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거나 천재거나 - 천재를 위한 변명, 천재론
체자레 롬브로조 지음,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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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람의 능재(能才)를 뛰어 넘는 사람을 두고 흔히 천재(Genius)라고 부르지 않을까.그들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연구하여 탁월한 업적을 남겼던 존재들이다.각 영역별로 뛰어난 능력과 업적을 남긴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과 견주어 다른 면들이 많았다.생물학적인 면이든 정신적인 면이든 그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몰두하고 연구하기를 반복했던 것으로 인식한다.인류사 가운데에는 수많은 천재들이 탄생하고 명멸해 갔다.천재들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와 어떠한 삶을 살아 갔는지 기대와 설렘이 앞섰다.

 

 역사 속의 천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인물들은 진리를 추구하고 연구물을 검증받아 인류의 삶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것이 가장 큰 인상이고 선입견이다.천재라는 인물의 대명사는 단연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아닐까 한다.그 외에도 각 영역에 걸쳐 천재들이 진리 탐구,지적 능력을 유감히 발휘했다.분야로는 문학과 예술작품,천문학,물리.화학.수학과 같은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활약을 했다.출신국은 이탈리아가 압도적으로 많고 뒤를 이어 독일,스팡스,오스트리아,영국 순이다.물론 동양권에도 천재고 불리는 인물이 있지만 문명 발전사의 기준을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치여서 동양권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절판된 도서였지만 번역자가 중고서점에서 일어판으로 된 것을 어렵사리 거둬올려 세상에 알려졌다.천재와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북돋는 것은 물론이고 천재들의 삶의 방식,기질 등 내면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있어 천재들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내가 갖고 있는 천재들에 대한 선입견은 자신만의 울타리를 정해 놓고 편협된 삶의 방식을 고수해 가지 않았을까 한다.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최선이고 최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각인시키려 주위와의 상호작용과 같은 관계보다는 어둡고 음울한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한다든지,또는 휴식을 통한 영감작용을 찾는다든지 하는 게 주된 몸놀림이 아니었을까.천재들에게도 부모형제가 있을 것이고,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천재들의 삶은 의외다 싶을 정도로 이그러진 면이 꽤 많다.

 

 이 글에서는 수많은 천재들이 소개되고 있다.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을 이끌었던 천재가 있는가 하면 광기(狂氣)에 빠졌다든지 미치광이 및 반미치광이로 정신분열증을 보였던 천재들도 많다.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극히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살았던 천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적다.반면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다시피 살아갔던 천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그것은 뇌질환에서 연유한다든지,부모의 DNA 유전자로 기인하는 기질에 의한 것이라든지,외부적 환경에 의한 정신분열 증상 등이 대표적이다.조숙성을 보이는 천재가 있는가 하면 열정과 에너지로 넘치는 노력과 연구가 낳은 천재도 있다.

 

 그것은 피곤할 일이 전혀 없는 일에,하찮은 일에 자기의 골수를 완전히 긁어내는 미치광이의 작업이다. -p333

 

 생물학적,환경적인 차원에서 천재들의 면면을 보면 몇몇을 빼고는 단신(短身),장수(長壽)한 천재가 많다.또한 산악지대 및 따뜻한 지역 출신이 많다는 점이 특색이다.천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글 속의 천재들은 일탈행위가 꽤 많았다.우울증,환각,알코올 중독,도덕 불감증,성도착증,동성애 등이 많다.앞서도 말했듯 이러한 정신분열증은 부모의 유전에 기인한 것과 외부적 환경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특히 쇼펜하우어와 같은 인물은 아버지의 기질과 외부적 환경이 덧씌워져 우울증에서 광기의 현상까지 보였던 켸이스이다.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면서 원만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천재들의 일상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천부적인 기질과 잠재성은 좋았지만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정신분열증을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광기,미치광이 내지 반미치광이로 살아갔던 천재들의 삶이 어찌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미치광이 천재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p496∼p518)

 

1.미치광이 천재들은 뚜럿한 성격을 말할 수 없다.

