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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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용의 유전자'제목만큼 도서의 내용,부피 둘다 묵직하다.이웃나라 중국은 이제 공산주의라는 붉은 피를 연상하는 나라는 더 이상 아니다.중국식 사회주의가 존재할뿐 그들의 겉면은 활기차게 요동치고 꿈틀거리는 시장개혁을 가속화하고 있고,그들이 말하는 인민들은 돈맛을 알아 농촌 오지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모두들 도회지로 몰려 오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일을 선택하고 돈을 벌어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꼴이 되었다.

종군기자로서 1949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가 패배하고 타이완에 국민당 정권을 수립하면서,대륙과 대만 사이에 놓여 있는 펑후 제도의 분쟁의 선상에서 작가는 서양인으로서 유일하게 취재허가를 받고 전운이 감도는 팽팽한 전선의 상황을 밀착취재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칭기즈칸의 유라시아 정복에서부터 21세기 G2국가로서 부각과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전쟁과 이념,사상등의 문제를 시대별로 5부로 나뉘어 시대별,왕조별,인물별,각 국가간 이해관계등을 심도있게 써내려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쿠빌라이 칸의 서방 원정에 이어 일본 왜구마저 침략하려 했으나,가미가제 전략에 의해 일본 원정의 꿈은 무산이 되며,명의 장군 정화 제독 또한 제국의 꿈을 키워나가던 중 영락제의 갑작스런 서거에 본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17세기초 영국 동인도 회사는 당시 유럽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녹차등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국 꽝쩌우항에 닻을 내리며 교역을 하게 되고,청나라 농민이 영국 수병들에게 의문의 살해를 당하면서 중국측의 린쩌쉬는 수병들의 인도를 요구하지만 거절당하게 되자 결국 중국과 영국간에는 아편전쟁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영국은 최신 무기를 앞세워 청을 굴복시키게 되고 홍콩을 100년간 영국에 할양하게 된다.

 이에 청에서는 민중의 힘에 의해 민중 혁명이 일어나는데 홍슈취안의 태평천국의 난이다.부유한 지주 계급을 질타하고,누구나 평등하게 토지를 분배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하지만 말로만 역부족인지라 그는 천지회와 군사 동맹을 결성을 하게 되며,혁명 의지를 불태우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혁명군이 폭도로 변하여 수많은 인명살상이 발생하고 외국인 조차지의 급박한 상황까지 알려지게 되면서 최신식 무기를 보유한 서양 세력과 청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지만 청의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19세기후반에 들어와 청나라는 야심적인 재무장 계획에 착수하고 서양 세력을 내쫓기 위해 악전고투에 들어가지만 서태후의 앞뒤 안가리고 상대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녀가 몸담고 있는 북경은 초토화가 되었고,영국을 비롯한 일본,러시아까지 중국의 땅을 일정 부분 요구하고 할양을 해야 하는 쇠국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것이다.

 시대는 바뀌고 쑨원에 의한 민족.민권 민생의 이념은 부패한 왕조,왕권을 뒤엎고 진정으로 민주적인 중화민국을 건립하려 했으나,쑨원이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바톤을 장졔스에 넘겨지고 거대한 민주적인 중국을 이룩하려 했으나,마오쩌뚱이 이끄는 공산당과 부딪혀 장졔스는 몸뚱이 하나만 갖고 타이완으로 가게 되며 국민당 정부를 세우게 되며,대륙에서는 마오쩌뚱과 쩌우언라이등이 공산당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한국전쟁과 중국과의 악연은 깊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구소련의 무기,병력 지원을 기대하지만 스탈린은 핵폭격으로 인한 세계대전을 원치 않아 거절하게 되며,중.소관계는 오랫동안 원수지간으로 등을 돌리게 된다.

 또한 타이완 서부의 진먼 섬,티베트 강점,대약진 운동,문화 대혁명,1969년 중-소 국경선 충돌 사태,2001년 미국 정찰기의 하이난 섬 공중 충돌사건등으로 분쟁과 긴장관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1978년 등소평의 시장경제 가속화와 경제 성장으로 인해 세계경제대국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그 상징이 2008년 세계 올림픽 대회였고,2020년에 이르면 그들이 말하는 중산층의 비중도 30~40%에 이를 예정이라고 하니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가 없다.

 중국은 자본주의 상징인 시장 경제를 도입하고,1989년 민주화의 절규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언제 또 다시 중국 내부에서 정치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 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의 옛 속담에 "배는 바다 위를 마음대로 다니지만,바다는 한순간에 배를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 부패한 왕조를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로부터 '천명'을 박탈했음은 중국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현재 중국에 실행 가능한 대안은 개혁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든다.

