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 왕초 PD와 1만 2800km 중국 인문기행을 떠나다
윤태옥 글.사진 / 책과함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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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과 띠를 잇고 있는 대장정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중국 현대사의 핵심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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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 왕초 PD와 1만 2800km 중국 인문기행을 떠나다
윤태옥 글.사진 / 책과함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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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은 인민의 밥그릇에서 시작된다.-p83

 

 고교 시절 합창대에 뽑혀서 방과 후 노래 연습을 하곤 했는데,주로 연습했던 노래는 <그리운 금강산>,<비목 碑木>,<보리밭> 등이었다.그 가운데 비목은 부를 때마다 전쟁의 상흔을 떠올리게 하면서 무상한 정치권력을 음미하곤 한다.또 하나 사회 선생님께서는 중국 현대사 대장정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려 주었다.사회 수업이 주로 점심 식사 후 시작되고 식곤증이 있기에 졸음을 쫓기 위한 방편으로 들려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장정에 대한 얘기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탓인지 자꾸 꾸벅꾸벅 졸았다.중국 현대사의 거목 마오저둥,저우언라이,주더,덩샤오핑 등 굵직굵직한 인물과 그들을 호휘하는 홍군들 그리고 적군이라할 만한 국민당군과의 혈전에 대해 거침없이 늘어 놓으셨다.귀를 기울이고 경청하지 않은 점과 중국 역사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내내 아쉬웠다.

 

 

 대장정이란,중국 남부의 장시성江西省에 근거를 두고 있던 중화소비에트공화국 중앙정부와 중국 공산당이,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군대의 포위 공격을 피해 홍군의 호위를 받으며 1만 2500킬로미터를 강행군하여 산시성陝西省 북부 옌안延安 인근으로 옮겨간 것을 말한다. -p5

 

 쑨원에 의해 중화민국이 창립되고 삼민주의가 발의되는 등 청조의 무능력,부패를 일소하고자 했지만 황권을 노리던 위안스카이(袁世凱)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위안스카이는 야심찬 권력을 획책하려 하지만 그를 지지하던 세력에게까지 외면 당하고,제1차 세계대전의 주역이었던 영.러.일에 의해 그 또한 권좌에서 하야했다.그리고 신중국 만들기를 위해 일어난 것이 마오저둥과 장졔스와의 기나긴 대장정(368일간)이 이어졌다.마오저둥이 두 다리로 걷고 또 걷던 대장정은 국민당 장제스의 추격과 포위를 뚫고 1935년 10월에 끝이 났다.장제스가 추격을 지휘하던 대장정도 장쉐량에 의한 시안사변으로 끝이 났다.그후 일제가 항복을 선언하면서 마오와 장은 충칭에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장제스가 화평조약을 깨면서 다시 내전을 벌였으나 3년 만에 장제스의 패배로 끝나게 된다.드디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이 성립되면서 마오의 철권 정치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최신식 무기로 무장했던 국민당과 인해전술로 저항했던 공산당은 힘겨운 전투를 감내해야 했다.강과 협곡(狹谷),설산과 고원,습지를 헤치면서 대장정 출발 당시는 8만 6천 여명이었지만 종국에는 7천 여명으로 푹 가라앉았다.문자 그대로 죽음의 행군이었다.대장정에 참가했던 현대 중국의 최고 지도자 및 국무원 총리,국가주석,국방장관이 대거 배출되기도 했다.1934년 10월에 시작하여 1936년 시안사변까지의 대장정은 말그대로 대하(大河)드라마가 아닐 수가 없다.나는 몇 년 전에 소설 대장정(1∼5권)/웨이웨이 저/보리를 읽으면서 대장정에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접할 수가 있었다.판화를 삽입하여 보다 대장정을 알기 쉽게 이해하고 현대 중국사의 근원(根源)을 알게 된 점이 의미가 있다.당시 대장정에 참가했던 주요 인물들의 후손들이 현대 중국 정치를 통제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력의 속성이라는 것,대장정이 남긴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등을 고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이 글은 한 해의 절반은 중국에서 역사와 문화를 찾아 테마 여행을 하는 중국통 윤태옥 저자 중국의 속살을 잘 소개하고 있다.그 가운데 내가 읽었던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가 있었다.발품을 팔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역사,문화의 뒤안길을 샅샅이 안내.해설하고 있는 윤태옥 저자는 이번 대장정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답사 동반자들과 함께 지역별로 나뉘어 답사 여행을 했다.인문학적 관점에서 대장정의 뒤안길을 답사한 저자는 장장 59일간 1만 2800킬로미터를 걷고 (차를)타면서 당시의 모습을 현대사와 매칭하여 들려주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대장정 초기엔 마오는 실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중국 공산당이 창당되었던 상하이와 신중국의 수도 베이징 이전의 옌안은 대장정의 상징적 요지이다.대장정이 갖는 큰 의미는 상하이 쿠데타로 1차 국공합작이 결렬(1927년)되고,시안사변 이후 1937년 2차 국공합작이 성립되는 순간까지의 내전에 있다.마오는 준이(遵儀) 회의에서 실권자로 부활하면서 중국 인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모습을 보여준 점이 대장정 성공의 원인이다.반면 국민당은 월등한 무기와 뛰어난 인재들로 포진되었지만 생각과 의견이 사분오열되면서 스스로 패배를 자초했고,더욱 경악할 만한 점은 1942년 허난성 대기근으로 3000만 여명이 죽어 나가게 되었는데,설상가상으로 농민들에게 가렴주구를 강요했다.

