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하루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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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츠키 히로유키 사계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을 맞이하게 되었다.주인공은 네 자매 가운데 맏딸인 하루코이다.첫 번째 작품에서는 둘째 딸 나쓰코가 주인공이면서 생기발랄한 성격으로 사귄던 남자를 차버리고 미국으로 떠나 버린다.반면 첫째 딸 하루코는 특출나지 않으면서 조신하게 행동하는 면모를 띠고 있다.나아가 세번 째 아키코는 유일하게 대학 재학 중에 학원 소요 사태에 연루되어 경찰에 연행되고,네번 째 후유코는 내향적이고 음울한 성격으로 인해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루코 일가는 고미네(小峯) 집안으로 통하고 네 자매는 교사이면서 퇴직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아버지는 그간 봉직한 대가로 연금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지만,적적한 마음을 달래려 취미생활,마음이 통하는 연하의 여성과의 만남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그러한 가운데 맏이인 하루코는 파경을 맞게 되면서 인생의 커다란 분기점을 맞게 된다.정신과 병원에 입원 중인 막내 후유코를 병문안 가고,미국에 있는 나쓰코와 서신 왕래를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던 하루코는 마음을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어 나간다.

 

 나쓰코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 다츠코와 정신과 의사 사와키는 하루코에게 남쪽에서 불어 온 한줄기 남풍이었다.다츠코와 사외키 둘은 하루코에게 대하는 감정과 태도가 다르지만 정신적,육체적 사량이 싹트게 된다.그러한 계기를 남자 쪽에서 먼저 주선하고 실행하게 되는데,가네코 시인과 함께 한 가루이자와 여행과 다츠코가 주선한 하와이 여행 이벤트가 하루코의 삶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일본 나막신인 게타를 신고 기모노를 입고 조심스럽고 사뿐사뿐 걷는 이미지의 하루코는 이제 전향적인 태도와 자세로 나아가려고 한다.

 

 "기모노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옷을 입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지네요.이젠 화살이 날아오건 총알이 날아오건 다 막아낼 것 같아요." -P66

 

 대개 여성이 남성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은데,하루코 자신은 전통적인 인습과 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다츠코와 사와키와의 만남과 접촉,그리고 육체적 관계에서도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나간다.다츠코는 하루코는 친누나마냥 대하면서 가식없는 마음을 주고 받고,의사 사와키도 마찬가지이다.사와키는 하루코와의 혼인을 전제로 만난듯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르는 느낌이 강하다.하루코는 다츠코와 사와키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결국 의사 사와키에게 가게 된다.단 전업주부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적 평등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한편 미국에 있는 나쓰코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미국 노인이 하루라도 빨리 혼인을 하자는 마음을 전하고,하루코는 의사 사와키 비서 겸 운젼면허 취득에 열을 올린다.

 

 사랑 받지 못하고 시가로부터 떠밀린 하루코가 재혼하여 새 삶을 꾸려 가고,나쓰코는 미국인 래리 씨로부터 마음으로 사랑을 받고,막내 후유코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셋째 아키코만 아쉽게 빠지게 된 꼴인데,다음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인간이란 기회에 따라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고,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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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 -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정창현 감수 / 판미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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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3대 기서(奇書)로 불리고 있는 『역경』,『도덕경』과 더불어 『황제내경』이 있다.그 가운데 중국 전통 의학서인 황제내경은 소문(素問),영추(靈樞)를 포함한 9권 81장으로 800,000자의 한자가 수록되어 있는 방대하면서 중의학의 독보적인 존재물로 가치와 의미가 크기만 하다.의학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서양 의학이 눈에 띄게 돋보이는 한편 중의학이라고 불리는 한의학은 다소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실상이다.서양 의학이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개선하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과 관련,한의학인 황제내경 속에는 정신적,정서적 질환인 정신 건강까지 깊게 챙기고 있다.