2.쳔재들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부심도 강하며 수도승다운 겸양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3.일부이긴 하지만 천재성을 매우 이른 나이에 조금은 기괴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4.많은 천재들이 마약류나 흥분제와 각성제 등을 남용했다.

5.천재들 거의 대부분이 생식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

6.한곳에서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고,계속해서 떠돌아 다녔다.

7.경력이나 지향하는 학문까지도 연거푸 바꾸어 댔다.

8.활력이 넘쳤던 이 지식인들은 또한 학문적인 면에서 진정한 개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9.천재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체를 사용했다.(열정적,약동적,생동감 있는 색채 표현 등)

10.천재들 대부분이 종교에 대한 회의에 사로 잡혀서 번민했다.

11.천재들은 무엇보다도 자의식이 매우 강하다.

12.위대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 가졌던 망상(妄想)은 그들의 작품과 연설문 속에 남겨져 있다.

13.천재들 대부분이 꿈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14.많은 경우 이들의 두개골은 용량이 매우 크면서 불규칙한 형태다.

15.천재들이 보이는 광증은 보통 한 가지 양상으로만 나타나는 법이 없다.

16.천재들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매우 대비되는 성격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오락가락한다.

17.천재들의 기질은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 달라서 그들을 괴롭히는 정신병도 일반적인 양상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인다.

 

 이 도서가 1888년 최초로 세상에 나왔기에 그 이전의 천재들의 삶을 종합분석했지만 지금도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하다.다만 그 당시에는 정신과 치료를 통한 약물복용 및 마음 다스리기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천재들의 한계점이고 안타깝기만 하다.그럼에도 이러한 천재들은 인류의 진보(進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균형 잡힌 대칭적 두개골,욕망 자제,탁월한 지적 능력을 갖은 천재들이 있는가 하면 이 글에서 주로 나타난 광기,미치광이,반미치광이라는 천재들의 정신분열증은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그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이면도 인식할 수 있었던 점도 매우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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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차이나 - 오늘의 중국을 읽는 키워드 33
길호동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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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차 1990년대 초.중반에 중국을 자주 다녔다.짧게는 4박5일,길게는 1달 정도 중국에 머물렀다.중계무역을 하는 회사의 일원으로 원 바이어는 일본이고 생산지는 중국이었던 관계로 공임 및 리드(Lead tim)을 조정하는 한편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직접 시찰하면서 사무직 카운터 파트너 및 공장 책임자들과 만남이 주된 업무였다.장소는 웨이하이 및 칭다오,상하이로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대외개방을 열었던 동부 연안도시였다.그 시절 내가 업무 출장으로 다녔던 도시들의 모습이 엊그제 본 것과 같이 선연하게 상기된다.

 

 인천에서 웨이둥페리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비행기(칭다오 및 상하이)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제일 처음 중국땅을 밟은 것은 1994년 무렵 여름으로 기억되는데 웨이둥페리를 타고 인천에서 웨이하이를 향해 떠났다.인천에서 웨이하이로의 직항로가 없어 인천에서 남쪽 서해상으로 내려가 다시 웨이하이로 북상하여 가는 방법을 취했다.그것은 북방 한계선을 침범할 수가 있어 부득이 직선 항로가 없었던 것이다.장장 22시간 정도를 배 안에서 꼼짝없이 인내하고 기다려야 겨우 웨이하이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당시 웨이하이의 모습은 몸통은 흰색,지붕은 주황색 건물이 획일적으로 지어진 것이 인상적이었고,거리의 중국 인민들의 모습은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띠기도 했지만 실제 만나 본 중국인들의 생각과 감정은 매우 단순하고 경직되어 있었다.궁금해서 뭔가를 물으면 "예스"다,"노"다와 같이 단순명료하기만 했다.좀 더 구체적인 자상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또 하나  그들은 낮술을 마시며 업무 협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 특색이다.술 도수도 50도에 가까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중국인과 친구가 되려면 직급이 높은 사람이 주는 것은 사양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하여 못이긴 척 마셔보지만 목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독하기 짝이 없었다.

