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때문에 아시아 문학선 12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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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로움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 겉으로는 눈부신 발전이 거듭 나아가는 가운데 그늘진 곳에서 고통과 시련을 안고 살아 가는 계층들이 많다.또한 빈곤은 개인의 자력갱생의 여하,사회 구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부(富)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대로 빈곤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비단 빈곤이 물질의 결핍 뿐만 아닌 정신적,심리적 결핍,위축에 의해 기인되는 경우도 많다.빈곤에서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 치면서 극복해 나가려 해도 늘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붙박이 인생과 같다.그래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하고 늘 방황하는 삶을 그린 글을 접하노라면 마음 한켠 애처롭게 다가온다.

 

 이 세상은 늘 빛과 그늘로 나뉘어져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보다.이렇게 세상이 극명하게 다른 것을 보면 같은 것도 발견할 수도 있는 법이다.이러한 삶의 구조를 잘 해부하는 작품을 접하노라면 내 깊은 폐부를 헤집으면서 내면이 요동치고 만다.류전윈(劉震雲) 작가는 중국의 주류 계층이 아닌 하류 계층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더 나아가지도 못하는,속칭 비전이 없는 삶의 연속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게다가 그는 내향적이면서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다.더 나아가지도 않고 더 올라가지도 않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양바이순(楊百順)은 이름도 세 번씩이나 바꾸었다.두부 장수,냉면 장수의 아들이었던 양바이순은 3형제 중 두 번째로 아버지 라오양(老楊)에게 믿음을 사지 못한 탓인지 아버지,형제로부터 유리되어 살아 간다.

 

 류전윈 작가는 고향 허난성 옌진(延津)을 공간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살이를 소개하고 있다.개방.개혁의 물결이 덜 미치는 지방 소도시(현청)급의 공간이 배경이지만 삶은 이전투구를 보여주는 듯 각박하고 치열하게 흘러 가고 있다.양바이순이 십대 초반에서 이십대 초반에 이르는 거의 10여 년 간의 정체된 삶을 사실에 부합하게 그리고 있다.두부 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는 것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양바이순은 막내 양바이리와 옌진신학 진학을 놓고 제비 뽑기를 하지만 아버지는 양바이순을 옌진 신학에 보내지 않는 것으로 내정하고 막내 양바이리를 보내게 된다.양바이리가 옌진신학에서 착실하게 신학 공부를 하지도 않고 도중에 '펀콩'이라는 이야기 놀이에 심취하게 된다.

 