 

 황제내경은 양생(養生)을 중심으로 유불선 3교와 중의학 네 분야의 핵심 이론을 수렴하여 중국 전통 양생 문화의 재건과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데,황제내경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황제내경 양생론의 핵심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양정(養精),조기(調氣),치신(治神)을 제시하였는바,

몸의 근본인 정을 지키고,생명 활동의 에너지인 기를 기르며,

생명 활동의 주재자인 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P10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아는 한의원을 찾아간 적이 있다.원인 모를 어지럼증이 찾아 오면서 모든 것을 그만 두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시기였다.마침 한의원 원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우선 정기신(精氣神)이 허하니 푹 쉬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조언해 주었다.그러면서 두부 각 부위와 얼굴,손등에 침을 놓아 주었는데 거지말처럼 막힌 혈액 상수관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더불어 어지럼증에 좋다는 한약까지 챙겨 복용하고 3∼4일 정도 지나니 명현 반응과 함께 맑게 개인 날과 같이 탁한 두뇌 혈액 순환이 맑게 흐르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그리고 건강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시중에서 복용하는 알약 대부분이 화학 성분으로 되어 있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강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가능하면 자연의 정기를 받은 한약 쪽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 글은 중국 최고 석학인 장치청(張其成)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로서 이해하기 쉽고 실용적이어 두고 두고 반복 읽어 가려고 한다.『황제내경은 비단 인체 건강만 다룬 것이 아니다.의학,천문학,지리학,심리학,사회학,철학,역사 전반을 풀어내 생명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 최초의 백과사전이며,생명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읽어 가다 보면 흥미를 돋구면서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것들이 많아 유익하기만 하다.천인합일의 양생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인체의 조직 구조,생리적 기능,병리적 변화,질병의 진단 및 치료 등이 음양의 사상이 간섭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어 가면서 관심과 흥미가 고조되었던 부분들을 하기한다.

 

 

 

인체의 10년 사이클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나이가 어느 연령대인가,신체 건강지수는 어느 정도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생명주기는 7년을 1주기로 삼고,남성의 생명주기는 8년을 1주기로 삼는다.

 

오행 분류 계통표

 

 12시진별 경락의 흐름과 양생

  

  제철 음식 먹기

 

 그외 자신의 체질(사상)이 뭔가를 알아서 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고 양생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음식은 골고루,짜지 않게,적게,천천히,따뜻하게 먹으라는 잡담소만온(雜淡少慢溫)의 5대 원칙을 지켜 나가면서 오장육부의 보양법까지 알아 두면 좋을 것이다.아울러 마음 다스리기,운동과 같이 생활습관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도 양생의 좋은 비결일 것이다.연령별로 오장육부의 기능을 잘 인지하여 장기가 고장 나는 일이 없어야 장수할 수 있을리라.하루,한 달,일 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춘분,하지,추분,동지를 기점으로 양생법이 있으니 적극 참조하는 것도 좋으리라.특히 불로장생을 원하다면 경락(經絡)의 중요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혈기,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장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장치청 교수의 황제내경 명강의를 통해 인체 건강과 주변 학문과의 연관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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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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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작품이 사유와 성찰을 담은 일상의 철학까지 망라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작가 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글이지만 내용은 꽤 지적이면서 작가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있어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그간 연애 소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남녀 간의 로망을 종횡무진하게 펼쳐 주리라 기대를 해서인지 읽는 내내 사랑과 인간관계가 무엇인가를 놓고 곰곰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도서의 제목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놓고 보면 마치 남과 여가 숙명론적인 만남과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남녀가 이성을 알아 가기 전 미래의 상대는 누구일까를 머리 속으로 그리기 마련이다.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개 현실과 거리가 먼 대상을 찾으려 할 것이다.생을 오래도록 함께 할 동반자를 염두에 두고 이성을 찾아 나선다 해도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외모,성향,학벌,경제력 등의 수박 겉 핥기 식이 많아 궁극적으로 삶의 동반자로 골인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삶의 길이가 길다면 좀 더 이성과의 교제 시간을 길게 잡아 겉과 속궁합이 맞다고 판단될 때 혼인을 해도 늦지 않겠지만 (한국 사회는)결혼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의지보다는 주위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강요,압력에 의해 혼인을 하고 만다.그렇게 결혼을 하여 붉은 카펫을 오래도록 즈려 밟고 나아가야 하겠지만 결혼과 현실은 (대부분) 정반대의 현상의 연속이다.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에는 낭만과 설렘으로 충만하여 혼인을 하게 되면 삶이 순탄하게 풍요로움을 안겨 줄 것으로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설레고 달콤했던 부분이 사라져 가면서 쓰고 시고 맵고 짠 맛이 강렬한 현실에 마모되면서 몸과 마음이 점점 푸석푸석해져 간다.신혼 초기에는 남편,아내가 최고로 보일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낳아 양육과 교육,미래에 대한 준비,건강 문제 등이 점점 현실로 대두되면서 신혼 초기의 낭만과 설레임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의 추억물로 남을지도 모른다.알랭 드 보통은 화자이면서 주인공인 '나'가 연인 클로이와의 관계를 그려 나가고 있다.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사랑과 인간 관계에 대한 메시지이고 철학적,지적인 표현들이 많아 다소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이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여 읽고 음미하노라면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삶의 경험과 지적인 표현들이 수긍이 갈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놓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남자든 여자든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어떠한 애정 관계를 형성해 왔는가가 성장 과정이든 성인이 되어서든 정서적,심리적 내면에 커다란 영향을 안겨 준다.부모가 자식과의 사랑과 애정이 안정적인 관계였다면 남자와 여자,여자가 남자를 만나 교제,연애를 할 때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조건보다는 내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고 상대의 영혼의 깊은 부분을 알아 가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남과 여의 만남이 정략에 의해 만나는 것보다는 우연에 의해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서 교제 기간을 길게 잡는 편이 좋으리라 판단한다.남녀 간의 만남과 교제,연애,결혼이라는 수순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인과 삶의 동반자를 전제로 할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고한 믿음이 섰을 때 비로소 혼인의 반포식이라도 올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혼인은 일생일대의 대사이기 때문이다.

