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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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양다운 교양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수신(修身)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사회적 명사,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지위,명예와 걸맞게 정신적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은 분들도 꽤 많다.이를 접할 때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왔는가'라고 성찰한다.그래서 정신적 수양이 가득찬 이들을 보면 스스로 겸허해지고 성찰하게 된다.

 

 서양권과 달리 동양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양인 구체적으로는 중국 문화의 DNA가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동북아 3국은 문화,언어,인습,사회질서,예절 등에 이르기까지 생각과 사유의 밑바탕이 중국 문화에서 기인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시대가 바뀌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서양 문화를 깊게 수용하여 체질화한 사람들도 꽤 많겠지만 동북아 3국의 전체적인 인습,분위기는 중국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나는 중국 언어를 중심으로 중국어를 배웠던 사람으로 언어 이외의 중국 고전이라 할만한 사서삼경은 중점적으로 접하지를 못했다.고작 접했던 중국 고전은 논어와 대학이었고 깊이 있는 지식을 채우기에는 시간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일천하기 그지 없다.또한 고루하고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중국 고전을 기를 쓰고 파고 들려는 젊은이들도 많지 않을 뿐더러 사회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를 외면하다시피하는 상황에서는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폭은 넓지 않은게 자명하다.

 

 신영복 저자의 『강의』는 앞서 얘기했듯 중국 고전은 중국 춘주전국시대라는 난세에서  꽃을 피웠다.난세에서 영웅이 출현하듯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百家爭鳴)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신영복 저자는 중국 고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잘 버무려 강의를 들려 주고 있다.저자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하여 인터넷 신문에 연재된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 고전에 담긴 뜻깊은 내용을 응축하였다. 오늘날 우상시되는 물질화에 밀린 정신적인 궁핍화를 되살려 보자는 의도가 깊게 깔린 것으로 보인다.중국 고전이 탄생될 무렵을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색(謨索)해 나가려는 것을 관점으로 삼고 있다.

 

 시대는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에 이르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사회 변혁기의 사상을 대상으로 한 춘추전국시대는 부국강병을 국가적 목표로 군사,경제,사회 조직에 이르기까지 국력의 극대화가 최우선시되던 무한 경쟁의 시대였던 것으로 보인다.수록된 중국 고전은 『시경』.『서경』.『초사』.『주역』.『논어』.『맹자』.『노자』.『장자』.『묵자』.『순자』.『한비자』 등이다.백가들의 다양한 사상과 원리가 함축되어 있는 고전 강의는 읽고 또 읽어 스스로 뜻을 이해하고 현실에 이입시켜 나가는 것이 고전 읽기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와 원리를 터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에서 늘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사회의 본질 이해(부끄러움),공존과 평화의 실체까지 알아야 한다.비록 현실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인간의 본질은 보다 나은 삶과 질높은 문명을 획기적으로 열어나가는 데에 있기에 중국 고전을 통해 폭넓은 인간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그러기 위해서는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전에 담긴 깊은 뜻을 새기며 스스로 체화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핵심이지 않을까.개인적이고 실용위주의 학문이 서양의 철학이라면 사회 공동체 실현과 내면 세계의 확장이 동양 고전의 요체가 아닐런지.중국 고전 강의를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명구가 있다.논어에서 인을 강조한 극기복례와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다.'스스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갈 것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마라'이다.개인주의와 갑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이것만큼은 마음의 수양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정신이 곪게 되면 약도 치료법도 없으니 예방하고 조심하는 것이 최상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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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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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물과 같이 있어도 고마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인체의 각 부위를 연결하고 지탱해 주는 도 평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일거수 일투족이 뼈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뼈를 잘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살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재해로 뼈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뼈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나는) 아직까지 뼈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나이가 들어가면서 세포가 죽어가듯 뼈 역시 퇴행이 진행되기에 뼈에 무리를 가하는 행위는 삼가하려고 한다.

