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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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경제가 장기간 긴 터널 속에서 빠져 나올 줄을 모르고 있다.미국,중국과 같은 경제 대국이 기침 한 번 하면 한국은 그 바이러스 영향을 톡톡이 받고 만다.1997년 IMF 구제금융,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그리고 현재까지도 예측불허의 경제적 불안감은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가 없다.세계경제의 불황은 당연 한국경제에 커다란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2015년 10월 IMF의 세계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선진국의 미약한 경기 회복과 신흥 개발도상국(BRICS)의 경기둔화 심화가 두드러지고 있다.2016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3.2%로 보고 있다.일반인의 경기 체감지수는 그보다 더 낮을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2016년 역시 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다.중국의 경기침체,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자사가격의 급변동,잠재성장률 저하,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 등이 세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다.금년,내년 경제침체가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모든 분야에서 공급과잉이 난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취업난의 가중,물가하락 등 경기침체의 나선(螺旋)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이하여 소비자의 소비가치를 분류.분석하고 재저으이한 결과,10대 트렌트 키워드를 도출(導出)했다.일명 멍키 바즈(MONGKEY BARS)다.10대 트렌드 키워드 당연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이것은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사회 현상,소비 양태를 면밀 분석한 결과를 압축해 놓은 것이다.멍키 바즈는 바로 다음과 같다.

 

* Make a 'Plan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 Over-anxiety Syndrome  과잉근심사회,램프증후군

*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1인 미디어 전성시대

* Knockdown of Brands,Rise of Value for Money 브랜드의 몰락,가성비(가치대비 성능)의 약진

* Ethics,on the Stage 연극적 개념소비

*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미래형 자급자족

* Basic Instincts 원초적 본능

* All's Well That Trends Well 대충 빠르게,있어 보이게(있어빌리티)

* Rise of 'Architec-kids' '아키텍키즈',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 Society of the Like-minded 취향 공동체

 

 경기침체의 영향이 큰 '플랜 Z소비','램프 증후군','브랜드의 몰락','원초적 본능','있어 보이게'를 들고 있고,SNS가 소비의 양태를 크게 바꾸고 있다.나아가 세월호 사건,메르스 사태,폭스바겐 리콜 등의 사건사고가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가중시키면서 '램프증후군,'아키텍키즈','미래형 자급자족' 등의 트렌드로 이이지고 있다.끝으로 어떠한 환경에도 변치 않느 것이 인간의 욕구와 욕망일 것이다.생리욕구를 비롯하여 권력,명예,성공의 추구는 물론인데,소비트렌드와 관련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그 개성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담은 것이 '1인 미디어 전성시대','취향 공동체',''연극적 개념소비','있어 보이게' 트렌드다.

 