 

 혼인이 결정되어 두 개의 성이 결합하여 삶을 꾸려 가기로 약속했다면 처음 만나 나눴던 언약들을 흐트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사실 현실 속에서의 삶은 여의치만은 않다.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외부 요인과 심리적 내면 결핍 등으로 부부 관계는 평탄하지 않은 시간이 찾아 오기도 한다.작가가 말했듯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차치하고)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진정한 자아,부부간의 존재의 본질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겉면보다는 내면의 깊은 영혼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나와 클로이는 감정상의 문제로 틀어지고 등을 돌리게 되었지만,서로의 언행 속에 나타난 분노와 비난은 사랑과 인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원인이 된다.사랑을 전제로 만난 인간 관계가 순탄하게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여곡절이 뒤따른다.서로에게 생채기와 상처를 주지 않고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남자의 언행,여자의 언행을 재치와 기민성 있게 간파하여 애정과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최상의 사랑법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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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유배지 답사기 - 조선의 귀양터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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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부패한다." - 액튼 -

 

 새삼스레 권력의 양면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권력을 쥔 사람의 정치 철학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권력은 부패할 수도 있고 정의의 화신이 될 수도 있다.야망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면 악이 될 소지가 많고,욕심이 없는 사람이 가지면 그 반대의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대학』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먼저 몸을 닦고 천하를 다스리라 했고,『노자』는 몸을 닦아 그 덕이 진실해진 다음에 천하를 다스리면 그 덕이 두루 미친다고 했다(修之於身 其德乃眞,修之於天下 其德乃普).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쥔 사람들은 대개 권력에 굶주린 '야망'을 가진 자들이어서 평온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었다.권력을 잡기 전과 잡은 후의 모습이 '화장실에 가기 직전과 화장실을 나온 모습'과 매우 흡사하기만 하다.