 십대 초반 양바이순에게는 네이멍구에서 온 라오페이 친구가 전부였고 마음으로 존경하는 인물은 식초 제조업자이면서 장례식 사회를 보는 뤄창리(羅長禮)였을 정도로 교제 범위는 극히 협소하기만 했다.양바이순은 잠깐 아버지와 두부 장사를 하다 그만두고 도축,염색공방,신부 라오잔(채마밭 가꾸기),죽업사(대나무 쪼개기) 라오루의 도제가 된다.그 사이 현장(懸長)도 네 명이나 교체된다.인상에 남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온 천주교 신부 라오잔의 운명이다.중국 땅을 밟고 선교생활을 한 지 40여 년이 흘렀건만 신도수는 고작 8명이다.자신을 가장 믿는 사람도 유일무이하게 그 자신 뿐이다.양바이순은 신부 라오 잔과 엮이게 되면서 이름도 양모세로 바꾼다.양모세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계기가 찾아 왔다.그것은 만터우 가게를 하던 우샹샹의 남편이 죽으면서 양모세는 우샹샹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고 성(姓)마저 아내 성을 따르게 된다.우모세였던 것이다.우샹샹은 여장부 기질로 남편 우모세에게 수틀리면 손지검까지 한다.만터우를 만들고 팔아 가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기도 하지만 우샹샹은 한지붕 아래서 동상이몽을 품는다.아내 아닌 아내 우샹샹은 은장식 가게를 하던 이웃집 라오 가오와 통간을 하다 결국 옌진을 뛰쳐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모세와 양녀 챠오 링이다.다섯 살 밖에 되지 않지만 챠오 링은 영악하기만 하다.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른다.우모세는 처가의 따가운 시선,(자신의)체면에 압도되어 우샹샹을 찾아 나서는 척 한다.가게를 나와 열흘 간 예정으로 차오 링과 여인숙에 체류하던 우모세는 역전에서 쥐약 파는 라오 요우를 만나면서 얼굴을 트게 된다.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가.우모세가 바람 쐬러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온 사이 라오 요우는 딸 차오 링을 데리고 도망을 치고 말았다.파란만장한 우모세의 삶에 무거운 더깨를 씌울 줄이야.우모세는 라오 요우의 고향 카이펑을 향해 걷고 또 걸으면서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허탕을 치고 만다.허기와 탈진 속에서 허난의 성도 정저우 역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동상이몽이었던 우샹샹이었다.세면용 더운물을 파는 우샹샹,역앞 귀퉁이에서 구두 닦기를 하는 라오 가오는 염라대왕에게 천형(天刑)을 받았나 보다.우모세의 내심은 분노와 살의가 솟아 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지난 모든 응어리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우모세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난다.집시와 같이 정처없는 떠돌이 삶,세 번씩이나 이름을 바꿔야 했던 우모세는 한낱 부평초와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그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虛)을 쫓았던 존재는 아니었을까.빛나지 않고 두드러지도 않는 중국 민초의 고단한 삶을 음미하게 되어 값진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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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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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끝없이 생각과 사유를 창조해 나가는 존재이다.불과 같은 문명이 창조되기 전에는 뭇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했지만 불이 발명되면서부터 인간은 생각과 사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갔던 것으로 보인다.또한 생각의 저장고인 뇌는 근래 들어 뇌신경과학 및 인문학의 대중화와  관련하여 크게 주목을 받고  가운데 서양 철학보다는 경험과 감정을 중시하는 동양 사상(유가사상)이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고래로부터 중국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한국인의 입장으로 볼 때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고 하는 서양 철학에 비추어 동양 사상은 인과 예,덕과 같이 익숙한 덕목이 많아 친근하게 다가온다.하지만 구절과 내용의 심오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소가 음식을 삼키고 되새김질 하듯 반복하여 새겨야 비로소 뜻과 의미,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자기로 돌아가라'라는 말로 각인되는 노자의 사상은 (사회의)제도,관념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이 주체적으로 살아 가려는 태도와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경험,감성,욕망,개별,특수,현상이라는 사항들이 역사적,시대적 변천과 흐름에 부합되어 중시되는 것으로 보인다.노자의 사상도 '현대성'에 비추어 조용한 붐(Boom)을 타고 있다.개개인이 철저한 계획,획일화에 떠밀려서 외부의 지시.통제.관리를 받다보니 삶은 쉬이 피로해지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아닌 개개인은 마치 기계의 부속품과 같이 주체적 존재가 아닌 피주체가 되고 만 것이다.노자가 말하는 것은 보여지는 대로 보고 반응해야 '무위(無爲)'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무위'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세계가 특정한 '본질'위에 서 있지 않고,대립면의 공존으로 되어 있음을 체득하면서 유무상생(有無相生)인 "도'를 체득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최상의 전략은 '불 - 기하학적 도형 - 혈연 - 상제(上帝) - 덕 - 도'의 사유의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노자가 유무상생을 존재적 기반으로 삼게 되었는게 그것은 세계가 '관계'로 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즉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제가 가장 심층적으로 보고 있으며,결국은 세계와 인간의 관계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노자는 <도덕경>에서 그의 생각과 사유를 살펴볼 수가 있다.그 중심 내용은 개인이 사회와의 관계가 종속적이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거듭 나야 한다는 점을 시종 강조하고 있다.비근한 예로 꿈의 실현자,원하는 것을 실행하는 사는 존재,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을 자부심으로 삼고 살아가되 늘 세상과 자연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노자의 위아(爲我)론은 진정한 덕성,힘,자유,활동의 원천과 귀착점이 각자의 몸이라고 강조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글은 철학과 교수이면서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최진석 저자께서 노자의 사상과 현대사회와의 연결성을 알기 쉽게 연결시키고 있으며,<도덕경>의 주요 항목을 발췌하여 현실감 있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중국에서 인문사조의 시작이 춘추시대 말에서 전국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을 상기하면서 읽어 가되 도덕경의 주요 내용을 자신의 현재 입장과 처지,생각과 사유를 적절하게 취사(取捨)하는 선택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인간만이 걸어가야 할 길은 도(道)라고 한다면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까.대부분 사람들은 '을'이라는 입장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입장보다는 피주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나락하여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사회 모든 영역에서 이러할진대 노자가 말하는 세계와 자연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자 하는 생각과 사유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물욕과 같은 과다한 욕망과 집착,소유를 떨쳐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불필요한 집착,욕망,망상을 버리게 되면 마음은 명경지수와 같이 맑게 변하고 이것을 계기고 진정한 자유,진정한 힘의 원천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이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패한 뒤 세계의 사상의 중심이 서구 사상으로 대체되면서 중국의 고대 사상은 크게 기를 펼 수가 없었다.다행히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과 시대적 소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노맹순자의 사상들이 꿈틀거리면서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공노맹순자의 사상의 특징이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역사적 변천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힘깨나 쓰는 위정자,권력가들은 현자들의 사상을 인용하여 치세에 적절하게 활용했을 것이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사상도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 순풍에 돛을 달듯 순항이 가능한 법이다.