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아키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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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여름,가을,겨울을 가리키는 사계 가운데 가을을 가리키는 아키와 이름 끝자에 붙는 꼬가 합쳐져 아키코가 이번 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네 자매(姉妹)가운데 가장 학벌이 높고 이지적인 존재이다.의대를 다니던 중 학원 소요 사태에 휘말려 법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이제는 1인 잡지사를 운영하면서 취재,기사 작성,사진 촬영,원고 청탁과 인터뷰,레이아웃과 인쇄 진행의 일련 과정을 혼자서 해야 한다.기획부터 A/S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해야 하는 아키코는 광고 따기와 수금과 같은 영업적인 일이 힘들면서 보람을 동시에 느낀다.

 

 후쿠오카 지방 출신인 네 자매는 성격도 다양하고 가고 있는 길도 제각각이다.큰 언니 하루코는 전 남편과 이혼하고 현재 리사이클숍을 운영하고 있다.둘째 나쓰코는 활달한 성격에 히피적인 기질이 다분하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그리고 셋째 아키코와 막내 후유코가 있다.후유코는 불타오르는 토끼라는 닉네임으로 라디오 방송일을 하고 있다.이렇게 네 자매가 사는 곳,하는 일,입장과 처지가 다르지만 이 글을 읽어 가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피와 살을 나눈 자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자극제가 되는 삶의 원천(源泉)이라는 것이다.먼저 주인공 아키코는 여동생 후유코의 힘을 빌어 남친인 산 속의 료스케를 만나러 가면서 오랫만의 해후와 살가운 섹스를 나눈다.대화가 오고 가던 중 료스케가 아키코에게 전직(轉職)을 권하는데 일본 중의원 의원의 비서직이다.생각과 행동이 진보적인 아키코가 극우적이고 보수적인 의원의 비서라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지만 삶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의원 비서로 일하게 된다.

 

 한편 미국인 남편에게 막대한 재산 상속을 물려 받은 나쓰코는 전 세계를 유유자적하면서 인생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다.회화와 건축,오페라 등을 감상하면서 후회없는 삶의 한 시기를 구가하고 있다.아키코는 의원 비서이면서 지구 환경 서미트차 파리에서 의원을 수행하면서 언니 나츠코를 만나기도 한다.아키코가 과연 정치 세계에서 끝까지 버텨 나갈까,아니면 어떠한 계기로 중도하차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데,의원은 아키코가 정치적 유망주로 기대하면서 보궐선거에 출마하도록 권고한다.한편 막내 후유코는 라디오 방송의 스승격인 나카가키가 라디오 방송에서 TV로 전향하게 되자 자신의 입지,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라디오 방송일을 그만두고 러시아 작가 예셰닌이 동경하던 이스탄불로 간다.후유코는 보스호라스 해협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면서 예셰닌 시인이 그리던 보스호라스 해협을 깊은 추억으로 삼는다.

 

 또한 첫째 하루코는 리사이클숍이 나름 번창하면서 가게 볼륨을 확장하려 나츠코에게 자금을 빌리기도 한다.하루코는 일이 바쁜 탓인지 동거하는 정신과 의사 사와키와는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않고 각자 하는 일에 전념하게 된다.그러나 둘은 결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기에 정식으로 혼인식을 올리기로 한다.나쓰코는 개방적이고 사귐성이 좋아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적극적이고 여유가 있고,아키코는 나츠코의 일을 떠맡아 글로벌 세력과 싸워 나가는 한편,후유코는 터키에 머물면서 시인이나 화가로서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이제 고미네가(家) 네 자매는 안정과 행복의 나래를 펼치면서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쉼없는 도전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인상적인 것은 이츠키 히로유키 작가의 다양한 인생 경험과 이력이 글 속에 깊게 배여 있어 인생의 후배로서 삶의 융숭함을 마음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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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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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눈이 멀도록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광기(狂氣)서린 동물적 성적 행위에 가학과 피학이 오가는 기이한 남.녀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남자가 뿌린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교합하여 생명을 잉태하고 시간이 흘러 남자와 여자는 생을 마치며 세상에 나오기 이전의 무위(無爲)의 세계로 귀의한다.여자의 자궁 깊은 곳에 남자의 중심을 투입시키며 남자와 여자는 한순간 황홀감과 쾌락감을 동시에 느낀다.둘 모두 심정적,감정적 일체가 되면서 활화산과 같이 심장의 고동이 심장의 작렬고 변하게 된다.나는 남.녀 간 본능적이지만 기이한 형태의 성적 행위는 (일반인의 잣대로 보아) 오히려 정신 분열증과 같은 이상 행위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누군가의 진을 쏙 빼앗아 가면서 탈진 상태까지 이르렀던 성관계는 없었던 만큼 이번 박범신 작가의 주름은 시종일관 색다른 남.녀 관계의 여정을 뒤쫒아 가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음미하는 시간을 갖었다.

