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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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읽은 지가 오래 되지 않았는데 그 후속작으로 《시노부 선생님,안녕!》이 독자 곁에 왔다.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향인 오사카를 주무대로 하고 있기에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 아닌가 싶다.간사이 지방 최대 도시 오사카는 생활력이 강하고 활기를 띠는 곳이다.오사카는 방언도 세고 신조어(新造語)가 한 발 먼저 앞서가는 곳이라는 소리도 들었다.주인공이며 이십대 중반의 시노부 선생 역시 오사카가 삶의 주무대로 삼고 있어서인지 화통하고 생활력 강한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비록 픽션이지만 탐정 역할도 그녀에겐 딱 들어 맞는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작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단연 가독성이 크다는 점이다.다양한 소재와 입담으로 독자들을 현혹케 하는 마력이 있다.추리,스릴,최근 SF에 이르기까지 스토리는 치밀하게 전개되고 추리와 스릴을 만끽하게끔 하면서 결정적인 부분은 독자에게 맡기는 형식을 띠고 있다.이번 작품에서 시노부 선생님이 잠깐 초등학교를 휴직하고 국가 파견 유학제도 대학에 다니면서 우연히 한 회사에 스카우트 되면서 탐정 역할을 불사르고 있다.또한 그녀의 제자이면서 악동인 뎃페이와 이쿠오가 약방의 감초처럼 늘 따라 다닌다.둘은 중2 정도로 사춘기이지만 시노부 선생 앞에서는 늘 충성을 다하는 예스 맨이다.

 

 총 6편의 이야기 각각의 소재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시노부는 늘 사건의 내막을 둘러싸고 원인,진상이 무엇인가를 파헤치는 핵심인물이고,형사는 신도와 우루시자키가 탐문과 수사에 집중한다.특이한 것은 시노부를 중심으로 신도 형사와 혼마라는 남자가 시노부에게 애정 작업에 뛰어드는데 시노부에겐 신도가 더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결과는 결혼까지는 골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스토리가 막(幕)을 내렸지만 오사카 소년 탐정단 시리즈가 기적적으로 부활한다면 신도와 시노부 관계는 멋진 하트군(群)에 쌓여 달콤한 신혼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회사 직원이 4F에서 추락한 사건을 두고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형사,탐정 모두 그럴듯한 견해,주장을 내세우지만 자살인 것 같기도 하고 타살인  것 같기도 한 이야기를 두고 시노부는 나름 통찰력 있는 추리력을 과시한다.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결론은 없다! 운전 면허 교습과 관련하여 늙은 부부가 사는 집에 강도 사건과 교통사고 위장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는 시노부의 기민성과 추진력에 감탄케 한다.두 형사가 운전 면허증이 없어 시노부가 '임시 운전 면허증'으로 강도 용의자를 추격한다.시노부가 상경(도쿄로 올라가는 것)하면서 옛 제자의 남동생의 유괴사건을 두고 멋진 추리를 보여주는 시노부,충수염으로 입원하면서 신도 형사가 자주 병문안을 오면서 시노부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사랑의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려 한다.한 남자 노파가 복명 강도에게 입에 재갈이 물리는 사건이 터지는데,이것은 위조지폐와의 연결선상에 있는데 과연 강도는 누구일까.시노부의 이사 문제와 내연 관계에 있던 사람이 타살된 점을 두고 시노부 특유의 치밀한 추리를 전개한다.결국 혐의자에겐 살인죄,살인교사(敎唆)가 적용된다.학교로 복직한 시노부 선생은 전임 야마시타 선생이 전근가게 된 이유에 대해 학생,학부모,당사자인 야마시타에게 사정을 청취한다.이것이 총 6편의 이야기의 간략 소개이다.

 