 

 기나긴 중국 봉건 왕조체제와 마오저둥의 공산 혁명,신중국 성립과 문혁의 시대를 거쳐 중국은 중국이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게 된다.중국신 시장경제 체제이다.체제는 공산주의를 고수하되 먹고 사는 방식은 자본과 개인의 노력에 의해 경제적 수입이 발생하는 자본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시장경제를 도입하던 초창기에는 동부 연안도시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내륙 지방도시를 중점 개발화하고 있다.개발초기엔 외자 도입,공장과 노동력 제공을 바탕으로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게 현재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제품의 기회부터 생산,수출,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괄목상대할 정도의 발전을 이룩했다.동시에 중국 인민들의 생활수준,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패턴,여가 선용도 거의 선진국 이상의 수준이다.억만장자,백만장자의 수도 세계 최고가 아닐런지.시장경제가 중국 인민들의 기(氣,사유재산 인정)를 살리면서 욕망과 이재(理財)에 쌍불을 켜고 있다.더욱 놀라운 것은 중화사상이 발현하면서 정신적으로는 공자 사상이 부활하고 물질적으론 돈이 되는 것이라면 먼 나라의 부동산까지 모두 사들여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한국 제주도의 금싸라기 땅이 중국 거부의 손에 이미 팔렸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글로벌 경제하에서의 경제행위는 국경이 따로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나는 고작 10여 차례 업무 관계로 중국을 드나들었을 뿐이다.개인적 사정에 의해 지금은 중국을갈 기회가 나지 않는다.『리얼 차이나』길호동 저자 20여 년 이상을 중국에서 체류하면서 중국인들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경험한 바를 33가지 키워드로 나뉘어 들려 주고 있다.중국 및 중국인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내게 길호동 저자의 중국 현지 체험담은 소중하고 유익하기만 하다.고작 3년 남짓 '수박 겉핥기 식'의 중국 및 중국인에 대한 인상과 지식은 극히 일천하기만 하다.내가 알고 있는 중국에 대한 지식을 플러스하고 변화된 모습은 새롭게 수용하여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중국을 읽는 33가지 키워드는 신중국,돈 맛을 알게 된 중국인,독특한 중국 사회,신 문화코드,특별한 중국인,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인 한국과 중국,세계 제국을 꿈꾸는 중국으로 대별하고 있다.놀라운 것은 근간 중국의 꿈(中國夢)은 미국을 꺾고 세계를 리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비유하자면 중국은 누가 옆에 없어도 스스로 기획하고 꾸미면서 멋지게 연출하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 속을 만화경으로 들여다 보면 다양한 소식들이 줄지어 있다.소득이 낮은 중국 인민의 소득세를 징수하지 않고,주택은 개인 소유이되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나라이고,선물은 상대방의 권위에 맞게 수수(授受)하는 것을 암묵으로 인정하고,자전거 왕국에서 자동차 왕국으로 변신한 나라로 의미 부여를 할 수가 있다.나아가 종교를 인정하지만 (중국)내국인과 외국인의 미사 시간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으며 전통 중국차를 음용하는 것에서 스타벅스를 이용한 커피 음용 인구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만 하다.1자녀를 두고 있는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소황제로 깍듯이(?) 대한다.뒤에서 밀어줄 여력이 있는한 최대한 돈과 물질을 아끼지 않는다.한국의 부모와 다를 바가 없다.산업화,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소득 수준이 제고되고 있지만 빈부 격차,환경 오염이 크게 대두하고 있으며,노령화 시대에 따른 젊은층의 인구 증가를 위한 두 자녀도 점차 허용하고 있다.그런데 중국이 시장경제,생활 수준.패턴이 서구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중국식 인간 관계(관시)이다.업무상 중국 직원에게 지시하고 질책을 할 경우 그들의 체면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한국인이 지사장,사장인 경우 한국식으로 그들을 대하면 언제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출장 기간 중 어렵사리 중국인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아파트였던 중국인 집은 가옥 구조가 한국과 판이하게 달랐다.바닥에 앉은 좌식 문화가 아닌 서서 가사와 용무를 보는게 대부분이었다.그런데 외국인(한국인)이 찾아 온다고 해서 그런지 채소,과일,고기를 장보기 해서 정성껏 요리를 하고 손수 밥을 지어 대접해 주었다.중국인 부인,시어머니 모두 같은 황인종 얼굴에 생각과 감정도 한국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중국인은 진심으로 대하고 진실로 사귀어 가면 그들도 자신을 친구로 인식해 나간다.그러면서 소소한 만남과 주고 받는 인정 속에서 우의가 돈독해져 가는 법이다.업무,연구,관심 지역이든 변화해 가는 중국의 실정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어(한위)를 기본부터 착실하게 익히는 한편 중국의 역사.문화 및 정치,경제 동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메모와 정리를 통해 중국의 참모습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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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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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 인물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은 악마를 연상케 한다.소름끼치는 전율감과 뒷걸음질이라도 쳐야 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흉모(凶謀)로 가득차 있는 얼굴이다.이 사람도 태생 자체가 누군가를 죽이고 사회를 불안케 하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잘못 만난 부모의 DNA 유전자를 닮았다든지 성장하면서 보고 배웠던 것들이 악마의 소굴은 아니었던 것일까.이 글을 읽기 전에 표지 인물을 보니 그러한 생각이 내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내 마음 밖으로 떠날 줄을 몰랐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승자가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법이다.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사회는 평등,자유가 완전하게 걷지를 않는다.인간이 사는 세상은 경쟁과 불평등 속에서 주도권을 쥔 자들에 의해 사회가 흘러간다는 것이다.