 

 운명적인 사랑은 결혼 이전이든 결혼 이후이든 관계없이 찾아 오기 마련인가 보다.어떤 사람은 불륜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운명의 대상을 만났다고 여기고 있다.여기 불륜이 아닌 운명의 사랑을 만나 죽음의 순간까지 서로에게 최상의 육체적,정신적 사랑을 쏟아 부었던 이들이 바로 김진영이라는 남자와 천예린이라는 여자이다.둘은 다른 환경,다른 직업 세계에 있었던 존재였다.김진영은 주류 회사 회계 업무를 관장하던 이사였고,천예린은 화가이면서 시인으로서 한군데를 지긋이 정착하지 못하는 히피족과 같이 방랑의 여정을 쉼없이 이어나가던 존재였다.회계 업무를 맡고 있던 김진영 이사는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급구(急求)하던 천예린 시인에게 자금을 빌려 주면서 공생관계를 시작해 나간다.천예린 시인은 세상 남자와의 관계를 달관이라도 한듯 김진영 이사에게 적극 대시한다.가벼운 스킨십부터 깊은 섹스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한바탕 굶은 성적 행위를 해소키라도 하면 김진영 이사(이하 김진영씨,천예린 시인은 천예린씨)는 천예린씨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빠지게 된다.'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 김진영씨는 가정사는 도외시하고 점점 천예린씨에게 사랑을 위해 미치고 미치기 위해 사랑의 심연 속을 유영한다.

 

 타락한 사람은 무당이 되고 쇠약해진 양은 말이 된다. -P33

 

 김진영씨는 회사 회계 일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마음은 심예린씨에게 가 있다.늘 마음이 콩밭에 있는 셈이다.채워지지 않은 운명의 사랑이 마치 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 있던 날의 그로테스크하게 회색빛으로 짙게 깔린 우울한 김진영씨의 마음에는 뭔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너무 멀리 있어 잡을 수 없는 것을 동경하는 것과 같이 공허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을 때,천예린씨는 김진영씨에게 빌린 자금을 갚지도 않은 채 물건너 바다 건너 이국땅을 전전하게 된다.시인이 시상(詩想)을 끌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폭넓은 기행과 여정이 필요하지만,천예린씨가 동가숙서가식의 여정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접하면서 스스로 고행의 길을 찾아 나서는가 싶으면,유유히 생이라는 여정에서 멸망과 권태를 담담이 수용하기도 한다.천예린씨가 신출귀몰과 같이 유랑했던 곳들은 셀 수도 없다.아프리카 케냐를 비롯하여 모로코,스페인,오스만 제국,중앙 아시아,극동의 바이칼 호에 이르기까지 고행과 구도의 길을 연상케 한다.김진영씨가 극적으로 천예린씨와 해후하게 되면서 둘은 과거 돈문제는 내려 놓고,모든 것을 잊고 운명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철저하게 보여 준다.둘은 중년의 나이이지만 섹스만큼은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바뀌어 식지 않은 분화(噴火)를 뿜어 낸다.칼로 시작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고 했듯 사랑으로 시작한 사람도 사랑으로 망하는 것일까.