 

 

 윤태옥 저자는 일명 길동무를 잘 만난 셈이다.한국에서 후원군으로 합류한 답사 동반자 및 중국 현지인들 및 주재원들까지 이 다큐멘터리 만들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중국 공산당 탄생지(상하이)부터 봉건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마오가 혁명을 이끌고 최고 정점의 권력을 쥐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역사적 현장,기념비,조각상 등을 통해 그 때 그 날이 연상되고도 남는다.온통 붉은 빛으로 치장하다시피 한 기념탑과 기념비는 공산당 및 홍군들이 대장정에서 보여 준 혁명적 열정과 에너지가 다시 한 번 붉게 타오르는 듯 하다.답사 과정에는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적 생활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다.소박하고 평온한 모습이 그지없다.

 

 나라의 반이 피바다에 빠져들고(半壁山河沉血海)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모래벌레처럼 흩어졌는가(幾多知友化沙蟲) -P117

 

 

특이하게 다가오는 점은 현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의 친부가 대장정 당시 소비에트 행정부의 수장이었다.그는 시중쉰(习仲勋)으로 대장정의 근거지를 마련했던 장본인이다.마오는 군사 분야 최고 지도자 류즈단과 시중쉰이 닦아놓은 터전에서 뿌리를 내린 셈이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문화대혁명 당시 시중쉰은 반당분자로 몰리면서 10여 년 수감생활을 해야 했고,덩샤오핑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시중쉰도 복권하게 된다.시진핑은 아버지 시중쉰의 후광을 톡톡이 받고 있는 것이다.아울러 이 글을 접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새삼 깨달았다.하나는 정치권력의 속성이고,또 하나는 대장정에서 마오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삼을 수가 있다.정치하는 사람은 정치권력의 속성을 악용하는 셈법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나라가 지탱할 수 있는 힘은 힘없는 서민계층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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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속으로 - KBS 화제의 다큐멘터리 | 앞으로 20년! 중국을 빼고 한국을 말할 수 없다
KBS 다큐멘터리 新국부론 <중국 속으로> 제작팀 지음, 전병서 감수 / 베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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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는 중국이라는 대문으로 통한다. -p25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링 위의 챔피언 자리를 추종을 불허할 전망이다.13억 5천 여명의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인해전술을 띠고 있는 게 특색이다.신중국(1949년 성립) 이후 거의 30여 년간 기아와 굶주림,빈곤에 억눌려 살았던 삶에서 시장경제 체제 속으로 깊숙이 젖어들면서 괄목상대할 정도의 경제 소득과 풍요로운 생활을 구가하고 있다.세계 1위의 노동력과 선진 기술력,세계와 함께 하려는 중국 지도자들의 시장경제 정책은 일사분란하고 스피드 있게 질주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물론 외환내빈의 상황도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나는 빠른 시일내에 중국에 다녀 오려고 한다.이런 저런 사정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시장경제의 동태와 중국인들의 의식 등을 느껴 보고 싶어서이다.업무적으로 중국을 왔다 갔다 했던 시절은 한.중 수교 직후이어 지금과는 여러 면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게다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은(Out of date) 감각과 지식이어 시대와 환경의 흐름을 새롭게 스스로 주입해 나가려 한다.1978년 중국 동부 연안 도시에서 불붙기 시작한 시장경제는 이제 중국 내륙으로 점점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이 30여 년간 이룩해 온 경제성장도 놀랍지만 앞으로 10여 년 이후는 중국 지도부가 계획하고 있는 중국식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시기이면서 중국 전역이 시장경제 체제로 돌입하는 시기로 예상된다.한국 정부,기업인 입장에서도 변화하는 중국의 시장경제 동향 및 중국인의 소비 패턴 등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면서 허와 실을 면밀하게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중국은 이제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의식구조가 경직되어 있는 나라도 아니다.게다가 세계를 리드해 나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중국인은 일단 마음에 들면 화통하게 돈도 쓰고 사람과의 우의도 깊게 다져 나간다.대륙적인 기질이 이러할 때 나타나는 법이다.