 

 나는 인간의 뼈를 생생하게 본 것은 증조모의 묘를 이장(移葬)할 때였다.돌아가신지 90여 년이 흐르고 증조모의 묘 주위에 공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부득이 파묘를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종손이기에 아버지를 따라 파묘 현장을 직접 가서 묘지기들이 묘를 파내려 가는 모습을 보니 긴장감과 경건함이 교차했다.1m 남짓 파내려 가니 구멍이 송송 뚫린 두개골이 나타나고 조금 더 땅을 파고 조심조심 유골을 수습하니 대부분의 뼈들은 온데 간데 없이 풍화가 되고 말았다.겨우 수습한 유골은 팔뼈와 다리뼈,손뼈 조금이 전부였다.하얀 미농지(美濃志紙)에 정성껏 담아 이장을 했다.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사람이 죽으면 육탈이 되고 뼈는 장기간 남는 법인데,긴 세월이 흐르고 보니 뼈도 풍화가 되면서 뼈 속의 조직 세포들이 버슬버슬 삭아 없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한방병원에 침을 맞으러 가서 보았던 인체 해부도  인체 신비 전시관에서 생생하게 재현한 인체의 모든 부위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관람했다.어머니의 자궁 속에 자라나는 태아부터 죽음에 이른 주검까지 인간의 생사필멸의 과정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보았다.한방병원에서 보았던 인체 해부도는 처음 볼 때에는 신비스러움과 무서움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병원에서도 자주 보니 신비스러움이 점점 희박해져 갔다.반면 인체 신비 전시관에서 보았던 인체는 죽은 사람이 다시 부활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특히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엄마의 자궁에서 착상하는 순간의 모습은 정말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비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체내에 뼈가 있는 모든 동물들은 뼈의 모양은 달라도 뼈가 체내의 모든 부위를 잘 연결해 주고 삶을 지탱하고 있어 뼈의 고마움,소중함은 몇 번을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두개골(頭蓋骨)을 비롯하여 견갑골,쇄골,갈비뼈,흉골,경추,흉추,요추,천골,미추,팔뼈,대퇴골,손뼈 등이 있다.인체에 이상이 없을 때에는 뼈는 침묵과 고요함을 지키지만 외부로부터 영향 즉 물리적 힘을 받을 때에는 증상에 따라 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골절상,뼈에 금이 가는 현상,퇴행성 증상 등 뼈의 증상도 다양하다.골절이 생기면 파골세포가 죽은 뼈에 달라 붙고 그것이 임무를 마치면 조골세포가 빈 자리를 채워 원래 상태의 뼈로 돌아가기도 한다.뼈의 재형성까지는 대략 3∼4개월 걸린다고 한다.

 

 

 여기 뼈에 미쳐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인간과 동물 뼈대의 구조적.기능적 차이를 연구하는 한편 현재는 헌국.베트남.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진주현 저자 법의인류학자로 유해를 발굴하여 DNA 분석 등을 통해 신원을 알아내어 유족의 품에 돌려주지만 유골의 DNA 분석이 확실치 않게 모호한 경우에는 무명용사의 묘역에 쓸쓸하게 묻힌다고 한다.진주현 저자가 말하고 있듯 뼈는 인체 내에서 평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망자의 뼈만 봐도 당사자의 나이,성별,신장,활동량,삶의 정도 등을 짐작 가능하다고 한다.뼈도 세포와 같이 시간이 흐르면 오래된 골세포는 없어지고 새로운 골세포가 생성해 나간다.억울하게 죽은 이를 대신하여 진실(과학 수사)을 말해주고,발굴 현장에서 수습한 고대 인류의 유골은 동위원소를 이용한 탄소 연대 측정을 하기도 한다.세계 최초의 인류 화석을 발견한 조핸슨 고인류학자 320만 년 전의 여성 유골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을 발굴하면서 '루시'라고 이름을 붙였다.인류학의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진주현 저자는 인체 내의 뼈를 스토리텔링식으로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있는듯 없는듯한 뼈는 당장 뼈에 이상이 생겼다든지 아니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인류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여길만한 유골들에 대해 한층 관심을 갖게 되었다.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한다면 작년 심장혈관 질환으로 입원하던 병실에 50대 중반 아저씨가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같은 병실로 입원을 했다.듣기로는 갈비뼈에 금이 갔을 때에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금이 간 갈비뼈가 아물 때까지 평온을 지키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이었다.그 환자는 늘 누워있다 화장실에 갈 때만 기동했다.뼈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뼈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부추기는 한편 평상시 인체 내의 뼈를 보다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특이사항으로 연골(軟骨)과 치아는 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외 뼈를 보호하고 소중히 하려는 마음가짐과 알아 놓아야 할 뼈 상식은 물론이고 뼈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뼈는 칼슘의 저장고이기에 뼈에 유익한 영양분을 평소 축적해 주어야 한다.이를테면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한다든지 일조량이 적은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일부러라도 비타민 D가 들어간 건강 보조식품 내지 햇빛을 자주 쬐어야 골밀도가 좋아지는 법이다.뼈를 위한답시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뼈에 이상이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가 있다.모든 것이 과유불급이기에 자신의 여건과 역량에 맞게 해야 한다.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인색했던 뼈에 얽힌 이야기가 유익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와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단숨에 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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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800년을 걷다
조관희 글.사진 / 푸른역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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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면서