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회법칙은 아닐까.사회가 불평등하고 억압받던 군부 독재 시절에는 특히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와 개성은 주류 이데올로기에 파묻히고 만다.힘없는 민중은 독재 정권에 눈에 거슬리고 찍히기라도 하는 날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인간 이하의 수모와 유린을 당하고 만다.이러한 사례는 한국 현대사 가운데 군부 독재시대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세력들에게 행했던 비인권적,비인도적 처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글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해 나가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이다.근자 이슬람 IS 과격단체에게 파리가 테러의 소굴로 변하면서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공교롭게도 이 글도 파리가 공간 배경으로 연쇄 살인사건이 세 차례 이상 터진다.시신이 발견된 현장에는 으레 사지 절단,식인 흔적,유혈 낭자 등 괴기하다 못해 온몸이 공포와 전율로 휩싸이고 만다.낭테르 지방법원 판사인 잔과 텐 판사가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면서 귀중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즉 잔 판사는 정신과 의사인 페로의 진료 녹음파일을 엿듣다가 연쇄살인범을 동일범으로 추정하면서 정신과 의사 페로부터 만나려 하는데 용의자,의사 모두 오리무중이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목격자,피해자 주변인물의 증언은 없고 단지 정신과 의사의 녹음파일을 토대로 살인범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놀라운 것은 시신을 절단하고 인육과 골수를 즐기는 전형적인 인면수심의 인간이 아닐까.파리에서 발생한 세 차례 이상의 연쇄살인 사건의 공통점은 힘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참하게 살해하고 인육과 유혈을 즐기려는 듯한 변태적인 행위에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전반에는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는 듯 하다 연쇄범의 용의자인 요아킴을 '자폐.유전.원시'라는 테제로 압축하여 추적해 나간다.잔 판사는 히피족 부모에게 태어나 학창시절엔 남미권을 두루 주유하면서 스페인어에 능통한 재원이다.게다가 국제적인 감각과 수사능력,젊음이라는 삼위가 일체하여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용의자 요아킴은 변호사이면서 자폐증세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는 악이 낳은 아이였다.요아킴의 소재지를 알아내어 그를 잡기 위해 바다 건너 중미(니카라과,과테말라)와 남미(아르헨티나)를 전전한다.특이한 것은 1976년 무렵 군사독재 정권이 탄생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인육과 유혈 낭자극의 시대가 꽤 오래 진행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작가는 박학다식의 소유자인 것 같다.생물학,법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중.남미 현대사와 세계 현대사와의 연계점을 이 잡듯이 재현하고 있다.소중한 자식과 형제자매가 유권 유린을 자행하는 군부에 의해 이슬과 같이 사라지고 마는데,시체마저 유가족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공중에서 바다로 시체를 던져 버려 완전범죄를 획책하고 있다.아르헨티나가 1982년 영국과 포틀랜드 전쟁을 치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패정치,국론분열,인권유린이 극치를 걷던 시대에서 영국에게 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런지.부정과 억압이 판치던 아르헨티나 현대사가 낳은 요아킴은 반인반수와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다.태어나서 원숭이 떼들과 함께 원시 상태로 살아가야 했던 요아킴은 비애와 비극의 하수인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이에 대한 증거라도 되듯 1980년대 초반의 중남미 정정(政情)을 생생한 수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민주화가 싹틀 때까지의 중.남미의 굴곡진 현대사를 잘 묘사하고 있다.죽은 사람의 육신은 누군가에게 뜯겨 먹히고 영혼은 대천(大天)을 방황하고 있는 듯한 유령의 혼을 똑바로 목도하는 듯 하다.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태어난 요아킴은 정령 인육과 유혈을 좋아하는 원시 부족에게 넘겨져 중.남미 굴곡진 현대사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끔찍하리만큼 강렬한 문체와 서사적 스토리는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단면을 온믐으로 읽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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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코드 - 생명의 비밀을 풀어가는 유전체학의 새로운 시대
던 필드.닐 데이비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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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유전자와 관련한 게놈 프로젝트 속속 출현하고 있다.인간의 유전자는 데옥시리보핵산 또는  DNA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는 단서이다.1953년 왓슨과 크릭이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면서 생물학은 획기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우리의 사회 구조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즉 유전자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바야흐로 생물학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왓슨과 크릭에 의해 인간의 유전자 염기(鹽基)서열이 밝혀지면서 생명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데,DNA라는 유전자는 강력한 암호화 능력과 복잡한 유기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2012년 발간된 《재생:합성생물학은 어떻게 자연과 우리 자신을 개혁했는가》는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단어와 이미지를 디지털 형태애서 유전체의 4개 문자로 변화시켰다.이것은 탁월한 마케팅 수단이고 합성 유전체학 기술을 사용해서 대응하는 DNA 분자를 구성하기도 했다.근래 자주 회자되는 빅데이터와 DAN 저장의 보조는 정보저장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데,미국,유럽,일본에는 이미 DNA 분자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을 정도이다.