 먼 옛날 중국 원의 칭기즈칸이 서방 원정에 나서 제국의 위용을 맘껏 펼치던 시절을 거쳐 몇 백년간 부패한 왕조와 몽매한 백성들로 인해 그 위용은 식어 갔음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한국전쟁중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요동 평야를 펑더화이의 진두지휘하에 100만의 인민병사들이 각개전투식으로 물밀듯이 왔듯,향후 중국의 정치,경제에는 또 다른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변혁과 가일층의 개혁위에 세계를 쥐락펴락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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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천년의 시간여행 - 일본인도 모르는 교토 101곳의 숨은 이야기
이현진 지음 / 한길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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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와의 인연은 딱 두 번이다.첫번째는 대학 졸업후 일본에 지인이 있어 초청방문으로 한 번,두번째는 결혼후에 여름 휴가로 다녀 온 것이다.두 번 갈때마다 교토가 갖고 있는 예스러움과 풍류,멋,전통등으로 어우러져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다.

 일본인도 모를 법한 101곳의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이 도서는 역사와 문화,사적,비화,인물,풍물등을 자세하게 나침반처럼 안내하고 있어 교토의 역사,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은 하나 하나 꼼꼼하게 읽으면서 역사 공부도 되고 향후 교토에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1100년간 일본의 천황과 무사들이 기거하고 일본의 정치의 심장부였던 교토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만큼 무사와 막부간의 치열한 땅뺏기와 힘겨루기로 환란과 소용돌이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다노부나가,도요토미히데요시,도쿠가와이에야스,사카모토료마등의 인물과 문학의 거장인 나쓰메소세키,오다노부나가등의 작품 무대는 교토가 중심이었음도 새로이 알게 되었고,노벨상을 수상한 9인의 일본인중 교토 출신이 4명이라고 하니,교토는 명실상부하게 역사와 문화,지식의 전당이 아닐 수가 없다.

 한국만 풍수지리사상을 중시하는줄로만 알았는데,교토인들도 전통적으로 잡귀가 동북쪽에서 찾아 온다고 해서 안대나 집을 지을때 동북쪽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교토의 시가지를 조성할때(바둑판처럼 생겼음),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의 꼴에 따라 산수의 형세를 잘 조화시켰다고 한다.

 교토는 간사이 지방에 속하고 교방언이라고 해서 표준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은 알아 듣기 힘들 것이지만 전통 가무단인 게이샤에 들어 가려면 교토의 방언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고 하니,교토만의 전통작법이 따로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동쪽으로는 기요미즈데라,비와호수,교세라믹,서쪽으로는 류안지,아라시 산,도케츠 다리,남쪽으로는 교토 탑,우지차,우지 양조장,북쪽으론 가모신사,긴가쿠지,킨가쿠지,히에이산,엔략쿠사,헤이안신궁,대학가등이 즐비하게 서 있음을 오랫만에 그려 보았다.

 한국에서 입시가 가까워지면 학부모님들이 절에 등불을 켜 놓고 백일기도를 하고 칠성기도를 올리는등 자식에 대한 지극 정성을 보여 주는데,이러한 현상을 기타노덴망구(北野天滿宮)에 가면 합격을 기원하는 기원문을 빼곡히 꽂아 놓은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축소지향의 일 본인으로 알려진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교토에서도 여지없이 보여 주고 있다.특히 자연을 집 앞 정원에 자연의 모습을 축소하여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느낄 수가 있으며,교토는 무조건 전통을 중시하는 것보다는 어느 분야든 선구자적인 자세로 서양 문물을 받아 들이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잘 살려 나가는 면모도 있었다.

 일본인과 결혼하고 교토에 10년 이상을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교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고,교토에 대해 바르게 알고 한일간의 역사,문화에 대해 가교역할을 하고 있음을 진실로 보여 주고 있다.

 교토에 대한 여행서이지만 1100년간의 일본의 서울이었던 교토의 이모 저모를 자세하고도 알기 쉽게 안내해 주어 개인적으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난 여행에서의 기억이 살아남을 느꼈으며,일본의 속살을 알려면 교토에 가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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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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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픔을 채워주기 위한 빵과 사랑의 고백을 상징하는 장미라는 암시를 받고 나는 이 글을 읽어 내려 갔다.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버몬트 주(州)배러의 사회주의자 노동회관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서 ’빵과 장미’의 집필 동기를 밝힌다.