 시노부가 국가 파견 유학제도로 대학에 다니는 가운데 시노부에게 5건의 사건이 발생하고,나머지 1건은 학교 복직후에 불미스러운 사건의 내막을 청취하고 진상을 밝혀낸다.당차고 활달하면서 녹슬지 않을 듯한 추리력과 기동성까지 갖추었으니 시노부와 결혼하려는 신도 형사는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빨리 전개되는 점은 히가시노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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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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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불안장애는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고 있다.가벼운 감기와 같이 몸과 마음만 잘 추스리면 금방 나을 수도 있다.반면 깊숙이 내면을 뚫고 온몸으로 번져 나가는 바이러스성 우울증,불안장애는 혼자서는 치유하기가 힘들다.심리치료 및 약물복용,마음 다스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반드시 원상 회복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아울러 과거에 좋지 않은 일,씻기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와 같은 심인성 질환은 (어렵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행한 일들을 잊고 전향적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나 역시 중증은 아니지만 처해 있는 입장과 사회적 위치로 인해 불안과 초조,우울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내가 겪었던 우울증,불안장애는 과거사에 너무 집착해서 안되고 가능한 (의도적으로)잊고 비워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람과의 관계도 원활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설의 영역이 다양하듯 이번 작품은 개인의 심리적 내면 세계를 다루고 있다.다소 무겁고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심리 분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었던터라 나름 유익하고 스토리의 진행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서 다행이었다.우울증,불안장애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기에 따라 치유의 시간이 길고 짧을 수가 있겠으나,반드시 정신과 전문의 및 정신질환 컨설턴트에게 진단과 조언을 받으면서 앓고 있는 증상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특히 한국인에게는 겉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불만,불안,걱정,우울증이 합쳐져 화병(火病)으로 번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이것은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 자초한 정신적 중증 질환이라고 여겨진다.

 

"사람들은 마흔 살이 가까워지면 자신이 늙는다고 느끼기 시작하죠.그런 감정은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이게  당시의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은 매우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로 보여요.그런 해로운 감정들이 당신의 일상을 침범하게 놔두지 마세요.죽음에 대한 생각이 강박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P76

 

 어린시절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죽음이라는 공포증을 내내 마음에 두고 사는 주인공 노암의 이야기이다.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삶의 지표는 무엇인가를 깨달아 가는 이야기이다.죽음이라는 문제를 처음 접했던 것은 국민학교 시절 내 또래의 아이가 물놀이하다 익사(溺死)하고,나머지 두 명은 기혼 여성으로 남편에게 학대를 받다 그만 삶의 희망을 잃고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국민학교 시절 보았던 시신들은 무섭고 소름이 끼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순간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그렇다고 죽음에 대해 골똘이 생각하고 고민하지는 않았다.시간이 흘러 혈족인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죽음이라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죽으면 심장박동이 멈추고 의식이 사라지는 것으로 세상에 태어나기 전 단계로 회귀하는 꼴이다.주인공 노암은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멋진 이성을 만나게 되면서 평온한 삶을 살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노암 자신의 내면 세계를 일기 형식을 취해 고백하고 있다.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여서 내면 속의 속마음은 알게 모르게 누나,상담사,직장 동료,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불안장애를 극복해 나간다.이것은 19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촉진소통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정신 장애자들이 보이는 소통의 부재가 기능적 결함에서 기인한다는 것으로 컴퓨터 이동 유폐상태를 활용한다.자폐적 증상 가운데 하나인 불안증상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절대자인 신에게 귀의한다든지,실천가능한 삶의 목표를 세워 하나씩 성취해 나간다든지,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파트너로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유지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갑각류와 같이 단단한 껍질 속에 몸을 움크린다면 스스로 자초한 강박증에 시달려 삶의 질이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왜냐면 내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다.난 사랑했고 물려주었으며,나 자신을 만들어 나갔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었다.이제 난 이 삶의 결말을 받아들였다. -P330

 

 노암은 사랑하는 쥘리아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자신도 그녀의 곁으로 기꺼이 가고자 한다.삶과 죽음이 하나라도 되는 것처럼.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질병이 찾아와도 의학기술과 과학이 발달하여 수명을 연장시키고는 있지만,결국 인간은 무(無)의 세계로 가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이다.삶을 삶답게 후회없이 살아가려면 어떠한 삶을 가꿔나가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매일 매일을 허투루 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을 가장 평안하고 아름답게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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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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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블로그 시대의 전성기라고 할 수가 있다.불특정 다수 즉 대중들에게 어느때보다 열린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시대이다.영역은 다양하여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것은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초보수준의 글쓰기부터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수준은 제각각이다.그래서 블로그 시대를 두고 인문학이 살아있다는 증표로 삼고 있다.책읽는 시간,글쓰는 시간이 없다고 말들을 해도 자신을 위해 잠깐의 짬을 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잠자리에 들기 전,통근.통학시,주말,휴일을 이용한 책읽기는 그야말로 짬다운 짬이 아닐런지.그리고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을 해서는 왠지 께름칙하지 않은가.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과 같이 읽고 난 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일기 쓰듯 자판을 두드려 준다면 글쓰기는 조금씩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학창시절 책을 많이 읽지를 않은 것과 좀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면 내 문제점은 폭넓은 배경지식과 빈약한 문리(文理)력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산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중학교 시절엔 꽤 학업은 우수했다고 자부를 하지만 그것은 교과서 및 참고서 수준을 넘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식의 얄팍한 학습량으로 넓고 넓은 대도회지 급우들과 당당하게 실력을 겨룰 수가 있겠는가.돌이켜보면 이러한 학습법과 학습환경이 불만스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어찌되었든 뒤늦게나마 수불석권(手不釋卷)하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다.또한 읽고 있는 책들은 내가 원해서 읽고 있으니 흥미와 학습효과가 크다.나아가 정신근육이 튼튼해지면서 여러모로 자부심이 생긴다.책읽기,서평 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좀 더 나은 내 자신을 만들어 가고,미력한 글이나마 타인들과의 공유하면서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이 조금씩 건강해졌으면 한다.