 

 

 다큐멘터리 신(新)국부론 <중국 속으로>는 세계 경제의 핵인 중국을 어떻게 공략해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다.또한 돈과 정보력이 풍부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및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이 도서의 제작팀은 중국 현장을 어렵사리 취재한 바가 생생하게 다가온다.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사람인 만큼 현지 소비자의 의식구조 및 상호간의 신뢰 쌓기를 양대 핵심으로 꼽고 있다.한국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으로 부상하던 시절의 중국과 중국인을 생각해서는 안되는 시절이듯,그러한 생각과 인식으로 중국과 중국인을 대해서는 중국에 대해 얻을 것이 없다.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현재 중국의 부호들은 고급 관료,기업인,자산가 등이다.그들의 부는 세습될 확률이 클 뿐더러 1980년,1990년 이후 출생자들에게 서구식 생활패턴을 모방하고 창조해 나가는 원천이 되고 있다.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1선 도시에서 청두,칭다오,난징 등 2선 도시,웨이하이,다퉁,친황다오 등 3선 도시가 모세혈관이 집적되어 커다란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그간 중국의 경제성장은 외자,선진기술 및 자국의 노동력에 힘입은 바가 컸지만,향후는 중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 소비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일종의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현상이 1,2,3선 도시들이 모여 커다란 신경망을 형성함과 동시에 내수 시장 진작,중산층을 끌어 올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파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 및 지우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현 중국 소비시장의 주축이다.그들은 개인주의,소비지향적,개방적,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농후하다,한국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새로운 것들을 적극 수용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특색이다.외제에 대한 선호가 강하고 인터넷에 매우 익숙하다.또한 높은 교육 수준,체면 불문,실속 위주의 쇼핑(실사구시)를 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아울러 한국을 알리는 한류(韓流)는 문화 콘텐츠를 비롯하여 중국 관광객(요우커遊客)을 유치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기회 중의 기회이다.소비층의 성비(性比)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크다.한국산 향수,화장품은 중국 여성층을 사로잡고 있다.인터넷을 통한 한국제품 구매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한국의 정치,사회가 조금만이라도 불안 증세를 보이기라도 하면 중국의 요우커 및 소비층은 감소되고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중국의 소비시장이 2,30대에 집중 몰려 있다.이들에게 한국 제품을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문화,중국인의 의식 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IT산업,전자상거래 등은 한국 시장 이상의 파워를 갖고 있다.어떻게 보면 이러한 분야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음과 동시에 포화상태일 수도 있다.한국 제품을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제품 설계,마케팅,판매,A/S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제주도 및 서울 명동 등은 한국 속의 중국일 정도로 중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을 찾는 중국인에게 친절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려는 마음가짐도 빠뜨릴 수 없는 기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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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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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주름을 펴기 위해선 독서와 메모가 최고다

 

공부벌레라는 소리보다는 책벌레라는 소리가 왠지 운치있게 들린다.공부벌레라고 하면 뭔가 수단과 방법이라는 도구를 연상되기 때문이고,한국 사회에서 수험과 관련한 각종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면서 악전고투를 해야 하는 순수함이 덜 담겨져 있어서이다.반면 책벌레라고 하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려는 학자적 면모가 드러나기에 책벌레에 대한 이미지는 선비가 책을 읽는 풍모가 연상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막힌 통로를 뚫어 주는 소통장이 연상되어 좋다.