 

 조선시대에 왕이었던 군주에게 미운 털이 보였던 정객들이 받는 형벌을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그 가운데 유배형(유형)으로서 곤장을 맞고 유배형에 처해지기 마련인데 유배지는 절해고도로 가게 마련이다.식솔과 압송하는 관리가 따라 가고,유배지에서 먹고 자는 문제는 유배객의 몫이었다.유배객은 정권이 바뀐다든지 유배형의 기간을 다 채우게 되면 정계에 복귀하기도 했다.형벌의 경중에 따라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유배객도 있고 사약을 받아 목숨을 다하는 이도 있었다.조선시대의 유배객들은 대부분이 사색당파의 와중에서 빚어진 결과로서,주류 당파의 세력과 조종에 의해 유배살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진욱 저자와 함께 떠나는 《남해 유배지 답사기》 는 창랑한 물결,유서 깊은 유배 문화재,남해 주민들의 일상과 구수한 (남해)사투리가 정감 어리게 다가온다.저자는 《남해문견록》의 저자이면서 유배객이었던 류의양(柳義養 1718∼?)이 지은 남해 기행문을 토대로 13일 간 걷고,자전거를 타고 남해를 일주했던 결과를 여정을 따라 스케치 하고 있다.남해는 뭍인 하동과 현수교로 연결되고 섬의 모양은 어머니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은 형상이다.

 

 하동에서 남해로 넘어 가기 직전 노량 바다가 보이면서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이했던 역사적인 현장이면서 그를 기리는 충렬사가 남아 있다.유배지를 따라 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팔만대장경은 남해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자작나무,산벚나무,후박나무 등이 경판의 목재가 되는 나무로서 거제도,하동 포구에서 떠내려 보낸 후 소금물에 쉽게 절일 수 있는 곳으로 남해의 관음포가 적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관음포는 왜구가 조선을 침략하다 떼죽음을 당했던 곳으로 일제 강점기에는 관음포를 매립하여 악몽의 역사를 지우려 했다고도 한다.

 

 모두(冒頭)에서도 말했듯이 유배객들은 군주의 미움을 산 나머지 유배형에 처해졌는데,내막을 알고 보면 사색당파 싸움에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다.조선 선조 이조전랑 임명권을 둘러 싸고 동인 김효원과 서인 심의겸이 분열하면서 사색(四色)으로 분파되어 갔던 것이다.동인은 남인과 북인,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었다.게다가 시파와 벽파까지 생기면서 조선은 당파로 인한 분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나라마저 외세에 넘어 가는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당파 싸움의 전성기는 숙종 시기 경신,기사,갑술환국에 의한 정권 교체기에 주류 이데올로기에서 밀려난 붕당의 미운 털이 박힌 자들이 유배형의 고배를 맞이했던 것이다.붕당이 요즘 말로 하자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데 권력을 쥔 자와 권력에서 밀려난 자 간의 갈등과 대치,이합집산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일종의 감탄고토(甘呑苦吐)라고 할까.

 

 남해의 땅으로 유배형에 처해진 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旣) 익히 들었을 법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어떠한 이유로 남해로 떠밀려 왔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파 싸움이 주 요인이고 유배객의 곧은 성정(性情)과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대쪽 같은 신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숙종 시기 유배객 류의양의 《남해문견록》과 박진욱 저자의 유배지 답사기는 데칼코마니와 같이 정확하게 포개지지는 않지만 흡사하게 흘러 가고 있다.남해의 땅은 개발화에서 한 발 물러난 듯한 천혜의 자연 환경과 유서 깊은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어 마음의 본향을 찾아 간 듯한 강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유배객이 낳은 남해 유배지의 역사,문화적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한편 고단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 줄 여행지로서 남해는 전혀 손색이 없는 곳으로 각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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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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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 수많은 생물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인간과 비슷한 감각을 지녔다고 보는 조류의 감각에 대해 알아 보는 것은 무척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감각과 감성을 지녔다고 우쭐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런데 생물학자,조류 연구가들에 의하면 조류도 인간 못지 않은 감각과 정서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감각은 그렇다 치고 기쁨과 환희와 같은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도회지로 몸을 옮기기 전,산촌 생활은 산과 들,집 주위가 수목으로 가득차 있었기에 새들은 늘 사람 곁에 존재하여 친숙하기만 했다.길조,흉조,철새,텃새 등 새의 종류는 무척 많다.비근한 예로 까마귀,까치.참새,꿩,올빼미,소쩍새,기러기,제비 등은 어린 시절 내내 보고 자랐다.또한 우리 곁에 살던 새들과 관련하에 동화나 자연 학습에 종종 등장하고 있어 학습효과 및 친밀도를 더해 주었다.철없던 시절,나는 겨울철 눈이 내릴 무렵 땅에 볍씨를 뿌리고 참새들이 몰려 오기를 기다리다 참새들이 감나무에서 포르르 내려 앉아 부리로 볍씨를 물기라도 할 찰라에 (대바구니로 만든) 덫으로 참새들을 잡던 재미를 기억한다.덫이 땅으로 내려 앉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몸을 공중으로 비상하는 약삭빠른 참새들이 있는가 하면 허기에 지친 참새는 내 손아귀에 들어 오곤 했다.조그마한 눈,앙증맞지만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두 발가락은 참새가 살아온 이력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제발 살려 달라고 하듯' 안절부절 못하던 참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참새를 방생해 주었다.