 

 기생충학자로 알려진 서민 작가의 글은 세 번째인 셈인데 대체적인 느낌은 꾸미지 않은 솔직함과 (글쓰기)성실함에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학창시절 책읽기의 양은 보통 한국 학생들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외모의 열등감(?)을 글쓰기로 극복하고자 했던 서민 작가는 10년 가까이 매일 두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매체(신문사)  고정 칼럼니스트로 글을 기고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위로받고 성장해 나간다고 밝힌다.내 생각과 비슷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즘 스마트폰으로 인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책읽기,글쓰기 인구가 점점 감소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스마트폰만의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라면 집중과 몰입,생각과 사유의 힘이 부족해지기 쉽다.한 곳에 집중하면서 진득하게 생각과 사유를 하려는 의지와 태도가 결여되기도 쉽다.그렇다고 책만 읽으며 세상과 담을 쌓는 우(愚)를 범하면 안될 것이다.책과 가까이하되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잘못된 사회의 제도,부조리 등을 필력으로나마 깨우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서민 작가는 자신에게 글쓰기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솔직함이다,간결함이다,꾸준함이다,비유하기다,돌려까기다,웃기기다,정확함이다,삐딱함이다.그리고 지옥훈련이다!

 

 사람의 직업은 다종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직업군은 몸과 마음이 타직업과 비교하여 시간과 노력을 더욱 요한다.글쓰기의 기초라고 생각되는 일기,편지글, 보고서,논문과 같은 논리정연함을 요구하는 글,글쓰는 사람의 혼이 배여 있는 창작글 등과 같이 글쓰기 영역과 길이는 다르지만 이미 쓰여진 글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색깔을 잘 요리해 낸 글은 감성과 소통이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 차별성과 더불어 한층 관심과 애정을 받을 것이다.글은 솔직하하고 간결하되 직설화법보다 간접화법이 큰 반향을 일으킬 때가 많고,적절한 비유와 (촌철살인과 같은)돌려까기,그리고 치밀한 구성력과 논증의 힘에 덧붙여 관점의 다양성을 부각하는 것이 살아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글의 시작과 중간,끝이 상호 연관성을 띠면서 글쓰는 이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내용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시작과 끝마무리의 문장을 어떻게 살리느냐도 중요한 포인트다.

 

 서평에서 금기사항을 서민 작가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스포일러를 조심하자,자기주장과 책 인용은 확실히 구별하자,모르는 얘기는 쓰지 말자,지나친 권장을 경계하라. -P226∼P227

 

 나도 책을 읽고 서평 쓰기 초년시절에는 (지금도 실수가 많지만) 글쓰기의 요체를 이해하지 못해 오류와 실수가 많았다.서평이란 주요 내용과 (자신의) 생각,감정을 싣는 것이 통례인데 줄거리처럼 쓰려다 보니 전반적인 서평이 난잡하기 이를데 없었고,불필요한 접속사,형식명사,잘못된 받침 쓰기 등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더욱 수행(修行)과 연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겸허하게 수용했다.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며 나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끌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련다.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도서들,셀 수도 없이 박스에 잠자고 있는 도서들을 분야별,주제별로 분류하여 필요할 때 글쓰기의 좋은 방편,도구로 삼고자 한다.첨언하면 좋은 글을 위해 테마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글쓰기 레시피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글쓰기 요령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잉어가 황하의 거센 물살을 가르고 올랐다는 등용문과 같이 등용문에 진입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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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자극 - 걱정, 두려움, 초조를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마음 혁명
크리스 코트먼.해롤드 시니츠키.로리-앤 오코너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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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나는 '술주정을 하는 아버지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평소엔 일밖에 모르는 분이 술만 드시면 온 집안이 떠내려 갈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식구들을 못살게 굴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술을 드시고 집에 오면 소리없이 잠을 자면 좋을텐데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없었다.어머니가 가장 물리적으로 괴로움을 당했던 분이다.어리고 힘이 없는 내가 차마 말릴 수도 없어 그냥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었다.할아버지,친하게 지내는 동네 아주머니가 오셔서 뜯어 말리고 달래야 겨우 잠잠해지면서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국민학교 시절엔 아버지의 술주정이 창피하고 무서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기도 했고,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시험 기간에 술주정을 하는 경우에는 불안감,초조,걱정,근심 등으로 가득차면서 심리적으로 꽤 위축되곤 했다.세월이 흘러 아버지께서 당신이 돌아가실 것을 예상했는지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내가 술먹고 당신 많이 힘들게 한 것 잘못했네,많이 후회하고 있어."