 

 2000년대가 되어 둘은 이르쿠츠크 근처의 바이칼 호(湖)에서,가장 맑고 심연한 바이칼 호에서 거룩한 포도주 파티까지 연다.고독과 우울,고뇌와 번민을 모두 떨쳐 내기 위한 운명의 사랑극은 세상의 끝을 향해 정사의 행진을 연주해 나갔다.삶과 죽음의 경계상을 방불케 하는 김진영씨와 천예린씨가 펼치는 북극이 멀지 않은 바이칼 호에서의 정사극은 혼절과 충만감으로 가득했을 것이다.둘의 원시적이고 광기 서린 성적 행위는 식을 줄 모르게 진행되는 한편,천예린씨는 투석 치료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받아 들인다.천예린씨를 운명의 사랑으로 여긴 김진영씨는 그녀의 종기를 짜내고,핥고,빨고,약을 바르면서 회생을 기다렸지만 그 보람과 수고도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천예린씨를 앞서 보낸 김진영씨는 고이 그녀의 영혼을 달래 주고 최극동 캄차카 반도를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 왔다.김진영씨는 외간 여자와의 마지막 정사신을 불사르면서 복상사(腹上死)를 당한다.김진영씨는 천예린씨가 남긴 희미한 말들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자궁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텅 빈...... 자유가 거기 있네.침묵의 방이...... -P418

 

 도대체 자궁은 얼마나 깊어.

 그 안에 생성의 알을 품는단 말인가.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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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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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종교를 갖고 있는 않은 무종교인이다.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다가올 삶에 대한 방향타를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왕왕 있다.10,20대 시절에는 모든 일이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 같았지만 실상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있으며 치열한 경쟁의 굴레에서 등용(登龍)의 기세를 몰아 입신출세하는 부류들을 보면서 내 생각이 참으로 오만하고 안일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지나간 버린 삶을 거울로 삼아 현재와 미래의 삶만큼은 깨달음과 지혜로 가득차기를 바라고 있다.삶은 시시각각 몰려드는 우연찮은 일들로 가득차 있다.경험과 직관에 의해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일도 있지만,갈등과 고민의 경계선상에서 헤매는 경우도 왕왕 있다.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은 꼬여 있는 실타래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이다.

 

 예전에는 종교에 대해서 무조건 등을 돌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말았는데,삶의 등반이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른 비탈진 경사길을 허우적 거리며 기어오를 때 마음 깊은 곳에 진토(塵土)만도 못한 것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나가가는 삶에 있어 무의미하고 공허롭기 짝이 없다는 것을 셀 수 없이 느낀다.내가 비록 어느 종교에 귀의하여 독실하게 믿음을 이어 나가지는 않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불교라는 종교를 접하면서 불교의 정신인 해탈과 구원,자비심에 대해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게다가 작금 중대 질병으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한편 사후 세계까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불교가 갖는 마음의 수행과 무소유의 정신이 삶을 삶답게 유지시켜 나가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삼국시대(고구려,백제,가야)에 중국 북방과 남방의 불교 문화를 전수하면서 한국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한정된 출가자만의 해탈을 얻는 소승 불교가 서남 아시아권에서 번창했다면,동북 아시아권은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지향하는 대승 불교가 주를 이루고 있다.중생에 대한 자비심이 대승 불교의 요체가 아닌가 한다.

 

 근래 테마가 있는 종교 기행과 관련한 도서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가운데,정찬주 작가의 《불국 기행》은 마음으로 귀의하고 싶었던 종교인지라 관심을 갖고 순례 및 답사길에 간접 동참하게 되었다.불교의 성지 인도 북동부 지역의 부탄과 네팔을 거쳐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 그리고 베이징 근교의 오대산 지역의 불교 유적지 및 사찰을 보여 주고 있다.순례지는 부탄,스리랑카,중국 오대산이고 답사는 남인도와 네팔로 분류하고 있다.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과의 만남과 인연을 실은 《무소유》를 읽었기에 작가가 불교의 정신이 세속인들에게 전하려는 취지와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이번 불국 기행에서도 유감없이 들려 주고 있다.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삼소(三少)를 상기하면서 삼소야 말로 무념무상의 극치이면서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말씀인 것 같다.