 

 중국 수도 베이징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아는 것은 고작 간접적으로 듣고 보고 상상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1200년대 원대부터 줄곧 중국의 중심부로 자리매김되다 1928년 잠시 난징이 임시수도 역할을 하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과 동시에 베이징은 중국 수도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인구 2,100만(2015년 8월 기준)에 지하철 18개 노선(1,000만명 이용/일)이 베이징의 동서남북을 종횡무진하고 있다.게다가 계획 도시답게 확 트인 평지에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가 가득차 있는 곳이 베이징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한.중 수교 이전에는 특별한 사람만 갈 수 있었던 곳이 이제는 경제적 여유와 결심만 서면 누구든 베이징을 이웃집 드나들 듯 갈 수 있게 되어 상전벽해를 실감케 한다.

 

 

 중심부에는 구궁(故宮)이 있고,전통적인 도성 건축의 원리 가운데 하나인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칙에 따라 우측엔 토지신과 사직단이 있다.사직단에는 오색의 흙이 뿌려져 있는데,오색은 청(동),백(서),홍(남),흑(북)과 황(중앙)을 상징하며,천지사방의 흙이 모두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10

 

 

 중국은 신해혁명(1911년)에 의해 청의 봉건왕조가 멸하고 '중화민국'이 세워지면서 중국이라는국명을 얻게 되었다.그 이전에는 각 왕조(명,원,송,청 등)의 이름이 정식 국명이었던 것이다.중화민국이라는 국명 속애 내재된 중화는 하늘 아래 유일한 것이고,세계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그래서인지 중국인은 뇌리 속에 중국의 세계의 중심이고 그 이외의 것은 오랑케를 뜻하는 이(夷)로 불리면서 도외시했다.나아가 베이징은 중국의 심장부로 하늘 아래 유일한 수도(天下之都)이면서 세계의 수도(?)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베이징이 중국의 수도(800여 년)로 자리매김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욕(榮辱)과 부침(浮沈)이 이어져 왔다.

 

 중국 베이징의 면면을 소개하고 있는 이 도서는 크게 다섯 파트로 나뉘고 있다.베이징의 사계,계획도시 베이징,권력의 중심,민초들의 일상,베이징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어느 파트부터 읽어도 무관하지만 내 경우에는 베이징의 역사,계획도시,권력의 중심부터 읽고 후반부엔 베이징의 사계,민초들의 일상을 읽어 내려 갔다.

 

 

 50만 년 전의 베이징 원인(猿人)이 저우커우뎬(周口店)이 베이징 근교에서 고고학자들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대 인류의 역사의 지평을 열게 되었다.흥미로운 점은 베이징의 명칭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불리웠다는 것이다.옌징(燕京),중두(中都),다두(大都),베이핑(北平) 등으로 불리워졌다.베이징의 명칭이 시대,왕조에 따라 바뀌면서 설계자들도 제각각이다.예를 들면 원나라는 쿠빌라이에 의해 다두로 설계되고 도성을 건축한 사람은 한족 출신이었다.현재 베이징의 부감도는 마치 아래는 장방형 위는 직사각형의 모습을 띤 모자 모양을 띠고 있다.베이징의 명칭은 연왕으로 한족인 영락제에 의해 개칭되었다.제국의 영화와 몰락 가운데 안타까운 것은 정원 위엔밍위엔(圓明園)이 청말 제국(영.프)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다행히 쯔진청과 이허위엔은 파괴되지 않아 베이징의 문화유적으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또 하나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고 문명의 후퇴를 안긴 문혁은 베이징의 각종 문화재들을 상당수 파괴했다.