 

 새에 대한 이미지는 귀업고 아름다운 빛깔,고운 울음 소리를 연상케 한다.반면 날카로운 부리,매서운 눈으로 먹이감을 포식하려는 맹조도 있다.조류는 우주가 탄생한 이후로 자연 생태계 및 자연 환경에 맞춰 삶의 방식,진화가 이어져 온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인간의 감각,정서가 학자들에 의해 꾸준하게 연구.발표되고 있듯 조류의 감각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연구.발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새의 감각》의 저자 팀 버케드 조류의 감각에 대해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구.발표한 기록을 바탕으로 추측과 정설을 내놓고 있다.조류의 감각인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에 덧붙여 자각(磁覺)과 기쁨과 환희의 순간과 같은 조류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조류가 인간의 두뇌,시신경,혀,코와 같은 기관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조류가 생태 환경에서 살아 왔던 『자연선택이론』의 관점에서 조류의 감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력이 좋고 눈이 큰 매,귓구멍이 비대칭인 두개골의 큰회색올빼미는 유난히 청각이 발달했다.카나리아 노랫소리를 '섹시한 악절'로 인식하는데 암컷 카나리아가 알을 낳을 때 수컷이 노래하면 암컷은 몸을 움크려 교미 자세를 취한다는 연구.분석 결과가 나왔다.부리,발로 촉감을 느끼는 청둥오리의 참방거리는 모습이 있다.정자 경쟁 때문에 진화했다는 붉은부리큰베짜는새는 성적 쾌감을 느끼는 새로 알려지고 있어 흥미롭기만 하다.꽃꿀(화밀)에 농축된 당의 맛을 느끼는 벌새의 모습을 통해 미각을 알 수가 있고,갈색키위는 부리 끝의 무수한 구멍과 콧구멍에 감각신경종말이 있는데 이것을 통해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큰뒷부리도는 자각의 안내를 받아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1,000km를 8일 동안 쉬지 않고 한 번에 날아간다고 한다.이것은 새들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이론에서 비롯되었다.나아가 가장 흥미,관심의 대상이었던 조류의 정서 부분이었는데,흰가다랭이잡이 한 쌍이 인사 행위를 하는 장면이다.이렇게 조류의 감각을 연구할 때 연구자들은 주로 자연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하고,동물을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연구했던 것으로 보인다.이것은 '동물행동학'이라는 분야라고 불리운다.과연 새들도 인간처럼 감정과 정서를 교감할 수 있는 존재일까.

 

 조류가 갖고 있는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에다 자각,정서를 접하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면도 있었지만 연구자의 주관적인 시각과 견해가 다분한 면도 있었다.그래서 조류가 갖고 있는 감각이 인간이 갖고 있는 감각과 비슷하게 다가올지라도 인간과 조류가 갖고 있는 감각의 경계는 분명 존재하는 법이다.조류의 감각에 대해 더욱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이러한 연구가 정설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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