 

 "입안에는 말이 적어야 하고,마음에는 생각이 적어야 하고,배 속에는 밥이 적어야 한다." -법정 스님-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나라,부탄은 왕조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교육비,병원비가 한푼도 들지 않은 나라로서 스님의 될 수 있는 요건은 20여 년 동안 경(經)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은 '불타는 벼락'으로 불리는 드룩과 쿤리 스님의 남근상은 부탄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또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내려놓고 오체투지로 기도하는 수행자와 신자들의 신심은 가슴 뭉클하기만 하다.힌두교도와 불교도가 섞여 종교의 공존을 이뤄가고 있는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의 정기를 이어 받은 축복받은 땅이다.엊그제 네팔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어 마음으로 심심한 조의(弔意)를 표한다.그들에게 삶과 죽음은 하나인 '생사일여'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다만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어 죽어 화장(火葬)할 때 일반인과 왕족의 시신의 방향이 다르다고 한다.또한 『삼국유사』의 기록에 삼국시대 왕들이 아소카왕을 모델로 삼고 싶어 했다는 기록이 흥미롭기만 하다.

 

 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昔脫解)가 떠난 땅,남인도는 힌두교인들이 절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사찰이 잘 보존되어 있다.기원전 3세기경 아소카왕이 남긴 흔적을 찾는 것이 작가의 주목적이었는데,아소카왕의 전법사가 활동했던 사원터에는 상반신 한쪽이 훼손된 좌불만이 휑뎅그렁하다.석양을 등지고 참배하는 것이 규칙인가 보다.인상적인 부분은 남인도에서 석탈해와 신라 6촌장을 만나게 되는데,석탈해의 고향일 수도 있다는 근거들이 현지인들의 탐문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남인도를 떠나 남아시아의 진주,스리랑카의 불교 신자들은 연꽃을 들고 절을 찾는다고 한다.근.현대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에 의한 식민 통치로 인해 스리랑카 불교 사찰들이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사원과 대탑(大塔)을 참배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불교문화를 융성시킨 불교 지도자들의 입상,불상,열반상,아난존자는 스리랑카 불교 문화의 유구함을 반증하고 있으며,살아 있는 불교 산실이기도 하다.

 

 불국 기해의 마지막 여정,중국 오대산은 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불국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중국도 이젠 종교의 개방과 자유가 이루어져 몇 십년 간 잊혀졌던 불교의 사찰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중국인은 극락세계를 청량성경(淸凉聖境)으로 여기고 있다.대승불교국답게 반야경,화엄경,법화경,금강승 등의 경전을 중심으로 사상적 기반을 확립했다.찬란했던 중국 불교 문화의 유산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운강 석굴,돈황의 막고굴,낙양의 용문 석굴이 중국 3대 석굴이다.그 위용이 너무 웅대하고 근엄하여 참배객들로 하여금 불교의 가르침의 의미와 가치에 압도 당하고 만다.내세와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지이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 깊이 침잠되어 있는 무겁고 불필요한 욕망의 탈을 벗어 던지면서 맑고 깨끗한 영혼의 세계를 향해 마음으로 수행해 가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지금 내가 깨달은 불교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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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세계사 2 : 중세에서 근대로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 2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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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은 중.고등학교에서 받았다.세계사 수업과 함께 (한)국사 수업도 병행 과목이었는데,교과서 내용이 주로 편년체 위주,왕조 중심의 사료가 주가 되었다.게다가 연도별,왕조별 특징에 대해 나열하면서 해당 시대에 대한 깊은 인식과 이해보다는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벼락치기 암기 작전에 돌입해야 했다.짧은 학습과 넓은 시험 범위로 인해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이 무척 컸다.중.고교 시절의 국사,세계사 시간은 왜 그리 재미가 없었는지,시험 결과는 만족을 못했는지에 대해 1세대를 훌쩍 넘은 이 즈음 한국사를 비롯하여 세계의 역사에 둘러싸고 새롭게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인류 역사에 대한 공부는 유익하고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사가 재미없었던 이유는 단순 암기에 한자어로 된 낱말들에 대한 이해력이 뒤떨어졌던 것이 큰 원인이었고,세계사 역시 단어,고유명사,연도별 사건,사건를 암기해야만 했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아무튼 과거의 역사 학습의 흥며 결핍을 두고 길게 말할 것은 아니지만 편년체(編年體)보다는 기전체(紀傳體) 위주의 학습이 더욱 효과를 거둘 수가 있기에 평소 정사(正史) 서술 형식의 역사책을 자주 접하면서,정사 서술을 각색한 역사 장르소설을 자주 접하고,반복 읽다 보면 재미와 흥미,학습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세계 역사에 대한 다이제스트격인 《끄덕 끄덕 세계사 2》서유럽을 중심으로 동.서아시아에 치중하여 세계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엮었다.교황권이 강했던 중세시대부터 인본주의가 열리고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시민혁명은 인류 문명,인간의 삶을 한단계 올렸던 것이다.반면 중국을 위주로 한 동아시아,유럽의 신항로 개척과 대항해 시대는 유럽 열강의 제국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게르만 족의 대이동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화려했던 로마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그 즈음 과학 기술과 생산 수준이 뛰어났던 곳은 서아시아,인도,중국으로서 중국의 실크로드가 발현했던 시기로서 동.서문명의 교역은 찬란한 문화 유적을 남겼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게르만 족의 대이동은 로마 제국의 국경이 무너지는 한편 이슬람 세계가 형성,서유럽 세계의 최고 강자 프랑크 왕국 탄생을 보이고 있다.유럽에선 마자르 족과 바이킹의 침입으로 봉건 제도가 성립되면서 농업 혁명을 이루기도 한다.나아가 8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과 유럽에 불어 닥친 흑사병은 경제 대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반면 이슬람 세력은 세력이 일익번창하면서 이슬람교의 확산이 유럽,아시아(인도,동남아시아),아프리카까지 미치게 되었다.유럽 반대쪽인 중국에선 위.진.남북조 시대를 수나라가 통일하고 이어 당 이세민이 기틀을 다지게 된다.당나라를 이어 5대 10국의 혼란상을 조광윤에 의해 잠재우면서 송은 착실한 내치에 전념하면서 놀라운 경제성장과 시민 문화를 발전시킨다.이 시기 세계 최대 유목 제국인 몽골 칭기즈 칸은 송을 무너뜨리고 원을 세운다.쿠빌라이 칭기즈 칸의 세력은 주원장에게 무릎을 꿇고 만다.