기존의 신념,이념,가치관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자신이 고유하게 생산한 자신만의 문제의식으로 세계와 직접 관계한다는 노장의 '무위'사상은 완전 수용할 수는 없지만 내 입장과 처지에 맞게 적절하게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또 하나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관계를 맺어 가려는 자신을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고유명사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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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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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를 예리한 각도로 비판하면서 사유의 폭을 한층 고조시키는데 역점을 두는 것으로 각인되고 있는 한병철 저자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해부하면서 개인이 현 사회의 매우 종속적 관계로 깊게 나락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저자의 문체 또한 명제화되어 있는 것과 같아 긴장감마저 넘친다.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역사 문제와 연결하여 객관성과 현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분자와 같은 개개인은 현대 사회라는 커다란 대동맥 안에 퍼져 있는 실핏줄과 같이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그런데 21세기라는 현대 사회는 넘쳐 나는 정보와 지식,그리고 자본이라는 요소가 자리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의 대소(大小)는 자본의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시장자유를 토대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에 놓여 있다.주지하다시피 개개인은 자본 축적을 위해 잘 차려진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무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게다가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생산과 성과를 요체로 삼고 있기에 이에 적응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잘 차려진 제도와 시스템과 같은 사회질서는 일견 개개인의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이지만 소수계층에 의해 여전히 억압과 착취가 횡행하고 있다.즉 자본,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에 의한 전방위적인 억압과 착취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색인 것이다.한병철 저자가 말한대로 타자 착취의 질서 속에서는 착취당하는 자들이 연대하고 함께 착취자에 맞서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게 대다수의 피착취자들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병철 저자가 출간한 《피로사회》《투명사회》가 현대 사회의 내부를 MRI촬영한 것과 같아 무척 공감이 갔던바,이번 《심리정치》도 앞의 두 저서의 연장선상에서 현대 사회의 맥락을  살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풍요로워진 물질과 (개인의)높아진 의식수준은 개인의 자유를 한층 고양시키려 하지만 자본의 힘 앞에 예속되고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자유라는 것이 비강제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보니 개인은 어느 때보다 자기계발,자기실현을 위해 분투해 나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게다가 SNS에 의한 소통과 대화는 개인주의,고독,공동체 사회의 붕괴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있다.SNS에 의한 소통과 대화는 비밀,낯섬,이질성이 무장해제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정보가 SNS망(網)에 몰리면서 감시.통제를 받고 있으며,의식적,무의식적으로 IT기기에 몰입하는 현대인에게 개인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내걸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을 유발하고 있고 이는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어 가기도 한다.모티베이션,프로젝트,경쟁,최적화,자발성과 같은 것들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심리정치적 통치술에 해당하는 것이다.심리정치를 이끌어 가는 계층들은 생산과 성과를 만끽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친절한 수단과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인간은 생각과  사유를 하는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될지 몰라도 『군중심리』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시대의 흐름과 대세에 영합하는 한낱 유약한 존재로 비칠 뿐이다.특히 IT산업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과 정보,신상은 디지털 기기에 의해 저장되고 기록된다.무섭고 공포스러운 현대판 파놉티콘 체제에 놓여 있다.또한 조직적이고 인위적으로 개인의 신상과 정보를 털어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그래서 피착취자 입장에 있는 대다수는 연대 또는 (착취자에 맞서)들고 일어서려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한병철 저자는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라는 제니 홀저의 말을 『심리정치』의 모토로 삼았다.제니 홀저는 자기 자신의 소원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하지만 자유의 예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우리는 자유에 대해 주체적인 관계에 있지 못하고,자본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에 우리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자본에 의존하게 되고,자본이 제공하는 자유는 상품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정곡을 찌르는 말이다.게다가 넘쳐 나는 잉여 인력은 얼마나 되는가.이러한 잉여 인력을 상품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다.현대 사회는  개인의 (자본)능력과 힘에 의해 생존의 길이가 달라질 것이다.신자유주의는 개개인이 모두가 자본 경영자이다.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도태되면 나락으로 전락하고 만다.그래서 보다 밝은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복지와 상생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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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에 관하여 - 죽음을 이기는 4가지 길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3
스티븐 케이브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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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과 죽음 그리고 문명에 관한 이야기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인데 삶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리려 하는 것이 인간이 오랜 세월 품어 왔던 본능이다.우주 삼라만상에 인간만큼 영생을 바라는 것도 모자라 명예까지 후대에 드러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기인한 일이 아니다.게다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인류는 비가시적인 현상과 용어들을 내세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삶과 죽음 자체를 하나로 인식하게 되었다.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일뿐이라는 점에 수긍이 간다.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의학,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도 길어지게 되었다.공자가 말하기를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건만 현대는 70은 여전히 현역으로 남을 만큼 젊은 축에 속한다.그래서 현대를 유병장수의 시대라고도 한다.시골 장터에 가면 바글바글 몰려 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7,80을 넘긴 노인네들이 많고 젊은이들은 가물에 콩나듯 보인다.노인들의 인구가 증가하고 젊은층 인구가 적다는 것은 사회적,경제적인 면에서 커다란 이슈가 아닐 수가 없다.