 

 감정상 불안 기제는 심장 질환 등의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개는 외부적 위협 및 강요된 환경에 의해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불안이 뇌신경을 타고 들어오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혓바닥이 마르고 신체가 떨리며 언행까지 불안정해진다.항간에는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성격이 조급해지면서 심리적 불안증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그런데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삶의 질을 해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희박할 때,또는 세상과 격리되고 배제되고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작용할 때 불안증세는 더욱 거세지리라.특히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한창 일해야 할 가장(家長)들이 조직에서 해고되어 가정이 해체되고 노숙자가 되어 삶의 가장 밑바닥을 헤매게 되었다.이러한 삶의 결핍증세를 뛰어 넘어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부류도 있지만,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상태로 있는 사람도 있다.삶의 결핍,삶의 불안이 삶의 새로운 동력,희망의 밀알이 되어 거듭나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라도 언제 어떠한 형태로 불안이 엄습해 올지 아무도 모른다.또한 불안이라는 생리적,심리적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불안을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생각하는 긍정적 심리상태,태도가 이를 극복하고 현재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한다.개인적으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잘 못했다.특히 국민학교,중학교 시절 발표라는 말만 나오면 괜히 주눅이 들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했다.이유야 여러가지이지만 학교 수업방식과 개인적으로 발표에 대한 노력 결여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발표를 논리적으로 잘하는 급우를 보면 무척 부러웠다.어떠한 것이든 시행착오가 있기에 발표라는 것도 자꾸 해보면 단어와 문장,맥락,스킬 등을 조금씩 배양해 갈 수가 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있는 발표는 A4용지에 내용을 써서 읽는 수준이었다.그후 이런 저런 일로 발표 횟수가 많아지면서 발표 내용을 주어진 시간내에 청중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리허설을 하면서 대비해 나가고 있다.발표력이 특출나지는 않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기만 하다.

 

 내 자신이 활달한 성격이 아닌지라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예를 들면 강박증,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집안 구석구석을 말끔하게 가꾸려고 한다.40평에 가까운 아파트를 쓸고 닦으려다 보니 정말 버릴 것이 너무도 많다.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다 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그런데 식구들은 청소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내심 화가 났다.그래서 큰방,작은방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맡기도 나는 거실과 베란다를 맡게 되었다.쓸고 닦아도 이틀만 지나면 민들레 꽃씨 마냥 각종 먼지가 바닥에 쌓인다.처음에만 시간이 걸릴 뿐 이틀 내지 삼일 걸러 청소를 해주면 집안은 말끔하고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불안,초조,걱정,근심은 저리가라이다.마음이 정갈해지면서 일도 잘되고 마음이 가뿐해진다.

 

 개인사가 주가 되었는데,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불안이라는 것은 삶의 질이 생각대로 채워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생리적,심리적 작용이 아닐까 한다.돈,일,경제,가족에 대한 부양책임,관계,개인 및 가족의 건강 등이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게다가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나와 가족을 위해,내게 주어진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채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다 보니 번아웃 현상을 느끼면서 쉽게 지치고 쇠약해지며 체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돈,행복,관계의 좋은 정도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분명 개인의 역량의 한계상황이 있기 마련이다.특히 자신을 타인의 상황과 비교하다 보니 괴리감,박탈감,열등의식과 같은 불안 증세를 느끼기 마련이다.한계상황을 벗어나 초인적으로 나아가려 하기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고 끝없는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그래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겉으론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끼지만 속은 정서적,감정적으로 심히 곤궁한 상태라고 본다.게다가 외부의 작용,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용기,담대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만들기가 개인의 불안감,초조,긴장,근심,걱정거리를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불안,걱정거리를 때로는 내려 놓아야 한다.그럴려면 네 가지 믿음을 간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신 또는 최고 존재에 대한 믿음,운명에 대한 믿음,타인에 대한 믿음,자신에 대한 믿음 -104-105