 

 주원장에 의해 건립된 명은 해양 세력을 넓히고 이웃 조선과의 사대교린의 관계를 맺기도 한다.오랜 전쟁으로 전비 지출,재정 악화로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누르하치가 만주족을 통일하면서 후금을 세운다.후금의 태종인 홍타이지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청국을 세우는 한편,명은 이자성을 중심으로 농민 반란을 일으키면서 결정적으로 명을 멸망케 한다.만주족에 의해 세워진 청은 태종 홍타이지를 비롯하여 4대 강희제를 비롯하여 6대 건륭제에 이르면서 중국의 지도를 현재와 같은 꼴로 만들어 놓았다.한편 서유럽은 과학과 국민 계몽을 통해 시민 혁명이 싹트기 시작한다.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기독교와 카톨릭교 간의 종교 전쟁,국민 국가의 탄생은 시민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다.대표적인 예가 청교도 혁명과 명예 혁명이다.

 

 미국도 보스턴 차(茶) 사건을 계기로 미국 혁명의 도화선이 되면서 미국 독립 혁명을 불사르게 되고,프랑스 역시 루이 16세가 국민들에게 저지른 가렴주구식 세금 문제가 삶을 도탄에 빠뜨리자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단행하게 된다.루이 16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이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프랑스는 비로소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선포하게 된다.그간 공포,잔혹 정치로 숨도 쉴 수 없었던 시민들은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이 글의 특징 중의 하나는 1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한 챕터가 끝날 무렵 똑똑하게 정리하는 착착 마인드맵을 실어 놓아서 학습 효과를 크게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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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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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작가 가운데 오쿠다 히데오,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한국 독자들의 인기몰이를 하는 작가는 드물 것이다.사건,사고와 관련한 다양한 스릴,추리,서스펜스물들이 독자들에게 재미와 흥미,통쾌와 감동까지 안겨 주기 때문일 것이다.내가 도서를 읽기 시작할 무렵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열렬팬이 되어 사들였고,그 후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다.소재는 신변 잡기와 같이 흔히 보고 듣는 것들이 위주여서 친근감과 몰입도를 높여 준다.

 

 부부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연애,신혼 초기엔 장미빛 삶의 연속이라고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돌이켜 보면 그 시절도 삶의 일부이기에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하고,삶은 이상이 아닌 극히 현실 속의 전장터일 만큼 치열하므로 부부는 늘 신뢰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는게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또한 연애든 중매든 결혼하여 살아가다 보면 남편과 아내의 장.단점을 알게 되는데,장점 위주로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해 나간다면 부부 간의 이지러진 행태의 모습은 크게 감소되리라 생각한다.