 

 DNA는 미래 기술의 발판을 제공함과 동시에 정보의 형식이 누구에게든 해독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이렇게 DNA를 장기 보존하기 위해서는 저온건조하고 어두운 공간에 올려놓아야 한다.이렇게 함으로써 수백 년 수천 년까지 DNA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DNA 1g에 DVD 50만 장에 달하는 정보 또는 2페타바이트(2,048TB) 가량의 정보 저장이  가능하며,고선명 비디오 27년 치에 달하는 분량이다.미 국회 도서관의 소장본들을 티스푼 1개 분량의 DNA에 50번쯤 반복해서 담을 수도 있다고 한다.이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수치상이든 저장 능력이든 가히 놀랍기만 하다.

 

 인류의 시초부터 DNA가 줄곧 존재하고 모든 생명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왓슨과 크릭에 의해 DAN 염기서열이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분석,응용은 일취월장을 보이고 있다.DNA와 관련하에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친자검사를 비롯하여 유전적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지구상에 60억 명이 가진 60억 개의 염기쌍으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우선 DNA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화석인류와 같이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장치 설치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개인의 DNA 유전체로 개인을 식별하고,다운증후군과 같은 환자의 세포에서 추가 염색체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또한 DNA 합성을 이용한 소아마비,독감 바이러스가 재현되기도 했다.

