하고 낙향하면서 생을 마감하고,이옥은 두 번의 유배 생활을 거치고 의금부,현감,군수 생활로 일생을 마치게 된다.

 

 이 글은 김려가 부령 및 진해라는 유배길에서 만났던 이옥의 아들 유태와의 가공의 대화를 넘어 부령 땅에서 김려를 지극정성으로 뒤바라지해 주었던 부기 연희,그리고 이옥을 그리워하는 김려의 우정 깊은 마음이 깊게 녹아져 있다.이옥과 김려는 사상과 이념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보다는 고문신봉자였던 정조의 눈에는 패사소품체가 미운 오리털로 여겨졌던 모양이다.특이한 것은 이옥과 그의 아들 우태가 전기수(傳奇叟: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송하는 사람) 출신이었다.이옥의 아들 우태는 외밭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을 잊은듯 야밤에 아낙네들을 불러 책을 읽어 준다는 소문이 퍼져 그만 관아로 끌려 가고 말았다.비운의 문장가 이옥이 남긴 멋진 글은 김려가 평생 잊어 본 적 없는 글이었던 모양이다.북한산의 경치 글로 담은 멋진 풍경과 (이옥의)감성은 글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또한 이옥에 대한 변치 않은 김령의 우정이 글의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이렇게 멋진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와 보지도 않았을 게야."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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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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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일본어를 도강(盜講)까지 하면서 일본어에 심취한 적이 있다.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기에 비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과연 살아 있는 일본어인지에 대해 스스로 확인 받고 싶어 강심장으로 일본어과 강독과 회화를 몰래 듣게 되었다.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마음적으로 힘을 실어 준 일본어과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덕분에 회화 실력은 녹슬지 않게 살아 있는 일본어가 가능했던 것이다.일본어과 친구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기에 가끔 왕래도 하면서 소통을 하던 중,친구가 어려운 일본어 원문을 보고 있지 않는가.그래서 호기심에 끌려 도서의 제목을 보니 바로 나쓰메소세키의 『도련님』이었다.당시엔 일본어의 독해 심화,회화 실력 쌓기 정도였기에 일본어 원문까지 파고 들 여력은 없었기에 기회가 닿으면 읽어야지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한 세기가 흐르고 말았다.

 

 일본의 문호(文豪)인 나쓰메 소세키(1867∼1916)가 사회 생활 초년기(중학교 수학 교사)를 중심으로 써내려 간 도련님(봇짱)은 글의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 읽기 쉬웠으며,십인십색을 선보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내면 심리에 관심이 있는 내게 시선을 집중시켰다.태어나 성장했던 에도시대의 도읍지 도쿄를 떠나 시코쿠(四國)의 일부인 에히메 현 중학교 수학 교사로 발령을 받고,임지에서 학생,동료 및 선배 교사,교감,교장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고 투박하게 묘사하고 있다.도련님이 쓰여질 (1906년) 당시는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전하면서 일본의 위상이 높아만 가던 시대였다.러.일전쟁에서 승리를 맛본 일본은 식민지 진출의 토대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주인공은 '나'로 시작하여 '나'로 끝나게 되는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자라온 환경,성격,전생애 등을 고려할 때 '나'는 나쓰메 소세키 작가가 틀림없다.부모 덕 없이 자라고 형제와의 우애도 별로였던 나에게 유일하게 넓은 치마 폭으로 감싸 주었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기요(淸)라는 하녀이다.부모 모두 작고하면서 형으로부터 받은 6백엔이 나의 총자본금이 되고 말았다.이 돈으로 나는 물리 학교(이과 대학)에 입학하여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교장의 교사직 추천에 의해 시코쿠 에미메 시 부근으로 부임하게 된다.정들었던 기요 하녀와는 기약도 없는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 나의 마음도 그렇고 기요의 마음도 애잔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대도회지 도쿄를 떠나 시골과 같은 중학교 교사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터지고 만다.나는 당차고 무모에 가까운 성정을 갖고 있었던 참이라 시골 중학교 학생들,교사들,학교 책임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는 신경 쓰지 않는 무대포적인 기질이 다분하여 학생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고,사범 학생들과의 패싸움까지 일어나는 등 도련님에겐 타향 땅이 정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교사가 온천탕에서 헤엄을 치지를 않나,누군가 내 이불 속에 메뚜기 떼를 몰래 갖다 놓지를 않나 등이다.또한 교사들로부터는 감시의 대상이기도 했다.흥미로운 점은 교사 및 교감,교장의 별명을 만들어 그에 상응하게 접근을 하고 응수를 하기도 했다.아프리카 바늘두더지,빨간 셔츠,아첨꾼,끝물 호박,너구리가 도련님이 만든 별명이다.

 

 도련님은 인간적으론 끝물 호박을 좋아하고 사무적이고 행동적인 면에선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수학 주임교사)를 좋아한다.도련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적극 호소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동료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사시사철 빨간 셔츠의 교감은 곱상하면서 나긋나긋한 여성적인 목소리로 도련님에게 다가 오는데 알고 보니 이웃 현(縣)으로 전근 간 끝물 호박의 애인과 염문이 퍼지게 되면서 도련님은 이 스캔들을 상부에 보고하여 징계라도 먹일까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도련님은 대쪽같이 고지식하면서 욱하는 성질을 못참고 교장에게 사직서를 내고 고향 도쿄로 돌아가게 된다.죽은 줄만 알았던 기요 하녀는 도련님을 보자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을 정도로 눈시울을 훔쳤다.

 

 세상 물정 모르고 의협심에 불탔던 도련님은 인격적으로 덜 성숙해 있던 터라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많았다.시골 중학교에서 불과 1년도 못 버티고 교사 사령장을 바닷물에 던지면서 도쿄로 돌아가게 했던 도련님은 20대 초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안목을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20세기 초 도련님을 집필하던 시기 나쓰메 소세키 작가가 체류했던 에히메 현의 문화,풍물,(인간의)심리 묘사도 꽤 관심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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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창비세계문학 41
하야시 후미코 지음, 이애숙 옮김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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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후미코 작가는 처음 접하게 되는 셈인데,숙명적인 방랑 생활과 지옥 같은 허기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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