 

 부부는 어떤 식으로 결혼했든 살다 보면 자신의 성격과 기질이 은연 중에 나타나게 된다.무의식 중에 내뱉는 언행과 폭력 행위 등은 내면 속에 깊게 은신하다 돌출 행동을 하게 되는데,본인은 무심결에 내뱉는 것들이 상대에게 상처와 응어리,배신 등으로 남게 된다.연애,결혼 초기에는 부부 누구라도 자신의 헛점,약점 등을 숨기게 되지만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서 말과 행동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쪽에서 상대에게 약점을 노출시키고 만다.남과 여가 만나 하나가 되고 달콤한 밀월 관계가 어느 정도 끝나게 되면 방약무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말과 같이 평생 애정과 사랑으로 일관하리라 여겼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믿음과 신뢰가 우루루 무너지면서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이번 《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이야기에서 남편이 아내를 무차별 구타하기를 반복하자 남편을 제거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의해 피해자인 아내와 친구가 어설픈 공모(共謀)를 꾸미면서 사건의 전개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과 긴박감은 더해만 갔다.백화점 외판영업부에 소속된 나오미와 전업 주부이면서 신혼인 가나코가 등장한다.둘은 대학동창으로 지방 출신이기에 대도시 도쿄에서의 둘은 둘도 없는 사이이다.성격을 말하자면 가나코는 부드럽고 조신한 편이고,나오미는 당차고 딱 부러진 면이 있다.가나코는 잠시 직장 생활의 경험이 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만 두고 전업 주부가 된다.은행원인 남편 다쓰로는 업무 관계로 귀가 시간이 늦고 술의 힘을 빌어 잠자리를 요구하는가 보다.가나코는 이에 상황을 내세워 섹스를 거절하다 남편에게 타박상,멍이 들 정도로 구타를 당한다.친구 나오미는 가나코가 겪고 있는 현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워 이혼할 것을 제의하는 한편 구타가 반복적으로 지속되자 쥐도 새도 모르게 남편 다쓰로를 죽이기도 결심한다.

 

 요즘은 방범기기가 발달하여 완전범죄를 저지르기가 쉽지 않다.나오미의 구상이 위주가 되면서 가나코는 따라 가는 상황을 연출하는데,나오미는 중국인 사무실에서 가나코의 남편과 빼닮은 남자를 다쓰로로 분장시키고 수고비까지 쥐어 주는 한편,다쓰로가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출향하도록 한다.동시에 가나코의 남편이 술에 떡이 되어 섹스를 요구하자 또 다시 거부한 가나코는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이를 본 나오미는 함께 교살시켜 자동차 트렁크에 담아 시체를 유기한다.이쯤에서 나오미와 가나코는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내심 가슴을 쓰러 안게 되지만 남편 다쓰로의 직장 은행부터 시가로부터 가나코는 예기치 않은 질문 공세,추궁을 당하면서 심신이 고달퍼진다.시가의 시누이인 요코가 흥신소 직원을 풀어 사건 전.후의 행적을 면밀히 조사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가나코는 시누이,경찰서(임의 동행)에 조사를 받게 된다.방범기기는 사건,사고 수사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바,가나코는 꼼짝 없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나오미는 시누이,흥신소 직원을 따돌리고 해외로 극적 탈출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흔히 부부 간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대부분 합의 이혼을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이 글에선 피해 당사자의 친구가 주동이 되어 친구의 남편을 목조르고 시신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시체 유기까지 했으니 당연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가나코의 친구 나오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하루가 멀다 하고 차고 때리며 구박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구타 행위가 트라우마로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나오미와 가나코는 남편이 아내를,남자가 여자에 대한 가학 행위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가학 행위,살인 행위,시체 유기 모두 들어봄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개력이 소용돌이와 같았다.나오미와 가나코가 선택한 길을 두고 꼭 그렇게까지 친구와 힘을 합쳐 남편을 죽였어야 했을까.차라리 이혼 절차를 밟아 새로운 삶을 살아 가는 것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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