 

 

 

 

 만일 베이징을 가게 된다면 톈안먼 광장부터 찾을 것이다.천안문 광장 앞과 뒤에는 화표(華表)가 있는데,톈안먼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듯한 약속 장소는 아닐까.매우 인상적이다.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톈탄,쯔진청을 돌아보고 베이징의 중심지인 왕푸징에도 가보려 한다.그곳에는 북적대는 인파와 야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베이징만의 특별한 먹을거리가 가득해서 보기만 해도 절로 배가 부를 듯하다.베이징도 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개발붐으로 재래식 건물,거리,골목길이 대거 사라지고 있다.베이징의 골목으로 불리는 후퉁(胡洞)은 서울 종로 뒷골목이었던 피맛골을 연상케 한다.아직도 남아 있는 후퉁은 베이징 서민들의 일상의 공간으로 삶의 애환이 잔뜩 묻어난다.가보고 싶은 곳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서울의 황학동 쯤으로 불리는 판쟈위안(潘家園)은 만물상의 거리이고,남대문 시장 정도 불리는 다스라(大柵欄),골동품이 즐비하여 서울의 인사동으로 착각케 하는 류리창도 가볼 만한 곳이다.

 

 

 

 베이징은 중국과 세계의 중심으로 정해지면서 오랜 세월 영욕과 몰락을 거듭해 나갔다.바둑판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가지를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서 지하철,버스를 탄다든지 발품을 팔면서 베이징의 이모 저모를 꼭 관람하고자 한다.업무상으로 중국 동부 연안도시(웨이하이,칭다오,상하이 등)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돌아 다녔을 뿐이다.현대 중국의 심장부로 모든 영역의 컨트롤 타워가 있는 베이징은 과거와 현대,미래가 면면이 이어져 가는 곳임에 틀림없다.베이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직접 가보는 것만이 최고(最高)일 것이다.조관희 저자는 중국 전문가로 베이징의 과거와 현대의 속살을 다양한 각도로 잘 짚어 주고 있다.다만 아쉬운 점은 도서에 삽입된 도화가 컬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사진들이 모두 흑백으로 되어 있다.마치 봄철 황사로 인해 도시 공간이 뿌옇게 드리운 모양과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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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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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뻔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작품을 접했다.흔히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닌 황당무계(荒唐無稽)의 극치에 포복절도하고 말았다.세속에서 권력도 권위도 없는 한낱 민초에 지나지 않은 일개 백성이 삼엄하고 경건하기 짝이 없는 국가의 최고 기관 속으로 뚫고 들어가 자신의 속사정을 고소하려는 돌발적인 행동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한참을 넋을 놓았다.참으로 가관이었다.이렇게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이야기를 류전윈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직조해 가고 있다.

 

 류전윈(劉震雲) 작가의 작품을 어느덧 네 번째 읽게 되었다.『닭털같은 나날』 『나는 유약진이다』 『말 한마디 때문에』에 이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까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중국 하류계층들이 겪는 삶의 고초를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생활 수준,사회적 위치가 높은 계층보다는 하루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중국 하류계층의 삶의 고단함을 우회적이나마 해학과 풍자를 섞어 건조한 일상에 윤기를 더해 주고 있다.그리고 이러한 하류계층의 삶의 내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국가 지도자들에게 알려져 삶의 개선을 도모하고자 하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위장 이혼이 진짜 이혼으로 탄로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도도하게 전개된다.주인공은 리설련(리쉐롄)이라는 여성과 남편 진옥하(진위허)가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한다.중국의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줄곧 시행해 왔다.근자에는 1가구 2자녀도 제한적으로 수용한다는 소식도 들었다.1가구 1자녀 정책을 어기면 당연 당사자에겐 불이익이 떨어지게 마련이다.리설련은 어찌하다 둘째를 갖게 되면서 위장 이혼을 하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법적으로는 진짜 이혼이 성립되어 소송에 들어가기로 작정한다.이혼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고 남편 진옥하에게 혼인을 인정받은 후 다시 이혼을 하려는 의도이다.

 

 리설련은 소송에서 진짜 이혼으로 판결을 받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자신이 겪고 있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중국 최고 인민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그녀는 사회 질서 교란죄로 유치장에 들어갔지만 고집불통이다.리설련이 법을 잘 몰라 이루어진 자작극으로 보여지는데,그녀는 법원 위원,판사,법원장,남편 진옥하 그리고 자신까지 고소한다는 취지로 베이징을 향한다.그녀가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야 성이 차는 듯하다.이만한 배짱이면 세상 어떤 일이든 못할 게 뭐가 있을까.학창 시절 알았던 친구 조대두를 만나 숙식을 해결하고 인민 대회당에도 미꾸라지처럼 요리 조리 헤쳐 나가다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만다.일개 인민이 인민 대회당까지 난입하게 만들었던 관련자들 이를테면 시장,현장(縣長),법원장,법원 자문위원,법원 판사 등이 줄줄이 면직되고 말았다.이것이 이야기의 1부다.