 2015년 10대 트렌드가 카운트 쉽(COUNT SHEEP)이었고 2016년은 멍키 바즈(MONKEY BARS)다.2015년 한 해를 되돌아 보면,경기침체,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실속을 챙기고 있다.또한 평범함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컸다.대표적 예가 <복면가왕> 및 <삼시세끼>다.또한 시장 다변화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고객군이 확대되었는데 '단맛'열풍이 그것을 잘 대변하고 있다.끝으로 개인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확산되었던 해이다.메르스 사태를 맞아 '마스크 & 손 소독제'는 개인적 의지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컸다.또한 1인 미디어의 대표적 예는 '셀카봉'의 인기의 극대화이다.이것은 타인에게 과시하려는 소비자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정책이나 부양책이 아무리 좋아도 일반 소비자의 몸과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정부는 2016년 '청년희망.경제혁신.민생안정'을 중점목표로 내세우고 있다.저성장의 지속과 중국 경제 둔화가 한국경제 특히 내수 및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특히 종래 브랜드 위주로 구매했던 소비심리가 이제는 가치와 성능을 우선 순위로 여긴다.비록 B급 제품일지라도 소비자가 보기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구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연애,결혼,출산 포기라는 3포 현상에서 내 집 마련 포기,인간관계,취업,희망,학업,건강까지 포기한다는 9포현상까지 생겼다.사회적 불안 현상이 극도를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그래서일까.사람들 얼굴을 보면 무표정과 무관심,달관한 듯한(사토리족) 삶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경기침체,소비심리 위축 등 위기의 터널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때이다.생물학자 다윈이 말한 것처럼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바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이기에 소비자의 능력,취향,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스로 변하고 대처하여 시장의 스나이퍼(Sniper 저격수)가 되어야 한다.적자생존의 법칙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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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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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긋하게 여행을 만끽해 본 적은 없다.그저 주마간산격으로 사람,거리,풍경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그런데 내가 관심과 흥미가 있었든 없었든 파편과 같은 편린들이 하나 둘씩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삶이 무한경쟁에 지치고 찌들려 있을 때 더욱 생각이 난다.화려하고 찬란한 유행의 선도자와 같은 트렌드물이 아닌 다소 시대에 뒤지고 촌스럽게 보이지만 공동체라는 울타리 속에 인정과 배려가 숨쉬는 곳이기에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또한 그리워 다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생은 내 자신을 버려야 할 때가 너무나 많다.육아,생계,자녀 교육,노후,건강,인간관계 등을 챙기느라 학창시절의 꿈과 희망은 마음 속에 질식되어 버리고 만다.이상과 낭만보다는 현실 속의 삶을 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듯 과외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신 꿈도 꿀 수가 없다.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시간이 흐르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삶을 망가트리는 탈선이 아닌 후회없는 멋진 탈선을 좀 해보지 못한 것이다.그것은 내 가슴 속에 비어있는 공허,상실,무의미 등과 같은 결핍된 삶의 증상을 채워 주어야 다가오는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갑수 여행 작가 여행 에세이는 몇 권 읽은 적이 있다.산업화,도시화로 사람과 자동차,건축물 등이 북적북적한 곳을 떠난 한적한 시골 풍경을 스케치한 여행 이야기가 꽤 인상에 남는다.나 또한 북적북적하고 소음,매연으로 뒤덮인 도심(都心) 속의 풍경은 이상형이 아니다.비포장도로에 포플러 가로수가 즐비한 시골길을 좋아하고,살아 있는 시골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시골 풍경은 아무래도 인간의 순수함과 인간미가 살아있어 더욱 좋다.돈과 물질은 비록 풍족하지 못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려는 태도와 모습이 보기 좋기만 하다.

 

 이번 여앵 에세이는 최갑수 작가의 다년간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총정리하고 있다.일종의 여행 산문집이라고 할 정도로 문장과 문장들이 차분하고 고요하기만 하다.예비 여행자들에게 "여행은 바로 이런 거예요"라고 강의하는 듯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더 늦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을 맘껏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지고 있으니.인생 뭐 별 것 있는가? 라고 누군가 말했듯 사람 구경,풍경 구경,풍물 구경 하다 보면 재미없던 삶,의기소침하던 삶이 조금씩 긍정의 에너지가 충전될 것이다.자동차에 비유하면 휘발유와 같았던 마음이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적 마음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지구에서 지각력을 갖춘 존재였고 생각하는 동물로 한평생을 살았으니,그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대단한 특혜를 누리고 모험을 즐겼다." -p87

 

 지구촌은 흔히 5대양 6대주라고 불린다.동서남북 어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일부 적성국가 제외)찌든 삶에서 때로는 일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마음만 있으면 안된다.우선 저질러 보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행선지,여행일수,경비,컨디션 등을 고려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하여,여행 준비,떠나기,여행지에서 맘껏 즐기기,여행 체험 공유하기 등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여행지에선 번뜩이는 풍경과 풍물의 순간을 예리학 캡처하고,기록하고 싶은 부분은 반드시 메모하여 다녀 오지 못한 예비 여행자들에게 겸손한 척 자랑해 보기(Humblebrag)를 해본다.현지에선 소소하고 쓰잘데기 없는 풍경도 이방인에겐 보석과 같은 소재가 되어 주기에 센스,감성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

 

 나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다.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권도 좋고 비언어권도 용기와 담대,친근감과 우호적인 태도로 여행지의 사람과 풍경,풍물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조그마한 한국 땅에서 근시안적인 편협되고 비개방적인 사고가 누적되어 있기에 색다른 세계와의 만남은 내 자신의 그러한 것들을 변화시켜 줄 것이다.여행지에선 내가 품지 못한 폭넓은 사랑의 사연을 풍성하게 담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그래서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국민학교 1학년 때 봄소풍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밤의 기분과 똑같다.또한 여행은 설렘이고 동경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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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 로빈 던바가 들려주는 인간 진화 오디세이
로빈 던바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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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의 진화사는 무궁무진하기만 하다.특히 생명과학이 근래 눈부신 발전과 (세인들에게)각광을 받으면서 관심이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나 역시 인류 진화사 및 생명과학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지만 인류의 시조(始祖)를 비롯하여 우주의 변화,인류의 삶의 궤적,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생물,유전,생태에 관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접하면 접할수록 흥미롭기만 하다.이것을 스토링텔링식으로 풀어 쓴다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의 폭은 증가되어 갈 것이다.