 1900년대 초 영국의 남녀평등과 함께 여성의 현실 정치참여와 더불어 이 글의 파업 현장은 ’우먼 파워’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도 남았다.

 생계벌이를 위해 머나먼 이국 미국으로 몰려든 이주 노동자들의 꿈은 임금 삭감과 더불어 파업이라는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고,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는 지리멸렬의 극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10대 미소년,미소녀가 주인공인 제이크와 로사 역시 모두 이주 노동자의 자녀로서,자라온 가정 환경,처해진 상황,생각,이상이 사뭇 다르기만 하다.

 쓰레기 더미,어둑진 공장 한 켠에서 날밤을 세우는 제이크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동생들과 함께 생활해 나가는 로사에겐 노동자 파업을 바라 보는 시각도 다르고 현장 관심도도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의지를 상실하고 술만 마시며 늘 행패를 일삼는 제이크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왜 결혼을 했고 자식을 낳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반면 로사의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방직 공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또순이이지만 임금 삭감에 분연히 일어나,’우리는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데모가를 부르며 노동자의 질적 향상을 외치게 된다.

 그러는 동안 사측의 로피초가 의문의 죽음으로 몰리고,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에 따라,파업자들의 자녀들을 당분간 휴가를 보내기로 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데,제이크는 자신이 사드린 술을 빈 속에 드셨는지 추위와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변하고,제이크는 향후 경찰 소환과 함께 추궁을 당할 거라는 죄의식을 느끼며 로사가 타는 열차에 몸을 싣게 되면서 로사와의 기구한 인연은  시작된다.

 불행중 다행인지 제르바티 집안으로 둘은 안내되어 기거를 하게 되고,제이크는 로사의 오빠로 둔갑하며 이름은 ’살’로 바뀌게 되는데,제이크는 주인이 운영하는 석공사에 임시로 취직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까봐 제르바티 집안을 탈출하기로 머리 속에 그리게 된다.

 결국 그는 제르바티 주인의 금고를 부수려다 발각이 되고,주인은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을 먹이기는 커녕 제이크의 정체,살아온 환경,이름등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등을 친자식처럼 타이르고 가르쳐 주는데,낳은 부모보다는 기른 부모가 진짜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화 되던 파업도 노동자들의 끈질긴 주장과 요구에 사측은 무릎을 꿇고 환희의 승리로 장식을 하게 되며,멀리 떠나온 노동자들의 자녀들도 귀향길에 합류하게 된다.

 고향을 그리고 부모,형제를 그리워 눈물짓고 헤어짐이 아쉬워 몇 번이고 포옹으로 눈물로 이별을 하는 로사와,제르바티 주인의 교섭으로 제이크의 이력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관련 사무소측의 인간적임에 얼어 붙었던 강물이 스르르 녹아가는 모습을 보는듯 했다.

 아들이 없었던 제르바티 주인 부부의 사랑과 배려로 제이크는 그들의 훈육과 애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처럼.제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달라진 생각과 환경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구가하며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사랑을 실천할 것이다.

 아직도 열악하고도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과 댓가를 받지 못하는 불쌍한 노동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돈벌이를 위해 국내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착취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이 활짝 기지개를 펴고 인간답게 함께 살아 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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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한순간 - 명사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결정적인 한순간
박경리.김용택.김기덕.노영심.주철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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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은 한순간을 읽으면서 나는 태어나 사물을 인지하고 사람과의 만남 속에 기억이 나는 많은 이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고 했다.

 한국의 저명한 인사 25인의 성공적인 삶이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결정되었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그들을 이끌어 주고 코치를 해주며,단련된 영감과 직관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게 되었다.

 부모의 슬하에 있을 때에는 늘 잔소리의 잠언으로 바른 길을 인도해 주시고,학창 시절에는 스승의 엄격함과 인자함으로 인생의 향방을 전해 주듯 살아오면서 나를 어여삐 봐주고 진정으로 잘 되기를 바라며 건네준 한마디 한마디가 오늘따라 '온고지신'으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우물안 개구리마냥 좁은 세상과 아옹다옹 하다 살아갈 인생이 아니다.보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의 주인으로 거듭 나기 위해 배우고 사랑하며 가르치는 마음을 견지해야 함도 비로소 깨달았다.