 

 유전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가 없다.그것은 배아를,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자연분만은 부모의 원시적이고 야만적으로 불릴 날이 멀지 않다는 얘기도 억지스럽지만은 않다.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사람이든 동물이든 복제가능한 시대이니 유전체 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읽다 보니 놀랍고 흥미로운 점은 장기 부전 치료제는 인간의 대변으로 대변 이식이 점점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DNA는 행성을 순환하고,움직이고,뒤섞이고,복제된다.그것은 DNA 차원의 유전체와 기후,날씨,사회,생물 다양성에 관한 데이터와 통합하면 '유전자에서 유성으로'정보의 흐름을 전체 지구 모형에 삽입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복잡한 시스템 내에서 DNA의 기능을 밝히고,유전체부터 행성에 이르기까지 유전체 합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바이오코드는 2개 이상의 상호작용하는 유전체로 규정하는데 생물학 전문가의 두뇌 의도에 따라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가능케 할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엄마가 셋인 복제양 돌리,인간 아이에게 여러 명의 엄마가 있는 날 등...이러한 현상을 두고 윤리적,도덕적 잣대를 대고 있어 이성과 현실의 접점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이 도서는 유전체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생명의 비밀을 소개하고 있는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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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본의 섬 여행 - 비밀의 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 32곳 새로운 여행 시리즈
세소코 마사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꿈의지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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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나라 일본은 네 개의 굵직한 섬을 비롯하여 수많은 부속 도서(島嶼)들로 이루어져 있다.혼슈,홋카이도,큐슈,시코쿠가 주요 섬이고 나머지 부속 도서들의 이름과 숫자는 알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속 도서들이 혼슈 남단과 시코쿠 북단 사이와 큐슈 서남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혼슈 남단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세토나이카이이고,큐슈 서남쪽은 고토열도에서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실타래와 같이 길게 뻗어 있다.

 

 기약은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오키나와 근방의 섬 여행이다.그림으로 자주 본 오키나와는 근대 류큐 왕국으로 자체적인 언어와 문물이 아직도 잔존해 있는 곳으로 일본 속의 또 다른 일본이다.오키나와는 뛰어난 천혜의 풍광과 .맑고 깨끗한 근해의 에머랄드 물빛은 여행지로 꼭 가볼 만한 곳이다.탁 트인 전망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과 각박하지 않은 섬사람들의 낙천적이고 느긋한 생활상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인간의 삶이 문명의 발달에 비례하여 각박해지고 있지만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편집자이며 작가인 세소코 마사유키는 오키나와의 매력에 푹 빠져 2012년 오키나와로 이주하여 오키나와만의 특장점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아열대 기후인 오키나와를 비롯하여 나가사키현의 고토(五島)열도,한국의 한려수도에 버금가는 세토나이카이의 풍광과 삶의 모습을 스케치 하고 있다.여행으로 가보는 것과 실제 거주하면서 느끼는 점은 판이하겠지만 이 도서에 실려진 섬의 풍광과 가볼 만한 곳들은 느긋하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카페,빵집,공방(工房),숙소 등을 소개하고 있다.4개의 주요 섬들 속에는 32곳 사람들의 이런 저런 사연과 에피소드과 듬뿍 담겨져 있다.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속적인 욕망과 경쟁심을 많이 내려 놓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4,5백키로 떨어진 야에야마,미야코,아마미는 오키나와현 소속이고 날씨가 아열대성 기후를 띠고 있는 탓에 풍광은 싱그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소개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면서 삶을 최대한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특히 야에야마(요나구니) 섬은 거리상 타이완과 가까워서인지 일본적인 냄새보다는 중국적인 냄새가 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아기자기하면서도 자신만의 삶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그들은 섬의 본토박이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나아가 지역과 사람을 이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세토나이카이와 고토.아마미 섬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오십보백보일 정도로 큰 차이는 없다.넓게 트인 근해를 벗으로 삼고 자급자족하는 삶이 소박하기까지 하다.일본인 특유의 축소지향적인 의식구조가 삶의 모습에도 이입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와 나무들을 이용하여 카페,공방,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또 하나 특색이라면 부부 간에 합심해서 카페,공방,빵집,숙소를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청정지역을 배경으로 욕망과 경쟁을 낮춰 자급자족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호흡이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일본 섬 여행은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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