 

 먼 옛날 유인원은 현생인류와 같이 직립보행을 하고 사유와 창조적 존재로 살아갔을리는 만무하다.침팬지,고릴라,오랑우탕과 같은 유인원이 서식 환경과 기후,지구의 변화에 따라 서식지가 바뀌기도 하고 제한적으로 서식하기도 한다.유인원이 인간의 직전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도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졌다.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원시상태의 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유인원이 본성과 습관에 의해 살아간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류로서 문명의 이기를 지속적으로 창조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유인원이든 인간이든 시조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식물 채집과 농경 생활을 위해 인간이 살기 적합한 유라시아,아메리카 등지로 이주.번성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릴라,침팬지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던 것이다.흔히 호모 사피엔스를 현생인류로 보고 있는데 그 이전에는 유인원,원인,구인 등으로 나뉘고 있다.현생인류의 시작은 고작 4만 여 년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최초의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고 화석 호미니드인 루시로 보고 있다.

 

 '인지 및 진좌인류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로빈 던바 저자는 진화인류학자로서 인류의 진화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서술해 가고 있다.고인류 집단에서 현생 인류 그리고 오늘날 인간이 만물의 영장류로서 사회적 행동과 생태,유전,생물 차원까지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각종 도표와 해설을 통해 유인원과 현생인류의 특질을 구별하고 있어 인지와 이해를 돋구고 있다.식물 채집,농경 생활,문명 창조를 위해 앞장 서 온 인류는 유인원과 달리 뇌 크기의 증가,뼈 중량 감소,그 외 생활사의 전반적 패턴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이것은 1차적으로 해부학적,고고학적,행동 표식,인지적 표식까지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르기 있는 셈이다.

 

 로빈 던바 저자는 만물의 영장인 인류를 진화론적 관점과 사회,문명론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인류의 토대가 된 영장류 사회에서 인간은 뇌의 크기가 사회,문명을 이끌어 왔다는 점과 시간 예산 분배 모델(에너지와 영양적 요구가 충당되고 사회적 집단의 결속을 확보할 수 있는 임의의 서식지에서 한 동물이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를 관찰한 데서 출발)을 근간으로 하면서 시간의 중요성을 중시했다.시간 예산 분배 모델은 기후와 생리적 적응은 섭식과 이동,휴식을 반복하고 있다.이어 인류의 진화사적인 관점에선 다섯 개의 전환점을 두면서 점진적으로 현생인류 쪽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것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인간은 인류의 거듭나는 진화를 통해 사고,언어,문화를 축적해 왔던 존재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기후,재해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채집,이동,휴식을 반복해 오고 있다.아울러 이에 적응 내지 생존하기 위해 호미닌은 인간의 뇌의 질량 및 크기를 증가시켰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전부는 아니지만) 유인원보다는 인간이,여성보다는 남성의 두뇌가 더 크다는 것이 인류 진화사가 말해 주고 있다.게다가 인간은 신화,종교라는 토템과 신앙 의식에서 언어가 싹텄던 것으로 보인다.후세에 기록물로 남긴다든지 상호작용의 기호,표시로써 언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관계망 형성에는 사회적 기본 단위인 가족에서 혈통,무리,공동체,큰 무리,대공동체가 작용하고 있다.

 

 인간 진화의 이야기는 사회적 유대감 형성과 커진 몸과 뇌에 필요한 영향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참신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적응하는 여정이었다. -P360

 