 

 걱정,근심,불안을 사서 사는 사람들도 꽤 많다.불필요한 걱정,근심,불안을 사서까지 생리적,심리적 고통을 안을 필요가 있을까.생각이 바꾸면 인생이 달라지듯 소소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과도한 불안,걱정,근심은 신체적,심리적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각종 장애,공포증,불안증으로 가정의학과를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다.마음으로 삭제하고 더 강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크게 먹고 꾸준한 산책(30분 이상)을 하면서 불안을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불안 심리를 잘 극복하려는 마음 다스리기와 지혜야말로 건강한 몸,건강한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리라.마찬가지로 건강한 사회도 동일한 맥락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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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빈부격차 확대를 경고하는 피케티의 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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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는 부자와 빈자의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한다.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 문제,동향 등에 대한 표피적인 뉴스,정보를 비롯하여 경제 전문가가 진단하는 멀지 않은 미래의 경제 동향은 신자유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부조리,모순 덩어리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더 이상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중산층 이하 대다수 계층에게 이해와 공감도를 높이고 있다.이것이 만화로 엮어져 독자들이 어렵게 여기는 경제 용어,경제 동향 등을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신자유주의는 1980년 레이거노믹스가 제창되면서 신자유주의는 점점 세력을 가속화하면서 현재는 총체적 지배세력으로 탈바꿈했다.바로 돈과 물질이 중심이 되어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체제인 것이다.사회 제도,체제가 돈으로만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마저 각박하기 짝이 없다.스스로 노력에 의해 부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것은 부의 세습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부유층의 자녀들은 대대손손 부의 세습을 만끽하는 것이다.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늘어만 가는 각종 고정지출과 제대로 된 삶의 질을 향유하는 것은 요원한 꿈인가 보다.부유층 자녀들만 다니는 사립형 학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가 없다.게다가 비싼 고액 진료,걱정 없는 노후대책은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시장 상황,고용 문제가 현상대로 흘러가게 된다면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도서는 부유층에겐 달갑지 않은 내용들이 많고,중산층 이하에겐 다소 위로와 용기를 안겨 준다.왜냐하면 부유층이 부를 분배해야 하고,이익 창출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반강제적 부담감을 안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부유층 나름대로 스스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부를 창출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은 혼자의 힘으로 부를 일군 것은 절대 아닌 부유층을 둘러싼 사회 구성원들의 힘과 지원에 힘입은 것이 절대적인 것이기에 당연 이익 창출의 일정 부분을 사회 환원하는 것은 사회적 도덕률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게다가 부유층 자녀들이 21세기 현재를 리드하고 있는데,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이에 비하면 없는자로 칭하는 사람들은 가난의 대물림,질낮은 교육으로 인해 사회의 각종 제도,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것을 부자들이 상생(相生)의 차원에서 부를 분배하고 이익 창출을 사회 환원하는 것은 질높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아닐런지.

 

 우선 피케티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자본,자본/소득비율,자본수익율을 알아야 한다.그 가운데 핵심은 r>g(자본수익률>생산 성장률)이다.저성장 고비용,저출산,고령화 등에 비추어 자본을 갖은 부유층들은 소유한 금력으로 투자,재투자를 하면서 실수익을 나날이 쌓아가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이에 비하면 생산 성장률은 고작 1%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신자유주의를 경제 모델로 삼고 있는 대다수 국가들이 빈익빈,부익부 상황에 놓이면서 사회 양극화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부유층들은 재력을 우위에 두면서 타 분야,타 영역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반면 빈곤층은 선거철만 되면 기존 보수층 후보에게 신성(?)한 한 표를 투척하는데 아마도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피케티는 세금,누진자본 과세,부자 국가의 세수(稅收)를 거론하면서 빈부 격차 대책을 요구했다.

 

 1,2차 세계대전으로 부유층이 몰락하고 중산층이 등장했지만,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면서 부의 세습화는 맹렬 가속화하고 있다.그들은 마치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착각하고 있다.부의 축적에 대한 마인드가 매우 편협되어 있다.정치,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부의 세습화,재력이 지배하는 세상은 사회 부조리와 갈등 등 어두운 사회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될 것이다.가난한 사람도 어깨를 쭉 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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