"곳간에서 태어난 쥐는 자연히 쌀과 벼를 먹고 자라지만 뒷간에서 자라는 쥐는 자신도 모르게 더러운 것을 먹고 자라게 되어 있다"P115에서

 자신이 잘되면 제 공이고 안되면 조상 탓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이 글을 빛나게 해 주신 분들은 모두가 좋은 멘토,영감,직관에 의하여 우주의 주인인 자신의 인생을 갈고 닦은 멋진 분들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난해한 것은 아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고 다시 뛰어가야 할 미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추어 옴을 느끼는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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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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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라는 단어에는  객지살이,타관살이로 먼길을 떠나는 가족,친척,이웃간에 몸 성히 잘 다녀오라고 애틋한 인사말을 나누던 어릴적 기억이 있고,꼭두새벽같이 작업복에 모자 눌러쓰고 어깨엔 도시락,수건등을 메고 콩나물 시루같은 시내버스를 타고 도회지로 막노동 떠나는 이웃어른들의 모습이 선연하다.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겠지만 국민학교 그 시절의 한 컷들이  더욱 가슴을 파고 든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갖은자의 횡포와 막노동판 일용직의 인내,설움등이 날카롭게 교차하는듯 일전불사도 서슴치 않을듯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또한 작가는 한 떨기 바람의 숨결조차도 빠뜨리지 않고 생생하게 묘사해 주어 현장감은 가일층 일품이었다.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사용자측의 십장,서기,감독조,소장과 피사용자측의 대위,동혁,장씨,목씨,판술씨,한동씨등으로,만을 매립하는 서해안 간척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대결쪽으로 흘러간다.

 이곳에서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면모는 참으로 기막힐 정도이다.어떤 분은 이혼을 하고 미장이 따라 나섰다 쉽게 일하면서 쉽게 벌 수 있는 것도 인생이라 해서 전전긍긍한 삶을 꾸리고 있고,어떤 분은 숙부의 해외원정 돈벌이 가면서 자리잡히면(조만간) 부르겠다는 편지에 의지해 막연하게 공사장으로 들어 온 분등 많이 배우고 주머니 두둑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댓가가 따르기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공사장 바닥에서의 십장이나 감독조의 비인간적인 대우, 제때에 전표가 나오질 않아서 뒤따르는 온갖 불편,설상가상이라고 늘어나는 빚더미 속에서 노동자들은 마음 속의 응어리를 표출시켜 노동개선을 요구하기로 발벗고 나선다.

 일차적으로 치밀한 개선요구서와 연대서명등을 노동법규 논리보다는 콩볶아 먹듯이 감성적인 구걸식으로 사용자측에 요구하려다 보니,그들에 의해 몇몇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 대적도 못하고 큰 부상만 입게 된다. 

 고참인부에 의해 건내진 건의서와 연서장을 소장에게 전해지지만 노동조건 요구가 파업으로 연계되어 ’폭도’라는 폭력성 언어까지 들으며 그들은 시간을 끌며 노동자의 요구조건등을 들어 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들과 사용자측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그들은 공권력 즉 경찰의 힘에 의지해 노동자들을 강제해산시키고  뭔가 힘없는 노동자들을 쫒아내려 음모를 드러낸다.

 사용자측에 의해 부상당한 대위를 비롯한 부상자및 인부들 대다수는 산 속으로 기어 올라 진지를 펴고 연막작전으로 나가니 사용자측에서는 국회에서 현장시찰등의 현안등이 걸려 있어 내심 불안한 나머지,우선은 노동자측의 노동개선요구 4가지 항목을 거의 수용하는 선에서 귀가 솔깃한 인부들은 부상당한 자들부터 하산시겨 치료를 받게 하고(물론 사용자측의 노동개선요구 수용은 감언이설임),홀로 산에 남은 ’동혁’만큼은 그네들의 수용이 진실이 담긴 게 아닌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달래려는 우롱임을 안다.

 그의 머리속에는 진정으로 노동자가 사용자와 함께 가고 함께 성장하는 멋들어진 노동시장의 모습을 꿈꾸며  입에 남포를 대고 빈 마음에 놀라며 강렬한 희망이 솟아오름으로 충만되어 있었다.그리고 상대편과 동료 인부들 모두에게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라고 다짐하며 스스로 산화하는 모습으로 귀결된다.


 정치,경제,역사,문화등 역사이래로 권력,금력을 휘두르는 자에 의해 대다수의 민초들이 스러지고 명멸해 갔다.안타까운 현실이지만,동혁이라는 인물처럼 조그만한 힘이(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인류의 불편함을 개선해 나가고,특히 아직도 열악한 노동조건하에서 신음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많은 분들이 갖은자들의 참된 깨달음과 실천에 의해 노동조건이 노동자 위주로 개선되어 그들이 비젼을 갖고 살아가는 날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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