 

 신혼 시절 서울 변두리 지역에 방 두 칸자리 반지하방에 살았던 적이 있다.평소 내가 보고 정리하는 책과 노트는 왠만하면 버리지를 않는다.어학을 전공했기에 어학관련 도서 및 무역학,그리고 짬짬이 읽던 대중 소설을 조그마한 책꽂이에 꽂아 놓고 시간을 내어 읽고 또 읽었다.그런데 여름날 폭우가 쏟아지면서 반지하의 하수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역류(逆流)하는 바람에 큰 방,작은 방으로 물이 넘쳐 흘러 들었다.'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실감났다.그날은 회사를 쉬고 팔과 다리를 걷어올리고 아내와 함께 대야,찜통으로 하루 종일 물을 퍼냈다.물에 젖은 것은 침대부터 각종 새간살이가 주가 되었는데,내가 아끼던 각종 도서까지 침수되어 너덜너덜 거렸다.살짝 스치기라도 하면 그만 아예 사라질 운명이었기에 아기 다루듯 몇 권만이라도 건져야겠다는 일념으로 한 쪽 구석에 놓고, 해가 나는 시간대에 옥상에다 비에 젖은 책을 채반에 올려 놓고 마르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햇빛에 반사되어 젖은 책장이 한 장 한 장 마르면서 뿌듯하기만 했다.울퉁불퉁하고 얼룩이졌을 망정 뽀송뽀송한 감촉과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만 했다.다시 그러한 시절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흐르고 보니 폭우로 인해 집안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나는 나대로 비에 젖은 책들을 옥상에 말리던 시절은 잊을 수가 없다.

 

 

 쇄서(曬書)는 1년에 한두 차례 볕 좋고 바람 시원한 날 방안의 책을 모두 꺼내 바람 잘 드는 마루나 그늘에 펼쳐놓고 뽀송뽀송하게 말리는 독서인의 연중행사다. -p32

 

 나는 지금 책을 읽되 정리다운 정리를 제대로 못한 채 곧바로 서평에 들어간다.이것을 건축에 비유하자면 날림공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쉽게 지어지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최대의 정성과 인내를 쏟아내야 자연재해에도 끄덕이지 않는 견고한 건축물이 탄생하기 마련이다.하지만 나는 책을 읽고 감명 깊은 문장,내 삶에 이식하고 싶은 내용을 다시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많이 갖지를 못해 늘 날림공사를 하는 건축주라고 자탄한다.옛말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 있는데,같은 책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 저절로 뜻을 알게 된다고 했다.또한 한 우물을 파라는 말도 의미 깊은 말이다.독서든 사회 생활이든 한 분야에 전문가로 거듭 나려면 이것 저것 섭렵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하고 몰두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여 외길을 쉼없이 정진해 나가는 것이 전문가로 가는 길이고 세상에 빛을 발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전 문학 및 독서를 통한 인문학 배양에 관해 연구와 통찰력을 보여주는 정민(鄭珉) 저자는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고 선비적인 풍모가 무척 인상적이다.이에 걸맞기라도 하듯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문학동네』에 이어 이번에는 『책벌레와 메모광』을 소개하고 있다.책벌레와 메모광들의 삶의 이력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주요 문인들에 치중하고 있다. 책과 메모에 얽힌 얘기들을 소상하게 보여 주고 있다.그들은 현대인과 다름없이 책을 읽고 메모를 하면서(메모 리딩)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정민 저자는 뉴욕 옌칭(燕京)도서관의 고서와 장서인 그리고 추사 김정희를 전문 연구한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隣)를 알게 되면서 다양한 문인들의 삶의 족적을 헤집어 갈 수가 있었고,그들이 남긴 고서 속에서 발견한 각종 메모,사연 등을 되살리고 있다.비록 고서와 장서인은 장구한 시간 속에 풍화 작용하여 헤지고 변색되고 미라와 같은 몰골로 변했지만 저자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주려 정성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흔적이 역력하다.