 

 2부는 그 해프닝이 있고난 뒤 20년 후이다.리설련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49세)이고 큰 아이도 장정이 되어 결혼할 나이이다.리설련이 인민 대회당에 난입하고 제재를 받아 고향으로 되돌아 와서 착실하게 살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 즉 진짜 이혼을 가짜 이혼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계속 고소를 해왔다.그런데 리설련을 좋아하는 조대두라는 남자가 있었다.그는 리설련이 고발을 그만 두도록 공무원과 짜고 일을 벌인다.그녀는 이를 눈치채고 조대두와 결별하고 다시 베이징 인민 대회당을 향해 달린다.이번에는 인민 대회당까지 가지를 못하고 중도에서 병이 나고 병원비를 절친에게 충당받고 귀가한다.자신이 고이 기르던 딸과 소의 죽음을 통해 느낀 바가 있었는지 고소 사건을 중단한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지키지 못해 위장 이혼을 했던 리설련은 참으로 어이없는 인생을 살아왔다.정부의 기강을 흐리면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했던 드센 여자임에 틀림없다.황당하고 뻔뻔스러웠던 소송극이 무위(無爲)로 끝나고 만다.그녀에겐 회한만 남았을 것이다.이야기는 허무맹랑한 듯 보이지만 중국 인민들의 온기 섞인 애정과 우의가 잘 드러나 있다.리설련에겐 한 마디 해주고 싶다."해야 할 것과 그만 두어야 할 것을 제 때 가려서 하는게 삶의 지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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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 스파이 고양이, 형광 물고기가 펼치는 생명공학의 신세계
에밀리 앤더스 지음, 이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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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전자 조작과 관련한 유사성 제품,복제물이 범람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결핍된 인간의 삶을 채우려는 시도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악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환경과 동물 보존 협회 등에 의해 지탄을 받기도 한다.유전자 조작,복제물과 같은 생명공학 메커니즘이 표면상으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부지기수의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식물들의 고유 유전자가 파멸되어 재탄생하는 조작 식품과 복제물을 통해 인간은 보다 더 질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가.내 생각은 필요불충분조건이지 않을까 한다.예를 들어 돌연변이 쥐의 유전자를 과학자들의 손으로  무차별 망가뜨려 기이(奇異)한 동물을 돈 찍어내듯 찍어내는 것을 두고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또한 고장난 인체 장기를 동물의 장기로 대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그외 복제동물을 판매하는 행위 등 동물 학대를 통해 이루어진 생명공학은 인간에게는 이로울지 모르지만 말 못하는 동물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명공학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다.유전자 변형 조작식품(GM0)부터 복제물,이종간 유전자 교배 등에 대해서다.마침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를 접하면서 흥미가 배가 되었다.이제는 생명공학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에 깊이 파고 들었다.게다가 생명공학 메커니즘도 복잡교묘해지고 있다.단순한 임상 실험용이 있는가 하면,대량 복제하여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기획도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이것은 생명공학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국가 단위가 주고 받기식으로 해야 하는 국가급 프로젝트가 아닐 수가 없다.

 

 이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에는 총 8가지의 생명공학 프로젝트가 담겨져 있다.대개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로 생명공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형광 물고기,치료용 단백질 우유,복제 애완동물,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 프로젝트,해양 생물 추적을 통한 동물 보호,인공(人工) 기관을 통해 자유를 되찾는 돌고래,로봇 기술과 생체 공학 동물들,동물권과 실험동물의 윤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DNA 한 가닥에 매달린 4개의 뉴클레오타이드에 서로 다른 염기(A,T,C,G)서열의 유전 암호를 해독하면서 유전자 조작 방법을 알게 된다.

 

 상기와 같이 유전자 조작 행위의 결과물은 필요악으로 비쳐진다.복제라는 행위를 두고 부활이냐 번식이냐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디까지나 번식 행위임에 틀림없다.다만 잔인할 정도로 동물의 유전자를 교란시켜 이종간 교배하고 복제화하여 인간의 장기,동물의 의수족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미 불붙고 있다.이러한 추세로 생명공학 기술이 진일보해 나간다면 교배,복제된 동물 고기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빅터 프랑켄슈타인에 의한 괴물 창조가 21새기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데 커다란 날개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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