 

 인간이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수명은 정해져 있는 법이다.건강하든 질병에 걸렸든 삶을 마감하는 시기는 삶의 길이가 길고 짧을 뿐 언젠가는 이슬과 같이 사라지는 허무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생존에 대한 강렬한 욕망,불로장생을 바라던 대표적인 인물이 진시황제일 것이다.그는 생을 연장하기 위해 부하를 시켜 불로초를 구하라고 했지만 불로초를 구하지도 못하고 원하는 삶도 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다.게다가 그는 혼자 죽기가 싫었는지 매장되면서 지근에 있던 사람들도 순장 풍습에 따라 함께 묻히게 되었다.그것이 오늘날 중국 시안 근처에서 출토된 진시황 병마용과 부장품들이다.생전의 명예,권력의 위대함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것으로는 세계 최고가 아닐까 한다.

 

 스티븐 케이브 저자 대중철학자로서 삶과 죽음,그리고 문명에 관한 이야기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용구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근심 걱정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고 고귀한 축복은 없을 것이다.그런데 대부분은 이런 저런 이유로 죽음의 문턱에서는 그리 행복하지 않게 고통과 상처를 안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일종의 죽음에 대한 준비가 결여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그래서 죽음에 대한 공포,두려움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문제이나 이에 대한 두려움,공포를 완화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비가시적인 부활,영혼에 대해 마음으로 체득하면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데 얼마 전 혈관장애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가족들은 괜찮다고 내게 용기와 격려를 주었지만 솔직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그리고 열 시간 이상을 수술대 위에서 뇌의 기능이 죽은 채 무의식 시간 속에 있었다.깨어나 보니 열 몇 시간은 무의식의 세계였고 죽음과도 같은 경지였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개개인에게 죽음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능한)즐겁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개인과 가족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즉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 간다면 생존의 길이,불멸과 같은 헛된 망상에 빠지지 않으면서 죽음도 편안하게 맞이할 것이다.