 

 

 이 글은 크게 두 개의 장(章)으로 나뉜다.하나는 책벌레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메모광에 관한 이야기이다.매우 단박하게 다가온다.한중일 고서에 찍힌 장서인의 역사가 한자리에 도열해 있는 듯한 경건한 분위기마저 감돈다.제본을 위해 종이들을 이어 붙이는 과정,습기.곰팡이 제거를 위한 포쇄 행사,장서인의 인장,메모,책을 빌리고 반납하지 않아 제기한 소송 케이스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예스럽고 단아한 모습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책을 읽다 이의.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항,생각을 정리하여 다시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할 만한 사항 등이 수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선명하게 표기되어 있다.게다가 여름날 읽었던지 모기가 책 속에 압사되어 있기도 하고,만추의 서정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책갈피로 은행잎을 고이 삼았던 흔적도 보인다.또한 남에게 사례를 받고 그를 위해 책을 베껴 써주던 용서(傭書)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근자 글쓰기를 위한 예비단계로 필사가 유행하고 있는데 필사와 용서는 행위의 목적이 다르지만 글쓰기 연습 면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조선시대의 책벌레로는 단연 청장관 이덕무이고 메모광은 다산 정약용이다.두 분은 사회적 신분이야 어떻든 평생을 수불석권했던 책벌레였고 자신만의 생각을 다듬어 체계화했던 것이 가장 큰 특장점이다.책벌레였던 이덕무는 자신의 거처에 구서재(九書齋)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아홉 가지 독서 활동을 신념으로 삼아 실행에 옮겼던 분이다.

 

 독서(讀書),간서(看書),초서(鈔書),교서(敎書),평서(評書),저서(著書),장서(藏書),차서(借書),포서(曝書)라는 아홉 가지 활동을 했다. -p112

 

 나는 메모다운 메모가 습관화되지 못해 하다 말기를 반복하고 있다.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외로 건망증이 잦다.신변잡기에 대한 것부터 시간 단위별 계획과 이행 점검 등을 착실하게 못해 실수,시간 낭비가 많아진다.이와는 대조적으로 메모를 습관화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통합하여 자신만의 콘텐츠가 들어간 창의적 글쓰기를 하는 분들을 본받고 싶다.시간을 거슬러 조선후기에 살았던 책벌레와 메모광들은 끊임없이 메모하고 쉴새없이 적었다.메모지에 적고 책의 여백(餘白)에 적고,그것도 모라자 종이를 붙여가며 적었다.좋은 습관은 몸에 배이기 어렵지만 일단 배이게 되면 생리작용과 같이 욕망이 강렬해지고 그 힘은 막강해지리라.오늘날엔 굳이 종이와 펜이 없어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에버노트가 메모를 대신해 주고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타성에 젖은 자신을 일깨울 시간이다.자신만의 생각을 다듬어 콘텐츠를 만들고,글쓰는 사람으로서 창의력과 전문성을 배양하는데 메모만큼 좋은 습관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적으면서 뇌 기능이 원활해지고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여러모로 유익하기만 하다.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간단 명료하게 메모를 하기로 스스로 약속했다.메모는 생각과 기억을 되짚어 주고,그 결과와 효과는 추량하기 어렵다.책을 읽는 것은 좋지만 생각과 기억을 살리고 멋진 글을 쓰기 위한 단초로 메모다운 메모를 못한 것이 내내 후회스럽다.이 후회가 기폭제가 되어 메모를 조금씩 늘려가려 한다.잘다듬은 생각과 논리는 나만의 콘텐츠가 되어 주는 동시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그렇게 변한 나 자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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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과학 - 오류와 편견, 논쟁 속에 숨은 진실 찾기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홍성완 옮김 / 프리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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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해 각종 질병이 생긴다든지 (보편적으로)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야무지고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비근한 예로 평소 누워서 장시간 책을 읽는다든지 컴퓨터에 들어가 웹서핑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심장혈관 질환이 생긴 것은 아닌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내게 찾아온 심장혈관 질환은 복합적 요인을 띠고 있어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담당의가 말은 하지만 요 몇 년간 내가 살아온 삶의 이력은 즐거운 일보다는 우울하고 비관적으로 치달았던 일들이 많았다.이에 내 스스로 마음 다스리기를 못해 심장혈관 질환이 생기지는 않았는지.이 쪽에 무게를 싣고 싶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각종 질병,환경오염,정신질환,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만 가고 있다.탈서비스 산업이 말해 주듯 사회 구성원들의 주된 일은 육체적 노동보다는 감정을 팔고 사는 감정 노동이 많다는 것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외국 농산물 등이 마구잡이로 유입되면서 초래되는 부작용,주 5일 근무제로 인해 여가를 즐기려는 인구의 증가가 대표적인 현대사회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이것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장시간 액정 화면과 씨름을 하고 걷고 뛰기보다는 안락한 자동차에 의지하는 삶의 패턴이 보편화되고 있다.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식생활도 인스턴트,정크푸드,육류의 소비의 증가 및 외식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내가 살고 있는 주변 상가의 토.일은 불야성을 이룬다.매콤한 연기에 고기 익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식재료의 경우도 대부분이 유전자 변형 식품(GM)이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몸을 자주 움직이고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 섭취를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나아가 산업화,도시화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 반면에 각종 환경 오염을 조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자주 회자되는 기후 온난화,생태계 파괴,식량 및 에너지 등 부존자원 고갈 위기 등을 들 수가 있다.글로벌 주류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가 팽창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의 가중현상과 치열한 경쟁 사회가 인간의 내면을 더욱 황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에 따라 인간의 뇌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짜증,원망,우울,적대감 등과 관련한 것이 많다.그러한 까닭에 현대인은 경쟁에서 밀리고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면서 스스로 피로감을 느끼고 만다.현대인이 겪는 정신질환은 우울증,공황장애,현기증,이명증,신경쇠약증 등 다양하다.가정의학과를 찾는 인구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건강한 과학』을 읽고 난 뒤의 전체적인 내 생각은 위에 열거한 것들이다.'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사후약방문)'는 말과 같이 미리 예견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내가 만일 심장 혈관질환을 겪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까.또한 인생에 있어 건강한 삶만이 인생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지원군이 아닐런지.석식을 마치고 동네 한바퀴를 도는 재미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다.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바를 찾아 실천에 옮기려 한다.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도서가 주는 의미는 유익하기만 하다.