 현생인류의 시작이 대략 4만 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유인원과는 결별하면서 인간은 스스로 자연환경에 적응 내지 도태되기도 했다.또한 수렵.채집을 통해 생을 이어갔던 것이다.기후를 비롯하여 채집,이동,휴식이라는 인간의 일상이 시간 예산 분배가 결정되어 왔다.첨단문명이 현 시대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인간의 기본적 생리 및 본능을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인지적,방어적 설계도는 수정 보완되어 가고 있다.가족,사회,대공동체 및 민족이 개인을 둘러싼 관계망임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이것은 개인의 생리적,사회적,인지적 변화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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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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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따분하다'에 있다.학창 시절 역사서는 편년체(編年體)가 주가 되었고 소나기식 암기 공부가 되다보니 머리 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당시 문리(文理)가 트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어려운 한자어 및 외래어가 난립하여 내 것이 되기에는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다.그리고 대학시절,사회생활 속에서 역사 공부는 내내 사장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동.서양사에 대한 지식은 차라리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판이다.다행히 동.서양사와 관련한 역사 이야기들이 출간되면서 부족했던 동.서양사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충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비록 체계적이지는 못하지만 누더기 옷처럼 조금씩 기워 가면서 나름대로 역사 지식을 즐기고 있는 편이다.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세계사 브런치』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독자들의 입맛을 돋구게 하는 미각적 분위기와 그 위에 토핑(Topping  고명)을 얹어 한 끼의 인문학적 세계사가 밥상에 올라왔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저자 시몬 정 도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세계를 발칵 뒤집은 판결 31』을 이미 읽었던 적이 있어 어떻게 세계사를 요리해 나갔을 것인가에 대해 잔뜩 기대를 품고 읽어 갔다.

 

 

 정시몬 저자는 서양사를 중심으로 한 시대별 주요 흐름을 기술하고 있다.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역사(하.은.주 시대∼후삼국시대) 그릭도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을 말미에 실었다.순서대로 읽어도 괜찮겠지만 서양사를 먼저 읽는다든지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을 먼저 읽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핵심은 역사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에 있기 때문이다.메인 브런치가 밥상에 올라오면 그에 적합한 원전 토핑을 뿌려가면서 지난 세계사를 일독하고 음미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원전(原典)은 영문으로 되어 있어 저자가 번역한 것과 내가 직독직해한 것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역사는 과거와의 소통임과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잇게 해 주는 가교(架橋)임에 틀림없다.저자가 지적했듯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책 『역사』도 현대적 의미의 역사서가 아니다.답사와 관찰,현지인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각국의 역사,풍습,진기명기(珍技名技) 등을 소개한 고대 여행 저널리스트에 가깝다.또한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라고 했다.그래서 역사 관련 도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당연 맹목적인 수용자세보다는 역사가와 사실(Facts) 사이를 현실 사회와 견주어 보기도 하고,폭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역사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이 점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현실 참여적인 관점을 배양하면서 역사서를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사 브런치』에는 굵직굵직한 메인 브런치를 비롯하여 입맛을 돋구는 원전 토핑도 수두룩하다.사실 원전(영문)을 해독 가능한  사람에겐 원전부터 읽고 메인 브런치를 나중에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대사의 비중이 큰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인류의 직계 조상 원인(原人)의 탄생부터 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세계 문명의 시원지,신화와 전쟁으로 고대사가 장식되다시피한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들려 주고 있다.고대의 문명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는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1∼6』을 읽어야 고대 서양사를 안다고 할 것이다.나아가 중세 시대의 십자군 전쟁과 백년 전쟁,근대사의 핵심 영국의 의회 혁명,미국 혁명,프랑스 혁명은 간과해서는 안된다.민주주의가 시작되는 모멘텀이 되었던 큰 축이었고 시민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는 고대사에 치중하고 있다.은.주 시대를 시작으로 3황 5제의 탄생,춘추오래와 전국칠웅이 등장한다.사서오경의 하나인 『춘추春秋』와 역사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모아 엮은 『전국책戰國策』가 출현하고 문명사는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간다.전국시대는 수많은 인물과 고사를 낳았다.전국을 최초로 천하통일한 시황제는 공과(功過)가 엇갈린다.그는 사후 진용(秦俑)을 남기면서 존재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진시황제 이후 초(항우)와 한(유방) 간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한 유방이 승리하면서 유방의 리더십이 현대인들의 자기계발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동시에 정치권력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 및 고사가 많다.토사구팽과 같은 고사는 정치권력의 무상,간교함을 드러내고 있다.나아가 후삼국인 위.오.촉의 인물들의 기질,처세,리더십도 현대인에게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읽다 보니 미국의 '독립 선언서'의 문단이 시선을 자극한다.한국 현대 정치권력의 흐름과 편향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지라 새겨야 할 대목이다.사회 구성원 모두는 정치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된다는 것,창조주에게서 특정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이 가운데는 생명,자유,그리고 행복 추구가 있다는 것,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람들 가운데 설립된 정부가 피지배자들의 동의를 통해 정당한 권력을 얻는다는 것 등이 자명하다고 믿는다. -p424

