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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카메라 렌즈를 줌 인하듯 가지 가지의 요리들이 선명하게 선을 보이기도 하고,요리를 빚은 장인들의 노고에 찬사와 경의감마저 들었다.
유럽 맛 기행에 대한 개인의 선입견은 동서남북 전유럽을 망라한 맛 기행인줄 만 알았는데,지중해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물과 바람,시간을 타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영국으로 휙 떠난 이국의 요리와 술의 문화 체험이었다.나라마다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있듯이 맛 또한 독특하고 시간의 기다림에 잘 숙성된 와인의 때깔 고운 자태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4개국의 맛 순례중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지 이탈리아의 술과 음식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롬바르디아 평원을 끼고 띠를 이루고 있는 토리노,볼로냐,모데나,파르마,피렌체와 로마,나폴리등의 지명과 함께 문화.예술적인 명성도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볼로냐의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모르타델라,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젤라토,모데나의 포도로 만든 발사믹 식초,파르마의 프로시우토등은 공통점이 재료에 너저분한 양념보다는 원재료에 소금이나 물 정도에 공기와 시간이 요리의 제맛을 결정한다고 한다.
로마의 치즈없는 피자,파스타,카르보나라,유구한 피렌체의 다양한 콩요리와 맹맹한 빵,토리노의 향로 버섯(화이트 트뤼프),초콜릿 잔두야,나폴리의 모차렐라 피자등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장인들의 열정과 애정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끌어 당기고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특이한 점은 상기 요리의 고장은 대도회보다는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멋진 요리들이 탄생된다고 한다.
이제는 프랑스로 가보자.이비스쿼스 꽃이 들어간 샐러드 요리,크레프 및 갈레트,파리식 순대요리,파리의 전통 주식용 빵인 푸알란,오리 콩피,뵈프 부르기뇽,프랑스의 샐러리맨들이 자주 찾는 각종 요리들,컬러플한 타르트,마가롱,여인의 엉덩이 형상을 조각해 놓은 섹시한 초콜릿(수제)등이 소개 되어 있고,파리지앵들은 멋과 예술이 바로 이러한 맛의 집합체에서 형성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웃 나라,스페인은 어떨까.바르셀로나의 판 콘 토마테(구운 빵에 생토마토를 갈아 얹고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다고 함),안주용 바지락 요리 타파스,카카오의 원액이 걸죽하게 보이는 스페인식 초콜릿,세계에서 가장 비싼 돼지 뒷다리 소시지 하몽,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을 단 여성 세프,최고 미식 도시 산세바스티안의 샌드위치가 눈에 띄었다.
영국에는 제이미 올리버와 고든 램지가 쉐프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영국다운 영국적인 요리는 없는게 아쉽게 느껴진다.런던에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식 일색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영국의 주체성 없는 요리가 태생적인 유전자 DNA탓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전통을 세우며 '대 부활'을 꿈꿀 수도 있을 것같다.
여행의 묘미는 걷기,견학,맛,체류등에서 배우고 느끼며 공유하는 미덕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아무리 그 고장,그 나라의 맛이 탁월하다고 하더라고 그곳,그 고장 그 나라의 맛은 추월하기 힘들다는 것을 공감했고 한국의 고유의 음식,술등도 모방을 넘어 창조로 나가는 흐름 속에서 우리의 것을 잘 보존하고 널리 선양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