 

 이 도서 안에는 식생활,운동,뇌,심리학,건강,환경,즐거움이라는 7가지 항목 속에는 각 항목에 어울리는 과학적 요소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나를 비롯한 일반인을 비롯한 과학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과학 지침서가 될 것이다.과학적 상식 내지는 잘못 알았던 과학적 지식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된다.어떠한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든 각 항목 속에는 오류와 편견,논쟁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정설인 것 같으면서도 오류와 편견이 있는가 하면 긴가민가 헷갈리는 것들이 실은 정설인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가장 최신의 과학 뉴스에 접속하여 삶과 관련한 과학 상식을 수시로 접하고 업데이트하여 내 것으로 삼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www.scienceforlife.info) 정보는 믿을 만한 곳에서 낚아 올려야 비상시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있는 법이다.

 

 7가지 항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이 읽어 내려 갔다.건강한 삶을 위한 정보와 지식 제공이라는 점에서 빠뜨릴 수가 없었고,잘못 알고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규칙적인 식습관과 자신에게 맞는 꾸준한 운동 그리고 건전하고 유익한 삶을 위한 뇌 신경 관리,쉽지 않은 인간관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마인드맵으로 그려 보기 등을 나름 점검해 보았다.또한 아무리 좋은 운동,식생활,즐거움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일종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점을 교훈으로 삼게 되었다.내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오메가 - 3에 대한 검토 결과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또 하나 식사 후 바로 수영을 하는 것이 의학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 등이다.특히  오메가 - 3 지방을 식사 혹은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이 총 사망률,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위험이 큰 사람들의 발병률,혹은 일반 사람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을 달라지게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p99)  당뇨,심장질환,암이 질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탓인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당뇨,심장질환,암과의 역학관계를 비중하게 설명하고 있다.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스트레칭부터 사이클에 이르기까지)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술.담배를 삼가고 꾸준한 독서 활동 등이 뇌의 활력에 유용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이 있듯 이미 몸에 배여 고치기 힘들 것이다.또한 아무리 좋은 정보,지식일지라도 생소한 것들은 몸소 실천에 옮기기가 꺼림칙할 것이다.그런데 삶에는 어느 순간 불청객과 같이 질병과 재난,암울한 상황 등이 찾아오기 마련이다.(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이러한 달갑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 소스에 따라 몸소 실천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이 도서에 담긴 건강한 과학 상식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효자손 이상의 역할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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