 

"유전자는 불멸의 존재다.개별적인 생존 기계로 살아가는 우리는 기껏해야 몇십 년 더 살 수 있기를 소망하낟.그러나 이 세상의 유전자를은 수십 년이 아니라,수천 또는 수백만 년의 세월을 살아갈 것이다." -P315

 

"나는 존재하지 않았고,존재했으며,존재하지 않는다.이제 아무런 상관없다." -P371

 

 정말로 오래 살고 싶다면 우선 몸과 마음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식이요법,좋은 생활습관,적절한 운동,멋진 인간관계를 부단하게 이어 나가야 한다.경제적인 면에서 너무 쪼들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회생활 가운데 하지 못했던 소일거리 및 취미활동을 해 나가는 것도 삶의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뇌 기능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그리고 죽음에 관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신에게 맡기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내 마음 속의 영혼만큼은 썩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태어나기 전의 기억이 없듯 죽음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늙음과 고통,가난과 속박으로 가득한 가장 힘겹고 혐오스런 이승의 삶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는 천국과도 같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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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만화 최창조의 풍수강의 1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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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지리,도참(圖讖) 사상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게 내재해 있다.살아서는 양택,죽어서는 음택이라는 명당 자리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이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신으로 치부할 수가 있다.그런데 풍수지리에 입각한 명당 선호는 한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이 강하게 깔려져 있다.심지어 고층 빌딩,고층 주거 환경이 대세인 현대인들조차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가 과연 명당으로 적합한 곳인가를 놓고 이것 저것 저울질을 한다.살아서는 입신양명,재물,사랑,행운을 기복하고 죽어서는 후손들에게 영혼으로나마 좋은 기운을 안겨 주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는 풍수지리 사상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이다.풍수지리에 맞춰 살아갈 입장과 처지가 아니기에 심리적으로 동요 및 위축만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운명을 헤쳐 나가자는 주의(主義)다.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야 돈과 재물,행운이 발복하는 거주지 인테리어도 꾸미기 싶고 흩어져 있는 조상의 묘도 한 곳으로 옮기고도 싶다.특히 묘자리는 지관들의 조언에 따라 선택.결정했는데,조상의 묘로 인해 크게 액운을 겪은 적은 없는 것 같다.그런데 내 마음속에 풍수지리라는 명당이 꽈리를 틀고 있었던 것일까.할머니 묘를 파묘하여 화장한 후 유골을 할아버지 묘 옆에 묻어 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고 편안하기 그지 없다.확실히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풍수 지리로 알려진 도참 사상은 기원전 5∼4세기 중국에서 이론으로 나타나고,한(漢)나라 때 음양론이 도입되면서 풍수지리가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땅의 형세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을 풍수지리라 한다." -P10

 

 흔히 명당이라고 하는 거주지는 배산임수(背山臨水)지를 최고로 여긴다.여기에서 풍수는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다는 말로서 배산임수에 적합한 의미다.풍수 사상은 비록 비과학적일지라도 동양철학의 한부분으로서 오랜 세월 집단 의식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산물이다.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이기도 하다.인간과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통한 풍수지리 사상은 조상의 고민과 지혜가 잘 담겨져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를 이론적으로 주입시키다 보면 독자들에게는 관심과 호감이 감소될 것 같아서인지 이 도서는 만화로 명당과 관련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조선시대에는 전답,노비,산소와 관련한 소송이 주를 이루었던 만큼 묏자리와 관련한 산송은 식을 줄을 모른다.그 대표적인 예가 파평윤씨와 윤관의 묘와 심지원의 묘 문제였다.400여 년 간 싸워온 두 집안은 파평윤씨 쪽에서 심지원 측에게 부지제공을 하고 심지원의 묘를 이장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고 한다.(해외 토픽감)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두 집안이 400여 년만에 극적 타결을 본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지금은 거주지가 고층 위주이고 죽어서는 화장(火葬)문화가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이 사는 곳,죽어서 가는 곳만은 명당이기를 바라고 있다.얼마 전 TV에서 명당의 조건에 대해 전해 주는데,아파트의 경우는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저층(1∼5층)이 좋다고 한다.즉 아파트 앞.뒤로 심어진 수목의 높이만큼의 층에 사는 것이 신선한 공기,땅의 기운을 받으며 사람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전통적인 풍수지리에 입각하여 살려면 복잡한 도심지보다는 한적하고 유유자적한 삶이 가능한 시골이 좋을 것이다.지리,생리(生利),인심,산수가 잘 배합되어 있는 토양과 풍토에서 인생을 꾸려 가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재물,입신양명,사랑,행복이 저절로 따라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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