 

 끝으로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문명(civilization)의 흥망성쇠의 프레임으로 파악하려 했다.그의 사상은 총 12권짜리 대작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 잘 나타나 있다.한 마디로 요약하면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다.그는 역사가에게 주문하기를,"역사가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한 가지 차원뿐 아니라 공간의 확장성,문화의 다양성,심지어 인간 심리의 변화 등 다양한 프리즘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역사는 단선적인 아닌 다층적인 학문이 아닐 수가 없다.국정 교과서와 맞물린 현 시국에서 과연 한국사 교과서는 어떻게 직조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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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
짐 터커 지음, 박인수 옮김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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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어르신들이 한탄 섞인 어투로 자주 말한 것 가운데,"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꼴을 당하는지 모르겠다,내가 갖고 있는 업보(業報)가 왜 이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무당을 찾아가 뒤풀이라도 해야 하겠다고 말씀 하셨다.전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던 셈이다.특히 한국인이라면 이런 저런 외부적 요인과 영향으로 시달림을 많이 받다 보니 타인에 대한 원망과 한(恨)이 많았다.전생(前生)은 분명 보고 겪지도 않았을텐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내뱉는 것일까.듣기로는 불교에선 윤회사상과 업보라는 말이 있어 선악의 행업에 의한 과보를 중요시하고,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불교의 가르침과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은 아닐까.

 

 솔직히 나는 전생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 편이다.다만 누군가 내 관상,사주를 통해 "전생은 어떠했고 내생은 어떠할 것이다"고 들려 주는 경우 좋은 것은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좋지 않은 것은 언행에 조심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 나가려고 한다.물론 인간관계라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 만큼 때와 장소,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관상,사주를 보는 사람의 권위에 눌릴 필요까지는 없지만,전생에 대한 얘기에서 좋지 않은 부분은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타인의 전생과 현재,미래를 그럴 듯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심성의껏 손님의 운세를 풀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돈을 노리고 이런 저런 액땜,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억지 주문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어린 아이가 전생에 대해 털어 놓은 에피소드를 다룬 『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짐 터커 호기심 반 회의 반이었다.3살 남짓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들이 들려 주는 전생에 대한 얘기를 과연 믿어야 할까.속된 말로 전생을 생생하게 일일이 열거하는 어린이들의 얘기는 마치 환상처럼 들리기도 하고,뭔가에 홀린 것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다양하면서 흥미진진하기만 하다.비록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의 뇌 신경계 및 정신 의학계,생명과학과 연관되어 있어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전생을 털어 놓는 아이들의 얘기는 한결 같지는 않지만 공통점은 당연 어린이가 태어나기 전의 생을 그럴 듯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전생에서의 삶(어린이 당사자 내지 타인 및 불특정 다수 등)은 예언,모반(Nevus),태몽을 통해 전생을 알린다.예언,모반,태몽 모두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비과학적이지만 신앙에 근거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점이 특색이다.남부 아시아 국가인 인도,스리랑카,미얀마 등지에서 전생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전생을 얘기하는 어린이들은 전생에 있어 상처와 모반,해당인의 삶을 묘사하는 진술,감정,별난 놀이,취향,공포증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1958년 이안 스티븐슨이 감정과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하면서 초자연적 정신 현상과 죽음 이후 삶과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공모하면서 시작되었다.제목은 "전생 기억 주장에서 나온 환생의 증거"라는 것이었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빙의(憑依)와 환생과 결합되어 있기도 하다.이 둘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간의 정령에 깊게 파고 들어오는 불완전하면서도 공포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전생을 들춰내는 어린이들의 얘기에서 느끼는 점은 어린이 당사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어느날 돌연 나타나는 트라우마와 같은 현상이 현세에 접목되어 누군가와 연결되어 가는 현상은 아닐런지.어린이들이 말하는 전생에 대한 증거,동기는 더더욱 없다.

 

 전생을 위시로 한 이야기는 끝도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기만 하다.전생에선 남자였지만 이 생에선 여자이기도 하고,전생에선 부모,증조부모였는데 이 생에선 아들,딸이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나아가 죽은 자와 교감 작용을 했던 영매(靈媒)라는 존재도 있다.전생이 과연 있을까.과학적,생물학적 차원에선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다만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간의 정령에 들어와 전생에 대한 기억과 습관을 되살리고 있는 생각과 감정,트라우마의 실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환생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물리적 죽음 이후의 생존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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